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6화(236/245)
236
“우리 애 내놔 납치범 새끼야.”
손끝이 희미하게 떨린다. 쓰러져 있는 주변의 시신들에 자꾸만 시선이 가려고 한다.
살면서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목격하지도 못했던 상황. 칼을 든 납치범 따위가 아닌, 전문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걸 훈련받은 괴한을 맞딱뜨린 절체절명의 위기.
수정이를 돌려받기 위해 이곳까지 와 파울루스의 면전에다 대고 큰 소리를 쳤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 상황이 무섭지 않은 것은 전혀 아니었다.
‘…떨고 있는 걸 들키지는 않았겠지? 그러면 괜히 쪽팔리는데.’
자식의 앞에서 잘난척을 있는 대로 하려는 것은 세상 모든 아빠들의 종특이다. 세상에서 자식에게 잘 보이고 싶은 아빠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멋지다고, 대단하다고, 최고라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러니 아무리 지금 상황이 두렵고 겁이나도 그것을 내색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과 함께 몸과 마음을 단단히 붙들으며 이한성은 파울루스를 노려보았다.
“…넌 누구지?”
“보면 몰라? 니가 납치해간 애 아빠다.”
파울루스의 물음에 이한성은 최대한 센 척을 해보이며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나 그런 이한성의 허세는 이미 진작에 전부 들통나 있었다.
“너에게는 마력도, 오러도,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는군. 그렇다고 단련된 전사의 몸을 지닌 것 같지도 않고.”
“….”
파울루스 장군이 허세를 부려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팩트다. 방금 그가 말한 것은 하나같이 전부 다 사실이다.
이한성은 어디까지나 잔머리가 좀 좋을 뿐인 일반인. 시스템의 도움을 받아 스킬들을 사용 할 수 있다고는 하나, 과연 그 스킬들이 저 납치범을 상대로 먹힐지 아닐지는 확신할 수 없는 이 상황 속에서 그는 너무나도 무력한 아빠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그 사실을 부정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맞아. 난 흔하게 널린 일반인이야. 칼을 쓸 줄 아는 것도 아니고, 미필이라서 총도 쏠 줄 모르지.”
주먹을 쓰는 것도 학생 때 잠깐 휘둘렀던 것이 전부라서 사실상 싸우는 법은 거의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저 갑옷과 칼로 무장한 괴한을 상대로 이길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럼 대체 무슨 자신으로 나를 막으려고 하는 것이지?”
본인이 약하다는 사실을 싸우기도 전에 전부 인정해버리는 이한성의 모습에 파울루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난 저 애의 아빠니까. 아빠되는 사람이 딸이 납치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을리가 없잖아?”
능력이 모자라도 상관없다. 가능성이 없더라도 상관없다.
아빠가 된 이상 부모로서 자식을 지킨다. 능력이 없든, 가능성이 없든 그 뭐든간에 자식을 구한다. 피는 이어지지 않았어도 수정이의 아빠인 이상, 그것은 이한성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짊어지기로 다짐했던 부모로서의 책임이다.
“…과연, 나쁘지 않은 정신이로군.”
파울루스 장군은 소소하게 감탄을 내뱉으며 조용히 수정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수정이는 이내 졸린 듯이 눈을 꿈뻑이며 잠들었고, 파울루스는 그런 수정이를 잠시 바닥에 내려놓고는 검을 꺼내들었다.
“어디 한번 증명해 보도록 하여라. 입만 산 것인지, 아니면 그 정신에 걸맞은 신념이 있는 것인지.”
“….”
검을 겨누며 그렇게 말하는 파울루스의 모습에 이한성은 순간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은 기분을 느끼며 극도의 긴장감을 받았다.
“…거 참, 무기 없는 사람한테 칼을 겨누고 있는 주제에 잘도 그렇게 말하네.”
조금이라도 긴장을 풀기 위해 이한성은 농담조인 목소리로 말하며 당장이라도 뒷걸음질 치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
소드 마스터인 한스 조차 이기지 못한 강자를 상대로 맨손이였던 그는 이내 식은땀이 어린 웃음과 함께 인벤토리 창을 열었고, 무언가를 나지막히 꺼내들었다.
도신의 절반이 떨어져나간 칠흑색 장검. 이그니스 왕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화염의 문양이 거칠게 회손되어 있는, 어느 추방당한 기사의 부러진 검.
“네놈이 어떻게 그 검을…!!”
파울루스는 그 검을 잘 알고 있었다.
어찌 모를 수가 있을까. 자신의 왼쪽 눈에 흉터를 남긴 저 검을, 그리고 그 검의 주인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아저씨도 이 검을 아나봐? 꽤 유명했던 사람 거 라던데.”
“…대답해라. 대체 그 검을 어디서 난 것이지?!”
“글쎄, 그냥 착한 일 하니까 주더라고.”
예전에 예은이네 가족문제를 해결하고 퀘스트의 보상으로 얻었던 검 한자루. 다 부러진데다가 21세기에서 칼을 써먹을 일이 없었기에 그저 애물단지로만 남아있었지만, 설마 이렇게 절체절명의 순간에 쓰이게 될 줄은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부러진 검의 도신을 어루만졌다.
“[리커버리.]”
“?!”
칠흑색의 도신에 밝은 빛이 스며들며 부러진 검날을 감싸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파울루스 장군의 품 속에 있던 부러진 검의 나머지 조각 또한 함께 공명하며 시간을 거스르듯 그의 품을 빠져나와 검의 본체와 하나가 되었다.
“네이놈…”
지금까지 단 한번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파울루스의 얼굴이 분노, 혹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런 그의 반응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본래의 모습을 되찾은 장검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녹스터 아스토니아의 장검] [내구도: S] [마력 전도율: S] [살상력: S] [이그니스 왕국의 그랜드 소드 마스터, 녹스터 아스토니아가 전국 검술 대회에서 승리하여 평민 신분 최초로 작위를 수여받고 왕으로 부터 하사받은 순수 미스릴제 장검.인간을 위해 휘두르라고 하사받은 그의 검은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인간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거칠게 훼손된 왕국의 문양이 이를 증명하듯이.]
“….”
[의심병자의 눈]으로 부터 얻어낸 검에 대한 정보가 시스템 창을 통해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동안은 부러져있던 탓인지 읽을 수가 없었던 정보를 이제서야 확인하게 된 그는 왠지 모르게 가슴 한켠이 무거워진 듯한 기분을 느끼며 입을 다물었다. [띠링-] [스킬: 마인드 싱크의 조건이 충죽되었습니다.]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Yes.]”
새롭게 떠오른 알림창에 이한성은 고민할 것도 없이 그렇게 대답하였다. 그러자 그 순간, 검으로 부터 푸른 빛이 새어나오며 그의 시야를 한가득 채워나갔다.
[스킬: 마인드 싱크를 사용합니다.] [검에 기록된 사념이 재생됩니다.]그리고 그렇게, 이한성은 천천히 가라앉았다.
녹스터 아스토니아라는 인간이 지녔던 기억이라는 이름의 바다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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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터 아스토니아.
아니, 녹스터라는 이름의 남자는 이그니스 왕국의 변방에서 태어난 천애고아였다.
부모도, 가족도 없는 외톨이. 태어나자 마자 길거리에 버려져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죽었어야 했던 가여운 목숨.
변방의 작은 마을이라서 그랬을까. 인심이 좋았던 마을 사람들은 그런 고아였던 아이에게 녹스터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먹을 것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하루는 빵집에서. 그리고 그 다음날은 술집에서. 그러다가 또 다음날은 여관에서, 그렇게 녹스터는 매일같이 다른 집에서 밤을 보내며 마을사람들의 보살핌을 받아왔다.
그는 부모가 없었으나 마을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그런 보살핌 속에서 자라온 그는 어렸을 때 부터 특출나게 힘이 좋았던 몸으로 사람들의 일을 도왔다.
빵집에서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술집에서 청소를 하며, 때로는 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기사들의 허드렛일을 자처하는 식으로, 녹스터는 유년기를 보냈다.
특히나 타고난 힘이 좋아서인지 그는 기사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다. 기사들 또한 말을 잘 듣고 넘쳐나는 힘으로 자주 도움을 줬던 녹스터를 마음에 들어했고, 그렇게 녹스터는 자연스럽게 그들과 가까이 지내며 검을 다루는 법을 배우게 됐다.
아니나 다를까 그에게는 검에 관해 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재능이 있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오러를 타고난 수백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한 천재였고, 검을 배우기 시작한지 2년도 되지 않아 그는 마을의 기사들을 훌쩍 뛰어넘는 실력을 지니게 되었다.
그런 그의 천부적인 재능은 남들의 질투를 사기 쉬운 꼬투리였지만 사람들이 좋았던 기사들은 그 누구도 그의 재능을 질투하거나 방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은 녹스터의 재능을 높이 사 있는 인맥 없는 인맥까지 전부 동원하여 그에게 더 나은 스승을 붙여주었고, 그렇게 그는 나날히 성장하며 종래에는 그 스승조차도 뛰어넘어버렸다.
더 이상 테라리움 대륙의 그 어느 검사에게도 배울 것이 남아있지 않았던 녹스터는 15살이 되던 해에 마을을 떠나 용병들과 함께 여정을 떠났다. 크게 벌어 돌아와서 그동안 자신을 보살펴주었던 마을사람들에게 그 보답을 하고자 해서였다.
그 나이때 이미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있던 녹스터는 용병들과 함께하면서도 수많은 경험을 하였고, 또 수많은 업적들을 세웠다.
오크들로 이루어진 악명 높은 산적들을 단신으로 소탕하고, 봉인되어 있던 던전의 주인을 단신으로 처지하였으며, 수인들과의 분쟁에서 대활약을 하여 도시 하나를 다친 이 하나 없이 구해내는 업적까지 세울 정도로, 그의 명성은 높아졌다.
그렇게 그는 어느새 부턴가 용사라고 불리기까지 하였고, 그런 그의 업적들은 수도의 국왕에게까지 전해져 관심을 끌기까지 하였다.
이 모든 것을 4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이루어낸 그는 19세가 되었던 해에 본래라면 귀족들만 참가할 수 있는 제국검술 대회에 참가 할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미 용병으로서의 명성도 높을대로 높아졌고, 남은 것은 마을의 부흥 뿐이었던 그에게는 검술 대회에 참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당시의 제국 검술대회 최연소 우승자, 녹스터. 그랜드의 작위만 주어지지 않았을 뿐. 이미 진작에 그랜드의 경지에 들어서 있던 그에게는 우승자로서 거액의 상금과 귀족의 작위가 주어졌다.
천애고아인 녹스터가 아닌, 그랜드 소드 마스터 녹스터 아스토니아 후작. 왕실 기사단의 새로운 단장이자, 역대 최연소 그랜드 마스터.
불과 20세가 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인간이 이루지 못할 것들을 전부 이루어낸 그에게는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었다.
그동안 번 돈들로 마을의 부흥을 이루어냈고, 본인이 그토록 원했던 것 처럼 이야기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명성을 얻었으며, 바라진 않았지만 없어서 나쁠 게 없는 작위까지 얻었다. 이 이상으로 이룰 것이 남아있는게 더 이상했다.
남은 것은 단장직을 수행하며 남은 일생동안 될 수 있는대로 조용조용 한가로이 사는 것 뿐.
다행스럽게도 욕망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는 일평생을 그렇게 편하게 살아갈 자신이 있었다.
…세상이 그의 운명을 영원토록 바꿔놓기 전 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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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스터 아스토니아.”
“….”
“녹스터 아스토니아, 일어나라.”
“….”
햇빛이 아주 좋은 봄하늘 아래에서, 조용히 풀밭에 누운 채 잠들고 있던 남자에게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긁적긁적-]어지간히나 곤히 자고 있었는지 남자는 이름을 수차례나 불렸는데도 불구하고 바지 속이나 긁을 뿐, 아무런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그러자 그렇게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어보이는 녹스터의 모습에, 이름모를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방법을 달리 해보았다.
“아, 로렌스 경.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이쿠야!! 어서오십쇼 로렌스 경!! 결코 낮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행의 일환으로 잠시 명상을…”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아무리 불러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던 녹스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벌떡 일어서며 두 눈을 부릅뜨고 예의를 갖춰 인사를 전했다.
그러나 그가 인사한 방향에는 로렌스 경이라는 이름을 지닌 인물은 커녕 개미 한마리도 없었다.
“…야 임마 파울루스, 너 진짜 이러기냐?”
속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녹스터는 그 녹색 눈을 번떡이며 자신의 꿀같은 단잠을 방해한 부단장, 파울루스를 째려보았다. 그러나 이에 파울루스는 무뚝뚝한 얼굴로 노려본다 한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할 말만 이어나갈 뿐이었다.
“로렌스 경으로 부터 임무가 하달되었다.”
“임무? 갑자기 왠 임무? 왜 또, 북쪽 국경에서 오크들이 시비를 건대?”
녹스터가 임무라는 말을 듣기 무섭게 귀찮다는 티가 팍팍 드러나는 얼굴로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물었다.
“아니. 북쪽이 아니라 남쪽이다.”
“…남쪽? 거기에 뭐가 있다고. 그쪽에 있는 거라곤 나무들 밖에 없잖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엘프들이 거주하고 있는 숲과 그들이 관리하고 있는 세계수, 이드그라실이 있는 곳이지만 세계수든 엘프든 간에 이그니스 왕국에 위협이 될 만한 존재들은 전혀 아니다.
“휘하 기사단을 이끌고 마탑 놈들을 호위하라더군. 아무래도 엘프들의 땅에서 조사할 것이 생긴 모양이다.”
“아니, 마탑 놈들 호위를 왜 우리가 맡아…? 그놈들 호위야 인근 국경에 위치한 수비대 한테 맡기면 될 거 아냐.”
녹스터와 파울루스가 속해있는 왕실 기사단은 이그니스 왕국의 최정예 병력. 굳이 마탑의 인원들로 구성된 조사단을 호위하기 위해 남쪽 끝자락까지 파견 나가기에는 조금 수지가 맞지 않은 고급 인력들이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우리들은 그저 시키는대로 하면 될 뿐이지.”
“뭐… 그거야 그렇다만은.”
확실히 굳이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맡은 임무만 충실하게 수행하면 그만일 뿐.
파울루스의 말에 동감한 녹스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옷자락에 붙은 풀들을 털어냈다.
“그럼 언제 출발하는데?”
“내일 새벽.”
“쯧… 이왕이면 점심은 먹고 출발할 것이지.”
새벽에 출발하는 것 만큼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따로 없다. 늦잠을 자는 것이 버릇이었던 녹스터는 그렇게 대놓고 불평을 내뱉으며 잔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근데 말이야. 꼭 내가 같이 갈 필요는 없지 않냐?”
“단장인 주제에 잘도 그런 말을 하는군.”
“아니아니, 생각해 봐. 고작 조사단 하나 호위 하는데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둘이나 따라갈 필요는 없잖아?”
“전력은 언제나 많을 수록 좋은 법이다.”
“그래서 어지간한 도시 하나는 가뿐하게 점령할 수 있는 괴물 둘을 보내겠다?? 아니, 누가 보면 호위 임무가 아니라 엘프들 토벌 임무인 줄 알겠다 그래.”
녹스터가 비아냥 거리며 말도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고지식한 파울루스 부단장이 그의 말에 공감하는 일은 절대로 없었다.
그랬기에 파울루스는 일할 마음이 전혀 없어보이는 자신의 상관이자 친우인 녹스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미끼를 던졌다.
“…가서 엘프들의 마을에 숙박을 할 예정이라더군.”
“!!”
귀찮음과 불만만 가득해 보이던 녹스터의 얼굴에 일순간 관심이 번뜩였다.
“…며칠 동안 있을 예정인데?”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가기 싫다고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던 녹스터가 180도로 변한 사람처럼 파울루스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파울루스는 한심하다는 시선으로 제 상관 겸 친구를 바라보며 나지막히 대답했다.
“한달이다.”
“당장 준비하도록 하지!!”
엘프 하면 미녀, 미녀 하면 눈호강. 그리고 나이가 나이인지라 여자라고 하면 껌뻑 죽는 녹스터에게 있어 엘프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오로지 단 하나만을 뜻했다.
미녀들을 꼬셔서 아주 므훗한 원나잇을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뜻을.
“그럼 어디 한번 즐기러 가 보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