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2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28화(2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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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아부아.”
“….”
…저 옹알거리는 소리는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아부아 라니, 아빠를 말하고 싶은데 혀가 짧아서 그렇게 들리는 건가? 아니면 그냥 아무 의미도 없는 소리인가?
처음에는 그냥 신경도 안 쓰고 지나쳤지만 계속듣다 보니 어느새부턴가 궁금해서 못 참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 이한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한번 시험해 보았다.
“야, 아빠~ 라고 한번 해봐.”
“아우부?”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아빠라고 해보라고.”
“밥빠아?”
“아니, 그거 말고. 한번 따라해봐. 압빠.”
“아부바!”
…얘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지? 아빠라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건데, 별로 어려울 것도 없잖아.
“이거, 괜히 오기가 생기네.”
처음에는 그냥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저렇게 계속 아빠라고 부르는 걸 회피하니까 슬슬 오기가 생기기 시작한다.
의외로 자신의 밴댕이가 소갈딱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이한성은 기필코 수정이로 부터 아빠라고 불려보겠다는 쓸데없는 다짐을 하며 이유식을 뇌물로 수정이를 유도하였다.
“자, 이거 먹고 싶지? 아빠라고 불러주면 줄게.”
“….”
순간 수정이가 무척이나 한심한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본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마치 꼭 다 큰 어른인 주제에 단어 하나 듣겠다고 애를 먹을 것으로 꼬시냐고 말하는 듯한 수정이의 표정에, 살짝 자괴감을 느낀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말해봐. 아빠~ 라고.”
“시러.”
“야, 싫어하면 안 되지. 니가 내 친딸은 아니어도 난 엄연히 니 보호…”
…잠깐만. 방금 얘가 뭐라 했지? 싫다고 한 거 맞지?
설마 그럴리가 없다. 그렇게 분명히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짐작한 이한성이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수정이를 살짝 떠보았다.
“다음에는 당근 이유식 해줄까?”
“시러.”
“오늘 날씨는?”
“시러.”
“그럼 나는?”
“시러.”
…그냥 할 줄 아는 말이 시러 뿐인 거 맞겠지? 그런 것 치고는 오묘하게 죄다 대답이 얼추 들어맞는 것 같기도 한데…
아기들은 원래 처음으로 내뱉은 단어를 계속 반복하는 습성이 있다. 그러니 수정이가 시러 라는 대답을 반복하는 건, 딱히 의도를 가지고 그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한성은 그리 믿어 의심치 않으며 냉장고 안에 조금 남아있던 분유를 꺼내 수정이에게 건네주었다.
“분유 좀 남았는데, 마실 거야?”
“조아!”
“….”
…어?
한순간 심연 깊은 곳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한 듯한 배신감이 이한성에게 들이닥쳤다.
“…분유가 좋아?”
“조아!”
“그럼 나는…?”
“시러!”
…아, 뭐지 이 눈물에 베인 것 같은 감각은?
마냥 해맑은 미소로 자신을 싫다고 하는 수정이의 말에 크나큰 충격을 먹어버린 이한성은 순간 바스라 질 뻔한 멘탈을 붙잡으며 울컥하는 목소리로 항의했다.
“야. 니가 날 싫다고 하면 안 되지. 내가 어? 니 밥도 해주고, 잘 때 추울까봐 담요도 덮어주고. 막 달려서 병원에도 데려다 주고 했었잖냐.”
“아우아?”
“또 또 못 알아듣는 척 한다. 너 사실 내 말 다 알아듣는 거 맞지? 그렇지?”
아니다. 그저 수정이가 말할 수 있는 단어가 시러와 조아 일 뿐, 거기에 다른 의도는 조금도 들어있지 않다.
하지만 정신적으로 큰 데미지를 입은 이한성에게 그런 사실이 제대로 뵈일 리가 없었다.
“너 나 싫다고 했지? 그래~ 아주 잘 알겠다 이거야.”
이한성이 잔뜩 삐진 목소리로 궁시렁 거리며 냉장고에서 꺼낸 분유를 그대로 원샷해버렸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마치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울먹이기 시작했다.
“우으… 우으으…”
“뭐, 왜. 울면 내가 뭐 죄책감이라도 느낄 것 같아? 천만에.”
“우아아아앙!!”
수정이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한성은 방금 했던 말이 우습게 살짝 양심이 찔려오는 기분을 느끼며 펑펑 울고있는 수정이를 슬쩍 바라보았다.
“우아아앙!!”
“….”
“우으으으아앙!!”
“….알았다 알았어. 내가 미안해.”
이한성이 수정이의 울음을 무시할 수 있었던 건 단 10초뿐이었다.
결국 수정이의 울음소리를 무시하지 못한 이한성은 천천히 아기를 안아들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딸랑이를 주워 흔들며 수정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딸랑딸랑-]“분유는 나중에 새거로 또 타줄테니까 그만 울어.”
“우으으…“
딸랑이의 효과 덕인지 수정이의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이에 이한성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고는 이내 갈 곳 없는 한탄을 내뱉었다.
“넌 좋겠다. 울면 뭐든 다 들어주는 호구가 있어서.”
‘나도 그런 호구 한명 있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왜 하필이면 인간으로 태어난걸까. 요즘 시대에는 개나 고양이로 태어나서 꿀이나 빠는 게 제일이었을텐데.
자신의 전생은 틀림없이 이완용이었을 것이다. 이한성은 그런 실없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치워내며 잠잠해진 수정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름: 이수정] [나이: 생후 3개월] [신체나이: 2살] [종족: 하프엘프] [Hp: 1015/1015] [Mp: 3991/4000] [상태: 미열]“…그새 또 Mp가 올랐네.”
조금 뜨뜻한 체온과 한계치에 가깝게 회복된 Mp 수치. 얼마 전에 자신의 부주의로 수정이가 사경을 헤매던 이후로, 이한성은 매일같이 하루에 한 번씩 수정이의 스테이터스를 확인해왔다.
인간의 피가 절반, 그리고 엘프의 피가 절반이 섞인 몸을 지니고 있는 수정이는 그 태생 때문에 마력이 쉽게 폭주하는 체질을 지니고 있다.
본래라면 한계치 이상 오르지 말아야 할 Mp 수치가 끊임없이 상승한다. 그 결과, 마력폭주로 인해 목숨이 위험해지는 것이다.
수정이에게 미약하게나마 열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한성은 바로 상점 메뉴를 열어 3천만 골드 가까히 소지하고 있는 금액으로 10만 골드의 가격을 지닌 세계수의 이슬을 즉시 구매했다.
[세계수의 이슬을 구매하셨습니다.] [아이템이 실체화됩니다.]“자, 입 벌려. 약이야.”
이한성이 세계수의 이슬을 수정이의 입가에다가 갖다 댔다. 그러자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얌전히 입을 벌렸다.
그러자 그 순간, 불현듯 메시지 창이 나타나며 이한성의 앞을 가로막았다.
[세계수의 이슬을 사용할 경우 아이에게 걸려있는 스킬의 효과가 덮어씌워질 수 있습니다. 정말로 사용하시겠습니까?]“효과가 덮어씌워진다고?”
지금 수정이에게 걸려있을 만한 마법이라고는 성장의 축복 스킬 밖에 없다. 그런데 그게 덮어씌워진다니, 세계수의 이슬을 사용하면 효과가 사라진다는 건가?
‘뭐 그런 거라면 별 문제도 없겠네. 어차피 성장의 축복 스킬은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걸면 그만이고.’
일단은 Mp의 수치가 상한치를 넘어버리기 전에 어서 조치를 취하는 게 우선이다.
자칫하면 또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한성은 시스템의 경고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수정이에게 세계수의 이슬을 사용했다.
[세계수의 이슬이 사용되었습니다.] [Hp 상한치 +1000] [Mp 상한치 +1000]“어디보자…”
[이름: 이수정] [종족: 하프엘프] [Hp: 2015/2015] [Mp: 3991/5000] [상태: 이상 없음]“됐다. 이걸로 당분간은 괜찮겠네.”
미열이 조금 있던 수정이의 상태가 다시 멀쩡하게 회복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한성은 나지막한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한시름을 놓았다.
‘그나저나 이렇게 마력폭주 때문에 지속적으로 100만원이 빠져나간다니. 퀘스트 보상이 그나마 빵빵하니까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등골이 휘어졌겠어.’
하루에 발생하는 돌발 퀘스트의 수는 약 3개에서 4개. 클리어 랭크는 보통 A-에서 B 사이. 그에 따른 클리어 보상은 대략 20만 골드에서 50만 골드 정도다.
즉, 이한성은 거의 하루에 최소 60만 골드, 한화로 600만원이라는 돈을 벌고있다는 뜻이다.
그 덕에 지금 현재 그가 모아둔 금액은 총 2831만 골드. 약 3억원에 가까운 적지 않은 액수의 금액이다.
이대로 앞으로 한 2달 정도만 더 돈을 모으면 집값이 미쳐 날뛰고 있는 이 대한민국에서 전세금을 내고 충분히 본인 소유의 집을 손에 얻을 수 있다.
‘성공했네 성공했어 이한성. 요즘 시대에는 집 하나만 있어도 인생 충분히 성공한거라고 하는데 말이야.’
하루라도 빨리 집을 샀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신나게 흥얼거리며 수정이를 조심스럽게 아기 침대에 눕혀놓았다.
‘얘한테 아빠라는 소리를 듣는 게 어떤 느낌일까?’
허구한날 옹알이 소리만 내는 이 아이한테서 아빠 소리를 듣는 날이 과연 오긴 올까?
이한성은 도저히 상상이 안가는 미래를 머릿속으로 그려보려고 했지만, 무소용이었다.
“…생각해 보니까 웃기네. 아빠라는 호칭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건 바로 난데 말이야.”
그런데 그런 자신이 이 아이에게서 아빠라고 불리는 걸 내심 기대하고 있다니, 본인 스스로가 생각해도 웃긴 일이다.
이한성은 과거에 아빠라는 존재를 그토록 증오했었던 본인의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항상 밤늦게 술을 마시고 돌아오는 날에는 미리 집을 나와 밤늦은 거리를 배회하곤 했었다. 낮에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혹여나 집에 술에 취한 아버지가 있을까 두려워 놀이터에서 시간을 죽이고는 했었다.
단 한 번도 그 인간을 아빠라고 부른 적도 없었다. 어렸을 적에는 무서워서, 다 컸을 무렵에는 피만 이어졌을 뿐인 타인이어서, 그래서 단 한 번도 말을 섞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 그 인간을 아빠라고 불렀더라면 뭐가 달라졌었을까.
문득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의문이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이한성은 그런 의문을 품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최근에 말도 안 되는 일을 많이 겪어서 그런지 이젠 별 잡생각이 다 드네.”
이미 다 지나간 일이다. 괜히 그 인간 생각하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자.
쓸데없는 잡생각을 치워낸 이한성은 어느새부턴가 잠들어버린 수정이를 뒤로 한 채 잠시 숨을 돌리고자 했다.
[위이이잉-]“아오 깜짝이야.”
갑자기 기별도 없이 핸드폰이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한성은 핸드폰을 집어들어 발신자가 누군지 확인했다.
[최민석 상담사]“이 사람이 웬일이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전화가 오자 이한성은 당황한 기색과 함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안녕하십니까 이한성 씨. 사랑 보육원의 최민석 상담사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아, 네. 그럭저럭 잘 지냈습니다.”
애는 갑자기 걷기보나 나는 법을 먼저 배우지 않나, 게다가 웬 엘프 할아버지가 보석에서 나타나 판타지 소설 뺨칠 이야기를 해주질 않나, 좀 일반인으로서 따라가기 힘든 일이 몇개 있긴 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잘 지냈습죠.
[그것 참 다행이군요. 다름이 아니라, 여쭤보고 싶은 게 생겨서 연락 드렸습니다.]“저한테요?”
[네. 이한성 씨의 아이와 관련된 일입니다만… 혹시 아이의 출생신고는 하셨습니까?]“아.”
그러고 보니 아직 안했네.
그간 애를 돌보느라고 바빠서 깜빡 잊고 있었다. 언젠가는 해야겠지, 하면서도 결국 까먹어버린 이한성은 왠지 핸드폰 너머로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을 최민석 상담사의 모습을 상상하며 할 말을 잃었다.
[역시 전화로 물어보는 게 정답이었군요. 아이의 출생신고는 가급적이면 빠르게 하시는 게 좋습니다.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이 많지는 않겠지만…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을 테니까 말입니다. 지금도 많이 힘드시죠?]“어… 아하하…. 뭐 그렇게 힘들 것 까지는 없는데요.”
하루에 막 몇백만원씩 벌고 있다고 어떻게 말할까. 그런 말을 했다가는 분명히 위험한 일에 손 대고 있는 거 아니냐고 물어볼 것 같은데.
[만약 출생신고 절차가 어려우신 거라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 쪽 일은 전문이라서 말입니다.]“아 네, 그래주시면 감사하죠. 근데 그러면 제가 시간을 뺏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
[아닙니다. 저야 뭐 보육원에 찾아오는 보호자 분들 상대하는 것만 아니면 다 괜찮으니까요.]최민석 상담사의 말투가 갑자기 피곤해진 걸 보니 아무래도 평소에 보육원에 찾아와서 별별 항의를 하는 인간들이 있는 모양이다.
[그럼 시간은 언제가 괜찮으실까요?]“이왕하는 거 빨리 하는 게 좋겠죠. 내일 괜찮습니까?”
[잘 됐군요. 마침 내일 한가할 예정이라. 그럼 내일 12시에 제가 찾아뵈러 가겠습니다. 주소는 나중에 톡으로 부탁드립니다.]“그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뭐 감사하실 것까지야.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네. 수고하세요.”
찾아오라는 게 아니라 찾아가겠다니, 처음에도 느꼈지만 역시 정말 괜찮으신 분이다.
전화가 끊어지자 이한성은 최민석 상담사의 호의에 감탄하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일이면 법적으로 진짜 아빠가 된다, 이건가?’
기분이 참 이상하다. 법적으로 아빠가 된다고 해봤자 지금까지랑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불안불안 하면서도 썩 나쁘지도 않은 기분. 이한성은 그런 기분을 말로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단어를 고를 수가 없었다.
“뭐, 혹시나 또 모르지.”
법적으로 아빠가 되면 애가 날 아빠라고 불러줄지도.
복잡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해보는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