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4화(234/245)
234
시야가 붉게 물들었고 전신의 감각이 흐릿하다.
몸 곳곳을 베이고 찔린 탓에 수많은 고통이 업습해야 정상이었지만, 이미 한스의 몸은 고통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린지 오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의 정신은 아주 맑았다.
“흐럇차아!!!”
파울루스 장군의 검을 받아낸 한스는 거창한 기합과 함께 순전히 근력만으로 파울루스 장군을 뒤로 멀리 밀어냈다.
“휴우… 다행히도 늦지 않았군.”
“….”
누가봐도 서있는 것 조차 힘들어 보이는 몸으로 여유 있는 척을 하며 괜찮냐는 듯이 이쪽을 향해 시선을 보내는 한스의 모습에 해영이는 금방이라도 울상이 될 것만 같은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상처가…”
“아, 이거 말인가? 스친 것 뿐이다.”
“….”
말같지도 않은 거짓말. 누가봐도 스치기만 한게 아닌 몸상태로 잘도 그런 거짓말을 하는 그의 바보같음에 해영이의 얼굴은 더더욱 미안함과 눈물로 일그러졌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한스는 조금 당황하며 멋쩍은 웃음을 억지로 지어보았고, 조용히 그녀를 뒤로 물러서게 하며 파울루스 장군을 향해 말했다.
“무장하지 않은 아녀자까지 해치려고 하다니, 대체 어디까지 떨어지신 겁니까 장군.”
“그러는 그대야 말로 정녕 반역자가 될 생각인가? 왕국의 뜻을 거스른 것도 모자라 방해하기 까지 한 주제에 잘도 말하는군.”
“…글쎄 말입니다. 전 애초에 왕국에 대한 충성심은 별로 없었던지라.”
“….”
말 한마디를 지지 않고 맞대꾸하는 한스의 모습에 파울루스 장군은 조금이지만 미간을 찌푸렸다.
[쿠구궁!]파울루스 장군의 주변으로 막대한 양의 오러가 방출된 것과 동시에 주변의 공기가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마스터 급과 그랜드 급의 격차를 손수 보여주려는 듯, 그렇게 고밀도의 오러를 내뿜은 그는 대전쟁의 영웅이라는 칭호에 걸맞은 위압감으로 한스를 향해 검을 겨눴다.
“큭…!”
제시간 안에 도착하여 해영이와 아이들을 위기에서 구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상황 자체는 좋아지긴 커녕 더욱 나빠졌다.
만전인 상태로도 이기는 것은 불가능. 더군다나 몸 상태가 이 꼴인 상태로는 1합도 버티지 못하고 개죽음을 당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적은 파울루스 장군 뿐만이 아니라 그의 옆에 있는 검은 로브의 마법사도 함께다.
복장이나 기운으로 봐서는 고위급 마법사. 최소 아크 메이지 수준일 것이다. 그렇게 수박 겉핡기 식으로 적의 전력을 파악한 한스 마이어는 어떻게든 머리를 굴리며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고 애썼다.
‘꼬맹이들과 저 여자를 먼저 도망치게 하는 것은 위험하다. 저 마법사 놈이 언제 움직일지 모르니…’
아이들과 해영이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와 고위급 마법사를 상대로 시간을 벌어야 한다.
말만 들어도 불가능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상황. 그러나, 현재의 한스에게는 그 불가능한 상황을 정면으로 타파하는 것 이외에는 별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저 마법사 놈은 데리고 가는 수 밖에…’
현재 본인의 상태로는 파울루스 장군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 조차 불가능하다. 애초에 상대는 그 대전쟁의 영웅이자 기사들의 정점에 선 그랜드 소드 마스터. 이미 인간의 범주를 아득히 넘어선 저것을 상대로는 승산이 없다.
하지만 반면에 마법사 쪽은 강자이기는 하나 파울루스와 동급은 아닐터. 어떻게든 거리를 좁혀 근접전으로 몰고간다면 아슬아슬하지만 승산이 있을 것이고, 만약에 시전자인 저 마법사 또한 결계의 영향을 받는거라면 처지하는 것은 더더욱 쉬울 것이다.
그렇게 판단한 한스 마이어는 점점 감각이 옅어지는 몸을 부여잡고는 기습적으로 적을 향해 돌진하였다.
그가 돌진하는 방향에 서있었던 것은 마법사 쪽이 아닌 파울루스 장군. 방금 전에 머릿속으로 짜놓은 계획과는 정반대로 행동한 한스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획된 속임수에 불과했다.
“흐읍!!”
“…어리석구나.”
기합으로 가득 찬 공격을 내지르며 돌진해오는 한스의 모습에 파울루스 장군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그의 공격을 전력으로 받아쳤다.
[키이잉!!!]금속이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며 거대한 충격파를 만들어냈다. 돌진하며 공격했던 입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스 마이어는 오러와 오러 사이의 격돌에서 발생한 풍압에 의해 말발굽에 차인 조약돌마냥 힘없이 날려져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온전히 그가 의도한 바였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로 밀려난 척, 그렇게 저 멀리 날려져버린 한스는 공중에서 급격하게 자세를 고쳐잡았다.
그렇게 그가 날려진 방향에 서있던 것은 다름이 아닌 검은 로브의 마법사. 일부러 파울루스 장군의 공격에 날려지는 것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마법사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는데 성공한 한스 마이어는 그대로 검을 양손으로 붙들고 마법사가 반응할 틈조차 주지 않은 채 목을 베어버렸다.
아니, 정확히는 베려고 하였다.
[팅!!]“?!”
아무런 저항없이 마법사의 목을 향해 날아들어가던 검날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갑작스레 튕겨져나온 것이었다.
‘바위…?!’
찰나의 순간 전 까지만 했어도 장애물 하나 없이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던 마법사와 한스의 사이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바위벽이 마치 방패처럼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기습을 노린 공격이였기에 일부러 검에 오러를 두르지 않았다. 때문에 한스의 검은 두터운 바위벽을 베어내지 못했고, 그렇게 한스의 기습을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낸 마법사는 냉담한 미소와 함께 손을 휘둘렀다.
[쿵!!]“커헉-!?”
거대한 바위 하나가 예고도 없이 땅 밑에서 드러나 한스를 정통으로 덮쳤다.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검을 방패삼아 직격타는 면했던 한스였지만, 거의 자동차 크기만한 바위에 부딪친 그는 그대로 거칠게 바닥을 구르며 튕겨져나갔다.
“아무래도 내가 너무 얕보인 모양이로군.”
영창도 없이 시전한 암석마법으로 한스를 간단하게 날려버린 마법사는 비웃는 듯한 말투와 함께 조용히 착용하고 있던 로브의 후드를 벗었다.
녹색 머리칼과 백색 피부. 채 스무 살도 되지 않아보이는 외모에, 유독 눈에 뜨이게 튀어나온 귀.
그렇다. 흐려진 시야 사이로 한스가 바라본 그곳에는 존재를 부정할 수 없는 엘프가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엘… 프?”
어째서 엘프가 파울루스 장군에게 협력하고 있는 것일까.
바닥을 만신창이로 뒹군 몸 상태 만큼이나 혼란에 빠진 한스의 정신은 현 상황을 도저히 제대로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불만은 없겠지 파울루스? 자네가 너무 질질 끄는 것 같아 일부러 힘조절을 하지 않았다만은.”
“…상관없다. 어차피 다 죽어가는 적과 싸워봤자 아무런 감흥도 없었을테니. 녀석은 네가 맡도록.”
아가레스의 물음에 파울루스 장군은 조용히 검을 거두며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렇게 검을 거둔 파울루스는 이내 나지막히 해영이와 아이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고, 이를 본 한스는 삐걱이는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어떻게든 파울루스를 막으려고 하였다.
“파울루스으!!!”
“이런, 대단한 인간이로군. 그런 몸이 되고도 움직일 수가 있다니.”
[콰광!!]날카로운 송곳의 형태를 한 바위들이 지면에서 드러나며 화살처럼 한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방해하지 마라!!”
하지만 그럼에도 한스는 날아드는 암석들을 오러를 두른 검으로 전부 베어내며 포기하지 않고 파울루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결국 한계를 넘어설 수는 없는 법이었다.
[쿵!!]거대한 바위들이 주위에서 솟아나 한스를 짓눌렀다.
“크윽…!!”
한스는 검과 함께 어마어마한 괴력으로 바위를 손으로 떠받치고는 그 육중한 무게를 견뎌냈다. 온 몸의 혈관이 비명을 지르며 한스를 압박하였지만, 거구의 소드 마스터는 이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러나 바위를 들고 버텨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한스가 바위 사이에서 발이 묶인 사이에 파울루스 장군은 이미 해영이와 아이들의 앞까지 도달한지 오래였다. 그러자 이에 해영이는 다시 한번 파울루스 장군을 막아서며 아이들을 지키려고 하였지만, 파울루스 장군은 그런 그녀를 향해 벌레를 치우듯이 검집을 휘둘렀다.
[퍼억!!]“!!”
해영이의 가녀린 몸은 검집의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옆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생전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에 그녀는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고,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지만 손가락 하나조차 제대로 까딱할 수가 없었다.
“해영이 이모!!”
수정이가 바닥에 쓰러진 해영이를 향해 다급하게 달려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냥 조금 넘어진 것 뿐이야.
울먹이는 수정이에게 그렇게 말하고 싶었던 해영이였지만 고통은 그녀에게 그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이모한테 무슨 짓이야아!!”
쓰러져버린 해영이를 보고 너무 화가 난 나머지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파울루스 장군을 향해 달려든 수정이였지만 그는 그런 수정이를 가볍게 붙잡아 제압했다.
“언니를 놔줘…!!”
수정이가 붙잡히자 세리가 드래곤 피어를 발산하며 어떻게든 파울루스를 제지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어린 헤츨링의 미숙한 드래곤 피어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를 억누르기에는 부족했다.
“…과연, 드래곤인가. 오래 전에 전부 사라진 줄 알았더만은, 살아 있는 개체가 있었군.”
“이익!!”
결계 때문에 마법도 쓰지 못하고 드래곤 피어도 통하지 않는다. 브레스라면 사용할 수 있었지만, 그랬다간 수정이까지 함께 휘말릴 것이 분명했기에 세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그저 작은 몸으로 파울루스의 다리를 붙잡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걸로 파울루스 장군의 앞을 막을 수는 없었다.
파울루스는 가볍게 다리를 털어 달라붙었던 세리를 떨쳐냈다. 가볍게 털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니자 소드 마스터의 기준으로 가볍게 턴 것이었기에 몸집이 작은 세리는 그대로 뒤로 밀쳐져 바닥을 굴렀다.
“으으으…”
드래곤인 덕에 어디 하나 부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세리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픔까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꽤나 심하게 바닥을 굴러버린 세리는 그렇게 아픔에 눈물을 글썽이며 언니를 데리고 멀어져가는 남자의 등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호오, 죽이려는 것 아니었나?”
수정이를 죽이지 않고 붙잡은 파울루스의 모습을 본 아가레스가 무척이나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세상에 단 하나 뿐인 하프엘프다. 생포해서 돌아가 연구해 보는 것도 네놈에게 나쁘지 않을 이야기다만.”
“하프엘프… 라고?”
붙잡은 은발머리의 소녀가 그냥 엘프가 아니라 하프엘프라는 파울루스의 말에 아가레스는 조금 놀란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놀란 것 보다는 호기심이 앞섰던 그는 이내 조금 광기가 서린 미소를 지으며 파울루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과연, 하프엘프라… 정말로 존재할 줄은 몰랐는데, 확실히 좋은 연구감이 되겠군.”
“….”
아가레스의 감탄사에 파울루스는 일말의 반응도 내비치지 않은 채 그를 지나쳤다.
“이거 놔!! 이 악당아!!”
파울루스에게 붙잡혀 있던 수정이는 계속해서 바둥거리며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했지만 고작 7살 짜리 소녀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손을 뿌리칠 수 있을리가 없었다.
“뒷처리는 네놈이 알아서 해라.”
수정이의 저항을 완전히 무시한 채로, 파울루스는 그렇게 아가레스를 향해 명령하듯 말하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러자 이에 아가레스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파울루스를 뒤로한 채 한스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인간치고는 정말로 재미가 없는 친구라니까. 그렇지 않나?”
“큭, 크아아아!!!”
아가레스의 조롱이 섞인 물음에 한스 마이어는 자신을 짓누르고 있던 바위들을 가까스로 떨쳐내곤 분노로 일그러진 얼굴과 함께 돌진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가 아가레스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오러는 바닥난지 오래고 몸은 이미 움직일 수 있는 것 자체가 기적일 정도로 엉망이다. 그런 상태로 고위급 엘프에게 달려든다 한들, 그저 무모한 돌격일 뿐이었다.
등 뒤에서 기습적으로 날아든 암석 파편들이 일제히 한스의 등에 박혔다.
“크학…!”
파편의 크기가 작았던 탓에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이미 부상이 심각했던 한스는 결국 상처를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은 채 쓰러졌다.
‘…이게 끝인가.’
더는 방도가 없다. 온 몸의 감각이 이제는 아예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혹사시켰던 몸을 이끌고 계속해서 싸우는 것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
시야가 점점 흐려지며 어두워지는 것을 느낀 한스는 좁아져가는 시야 사이로 저 멀리에 쓰러져 있던 해영이를 나지막히 바라보았다.
“….”
지키고 싶다. 평생 동안 사로잡혀있던 거짓된 복수심을 버리고,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생겼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평생동안을 쫒아왔던 목적도 잃어버렸던 자신에게 웃으면서 다가왔던 한 여자를 지키고 싶다.
“…후우-”
한스는 그런 생각과 함께 더는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몸을 비틀거리며 다시 한번 일으켰다.
더는 일어설 수 있는 상태가 아닌데 어떻게 몸을 일으킬 수 있었던 건지는, 한스 본인도 알지 못했다.
“아직도 계속하고 싶은건가? 자네도 아무 부질 없는 일이라는 것 쯤은 이미 알텐데.’
다 죽어가는 몸으로 포기를 안하고 계속해서 일어서는 한스의 모습에 아가레스가 그를 비웃었다.
그러나 한스는 그런 아가레스의 비웃음을 그저 실없이 웃음으로 맞받아치며 말했다.
“…내가 아는 어떤 악마가 그러더군. 안되면 되게 하라고.”
“…?”
주 6일 근무를 주구장창 하면서 죽을 것 같다고 항의할 때 마다 이한성이 늘 했던 말. 어째서 그런 말도 안되는 개소리가 지금 상황에서 떠오른 것일까.
“악마라니, 과다출혈로 머리가 이상해지기라도 했나보구나.”
허세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아가레스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한스를 비웃었다.
“왜? 이상하다니, 그게 이 나라에서는 사회적으로 아주 만연하게 돌아다니는 명언인데.”
“?!”
그러나 그렇게 아가레스가 한스를 비웃던 그 순간, 한 남자의 목소리가 도가 다른 비아냥거림과 함께 주변에 울려퍼졌다.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아가레스는 흠칫 놀라며 반사적으로 암석마법을 사용해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공격하였다.
[콰드득-]하지만 날려진 바위는 타겟에 명중하기도 전에 공중에서 돌가루로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산산조각 나버린 바위가 먼지로 변해 주변을 자욱하게 맴돌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먼지는 이내 갑작스럽게 불어온 부자연스러운 바람에 의해 흩어졌고, 그렇게 먼지가 걷히자 두 사람분의 그림자가 조용히 가라앉은 먼지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싸늘한 분노가 서려있던 얼굴과 함께.
“우리 애 어딨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