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5화(235/245)
235
“우리 애 어딨어?”
가라앉은 먼지 속 사이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나지막히 울려퍼졌다.
‘…뭐지? 방어 마법으로 막아냈다고?’
결계의 시전자인 본인 이외의 존재는 마법을 일절 사용할 수 없는 공간에서 난데없이 나타난 강력한 마력 반응에 아가레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너희는 누구지?”
갑자기 나타난 저들이 누구인지 확인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며, 아가레스는 서서히 걷혀가는 먼지 사이로 두 그림자들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들은 대답할 필요 없이 먼지 사이로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갈색 머리의 남자와 금발의 여자.
남자 쪽은 초면인데다 그 어떠한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기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아가레스였지만, 그는 금발의 여자 쪽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수가 없었다.
“너는…!”
“오랜만이야, 아가레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본 그 순간, 화연은 경악어린 얼굴을 한 아가레스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며 싸늘한 인사를 건넸다.
“아는 사이야?”
“조금은. 한때… 가족같은 사이였어.”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그렇게 대답하며 서리 같은 분노를 얼굴에 띄웠다.
아가레스. 한때 엘프 최고 장로이자 대마법사였던 엘레인의 유일한 제자. 그리고 엘레인의 손녀인 화연에게 있어선, 한때 친오빠와도 같았던 존재.
또한 동시에 엘프들을 배신하고 인간들의 편에 붙은 동족의 배신자.
“…과연, 너도 살아 있었는가. 아리엘.”
“….”
참으로 오랜만에 듣는 이름이었다. 지난 600년 동안 계속 화연이라는 이름으로만 살아왔던 그녀는 이제는 더 이상 본인의 이름처럼 느껴지지도 않는 자신의 옛 이름을 곱씹으며 바닥에 쓰러져 있던 해영이와 세리를 바라보았다.
“세계수의 관리자였던 엘레인의 피를 이어서인지 너도 이 결계 속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모양인가보군.”
아가레스가 소소하게 감탄하며 박수를 내쳤다. 그러나 화연은 그런 그의 행동에 그저 더더욱 싸늘해진 표정을 지을 뿐이었고, 이에 이를 지켜보고 있던 이한성은 저놈이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죽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하게 이해할 수가 있었다.
“…저놈 저거 왜 저렇게 반갑다는 듯이 떠드는거야? 미친놈이야??”
“….”
다 들리라는 듯이 큰소리로 귓속말 아닌 귓속말로 화연에게 물어보는 이한성의 모습에 아가레스는 일순간 표정을 구겨뜨렸다.
하지만 그렇게 표정이 구겨진 아가레스와는 달리, 화연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감돌았다.
“응, 미친놈 맞아. 힘 하나 때문에 동족들을 전부 배신한 미친 쓰레기지.”
“오, 한마디로 이완용 같은 놈이라는거네.”
죽이 척척 맞는 대화로 아가레스를 대놓고 도발하기 시작한 화연과 이한성. 아무리 아가레스가 도발을 하려 든다 한들, 한반도에서 나고 자란 두 남녀에 비하면 그의 도발능력은 새발의 피였다.
“…인간과 함께 지내다 보니 정신이 이상해진 모양이로구나. 아리엘.”
“돌아버린 건 너겠지 아가레스. 동족을 배신하고 인간들에게 붙었던 건 너잖아?”
“돌아버렸다니, 말이 심하군. 나는 그저 발전도 없이 굳은 채 고여버린 엘프들에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래서 숲의 결계를 풀어버리고 인간들의 침공을 도왔다? 수만명의 동족들이 죽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발전을 거부하는 생물이 도태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한 것이라곤 그저 그 과정을 더 빠르게 가속화 했던 것 밖에 없지.”
아가레스가 미소를 지으며 화연의 물음에 그렇게 대답하였다.
더 이상 들을 가치도 없는 개논리. 미친놈에게 아무리 논리로 반박하려 든다 한들 반박하는 사람만 피곤해질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역시 미친놈에게는 매가 약이지.”
[파지직- 쾅!!]갑작스럽게 하늘에서 생성된 벼락이 아가레스를 기습적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기습에 당황한 아가레스는 가까스로 바위벽을 만들어 벼락을 막아내었고, 이내 헛웃음과 함께 화연에게 말했다.
“지금 나와 싸우겠다는 건가? 그 몸으로?”
“….”
아가레스는 화연이 현재 홀몸이 아니라는 사실쯤이야 이미 그녀를 봤을 때 부터 진작에 파악하고 있었다. 마법사들에게 있어 태아의 마력을 감지하는 것 쯤이야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화연 또한,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임신 중인 몸으로 상위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뱃 속의 태아에게 큰 부담을 준다. 더군다나 안정기도 아닌 시기에는 더더욱 그렇다.
텔레포트도, 롱기누스의 창도, 어지간한 최상위 공격마법은 전부 사용 불가능. 같은 급의 대마법사를 상대로 그것이 얼마나 불리한 조건인지는 굳이 설명 할 필요조차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연은 최상위 마법 없이도 아가레스 따윌 이길 자신이 충분했다.
“아가레스.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말이야, 너는 그런 질문을 할 처지가 아니야.”
[딱!]화연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며 아가레스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그 순간, 아까와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위력의 번개가 내리치며 아가레스의 바위벽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콰과광!!]“?!”
롱기누스의 창- 아니, 그 어떠한 최상위 뇌전보다도 아득히 뛰어난 위력. 번개신이 손수 떨어뜨린 낙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위력을 눈앞에서 목격한 아가레스는 자신이 본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하하, 뱃속의 아이는 포기하기로 한 것이냐?”
“아니, 전혀.”
“…이런 신급의 마법을 사용해놓고도 잘도 그렇게 대답하는군. 방금 그 마법의 반동을 태아가 견딜 수 있을리가-”
아가레스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왜냐하면 화연의 몸에서 느껴지던 자그마한 생명의 마력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그런 대규모 마법을 시전하고도 뱃속의 태아가 멀쩡할 수가 있는 것일까. 아가레스는 그 잘난 머리를 굴려보았지만, 도저히 깨달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런 아가레스의 꼴이 웃기기 그지 없었던 화연은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혼란에 빠진 그를 위해 친히 설명해주었다.
“간단해. 방금 그건 마법이 아니니까.”
“…뭐라고?”
그렇다. 방금 화연이 내리치게 만든 낙뢰는 마법으로 시전한 것이 아니다.
화연이 시전한 마법이라곤 물 원소 마법과 그냥 일반 가정에서 사용되는 수준의 위력을 지닌 전기 원소 마법, 딱 이렇게 두가지 뿐이다.
마법을 통해 대기중에다 물입자를 대량으로 생성하여 적란운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후, 양전하와 음전하를 나열하여 그 사이에다 작은 스파크를 튀게 만든다.
그렇게 하면 작은 스파크로 인해 전류가 흐르게 되고, 그 결과로 수십억 볼트에 달하는 전압과 함께 중심점 온도가 태양의 표면온도를 훌쩍 뛰어넘는 위력의 기상현상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마법에다가 과학을 응용한 공격법. 마법사이자 엘프인 신분으로 지구에서 600년 동안이나 살아왔던 화연만이 가능한 편법.
아직도 발전도가 중세시대에 머물러 있는 테라리움 대륙에서만 마법을 연구하고 단련시켜왔던 아가레스는 꿈도 꾸지 못할 방법이었다.
“넌 모를거야. 알려줘도 모를거고.”
“크윽…! 나를 얕보지 마라!!”
자신을 비웃는 화연의 미소에 분노한 아가레스는 그대로 수십개의 바위창들을 소환해 그녀에게 날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화연은 그렇게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바위창들을 낙뢰로 일일히 요격하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그렇게 두 엘프들의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싸움이 시작된 틈을 타 서둘러 한스에게 달려갔다.
“야 임마, 괜찮냐? 죽은 거 아니지?”
“…쿨럭! 시끄럽군. 아직 살아있다.”
몸 곳곳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꼴과 함께 한스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수정이는 어딨어?”
“…놈이 데려갔다.”
“….”
한스가 파울루스 장군이 사라진 방향을 가리키며 대답하자, 이에 이한성은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며 입을 다물었다.
놈이라는게 누굴 말하는지 그는 알지 못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한성에게 중요했던 것은 수정이가 납치되었다는 것. 오로지 그 사실 뿐이었다.
“…이거 좀 마시고 나아지면 세리랑 해영이 데리고 여기서 나가 있어.”
이한성이 인벤토리 창을 열어 [세계수의 이슬]을 꺼내고는 한스에게 한병 건네주며 그렇게 당부했다. 그러자 한스는 세계수의 이슬을 순순히 받으면서도 괜찮겠냐는 듯이 그에게 물었다.
“놈은 네가 상대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다. 괜찮겠나?”
“그럼 뭘 어떡하라고. 애가 납치됐는데 세상에 가만히 있는 아빠가 어딨어?”
“…그렇군. 내가 쓸데없는 것을 물었군.”
너무나도 확고한 이한성의 대답에 한스는 쓴웃음을 지으며 세계수의 이슬을 들이켰다. 그러자 심각하던 그의 부상들은 천천히, 하지만 빠른 속도로 나아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한스는 회복되어가는 몸을 이끌며 해영이와 세리를 업어들었다.
“살아서 돌아올 생각은 있는거겠지?”
“당연하지.”
벽에 똥칠할 때 까지 잘 먹고 잘 살 생각인데 벌써부터 죽을 생각 따윈 없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해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
셋째 이름도 지어줘야 하고, 집에 돌아가서 구멍난 천장도 수리해야 하고, 가게 마감도 해야 하고, 그동안 바빠서 못했던 결혼식도 해야하고, 말하자면 끝도 없다.
그러니 죽지 않을 것이다. 살아서 수정이를 데려와 잔소리를 한바가지 정도 붓고, 귀에 딱지가 얹힐 때 까지 또 잔소리를 부은 다음에 사과할 거다.
제대로 말해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아빠 주제에 언젠가 곁을 떠나갈 네가 두려워서 고집을 피웠다고.
그렇게 스스로에게, 그리고 수정이에게 마음 속으로 한 약속을 되새기며 이한성은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아빠로서.
—————————
“이이이익!!”
“….”
인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모노톤색의 거리에서 한 소녀의 기합소리가 기운차게 울려퍼졌다.
“이거 놔아!! 노으라고~!!”
갑옷에 칼을 든 이상한 사람에게 붙잡힌 이후로 줄곧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안간힘을 다하던 수정이. 손을 깨물어보기도 하고, 옆구리를 꼬집어 보기도 하고, 겨드랑이를 간지럽혀보기도 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파울루스 장군의 손길을 뿌리치려고 했던 수정이였지만, 애석하게도 그 무엇도 소용이 없었다.
“…네 아비처럼 포기할 줄을 모르는군.”
평범한 아이였으면 진작에 힘이 빠져 포기했을텐데도 계속해서 저항하려드는 수정이의 모습에 파울루스는 나지막히 감탄을 내뱉었다.
“무슨 소리야! 울 아빠는 엄청 포기 잘하거드은?!”
하지만 그런 파울루스 장군의 감탄에 수정이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더욱 거세게 저항할 뿐이었다.
수정이에게 있어서 아빠라고 하면 오직 이한성 뿐. 그리고 수정이가 생각하는 아빠는 늘 언제나 해보고 안되면 깔끔하게 포기하는 글러먹은 버릇이 있는 어른이다.
하지만 파울루스가 말하는 수정이의 아비는, 이한성이 아니었다.
“…과연, 친아비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는건가.”
“?”
친아비의 이야기를 꺼낸 파울루스 장군의 말에 수정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이에 그는 친히 하프엘프 소녀에게 물었다.
“알고싶나? 네 친아비에 대해서?”
아이로서 궁금하지 않을리가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친부모에 관한 이야기이니.
그렇게 생각한 파울루스는 무미건조한 시선으로 붙들고 있던 수정이를 바라보며 아이의 반응을 살폈다.
그러나 수정이의 반응은 그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아니, 안궁금한데.”
발버둥치기를 그만 두곤 정색하며 1도 관심이 없다는 표정과 함께 대답한 수정이. 그런 수정이의 반응에 파울루스는 조금의 당혹스러움을 내비쳤고, 수정이는 그런 그에게 궁금할 이유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난 아빠가 있써! 다른 아빠는 필요없써!”
“…네가 말하는 그 아비라는 자가 널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냐?”
너무나도 확고한 수정이의 대답에 파울루스는 이해할 수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조금도 고민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 아빤 아빠야! 세상에서 제일가는 쫌생인데다가 거짓말만 잔뜩 하구 짠돌이지만 하나뿐인 내 아빠라구!!”
잠시 잠잠했던 수정이가 다시 요란하게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파울루스는 아무말 없이 수정이를 바라보았고, 이내 발걸음을 멈춰섰다.
수정이의 말에 무언가 생각이 변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목적지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아가레스가 주변 일대에 결계를 펼치기 위해 세계수의 가지를 길바닥에 꽂아넣었던 장소.
“힉…”
주변에는 한스의 발을 묶는데 실패하여 목숨을 잃은 기사들의 시신이 널려져 있었다. 어른이 보아도 심신이 미약해질 수 밖에 없는 광경을 본 수정이는 재빠르게 고개를 돌리고는 눈을 꼭 감았고, 이내 저도 모르게 떨면서 무서움을 꾹 참기 시작했다.
‘…과연, 아이는 아이라는건가.’
본능적으로 겁을 먹어버린 수정이의 모습에 파울루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조용히 마법 스크롤 한장을 꺼내들었다.
차원 이동 마법식이 담겨진 스크롤. 대마법사 엘레인의 미완성이었던 마법을 세계수의 힘을 빌려 보안해낸 이 차원이동 마법식은 사용시 시전자를 시간과 공간의 오차 없이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
[찌익-]파울루스는 간단히 스크롤을 찢어 발동시켰다. 그러자 이내 스크롤에 새겨져 있던 마법식이 주변의 마력과 반응하여 바닥에 새겨지기 시작했고, 세계수의 가지 옆에 자그마한 균열을 만들며 다른 세계로 향하는 통로를 잇기 시작했다.
“뭐, 뭐하는거야?”
“네가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데려가려는거다.”
“!!”
순간 수정이의 얼굴이 충격으로 가득 물들었다.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간다. 그 뜻은 자신이 태어난 곳, 이른바 [고향]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
아무리 수정이가 어리다곤 하지만 그정도의 뜻을 알아듣지 못할 정도로 수정이는 어리지 않았다.
‘저기를 지나가면… 고향이란 곳이 있는거야…?’
아빠에게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을 듣지 못했던 장소. 누구에게나 있지만 자신은 알지 못하는 장소가 저 균열 너머에 있다.
궁금하다. 그곳이 어디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다. 수정이는 그런 생각들이 조금씩 머릿속을 지나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수정이는 순순히 따라가고 싶지가 않았다.
“…시러.”
왜냐하면 이대로 이 낮선 사람을 따라 고향으로 가게 된다면 다시는 되돌아 올 수가 없을 것이라는 걸 직감적으로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시러!!”
수정이가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격렬하게 저항하기 시작했다.
고향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기는 했으나 그곳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다.
그곳에는 아빠도 없고, 엄마도 없으며, 세리또한 없고, 이모와 삼촌, 그리고 할머니도 없다.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도 없는 세계. 자신이 태어난 곳이지만, 자신이 알고있는 사람은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
아무리 고향이라 한들, 그런 세계에 홀로 떨어지게 된다면 그것이 얼마나 무서울지, 수정이는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다.
“포기해라. 저항한다 한들 아무 소용 없으니.”
얼마나 거세게 저항하는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인 파울루스 조차 애를 먹을 정도의 힘으로 발버둥치는 수정이의 반응에 그는 더더욱 아이를 거세게 붙들으며 그렇게 충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런 파울루스의 말에도 불구하고 수정이는 계속해서 저항할 뿐이었다.
“아빠…!!”
애타게 아빠를 찾는 수정이의 외침이 주변에 한가득 울려퍼졌다.
그러자 그 순간, 수정이가 그토록 바라고 또 원하던 목소리가 되돌아오며 두려움에 떨고 있던 수정이를 진정시켰다.
“어 그래, 불렀어?”
“!!”
갑작스럽게 되돌아온 목소리에 수정이는 우는 것도 잊은 채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소녀가 에메랄드 색 눈동자로 바라본 그곳에 서있던 것은 한 아이의 아버지.
피라고는 조금도 이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의심할 여지가 없이 아빠인 사람. 늘 잔소리를 하고 쉽게 화를 내며 안된다는 말만 반복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아빠인 사람.
언제나 늘 그랬듯이 부르면 귀찮다면서도 달려와서 말을 들어주는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아빠!!”
너무나도 보고 싶었던 아빠의 모습에 수정이는 울던 것도 잊은 채로 웃으며 이한성을 향해 외쳤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웃으며 수정이를 바라보았고, 이내 수정이를 붙들고 있던 파울루스에게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애 내놔 납치범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