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3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38화(238/245)
238
“에엑따??”
머리가 깨질 것 같다. 속이 울렁거린다. 물구나무를 서고 밤새도록 뺑뺑이를 돈 것만 같은 기분에 녹스터는 아침일찍 깨자마자 요상한 소리를 내뱉으며 몸을 벌떡 일으켰다.
“읔… 머리가…”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갑작스럽게 몸을 일으키니 더 돌아가실 지경이다. 지금 천장이 뒤집힌 건지 아니면 자신이 뒤집혀 있는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숙취에 시달리던 녹스터는 비틀거리는 몸과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무것도 기억이 안나는데.”
기억이 중간부터 뚝 끊겨있다. 어젯밤에 술집에 엘프를 꼬시러 갔던 것 까지는 어찌저찌 기억이 났지만,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조금도 기억이 나지 않았던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으며 궁시렁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술 때문에 기억이 끊겼었다고…? 이 내가??”
녹스터의 주량은 인간 중에서도 가희 최강. 드워프들의 폭탄주를 잔이 아니라 통 째로 들이켜도 뻗지 않을 정도의 경이로은 주량을 지녔던 그가 고작 엘프들의 술 몇잔을 마시고 뻗었다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렇게 검술보다 자신있는 주량에서 자신이 이러한 추태를 보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던 녹스터는 결코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우선 옷 부터 입고 상황을 정리해야겠군.”
너무나도 큰 충격에 그제서야 자신이 현재 나체로 서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조용히 침대 주변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던 본인의 옷을 주섬주섬 챙겨입었다.
[부스럭-]“?!”
그러자 그렇게 그가 간신히 하의만 겨우 걸쳐입었던 그 순간, 침대에서 인기척이 들려와 그를 까무라치게 놀라게 만들었다.
“누, 누구냐!!”
너무 놀랐던 나머지 반사적으로 오러 블레이드까지 꺼내든 그는 자꾸만 부스럭거리는 침대 시트를 바라보며 바짝 긴장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자신이 어젯밤에 다른 누군가와 동침했다는 것을 전혀 기억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
녹스터의 외침에 잠에서 깬 듯한 정체불명의 인물은 뒤집어 쓰고 있던 이불을 걷어내고는 부스스한 눈과 함께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녹스터는 반사적으로 감탄을 내뱉을 수 밖에 없었다.
“오.”
왜냐하면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난 인물은 보자마자 숨이 터억 막힐 정도의 외모를 지닌 미녀였기 때문이었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지푸라기 하나 걸치고 있지 않은 채였던 건 덤이었고.
‘은발을 지닌 엘프…? 잠깐, 뭐가 생각 날 것 같은데…’
누구인지 모를 엘프 여성의 옷 하나 걸치지 않은 상체를 한참동안이나 뚫어져라 쳐다보았던 녹스터는 뒤늦게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무언가가 떠오를 것만 같다는 기분과 함께 숙취로 인한 두통으로 가득한 머리를 붙잡고 기억을 뒤집어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현듯 깜깜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기억이 갑작스럽게 터진 둑 마냥 밀어들며 녹스터의 두통을 싹 날려버렸다.
“오, 솔레이스이시여.”
기억났다. 저 여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다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나버렸다.
‘그래, 난 분명 어젯밤에 저 여자를 꼬시려고 술을 퍼마시다가…’
먼져 취해버려서 온갖 추태를 다 보였었다. 바닥에 빈대떡을 빚었던 것은 물론이고 저 여자한테 매달려서 울고 불고 난리를 피웠던 것 까지 전부 포함해서.
그러다가 취기에 둘이서 아주 므훗한 원나잇을…
“이런 제기랄!! 기억이 선명하지가 않아!!”
웟나잇을 했다는 건 분명하게 기억이 나지만 그 과정은 조금도 기억나지가 않는다. 저렇게 훅 보면 억 소리가 나는 미인과 함께 동침을 해놓고도 그 좋은 시간을 고블린 발톱 만큼도 기억 할 수가 없었던 녹스터는 본인의 머리를 쥐어잡은 채 절규하며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였다.
“…저기.”
막 미친놈처럼 소리치고 절규하는 녹스터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은발의 엘프 미녀, 루나가 나지막히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제서야 자신이 또 다시 저 여성 앞에서 추태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한 녹스터는 재빠르게 진정하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대답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레이디?”
“…생긴 것 같아.”
“…예?”
생기다니요? 뭐가??
순간 아주 불길한 기분이 녹스터의 감을 스치고 지나갔다. 타고난 제 6감과 다름없는 재능으로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아주 주옥되게 생긴 상황에 쳐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애써 생각하는 것을 거부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그… 생긴 것 같다니, 당최 무슨 소리이신지…”
“아기.”
“컼!!!!”
거짓말 안하고 녹스터의 입에서 피가 울컥 쏫아져나왔다. 전력으로 돌진하는 미노타우루스에게 치이고도 뼈 하나 부러지지 않았던 그가 피를 토해낸 것은 이번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조, 좃됐다…’
좃을 좃대로 눌리다가 진짜 좃된다는 소리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구나. 남들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게 본인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녹스터는 한참동안이나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
그런 녹스터의 창백해진 반응을 본 루나가 알겠다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갑자기 무척이나 슬픈 얼굴을 짓기 시작한 그녀의 모습에 녹스터는 마치 천하의 개새끼가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저 예쁜 얼굴로 저런 표정을 짓고 있으니 도저히 내뺄 수가 없다. 아니, 애초에 상대가 저런 표정을 짓고있든 짓지 않고 있든 간에 이 상황에서 내빼면 개새끼가 되는 것은 매한가지였지만 아무튼 저 얼굴은 양심에 매우 헤로운 얼굴이었다.
“큼큼! 저는 사내로서 하룻밤의 실수에 책임을 지지 않을 정도로 글러먹은 인간은 아닙니다. 이그니스 왕국 기사단 단장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죠.”
“…책임?”
아이가 생겨버린 이상 제대로 된 책임을 지겠다는 녹스터의 말에 루나는 선뜻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에게 제대로 아내의 대우를 해드리겠다는 겁니다. 그… 태어날 아이도 아버지로서 책임을 지고.”
파병 나왔다가 사고를 쳐서 애를 만드는 경우는 기사단의 계율에 어긋나는 중죄. 하지만 그럼에도 녹스터는 들킬 위험을 각오하고라서도 제대로 된 책임을 질 생각이었다.
“…그 말은 나와 결혼 하겠다는 뜻이야?”
루나는 녹스터가 지겠다는 책임이란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렇게 확인차 그에게 물었다.
“그… 결혼은… 좀 생각을 해봐야겠군요. 제가 당장 결혼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닌지라…”
책임을 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혼이었으나 그러기엔 서로 만난지 하루 밖에 되지 않은 사이다. 게다가 현재 녹스터는 이곳에 조사단의 호위로서 파병나온 기사의 신분. 파병지인 이곳에서 덜컥 결혼을 당장 한다고 해도 한달 뒤에 왕국에 복귀해야 할 그가 엘프인 그녀를 데리고 돌아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내가 알기로 엘프들은 숲 밖으로 나오기 위해선 장로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던데… 그것도, 밖에서 있을 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고 말이야.’
엘프들은 법례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종족이다. 그런 그들이 선뜻 법례를 눈감아 주고 그녀를 순순히 인간들의 영역으로 보내주려고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힘들다.
“하지만 걱정마시죠. 결혼은 당장 힘들지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책임을 질테니.”
꼭 결혼을 해야지만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게 왠지 모르게 변명같은 기분이 들어 양심에 가책이 생기는 생각과 함께, 녹스터는 검을 뽑아들어 바닥에 꽂아넣은 채 무릎을 꿇었다.
기사들이 영혼과 오러를 걸고 행하는 맹약.
“나, 녹스터 아스토니아는 맹세하겠다. 그대와 그대의 품 속에 살아있는 생명을 이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지키겠노라고.”
한번 선언한 맹약은 행한 자의 숨이 끊어지는 날 까지 유효하며 절대적으로 지켜져야만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맹약을 이행하지 못한 대가를 치뤄야 하기 때문에.
치뤄야 하는 대가를 정하는 것은 그녀의 몫. 하지만 그녀가 대가를 정할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녹스터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와 아이 쯤은 지켜낼 자신이 있었으니.
녹스터는 그렇게 자신있는 마음으로 그녀를 위한 맹약을 선언하였다.
앞으로 다가올 운명은 이미 그에게 등을 돌렸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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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븐가르드에 머물기 시작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나가고 반년이 흘렀다.
처음에 한달만 머무르다 돌아가기로 했던 일정은 조사단의 업무가 예정보다 미뤄지며 무기한 1년으로 연장되었다. 어째서 업무가 미뤄진 것인지는 말이 없었지만, 녹스터를 비롯한 대부분의 기사들은 별다른 불만이 없었다.
호위 임무라고 해봐야 그냥 교대로 돌아가며 조사단의 곁에 하루종일 서있는 것 뿐. 말만 임무지 사실상 엘븐가르드에 머무르는 것은 긴 휴가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녹스터의 경우에는 불만이 없었던 것에 다른 이유가 있었지만 말이다.
“…요즘들어 네놈의 멍청함이 더욱 심각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만.”
건 반년 동안 집보다 더 집 같이 느껴지게 된 숙소 안에서, 파울루스의 디스가 가만히 있던 녹스터를 갑자기 후려쳤다.
“뭐야, 갑자기 왜 시비야?”
파울루스에게 멍청하단 소리를 듣는 건 한두번이 아니었던 녹스터는 뜬끔없이 이유가 뭐냐며 그렇게 대꾸했다.
“네놈도 거울을 보면 알텐데. 본인이 아주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다는 걸?”
“이제는 얼굴 가지고도 뭐라야… 내 얼굴 어디가 멍청하다고-”
파울루스의 디스에 녹스터는 삐딱한 말투로 말을 받아치며 저도 모르게 방 안에 있던 거울을 바라보았다.
“….”
거울 속에 비춰진 본인의 얼굴을 확인한 녹스터는 말이 뚝 끊긴 채 침묵하였다. 그도 그럴것이,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거울 속에 비춰진 스스로가 아주 멍청하기 그지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파티에서 공작 영애들에게 댄스 신청이라도 받고싶어 안달이 난 면상이로군. 네놈, 대체 어디까지 떨어진거냐.”
“아, 아니, 그런 거 절대로 아니거든?!”
쓸데없이 구체적으로 까내리는 파울루스의 말에 녹스터는 강하게 부정하며 안면근육에 힘을 줬다.
하지만 힘을 빼기 무섭게 그의 표정은 다시 방금 전의 멍청한 표정으로 되돌아올 뿐이었다.
“그렇다면 그 얼굴은 뭐라고 설명할거지?”
“…암튼 공작 영애니 뭐니 하는 것 때문은 아니야.”
사실이다. 이미 서로 만나서 애까지 베게 한 여자가 있는데 공작 영애니 뭐니 하는 것들이 어떻게 눈에 들어올까. 만약 정말로 그랬다면 그건 천하의 개새끼에서 그냥 개새끼가 될 뿐이지.
하지만 다행히도 녹스터는 그정도로 개새끼는 아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다른 여자 생각은 커녕 그녀의 생각으로만 머릿속이 가득한 것이 그 증거였다.
‘오늘 저녁에는 만나서 뭘 할까나…’
지난 반년 동안 녹스터와 루나의 사이는 연인 이상, 부부 이하라고 보아도 될 정도로 매우 가까워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서로 애 까지 가지게 된 사이인데 계속 그렇게 서로 만나다 보면 눈이 맞지 않을 수가 없는 법이었다.
처음 한달 동안의 만남은 책임감으로 부터 비롯된 시간이었다. 당장 녹스터에게는 어떻게든 아이와 그녀를 책임져야만 한다는 생각 뿐이었고, 그곳에 사랑와 연관된 감정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책임감으로 만나기를 한달 하고도 두달, 그러다가 석달을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부턴가 녹스터의 마음 속에서 책임감이라는 의무는 그 존재가 매우 옅어져 있었다.
그저 만나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 보지 않으면 자꾸만 생각이 나고, 같이 있으면 즐겁다.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어찌됐든간에 녹스터에게 있어 루나와 함께 시간을 가지는 것은 더 이상 의무가 아닌 선택이었다.
언제는 햇살이 화창한 날의 숲 속에서.
-이 숲의 나무를 자르면 어떻게 됩니까?
-죽어.
그리고 또 언제는 달빛이 밝은 밤중의 호숫가에서.
-술을 마시면서 구경하면 정말 딱일 것 같은데 말이죠.
-너 술 못마시잖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별구경을 하고.
-그거 아십니까? 모든 생명은 태어날 때 저마다의 별을 타고 태어난다는 거,
-옷 벗기면서 그런 소리 해봤자 하나도 안 멋있어.
함께 밤을 보내며 시간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 하던중에 덥다고 해서 침대를 얼리면 제 것이 쪼그라들지 말입니다.
-…땀 냄새 나는 건 싫어.
그러다 보니 녹스터는 루나에 대한 많은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그녀가 쓴 것 보다는 단걸 좋아한다는 것이나, 낮보다는 밤을 좋아한다는 것, 그녀의 나이가 100살을 조금 넘었지만 성인식을 치룬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주변 엘프들에게 아이 취급을 받는다 것 까지, 서로 시간을 함께하면 함께 할 수록 녹스터는 그녀에 대해 더욱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그녀를 더더욱 알게 될 수록, 그녀를 향한 그의 감정 또한 나날히 깊어져만 갔다.
녹스터는 알았다. 자신이 그녀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그녀가 자신에게 감정도 같다는 것을.
그러나 둘은 그 사실을 서로 알고 있음에도 말로 꺼내지 않았다.
그는 말로 내뱉는 것이 부끄러웠기 때문에.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연인이지만 연인은 아닌 사이. 서로 사랑하지만 아직 결혼은 하지 않은 사이.
언젠가는 꼭 이 마음을 말로 전하고 청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녀를 위해서도, 그녀의 품 속에 있는 아이를 위해서도.
“녹스터 아스토니아.”
“응?”
잠시 지난 반년 동안 있었던 일들을 회상하고 있던 와중에 파울루스의 목소리가 들려오며 회상에 잠겨있던 녹스터를 깨웠다.
“엘프들과 너무 가까이 지내지 마라.”
“…갑자기 뭐야?”
“네가 그들에게 너무 정을 주고 있는 것 같아 하는 소리다.”
“…왜, 좀 친하게 지내면 안되냐?”
예전같았으면 파울루스의 잔소리야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렸을 녹스터였지만 이번의 그는 저도 모르게 약간의 가시가 돋힌 말로 대꾸할 수 밖에 없었다.
“안되는 것은 아니지. 하지만-”
“-단장으로서의 본분을 자각하고 임무를 소홀히 하지 마라 이거잖아. 귀에 딱지가 얹히도록 지겹게 들었어 임마. 나도 알고 있으니까 걱정 끄셔.”
“….”
하던 말을 자르고 너무 많이 들어서 다 외웠다는 듯이 대꾸하는 녹스터의 말에 파울루스는 조용히 그 이상 얘기하지 않고 입을 다물었다.
“그나저나 파울루스, 너야 말로 엘프들이랑 이야기라도 좀 나눠보는게 어떠냐? 너 그러다가 평생 여자 한번 못 사귀어 검만 휘두르다가 늙는다?”
“….”
녹스터가 이번에는 자신의 차례라는 듯이 친히 친우로서의 충고를 파울루스에게 전했다. 그러나 파울루스는 그런 녹스터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방을 나가버렸고, 녹스터는 그렇게 훌쩍 나가버린 친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저놈 저거, 내가 사고친 걸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간 바로 뒤집어지겠구만…”
지난 며칠 동안 사실대로 말할 기회를 엿보았지만 저런 식으로 나오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당분간은 마음을 접어야 할 것 같다.
지금 당장 루나와 아이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간 파울루스가 어떻게 나올지가 눈에 뻔했던 녹스터는 그렇게 또 다음으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하며 멀어져가는 친우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때 사실대로 말하지 못했던 것이 부질없는 후회로 남게 되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