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3화(233/245)
233
“흡!!”
단마디 기합과 함께 검을 휘두른다.
[키잉!]울려퍼지는 금속음이 귓가를 때렸지만, 한스는 그런 사소한 감각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미스릴 갑옷에 의해 튕겨나와 버린 오러 블레이드. 만일 그의 손에 쥐어진 것이 미스릴제 검이었다면 갑옷을 뚫지 못해도 검 자체의 무게만으로 적에게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었을테지만 애석하게도 무게가 없는 오러 블레이드로는 무리였다.
[스릉-]“크윽…!”
사각에서 날아들어온 차가운 검날이 종이 한장 차이로 한스의 팔을 스쳤다. 본능적으로 반응한 덕에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던 한스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미 불리한 상황이 뒤집어지는 일은 없었다.
적은 대략 스무 명. 전원 미스릴제 갑옷과 무구를 장비하고 있고, 한명 한명이 전부 익스퍼트 급의 소드 마스터들이다.
그에반해 한스는 비록 그들보다는 급이 한단계 높은 마스터 급의 소드 마스터였지만 숫적으로 불리한 것도 모자라서 소지하고 있는 장비마저도 더할 나위 없이 불리한 상태였기에 그가 지닌 이점은 조금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걸치고 있는 것이라곤 조금의 방어력도 제공하지 못하는 얇은 티셔츠와 바지 한장. 장비하고 있는 무기조차 없어 임시방편으로 오러를 때려부어 만들어낸 오러 블레이드 한자루가 전부.
현대인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자면 현재 한스는 나이프 한자루를 가지고 중무장한 군인들을 상대하고 있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칫, 하는 수 없나…’
이대로 계속해서 싸우다가는 죽는 것은 물론이고 변변찮은 시간조차 벌지 못한다. 전투 중에 본능적으로 그런 결론을 내린 한스는 하는 수 없이 조금 무모한 방식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을 빼앗는 수 밖에!!”
오러 블레이드를 가지고는 공격도 방어도 시원찮다. 그러니 이대로 계속 전투를 속행할 바엔 차라리 부상을 각오하고서라도 적의 검을 손에 넣는 수 밖에 없다.
그렇게 판단한 한스 마이어는 후방에서 자신의 등을 찌르려던 검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상대의 팔을 붙잡아 전력으로 비틀었다.
[우드득-]“크아악!?”
관절이 비틀리는 소리와 함께 적 소드 마스터는 비명을 내지르며 검을 손에서 놓쳤다.
그리고 한스는 그 검을 그대로 공중에서 낚아채고는 고통스러워 하던 적의 목을 베어버렸다.
[서걱-]살과 뼈를 가르는 감각이 검끝을 타고 한스의 손끝에 전해졌지만 그는 그것을 신경쓰지 않았다. 20명의 적들 중 이제 막 한놈을 잡은 것이고, 적은 아직 19명이나 남아있었기 때문에.
“…다음은 누구지?”
은색 미스릴 도신으로 부터 붉은 피가 홍건히 떨어졌다. 갑옷 하나 걸치지 않은 채, 그저 검 하나만 손에 쥐고 단신으로 그렇게 허세를 부려봤자 상황이 나아지는 일은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를 상대하던 적들은 섣불리 그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마치 그의 눈빛이 경고하고 있는 듯 보였기 때문에.
자신이 죽더라도, 한명이라도 더 길동무로 삼아주겠다고.
“안온다면 내가 먼저 가도록 하지…!”
적들이 주춤거리며 달려들지 않자 이에 한스는 곧바로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오러를 전신에 두텁게 둘러 최대한 방어력을 끌어올린 한스. 걸치고 있는 갑옷이 없었기 때문에 검에 두를 오러까지 전부 끌어모아 방어에 치중한 그는 마치 한마리의 미노타우르스 마냥 선두에 서있던 적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며 날려버렸다.
날아드는 공격은 전부 오러로 방어하면서 놈들의 진영을 무너뜨린다. 공격에 사용할 오러까지 방어로 전환한 바람에 적들의 오러를 뚫고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졌으나, 그래도 별 상관은 없었다.
치명상을 입히지는 못하더라도 검을 몽둥이 삼아 적들을 때려눕히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기에.
[퍽!! 퍼억!!]이른바 하프소딩 검법. 중세시대의 지구에서도 종종 사용되었고, 그와 비슷한 문명도와 환경을 지닌 테라리움 대륙에서도 널리 퍼져있는 검술.
칼날을 양손으로 잡고 몽둥이처럼 휘둘러 핸드가드 부분으로 적을 찍어버린다. 비록 갑옷을 뚫는 것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흉기에서 둔기로 변모한 덕에 갑옷 너머로도 충격을 전달하는 것 쯤은 충분히 가능하다.
거기에다가 고된 훈련으로 단련된 한스 특유의 괴력까지 합쳐진다면, 그 위력은 가히 오크들이 전력으로 휘두르는 배틀엑스 공격과 다를 것이 없었다.
[콰직!!]“크헉!!?”
검을 휘두르는 족족 달리는 차에 치인 것 마냥 이리저리 날려지기 시작한 기사들.
우직하게 오러를 두른 신체로 검을 막아내며, 빈틈이 생길 때 마다 강력한 일격으로 적을 때려눕힌다.
그것을 몇번 쯤 반복했을까. 이미 진작부터 이성보다는 본능에 몸을 맡긴 채로 움직이던 한스는 짧은 시간 안에 서있는 적들의 수가 19명에서 10명 가량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허억, 허억…”
본인의 몸이 거의 한계에 달했다는 사실 또한 함께.
‘슬슬 오러도 바닥이군…’
본래 오러를 사용하는 방어는 소모율이 극심하기 때문에 갑옷 위에 얇게 두르는 식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걸치고 있는 갑옷이 전무했던 한스는 극심한 소모를 각오하고 오러를 몸에 두텁게 두를 수 밖에 없었다. 그랬으니 이렇게 금방 오러가 바닥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상관없나. 이미 시간은 충분히 벌었으니.’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남은 것은 지원이 도착할 때 까지 나머지 녀석들과 파울루스 장군의 힘을 최대한 빼놓는 것 뿐.
아이들과 해영이를 보냈으니 곧 있으면 이한성과 화연이 올 것이다. 이한성 쪽이야 도움이 될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는 한스였지만, 장로급 엘프와 맞먹는 마법 실력을 지닌 화연이라면 큰 도움이 될게 분명했기에 그는 방어에 사용하던 오러 마저도 최소한으로 줄이며 최대한 장기전으로 버틸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불과 몇 분 전만 했어도 먼치에서 조용히 서있던 파울루스 장군과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한스를 무시한 채 천천히 아이들과 해영이가 도망간 방향으로 돌아서기 전 까지는.
“이런 젠장…!!”
저 둘을 보내서는 안된다. 다른 잔챙이들은 몰라도 저 둘 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에 묶어둬야 한다.
한스는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던 생각을 단숨에 집어치우고는 다시 한번 오러를 전신에 집중시켜 파울루스 장군과 검은 로브의 마법사를 막아서려고 하였다.
그러나 아직 10명 가량 남아있던 잔챙이들은 그가 방해하는 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었다.
[푸욱-]한스가 냉정함을 잠시 잃은 틈을 타고 날아든 차가운 검날이 약해져 있던 그의 오러를 뚫고 옆구리를 관통했다.
“크윽…!”
차가운 감촉이 상처 속을 헤집고 한스의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미쳐 피하지 못한 공격에 당한 그는 재빠르게 자신에게 칼을 꽂아넣은 기사의 목울 붙잡아 바닥에 내리꽂았지만, 그 탓에 상처가 더욱 벌어져 피가 왈칵 쏟아졌다.
“흡!!”
일반인이었다면 고통스러워서 몸도 제대로 갸누지 못할 상처였음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약간의 신음만 삼킬 뿐,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일어서며 옆구리를 관통한 검을 거칠게 뽑아냈다.
[뚝- 뚝-]벌어진 상처를 타고 붉은 선혈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스는 그저 묵묵히 오러로 벌어진 상처를 억누르며 출혈을 막을 뿐이었다.
“이거… 힘들겠군.”
———————————
“허억, 헉, 헉…”
숨 돌릴 틈도 없이 달리기 시작한지 얼마나 지났을까.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채로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리던 바람에 이미 숨 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지쳐버린 해영이였지만, 그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를 움직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해, 해영이 이모… 괜차나…?”
품에 안겨있던 수정이가 많이 지쳐보이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아주 걱정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콜록! 하아, 하아…”
괜찮다고. 이정도로 지치지는 않는다고 대답하고 싶었던 해영이였지만 이미 숨이 찰 대로 차있던 그녀는 그런 말 한마디조차 내뱉을 수가 없었다.
[삐끗-]“?!”
이미 상당히 무리를 하며 억지로 움직이던 다리가 순간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걸렸다.
[우당탕!]발이 걸려서 중심을 잃고 넘어지던 찰나에, 해영이는 순간적으로 몸을 비틀어 아이들이 다치지 않게 감싸안았다.
“이모!! 죽으면 안대!!”
“콜록! 콜록!! 죽긴 누가… 죽니…”
많이 걱정스럽게 들려오는 수정이의 외침에 해영이는 연달아 마른 기침을 내뱉으며 그렇게 대꾸했다.
숨을 돌릴 틈 따윈 없다. 한시라도 빨리 화연과 이한성에게 가서 도움을 상황을 알려야 한다.
한스가 목숨을 걸고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이곳까지 이렇게 도망쳐올 수 있었지만, 일분 일초라도 빨리 도움을 데리고 돌아가지 않는다면 그의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다. 도망치기 시작한 내내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떨쳐낼 수가 없었던 해영이는 숨을 다 고르기도 전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다시 아이들을 안고 달리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가 다시 다리를 채 움직이기도 전에, 뒤에서 들려온 서늘한 목소리가 그녀를 나지막히 멈춰세웠다.
“가상한 끈기로군.”
“!!”
갑작스럽게 뒤에서 들려온 소름끼치는 목소리에 해영이는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곳에는 아까 한스에게 파울루스 장군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남자와, 검은 로브의 마법사가 얼어붙은 눈빛과 함께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빨리 도망-’
공포를 느낄 겨를도 없이, 해영이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아이들과 함께 도망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본능과는 다르게 그녀의 다리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털썩-]“왜 다리가…?”
너무 무서운 나머지 주저앉아버린 것은 아니었다. 저들이 무언가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방금 전에 넘어지면서 운이 나쁘게도 다리를 삐었던 것 뿐이었다.
“그 아이들을 넘겨라. 그렇다면 너의 목숨은 살려주도록 하지.”
“….”
완전 전형적인 악당의 대사. 할 수 있는게 그런 삼류 악당 행패 밖에 없냐고 마음 같아선 반박하고 싶었던 해영이였지만, 섣불리 저들을 도발했다간 더 위험해질 수도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입을 꾹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수정아, 세리야. 도망쳐.”
해영이가 다리를 절뚝이며 몸을 일으키고는 아이들의 앞에 나서며 말했다.
다리를 다치게 된 이상 함께 도망쳐봤자 아이들에게 짐이 될 뿐이다. 그러니 몸으로 저들을 막아서더라도 아이들을 도망치게 하는 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정이는 늘 그랬듯이 어른의 말에 따르려고 하지 않았다.
“시러.”
“뭐…?”
“시러!!”
[저벅-]싫다는 외침과 함께 은발머리의 소녀는 그 작은 몸으로 해영이의 앞에 나서며 파울루스 장군을 막아섰다.
“….”
도망치기는 커녕 자신의 앞을 막아선 소녀의 모습에 파울루스 장군은 아무말 없이 수정이를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 보았다.
새하얀 얼음수정과도 같은 은발. 미약하지만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오러. 그리고…
…자신의 왼쪽 눈에 흉터를 남긴 남자와 똑 닮은 녹안.
“…그런가, 살아있었나.”
수정이를 한참동안이나 가만히 바라보던 파울루스 장군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나지막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 이모를 다치게 하면 가만 안둘꺼야!”
잔뜩 겁을 먹었는지 수정이는 떨리는 목소리와 함께 파울루스 장군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막강한 힘을 지녔다지만 결국 수정이는 7살짜리 아이에 불과하다. 심지어 주변에 펼쳐진 결계 때문에 그 막강한 얼음 마법도 쓰지 못하는 상황. 지금의 수정이는 파울루스 장군이나 검은 로브의 마법사를 상대로 막아설 능력이 전혀 없다.
“…무모한 부분까지도 닮았군.”
당돌하기 그지 없는 수정이의 모습에 파울루스 장군은 그렇게 말하며 소녀를 향해 검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한스에게 조금이나마 배워뒀던 오러 사용법을 떠올리며 푸른 기운을 주변에 내뿜었지만, 그런다고 해서 그랜드 소드 마스터에게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사적인 감정은 없다. 편히 보내주지.”
“…!!”
파울루스 장군이 들어올린 차가운 검날이 작디 작은 소녀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안돼!!”
날카로운 칼날이 무자비하게 내려쳐지던 그 순간, 해영이는 다친 다리의 아픔도 잊어버린 채 베이는 것을 각오하고 수정이를 감싸안았다.
죽는다. 죽을 것이다.
찰나의 순간 속에서 해영이의 머릿속에 든 것은 오로지 그 생각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이미 그녀의 몸은 내리쳐지는 칼의 사선에 뛰어든 뒤였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그 어떠한 고통도 주어지지 않았다.
[키잉!!]들이닥칠 아픔에 대비하고 있던 것 과는 다르게 들려온 것은 칼날과 칼날이 맞부딪치는 날카로운 금속음.
“…한스 씨?”
그녀가 질끈 감은 두 눈을 뜨고 바라본 그곳에는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로 굳건히 서있던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서있는 것이 기적이라고 믿겨질 정도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검을 막아내며 나지막히 말했다.
“…힘들어 죽을 것 같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