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3화(3/245)
03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돌발 퀘스트?”
마치 게임 속에서나 나올 법한 메시지에 이한성은 눈을 찌푸렸다.
[클리어 랭크: D+]이어서 시스템 창에 출력된 것은 마치 대학생이나 볼 법한 학점 비스무리한 무언가. D+ 밖에 안 되는 점수를 본 이한성은 대학생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더러워지는 것을 느끼며 냅다 시스템창을 핸드폰 알람 해제하듯이 밀어서 치워버렸다.
하지만 그렇게 치우기 무섭게 메시지창은 다시 그의 눈앞에 나타났고, 이에 이한성은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불평을 토해냈다.
“정신없어 죽겠네. 대체 왜 자꾸…”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순간 밝은 빛과 함께 무언가가 이한성의 눈앞에서 떨어졌다.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던 그는 이내 눈을 떴고, 바닥에 떨어진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
바닥에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거무죽죽한 색을 지닌 오천원짜리 한장이었다. 최저시급으로 한시간을 일하는 것보다도 낮은 가치의 돈을 주워든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고, 불평과 함께 돈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똥 치웠더니 5천원이냐.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원…”
푼돈이기는 하지만 백원이 아쉬운 이한성에게는 버릴 이유가 없었다. 그는 그저 심부름 했다고 생각하자고 스스로를 속으로 타일렀고 동시에 육아 보조 시스템인지 뭔지 하는 영문모를 것의 원리를 일부분이나마 깨달았다.
‘그러니까 애를 돌보면 그에 상응하는 보수가 주어진다 이 말이지?’
단순하게 생각하자면 게임과 다를 게 없다. 퀘스트를 클리어하고 보수를 받는다. 그리고 아마 보수의 가치는 아까 D+라고 매겨졌던 클리어 랭크과 직관되어 있을 것이다.
“하긴. 양심이 있으면 보수라도 줘야 마땅하지.”
그래도 이 육아 보조 시스템이라는 것의 설계자는 최소한 일말의 양심이 남아있던 모양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이어지는 뒷마디를 중얼거렸다.
‘그래도 애를 돌보고 싶은 마음은 여전히 1도 안 들지만 말이야.’
애 하나 키우는데 들어가는 돈이 대략 어느 정도인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전무한 이한성이었지만 비용이 억소리 날 정도로 많이 들어간다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고작 오천원, 많게는 만원? 오만원? 딸랑 그 정도의 돈을 벌자고 애를 키우겠다는 것은 미친 짓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애를 친자로 입양 등록해놓고 정부에서 나오는 지원금이나 받는 게 더 수지가 나을 것이다.
‘애초에 입양은 둘째치고 지원금이 나올지나 모르겠지만.’
미혼부에 비해서는 그나마 형식적인 지원이라도 존재한다는 미혼모조차도 가정형편의 어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하는 게 일상인 대한민국이다. 어쩌면 지원금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나저러나 똥밭인건 매한가지네.”
이게 나라냐. 이한성은 육성이 터지도록 소리치고 싶은 그 한마디를 꾹 속에다 눌러담은 채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됐고, 그냥 보육원에다가 보내버리면 그만이잖아. 뭘 이렇게 고민하고 자빠졌어.”
강제로 떠맡아진 아이를 자신이 키워야 할 책임은 그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이한성은 왠지 모르게 찔리는 양심을 부정하며 잠시 눈을 감았다.
“으아아앙!!”
“어우씨, 깜짝이야.”
하지만 눈을 감기 무섭게 아기는 또 영문 모를 이유로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다. 이에 이한성은 깜짝 놀라며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고, 곧바로 다시 아기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아니 이번엔 또 왜? 방금 내가 니 똥 닦아줬잖아. 나한테 또 뭘 바라는 건데?”
“아으아아앙!!”
“울지만 말고 말로 해 말로!”
말도 안 되는 억지다. 이제 막 태어난 지 1달 밖에 되지 않은 갓난 아기가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 스무 살이 다 된 이한성이 아기의 울음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을 리도 만무했다.
[상태 이상: 공복]아기를 타이르고 윽박지르고 별 별 짓을 다 해가며 진정시키던 그 순간, 메시지 창이 나타나 이한성의 눈앞을 가렸다.
“…공복?”
공복. 허기. 배고픔. 똑같은 뜻을 지녔지만 서로 다른 단어들이 줄줄히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뭐야. 배고픈 거였어?”
“으아아앙!!”
이한성의 혼잣말을 알아들었는지 어쨌는지, 아기가 대답하듯이 울음소리를 내뱉었다.
‘우유가 냉장고에 들어있긴 한데… 그거면 되려나?’
차갑기는 하지만 따뜻하게 끓여서 주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냉장고로 향해 반쯤 남아있던 우유를 꺼내 컵에다가 부었다.
“…진짜 이걸로 괜찮은 건가?”
아기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 빈약하다. 이한성이 육아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 해봐야 분유보다는 모유가 아기에게 더 낫다는 것 뿐. 거기에 그냥 가공된 우유도 포함이 되어있는지 어떤지는 그가 알 턱이 없었다.
괜히 우유를 줬다가 애가 탈이 나서 큰 일날 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불가피하게 애를 응급실에 데려가야 할 것이고, 자칫해서 애가 잘못되면 그 책임은 혈연관계가 어떻든 간에 애를 데리고 있던 자신에게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전자라면 병원비가 등골 브레이커 수준으로 나가게 될 것이고, 후자라면 징역살이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던간에 이한성에게 달가운 결말은 아니다.
“….그냥 분유나 사서 먹이는 게 낫겠다.”
분유값 하나 아끼자고 인생 망치는 것 보다는 낫겠지.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한탄하며 조용히 옷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서려고 했다.
“으아아아아앙!!”
하지만 그러려기 무섭게 아기는 나가려던 이한성을 막아 세우기라도 하듯이 한층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현관문 앞에서 멈칫하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 맞다. 쟤가 있었지.”
애를 집에 혼자 놔둘 수는 없다. 이대로 내버려둔다면 반나절은 거뜬하게 울어댈 수도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주변 이웃들이 아동학대 뭐니 하는 이유로 경찰에 신고할지도 모를 노릇이다.
즉, 이한성은 저 아기를 데리고 편의점까지 가야한다는 뜻이다.
“미치겠네.”
유모차도 없고 아기를 등에다가 멜만한 가방줄도 없다. 사용할 수 있는 건 순전히 이한성의 잔근육이 탄탄한 팔 뿐.
이한성은 막 옹알거리며 바둥거리는 바구니 속의 아기를 내려다보며 피곤에 찌든 한숨과 함께 불만이 잔뜩 어려진 목소리를 토해냈다.
“내가 전생에 니 원수디?”
“우아으아응!”
…아무래도 전생에 원수였던 것이 틀림없는 모양이었다.
–––––––-
밤 10시가 다 된 바깥의 밤공기는 무척이나 차가웠다.
이제 막 10월 초. 낙엽이 지기는커녕 이제야 단풍이 들기 시작한 초가을임에도 불구하고 무자비하게 옷틈을 파고드는 찬 공기에 이한성은 속으로 열대야니 뭐니 하며 떠들어댔던 뉴스들을 발랄하게 까내렸다.
‘지구온난화는 개뿔. 어째 가면 갈수록 더 추워지기만 하는 것 같구만 무슨.’
이러다가 대한민국에 봄이랑 가을이라는 계절이 사라져버리고 오로지 여름과 겨울만이 존재하게 될지도 모른다. 모기와 습기가 사람을 쪄죽이는 여름과, 극단적인 추위로 모두의 입을 돌아가게 만들 겨울.
“어우,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
추운 것도 싫고 더운 것도 싫은 이한성에게 있어서는 어느 쪽도 달갑지 않았다. 괜시리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바람에 기분이 더러워진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몸서리를 치며 생각을 비웠고, 들고 있던 바구니 안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우으으으….”
“야 울지마. 좀 있으면 편의점에서 분유 사서 바로 먹여줄 테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바구니를 들고 편의점으로 향하던 내내 나라를 잃은 것 마냥 울던 아기는 어느 새부턴가 제풀에 지쳤는지 울먹거리기만 할 뿐, 더 이상 시끄럽게 울어대지는 않았다.
‘밤이라 인적이 뜸해서 그나마 다행이었지, 낮이었으면… 어우야.’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애가 배가 고파진 게 밤이었어서 그나마 천만 다행이었다.
“자자, 다 왔으니까 그만 좀 칭얼거려.”
이한성이 바로 코앞에 보이는 편의점의 불빛을 보고는 그렇게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랬다. 그러나 이한성의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리가 없는 아기는 그 잠깐 조용했던 사이에 울음을 터뜨릴 에너지를 회복했는지 표정을 잔뜩 찡그리기 시작했고, 이에 이한성은 수류탄이 터지기 직전에 자리를 피하려는 병사마냥 서둘러 편의점에 들어갔다.
“어서오… 이한성 씨?”
늦은 시간이라 한적한 편의점 안에서 이한성을 맞이한 건 다름 아닌 1시간 전에 그와 교대했던 화연이었다.
“뭐 깜빡한 거라도 있어요?”
“아뇨, 급하게 살게 좀 생겨서요!”
퇴근한지 얼마나 됐다고 금세 돌아온 이한성의 모습을 이상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화연이었지만 이한성은 지금 그녀의 시선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화연 씨! 분유가 어딨죠?!”
“분유라면 저기 맨 왼쪽 코너 끝에… 근데 분유는 왜요?”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나오는 걸 깜빡한 사람 마냥 다급해 보이는 와중에 많고 많은 물건 중에서 하필이면 분유를 찾은 이한성의 모습에 화연은 아까보다 더욱 황당스러워 하며 그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한성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에 허겁지겁 들고 온 분유통을 계산대에 거의 던지듯이 내려놓고는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고마워요! 이거 얼마죠?!”
“어디보자… 2만 2천원입니다.”
“…네?”
바코드를 찍고 물어본 가격을 제대로 대답해 준 화연이었지만, 어째 이한성의 반응은 영 좋지 못했다.
“2만… 2만원이라고요?”
“2만 2천원요.”
“아니, 애들 먹는 우유가 뭐 그리 비싸요…?”
“그러게요? 몸에 좋은 거라서 그런가보죠.”
분말 우유가 몸에 좋으면 얼마나 좋다고 2만원이라는 걸까. 이한성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는 분유의 가격에 지갑을 꺼내려다가 말며 잠시 망설였다.
“우으….”
“우으?”
갑작스럽게 들려온 아기 옹알이 소리에 화연이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방금 그거… 바구니에서 난 소리 맞죠?”
“아… 아 그게…”
화연의 질문에 이한성은 그녀보다 더욱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그러나 달리 그가 설명해줄 필요도 없이, 이어서 터져버린 아기의 울음소리가 그녀의 의문을 해결해 주었다.
“우으아아앙!!”
“….살게요. 빨리 계산해 주세요.”
기어코 터져버리고 만 아기의 울음소리에 이한성은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화연은 반사적으로 돈을 받아 계산대에 넣고 거스름돈을 돌려주었고, 이내 바구니 안에서 우렁차게 울어대는 아기를 나지막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한성 씨 설마 이 애…”
“아뇨. 제 아이 아닙니다.”
화연의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한성은 그녀의 말을 자르며 오해가 생길만한 여지를 사전에 차단하였다.
“아… 그런가요.”
하지만 그런 이한성의 해명에 화연은 마치 담배를 사러 온 미성년자를 대하는 것만 같은 표정과 눈빛을 지었다. 아무래도 방금 전 말을 전혀 믿지 않은 모양이었다.
“으아아아앙!!”
“애가 배가 많이 고픈가보네요. 빨리 분유를 주는 게 좋겠어요.”
“아, 네.”
아까보다 한층 더 시끄럽게 울리기 시작한 울음소리에 화연이 영수증을 건네주며 그렇게 충고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곧장 분유통을 들고 편의점 구석에 위치한 전자레인지에 다가갔고, 이내 설명서를 읽기 시작했다.
“전자레인지 사용 시 식수를 90초 동안 돌린 후 40도로 식을 때 까지 냉장고에 냉각시킨 다음에 젖병에…”
…젖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