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2화(232/245)
232
“배부르다~!”
“입에서 불나고 있써어…”
“….”
“….”
집주인 놈의 명령 때문에 아이들을 찾으러 밖에 나온지도 벌써 1시간 째.
아이들을 찾는 거야 진작에 찾았던 한스였지만,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과 엮이게 되는 바람에 그만 분식점까지 들리게 된 그는 아까부터 줄곧 뭐 한마디 말을 내뱉을 수가 없었다.
‘하필 저 여자랑 마주치게 될 줄이야… 당분간은 마주치기가 조금 그래서 피하려고 했더니만 망했군.’
유원지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그날 이후로 한스는 해영이의 앞에만 서면 입도 뻥끗 하지 못하게 되는 벙어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이유는 역시 그날 관람차 안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게다가 입도 뻥끗 못하게 된 것도 모자라서 한가지 더 문제가 생긴 게 있었으니, 그건 바로…
“저기요, 한스 씨?”
“!! 예, 옙!!”
…해영이가 뭐 한마디 말을 걸기만 하면 곧바로 말투와 온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리는 증상이 생겨버린 것이었다.
“아니;; 그냥 부른 것 가지고 왜 그렇게 딱딱하게 반응해요…?”
“아… 실례했군. 습관인지라…”
상관에게 경례하는 것 마냥 가슴에 주먹을 올리는 식으로 반응하고 말았던 한스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모자란 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스스로를 나무라며 가슴 위에 올렸던 주먹을 재빠르게 내렸다.
“그, 그것보다 무슨 용건이지?”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재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돌린 한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을 본 해영이는 너무나도 티가 나는 한스의 행동을 일부러 모른 척 해주며 대답했다.
“그냥 이 뒤로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요.”
“이, 일정이라… 일단은 저 꼬맹이들을 집으로 데려가는 것이 우선이지.”
처음에는 아이들만 데리고 금방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생각치도 못하게 해영이와 마주치게 되고, 그 이후로 분식점까지 가서 먹을 것 까지 얻어먹게 됐던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고 말았다.
그리고 이 이상 시간을 지체했다간 집주인 놈이 또 무슨 갑질을 할지, 한스는 전혀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에휴… 한성이 오빠 때문에 고생이 많네요. 그러게 왜 그런 노예 계약 같은 걸 해가지고는.”
“나도 하고 싶어서 했던 건 아니다만은…”
해영이의 한탄에 한스는 어쩔 수 없었다는 듯이 대답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어째서인지 자꾸만 시선이 옆에서 나란히 걷고 있던 해영이로 가고 있었기에 정신이 없었던 그는 대화를 부드럽게 이어나갈 여유가 일절 없는 상태였다.
“….”
“….”
그러자 둘 사이에서 다시 흐르기 시작한 불편한 침묵. 앞서 걷고 있는 수정이와 세리는 시끄럽게 떠들지 못해 안달인 반면에, 둘은 그렇게 건 5분 동안을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이거 불편해 죽겠군… 뭐라도 말을 해야 숨통이 좀 트이겠는데 대체 무슨 얘기를 꺼내야…’
말없이 걷고 있던 5분 내내 어떡하면 이 침묵을 깰 수 있을 지 잘 쓰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며 고민하던 한스였지만 애초에 일 평생을 검만 휘둘러왔던 그가 여자와의 대화법을 알고 있을리가 없었다.
가끔가다 귀족들 간의 파티에 호위로 참가에 몇몇 귀족 아가씨들의 댄스 신청 같은 건 받아본 경험이 있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공적으로 어울려 줬던 것 뿐. 한스가 사적으로 여자와 엮였던 적은 전무했다.
그랬기 때문에 결국 이 불편하게 지속되던 침묵을 깨는 일은 전부 해영이가 도맡아야만 했다.
“한스 씨.”
“뭐, 뭐냐.”
“뭐 하나 물어봐도 될까요?”
“…?”
하지만 어째서인지 해영이의 목소리는 그저 대화를 이어나가려는 것 치곤 사뭇 진지해 보였다.
“한스 씨는…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나요?”
“….”
갑자기 훅 들어온 무거운 질문에 순간 굳어버린 한스. 물론, 굳이 무거운 질문이 아니었더라도 마찬가지로 굳었을테지만 한스는 그런 걸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꼬맹이들한테서 들은 모양이로군.’
아마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저런 질문을 꺼낸 것이리랴. 그게 아니고서야 갑자기 저런 질문을 내뱉을 이유가 없다.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해영이의 물음에 한스는 한층 마음이 차분해진 것을 느끼며 그렇게 대답했다.
“하지만 내겐 달리 선택지가 없다.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말이지.”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갈 방법 따윈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미 그의 고향땅은 그 누구도 살고있지 않은 불모지가 된지 오래였다.
가족들도 다 죽은지 오래. 친구라고 할 사람은 다 죽거나 처음부터 없었고 집이라고 부를 장소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스는 설령 원래의 세계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느낄 상실감이 없었다.
“그렇다면 만약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돌아갈거예요?”
“….”
대답하기가 힘든 질문이라고 생각하며, 한스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테라리움은 그가 태어나고 자란 세상이다. 비록 남은 가족이나 친구는 없더라도 원래 세계이니 만큼 그곳으로 돌아간다면 익숙하게 용병일이나 하며 어찌저찌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정녕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확실한 대답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너무 많은 진실을 알아버렸으니까.
본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 한들, 과연 그가 평안하게 남은 일생을 지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가 어렵다. 이제와서 돌아가도 기사단에 남고싶은 마음은 없고, 그렇다고 그렇게 진실을 품에 묻은 채 남은 평생을 고독하게 살아가는 것 또한 그가 원하는 바는 아니다.
“나는…”
한스는 조용히 말끝을 흐리며 어떻게든 해영이의 질문에 대답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끝을 맺지 못했다.
“실망이로군, 한스 마이어.”
“…!”
일순간 주변의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요동치던 것은 대기를 타고 전해져오는 압도적인 오러. 마치 맹수를 눈앞에 둔 듯한 오한을 감지한 한스 마이어는 손 끝이 저려오는 것을 느끼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틀었다.
“파울루스 장군…?”
소름끼치는 기운이 느껴지던 방향에는 이곳에 없어야 할 인물이 일말의 감정도 담기지 않은 서늘한 눈빛과 함께 서있었다.
파울루스 반 빌헬름. 현 이그니스 기사단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자 역전의 기사, 대전쟁의 영웅, 그리고…
한스에게 차원이동 마법으로 다른 세계에 넘어가 엘프들을 처단하란 임무를 내렸던 장본인.
“자네에게는 기대가 컸는데 말이지. 아무래도 내가 잘못 보았던 것 같군.”
일말의 자비조차 담겨지지 않은 말과 함께, 파울루스 장군은 조용히 검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장군의 주변으로 수많은 기사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에 한스는 무척이나 다급한 외침으로 세리에게 말했다.
“이봐 드래곤 꼬맹이!! 텔레포트를 써!! 지금 당장!!”
“뭐, 뭐야 갑자기??”
“보면 모르겠나?! 탈출이다!!”
갑작스럽게 다급히 소리치는 한스에게 놀란 세리는 얼떨결에 그가 말한대로 곧바로 텔레포트 마법을 시전해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텔레포트 마법이 시전되는 일은 없었다.
“아직 멀었나 꼬맹이?!”
“아, 안돼… 마법이 안써져…”
“뭐…?”
마법이 안써진다니… 그게 무슨…
다른 누구도 아닌 드래곤인 세리가 마법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하필 이런 순간에.
‘아무리 대마법 결계를 쳤다고 하더라도 드래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일테데…!’
일정 범위 내의 공간에서 마법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계는 실제로 수두룩하게 많지만 그중에서 드래곤을 상대로 효과를 보이는 결계는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곤이라는 존재는 신화의 영역에 속한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혼돈의 시대 때 신들과도 전쟁을 치뤘다고 알려진 그들을, 한낱 인간이 만들어낸 마법으로 어찌 억누를 수가 있을까.
신화 속의 마법을 완벽하게 재현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런 신화 그 자체인 마법을 필멸자가 시전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애초에 이런 마법이 인간들에게 있었다면 엘프들과의 전쟁에서 그들의 마법을 상대로 그렇게 고전했을리가 없다.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있는 한스는 초조함과 함께 아이들과 해영이의 앞에 나섰다.
“…꽤나 만전의 준비를 끝마치신 모양입니다, 장군. 이렇게 거창한 결계까지 펼치신 걸 보아하니.”
“그래. 확실히 준비하느라고 많은 시간이 필요했지. 계획에 차질이 없도록 말이네.”
파울루스 장군은 한스의 말에 나지막히 긍정하며 뒤쪽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검은 로브를 걸친 마법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열었다.
“결계는 완성되었다 파울루스. 주변의 인간들도 전부 물려놨으니 소란스러워 질 일은 없을테지.”
파울루스 장군에게 말을 놓으며 그렇게 보고한 검은 로브의 마법사는 손에 쥐고 있던 나뭇가지를 바닥에 꽂아놓았다.
황금색 이파리가 피어있는 신비한 나뭇가지. 이세계에서 온 한스는 그 나뭇가지의 정체를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설마 저건… 세계수…?”
“그렇다. 이드그라실의 가지이지.”
보고도 믿지 못하겠다며 경악하는 한스의 모습에 파울루스 장군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그렇게 친히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미친놈들… 설마 세계수에 진짜로 손을 대다니, 정신이 나간건가? 잘못 건드렸다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잘 알고 있을텐데…’
생명의 나무이자 테라리움의 모든 대지에 축복을 내리며 생명을 관장하는 나무, 이드그라실. 비록 오래 전 부터 죽어가기 시작했다고 알려졌지만 그럼에도 나뭇가지에 깃든 힘은 여전히 신에게 필적하는 힘이다.
드래곤의 힘까지 억누를 수 있을 정도로.
“그럼 뒤는 맡기도록 하겠다.”
자신의 일은 끝났다는 듯한 말과 함께 검은 로브의 마법사, 아가레스는 그렇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이에 파울루스 장군은 나지막히 꺼내는 검을 한스에게 겨눴고, 그와 동시에 그의 휘하 기사들 또한 한스를 향해 일제히 검을 겨누기 시작했다.
“선택해라 한스 마이어. 순순히 그 소녀를 넘겨 목숨을 부지할 것인지, 아니면 배신자로서 죽음을 맞이할 것인지.”
“….”
점차 가까이 다가오는 기사들의 위협에 한스는 아이들과 해영이에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는 듯이 손짓하며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이 꼬맹이가 목적이신 겁니까?”
“엘프들은 하나도 남기지 않고 섬멸해야 한다. 왕국을 위해서도, 세계의 존속을 위해서도.”
한스의 물음에 파울루스 장군은 알 수 없는 대답을 내놓으며 검에 오러를 둘렀다. 그러자 이에 한스는 한시라도 빨리 이 자리에서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는 본능을 애써 억누르며 비웃듯 대꾸하였다.
“거 꼬마 하나 죽이려고 하는 이유 치곤 거창한 이유구만…!”
“…못 본 사이에 혀는 성장하였나 보군.”
하지만 그런 한스의 도발에 그냥 넘어갈 정도로, 파울루스 장군은 어리석지 않았다.
“그럼 어디 실력도 성장하였는지 보여보아라.”
“!!”
파울루스 장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사들이 일제히 검을 들고 돌격해오기 시작했다.
한명 한명이 전부 소드 마스터. 그것도, 정예 들 뿐.
홀로 저들을 전부 막아내는 것은 턱도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던 한스는 오러 블레이드로 방어 자세를 취하며 다급히 해영이에게 외쳤다.
“최대한 시간을 벌테니 도망가라!!”
“무, 무슨 소리에요!! 사망 플래그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같이-”
“어서!!”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한스의 어깨를 붙잡은 해영이였지만 이어진 그의 외침에 그녀는 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나도 비현실적이게 느껴지는 이 상황이 결코 꿈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알았어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해영이는 서둘러 수정이와 세리를 품에 안고는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황 속에서 그녀와 아이들의 존재는 한스에게 있어 짐짝일 뿐. 아무런 힘도, 능력도 없는 일반인에 불과한 그녀는 그러한 사실을 싫을 정도로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해, 해영이 이모! 삼촌은?!”
“….”
품에 안긴 수정이가 바둥거리며 이대로 가버리면 안된다는 듯이 외쳤다. 하지만 해영이는 그런 수정이의 외침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달렸다.
그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