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6화(2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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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
“뷉.”
“먹어라.”
“붸엡.”
“먹으라고.”
“붸레에벱!”
벌써 3시간 동안 이게 대체 뭐하고 있는 짓일까.
어떡해서든 이유식을 먹일려는 이한성과, 어떡해서든 이유식을 뱉어내려는 수정이의 싸움. 둘 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먹이고 뱉고를 반복하기를 벌써 3시간.
‘아니, 이게 무슨 고장난 자판기도 아니고…’
지폐를 넣었다 하면 툭 뱉어내는 자판기를 상대하는 기분이다. 뫼비우스의 띠 마냥 무한정으로 반복되는 딜레마. 이대로 가다가는 승자 없는 피로스의 싸움이 될 것이 분명하다.
‘대체 어떡해야 저 얄미운 것한테 이걸 먹일 수 있는거지…?
일단 입에 넣을 때는 아무런 거리낌도 없는 걸 보아하니 이유식의 맛이 안 맞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자꾸만 뱉어내는 것일까.
“얌마. 이건 껌이 아니라 먹는 거라고. 씹고 꾹 삼키면 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렵냐?”
“쭈부아아!!”
뭐래는거야 대체.
대화가 통하기라도 했더라면 일이 몇 백배는 더 쉬었을 텐데, 그게 안 되니까 답답해서 미칠 노릇이다.
“하는 수 없지, 내가 이렇게 까진 안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문명인으로써의 어드밴티지를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Goo글은 늘 언제나 답을 알고 있지.”
이한성이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해커 저리 가라 할 정도의 타자 속도로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기에게 이유식을 먹이는 법]검색결과가 떠오르기 까지 걸린 시간은 대략 0.21초. 눈 한번 깜빡이는 것 보다 빠르게 뜬 검색결과를 본 이한성은 수많은 답변들 중에서 맨 위에 있는 사이트를 곧장 확인했다.
그러자 눈에 들어온 것은 설명을 간단하게 만들기 위한 아기들의 사진과 빼곡하게 적혀져 있는 글씨들. 그러나 토종 한국인인 이한성에게는 그 글들을 전부다 읽을 만한 인내심이 없었다.
“어디보자, 그러니까 요점이 뭐냐…”
마구잡이로 화면을 밑으로 내리며 딱 요점만 나오는 부분을 찾는다. 그리고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딱 요점만 적혀진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아이들은 이유식이 음식인지 모르기 때문에 보호자가 직접 먹는 법을 가르쳐 줘야…]“오케이. 땡큐.”
문장을 끝까지 읽을 필요도 없이, 이한성은 바로 핸드폰의 화면을 꺼버렸다.
“그러니까 이게 음식이라는 걸 알려주면 된다 이거지?”
문제를 알았으니 해결법을 내놓는 것은 일도 아니다.
이한성은 자신만만한 표정과 함께 마지막 남은 이유식 한 통을 든 채 수정이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수정이는 아까와 무언가가 다른 낌새를 눈치챘는지 잠시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한성을 바라보았지만, 이에 이한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수정이의 경계를 풀었다.
“자, 아~”
태도만 부드러울 뿐, 아까와 똑같이 이한성은 이유식을 숟가락으로 퍼서 수정이를 향해 내밀었다.
그러자 수정이는 아까도 그러 했듯이 적당히 씹고 뱉기 위해 이유식을 입에-
“아니다, 내가 먹어야지.”
“??”
이유식이 수정이의 입 안에 들어가기 직전에, 이한성이 재빠르게 숟가락을 거두며 냉큼 자신의 입 안에다가 집어넣고 우물거렸다.
[꿀꺽-]“어우, 맛있다. 이렇게 좋은 건 나만 먹어야지.”
“…..”
이한성이 사악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벙 찐 표정을 짓고있는 수정이를 비웃었다.
원래 남의 떡이 더 맛있어 보이는 법이라고, 아까 까지만 해도 이유식을 씹다가 뱉어버리기를 반복했던 수정이는 마치 이유식에 홀리기라도 한듯이
“왜 그래? 너도 이거 먹어보고 싶어?”
“아우아.”
“그럼 한입 줄까?”
“아부!”
수정이가 바디랭귀지로 강렬하게 의사를 표하며 빨리 달라는 듯이 팔을 허우적거렸다.
“자, 그럼 한입만 줄게.”
“아~”
“아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까 아깝네.”
이한성이 얄미운 표정으로 낄낄거리며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퍼먹었다.
“아바바바!!”
그러자 그렇게 두 번이나 연속으로 보호자에게 놀아나버린 수정이는 또롱또롱한 눈빛으로 세상 억울하다는 듯이 울먹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이한성의 소매를 붙잡고 늘어졌고, 이에 이한성은 울먹이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아 재밌어. 속이 다 시원하네.’
애를 놀리는 게 너무 재밌다. 울먹이는 수정이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기는커녕 짜릿함을 느낀 이한성은 이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숟가락으로 이유식을 떠다가 수정이에게 내밀었다.
“알았어, 알았어, 장난 안치고 진짜로 줄게.”
애를 놀리는 게 재밌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울릴 생각 까지는 없다. 애가 울면 시끄러운 것도 시끄럽거니와 달래는 게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숟가락으로 사과 미음을 떠다가 수정이의 입에 쏙 넣어주었다. 그러자 수정이는 이내 울먹이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활짝 웃으며 이유식을 음미하기 시작했고, 이내 아까와는 달리 뱉어내지 않고 이한성이 했던 것처럼 목구멍으로 넘겼다.
[꿀꺽-]“아우아~!”
“것 봐. 맛있지? 더 먹고 싶지?”
수정이가 활짝 웃으며 아기자기한 두 손으로 손뼉을 막 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더 먹고 싶은 모양이다.
“먹어 먹어. 아까우니까 남기지 말고 다 먹어.”
더 달라는 수정이의 요구에 이한성은 지난 3시간 동안 반복했던 온갖 고생이 싹 보상받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주는대로 이유식을 쭉쭉 들이키는 수정이에게 남아있던 이유식을 전부 먹여주었다.
[퀘스트를 클리어 하였습니다.] [클리어 랭크: B] [추가 요구 조건을 달성하였으므로 가산점이 주어집니다.] [클리어 랭크: A-]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150, 000 골드] [+스킬: 리커버리] [+250 Exp] [추가 요구 조건을 달성하였으므로 히든 보상이 주어집니다.] [+세계수의 열매] [+기억의 파편]온갖 잡다한 메시지 창들이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하도 뭐가 많이 나타난 탓에 정신이 없었던 이한성은 눈앞의 메시지 창들을 깨끗히 전부 닫아버렸고, 이내 시스템 창을 열어 보상으로 획득한 아이템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리커버리: 사용시 시간을 되돌려 망가진 물건을 고칠 수 있다.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사용이 불가능하다.] [재사용 대기 시간: 30분]“대박.”
간단하지만 대단한 스킬 효과다. 시간을 되돌려서 물건을 고친다니, 대체 어떤 원리로 그게 가능한지는 짐작조차 가지 않지만 여태껏 얻은 스킬들 중에서 이것 보다 유용한 스킬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애가 뭘 부숴먹을 때 자주 쓰겠네.’
앞으로 수정이가 성장하면 성장 할수록 박살나는 물건들이 한 둘이 아니게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그때가 오더라도 이 스킬이 있는 한, 이한성은 달리 두려울 게 없다.
“어디보자, 다른 게 또 뭐가 있냐…”
언제나 빠짐없이 보상에 포함되어 있는 골드와 경험치를 제외하면 남는 건 히든 보상으로 지급받은 아이템뿐이다.
[세계수의 열매: 세계수, 이드그라실이 맺은 열매. 방대한 세계수의 마력으로 맺어진 열매이므로 섭취 시 마력 폭주로 인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낮은 농도로 희석된 열매의 과즙은 주로 엘릭서의 원료로 사용된다.] [희귀도: A+] [유기농: A+] [맛: E-]마치 복숭아와 사과를 섞어놓은 듯이 생긴 열매다. 살면서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열매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이내 열매를 실체화 해 이리저리 살펴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먹으면 죽는 걸 대체 왜 주는 거야?”
시스템의 말로는 희석해서 사용하면 엘릭서도 만들 수 있다는 것 같지만 이한성에게 그런 건 그다지 쓸모가 없는 물건이다.
‘효과만 따지고 본다면 무슨 몇 백년 묵은 산삼 비슷한 것 같은데, 이건 딱히 어디에다가 팔 수도 없단 말이지.’
차라리 산삼이었다면 매우 고가로 팔아치워 이득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수의 열매라는 것은 지구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물건이니 시장에다가 내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니까 굳이 가격을 따진다면 천문학적이겠지만…”
금이나 다이아몬드, 그리고 운석 같은 물건들에게 천문학적인 값어치가 붙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나 지금이나 희귀도가 높은 물건일수록 비싼 값에 팔리는 법이니.
‘하지만 이런 걸 온라인 마켓에다가 내놓으면 사람들이 구라라고 생각하고 아무도 안 사가겠지.’
이런 물건들을 판다고 하면 무슨 세계적인 거물들이 모이는 경매장과 커넥션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직 알바생에다가 현직 육아 보호자에 불과한 이한성에게 그런 연줄이 있을 리도 없다. 즉, 가지고 있어봤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라는 소리다.
“에라 모르겠다. 나중에 어디 쓸데가 생기겠지.”
일단은 킵하자. 예전에 세계수의 이슬도 위험한 상황에서 요긴하게 써먹었지 않았던가.
이한성은 실체화 했던 열매를 도로 인벤토리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히든 보상으로 받은 또 하나의 물건을 실체화 하여 확인하였다.
[기억의 파편: 엘프들의 연금기술로 제작된 영상석으로 부터 떨어져 나온 파편. 중요한 기록이 담겨져 있는 듯하지만, 아무래도 손상된 탓에 열람할 수 없는 것 같다.]겉으로 보기에는 마치 탄생석의 한 종류인 토파즈의 파편 같은 모습이지만, 시스템의 설명에 의하면 전혀 다른 물건이다.
“이런걸 히든 보상이라고 줬다고?”
여태껏 시스템이 상당히 쓸모없는 스킬이나 아이템들을 준적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망가진 물건을 보상이랍시고 준적은 적어도 없었다.
왠지 시스템에게 중고 거래 사기라도 당한 것 같은 기분과 함께, 이한성은 기억의 파편을 벌레 씹은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문득 날카로운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잠깐만, 망가졌다면 고치면 되는 거잖아.”
깨져버린 영상석을 고치기 위해서는 매우 숙련된 기술을 지닌 연금술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금술은커녕 화학 점수도 낙제점에 가까웠던 이한성에게 그런 재주가 있을 리는 만무했다.
그에게 시스템이라는 이질적인 존재가 붙어있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스킬: 리커버리를 사용했습니다.] [아이템: 기억의 파편의 수리를 시작합니다.] [수리 완료 까지 남은 시간: 59초]이한성이 파편의 끝자락을 손가락으로 건들이며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이내 마치 동영상이 역재생 되듯, 파편의 시간이 역행하기 시작하며 수천조각으로 조각조각 흩어져버린 영상석이 퍼즐처럼 모이며 맞춰지기 시작했다.
“어… 최근에 이런 영화를 하나 본 것 같은데.”
분명 전투씬에 역재생이 잔뜩 들어간 유명한 감독의 영화였었지. 제목이 뭐였더라?
비슷한 장면이 있던 영화의 제목을 쓸데없이 떠올리려고 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가 그러기도 전에 영상석은 본래의 모습을 온전히 되찾았다.
영상석이라고 해서 보석에 가까운 형태를 생각하던 이한성이었지만, 수리가 완료된 영상석의 모습은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있었다.
찬란한 황색으로 빛을 내는 매끈한 표면과 착시 현상을 절로 일으키는 큐브의 모습을 지닌 형태. 예쁘다면 예쁘지만 보석이라고 하기 보다는 미지의 도구라는 느낌이 더 강하게 드는 영상석의 모습에, 이한성은 정말로 이세계니 연금술이니 하는 것들이 실존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으며 복원된 영상석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대마법사 엘레인의 영상석: 엘프들의 최고 원로원이자 세기의 대마법사인 엘레인의 기록이 저장된 영상석. 본래는 엘레인의 최후와 함께 파괴되었으나, 다시 복원되어 본모습을 되찾았다.] [영상석에 저장된 기록을 열람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