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3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35화(35/245)
35
“자, 어때? 이게 바로 곱창전골 이라는거야.”
“……”
뚝배기 안에 가득 담긴 붉은 양념이 가득한 곱창전골의 비주얼에, 지금까지 줄곧 올라가있었던 수정이의 입꼬리가 어느 전기차 기업의 주식마냥 폭락했다.
“아빠는 거짓말쟁이!”
“어허. 내가 언제 거짓말을 했다고 그러니.”
“햄버거랑 똑같은거라며!”
“내가 똑같다고 말한 적은 없는데.”
둘 다 소고기로 만들어진 음식이라고만 했었지.
“우으으… 나 이거 시러. 안먹을래.”
“이미 시켰으니까 먹어라. 돈 아깝다.”
“시러!!”
“야, 떼써도 안돼. 그리고 이거 보기엔 이렇게 보여도 맛있는거야.”
곱창전골이 얼마나 맛있는데. 한번 빠지면 절대로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는게 바로 곱창전골의 진미다. 그동안 비싸서 사먹을 일이 없던게 문제였지.
“자 아~ 해봐.”
“시러어!”
“싫긴 뭐가 싫어. 너 이거 좋아해. 그러니까 어서 입 벌려.”
“싫다구!”
수정이가 막강히 저항하며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그러자 이한성은 하는 수 없이 그간 수정이를 돌봐왔던 경험으로 터특한 비기, [남의 떡이 더 맛있다]를 시전했다.
[덥석-]“어우~ 맛 쥑이네.”
수정이의 관심을 사려고 과장스럽게 감탄하려던 이한성이었지만 정작 튀어나온건 거짓하나 담기지 않은 찐 리액션이었다.
‘전에 알바하던 식당 것 보다 맛있는데? 확실히 맛집은 다른가 보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하고, 곱창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맛이 개운하다. 대체 이집 사장님은 어떻게 이런 완벽한 맛을 담은 레시피를 발견한 것일까.
“…아빠. 그거 정말 맛있써?”
“당연하지. 이게 얼마짜리 요린데.”
건 6만원짜리 요리다. 그정도 돈이면 따끈한 국밥이나 배터지게 먹고도 한참 남을 가격이지만, 기가막힌 곱창전골의 맛이 이 가격이 결코 돈낭비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있다.
“….”
“왜, 한입 먹고싶어?”
아까부터 슬쩍 시선을 보내기 시작한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이 얄미운 미소와 함께 물었다.
“…딱 한입만 먹어볼래.”
“그래라. 그대신 딱 한입만이다. 더 달라고 해도 안줄거야.”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런 소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곱창전골을 푸짐하게 숟가락 위에 올린 후, 입김으로 후후 불어 식혔고 이내 수정이의 입가에다 갖다댔다.
“아 해봐.”
“아~”
수정이가 조심스러운 태도로 숟가락 채로 삼키려는 듯이 곱창전골을 입에 머금었다.
“!!!”
“왜 그래?”
“!?!?!”
수정이가 폭발하려는 화산마냥 잔뜩 붉어진 표정과 함께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아, 매워서 그렇구나. 여기 물.”
“!!”
이한성이 찬물을 건내주자 수정이는 그대로 물을 입가 사이로 다 흘려가며 불이 난 입안을 진화시켰다.
“아빤 거짓말쟁이!! 이거 먹는거 아니자나!!”
“어허. 이것도 엄연히 음식이야. 그것도 고급음식이라고.”
“아냐! 음식 아냐! 입이 아픈데 어떻게 먹어!!”
“그걸 매운맛이라고 한단다.”
아무래도 어린 수정이가 먹기에는 양념이 너무 매웠던 모양이다. 매운맛에 아주 강한 편인 이한성은 그 사실을 깜빡 잊고 있었다고 생각하며 아직도 매워서 발을 동동거리는 수정이를 아주 즐겁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아, 즐거워. 쟤한테 하도 당한게 많아서 그런지 쾌락도 이런 쾌락이 따로 없네.’
당한 다음 갚아주는 복수는 그 무엇보다도 짜릿한 법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매운맛에 고통받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넘치는 희열에 잠겼다.
“아무튼, 맵긴 해도 맛은 있었지?”
“…흥!”
이한성의 물음에 수정이가 볼을 잔뜩 부풀리며 시선을 홱 돌렸다. 그러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픽 웃으며 입꼬리를 띄웠고, 동시에 매운맛에 절여진 곱창을 적당히 물에 씻어서 수정이에게 건내주었다.
“자. 이건 안 매울거야.”
“…정말?”
“그럼그럼. 물에 씻었잖아.”
“…”
수정이의 얼굴에는 여전히 불신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래도 아까 한입 먹었을 때 확실히 맛은 있었는지 수정이는 속는 셈 치고 곱창을 홱 낚아채듯이 입에 넣었다.
“……? …….?! …..!!”
반응 한번 참 재밌네. 얼굴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드러나는 것 좀 봐.
처음에는 곱창의 식감에 신기해하다가도, 계속 씹다 보면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그러다가 결국에는 맛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게 된다. 주로 곱창을 처음 먹은 외국인이 그 맛에 반하면서 저런 표정을 짓는다.
“하나 더 줄까?”
“응! 응!”
수정이가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아까의 삐진 표정은 온데간데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곱창이 생각보다 입에 딱 맞았던 모양이다.
“아빠! 이거 마싯써!”
“알겠으니까 입안에 든 건 넘기고 말해.”
맛있다니까 다행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곱창을 먹어치우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아까부터 조용한 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곱창 양념이 좀 덜 된 것 같은데…”
“예?”
내가 방금 잘못 들은건가? 이게 양념이 덜 된 거라고? 아니, 나도 이정도 매운맛이 딱 한계점인데, 이것보다 더 매운걸 원한다는 소리여?
어렴풋이 들려온 화연의 혼잣말에 이한성은 경악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금발에 벽안을 지닌 아무리 봐도 외국인인 그녀가 그런 말을 하니, 더더욱 기시감이 들었다.
“그… 매운맛을 좋아하시나 봅니다?”
“아 네. 하지만 딱히 좋아한다기 보다는 오래 살다 보니 익숙해진 것 뿐이라서요.”
“한국에서 사신지 얼마나 되셨죠?”
“5… 년이요.”
화연이 중간에 말을 길게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5년 밖에 안됐는데 한국어가 저렇게 유창하다고? 이야… 한국어를 진짜 빡세게 배웠나보네.”
아니면 5년 밖에 안됐다는게 거짓말이거나 말이야.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소소한 감탄을 내뱉으며 뭔가 1% 부족하다는 표정으로 곱창전골을 입에 넘기는 화연을 지켜보았다.
“아! 그거네! 낙지가 안들어갔네!”
“….”
….당신 외국인 아니지.
살면서 낙지를 좋아라 찾는 외국인은 본 적이 없다. 그것도 한국에 온지 5년 밖에 안된 사람이라면 더더욱.
“쓰읍… 아, 곱창전골에는 산낙지가 들어가야 제맛인데…”
“아까 메뉴에 낙지곱창전골도 있었습니다만.”
“정말요?! 아니, 왜 난 못봤지?”
화연이 뒤늦게 메뉴판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메뉴의 가장 구석자리에 낙지곱창전골이라고 틀림없이 써져있는 글자를 본 그녀는 이내 머리카락을 쥐어잡으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아… 이걸 시켰어야 했는데…”
“그럼 지금이라도 시키면 되잖습니까.”
“안돼요. 지금 시키면 다 못먹는단 말이에요.”
밑바닥이 다 드러날 정도로 싹싹 긁어먹은 화연의 뚝배기가 눈에 들어왔다. 거의 2인분 짜리를 저렇게 혼자서 남김없이 먹어치운 그녀의 식성이 감탄스럽기 그지 없었던 이한성은 경이로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빠~ 나 배불러.”
그렇게 이한성이 가만히 화연을 지켜보던 와중, 수정이가 이한성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야채만 싹 다 남겨놨네.”
그 많던 곱창이 완벽하게 멸종해버린 채 파나 떙초를 비롯한 야채밖에 남지 않은 뚝배기의 생태계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어느정도 예상했다는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뭐, 나머지는 내가 다 먹으면 되지.’
먹을게 없어서 그간 고생스러운 삶을 살아왔던 이한성은 고기든 야채든 가리지 않는 궁극적인 잡식성을 터득한지 오래다.
그는 그렇게 수정이가 남긴 야채들과 국물들을 전부 한번에 퍼마시기 시작했고, 빠르게 뚝배기를 깨끗하게 비워냈다.
“어우, 배부르게 잘 먹었다.”
국물 맛 한번 쥑이네. 공기밥을 통째로 넣어서 말아먹으면 딱 좋았을텐데.
뭐든지 국물에다가 밥을 말아먹으려는 습관은 한국인의 종특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그렇게 먹기에는 위가 너무 가득 찬 상태였다.
이 이상 먹었다가는 딱 좋은 만족감이 불편한 더부룩함으로 변해버린다. 가뜩이나 이따 집에 갈 때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둔 이한성은 이번만큼은 공깃밥을 추가로 주문하기를 거부하며 수저를 내려놓았다.
[꾸벅-꾸벅-]“?”
눈을 반쯤 뜬 채 고개를 꾸벅꾸벅 거리는 수정이의 모습이 이한성의 눈가에 들어왔다.
“졸려?”
“응… 나 잘래.”
“안 돼 임마. 금방 집에 갈거니까 좀 참아.”
“으응….”
말로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수정이었지만 5살 밖에 되지 않은 수정이가 졸음에 저항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자는구만.”
“아하하, 어쩔 수 없죠. 아직 아이인걸요.”
하긴 뭐… 하룻밤만에 훅 자랐다고는 해도 여전히 5살 밖에 안됐으니까.
이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잠든 수정이를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곧장 계산대로 향해 지갑을 꺼내들었다.
이한성의 지갑 안에 들어있던 건 5만원짜리 4장. 혹시나 모를때를 대비해 이한성이 미리 2만 골드를 현금으로 바꿔둔 액수였다.
‘확실히 골드를 현금으로 밖에 못바꾸니까 불편하긴 하네.’
소지중인 골드는 오로직 현금으로만 환전이 가능하다. 물론 그렇게 환전한 현금을 은행의 계좌에다가 입금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10억이라는 거액을 전부 현금으로 바꾼 다음에 은행으로 가져가야만 한다.
‘이 돈을 전부 계좌에다가 입금해두면 이자라도 꽤 쏠쏠하게 나올텐데… 하는 수 없지. 돈을 조금씩 환전해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입금하는 수 밖에.’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지갑을 미리 꺼내둔 채 먼저 계산하고 있던 손님의 뒤에 섰다. 그러자 가만히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이한성의 귓가에 사납고 거칠기 그지 없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이딴 식으로 나올거야?!”
“?”
앞에 뭔 일 있나?
계산대 앞이 소란스러워 바라보니, 그곳에는 한 40대 쯤 되어보이는 여성이 어려보이는 알바생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
“내가 이 집 단골인데, 지갑을 놓고와서 나중에 올때 내겠다니까?! 그게 그렇게 힘들어?!”
“아, 그게 그러니까… 외상으로 달아드리기 위해선 손님의 전화번호랑 싸인이 필요해서요…”
“내가 단골인데 그런게 왜 필요한데?! 내가 뭐 무전취식이라도 할 것 처럼 보인다는거야?! 이거 참 웃기네.”
“…..”
저건 또 뭔 상황이래.
보아하니까 외상을 달아달라고 지랄을 해서 직원이 하다 못해 전화번호랑 싸인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 같은데, 저 아줌마는 또 그걸 안하겠다고 저렇게 난리를 치고 있는건가?
식당에서 일하다 보면 잊을만 할 때 마다 볼 수 있는 흔하디 흔한 진상손님의 유형 중 하나다. 알바 경험이 많은 이한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어쩔줄을 몰라하며 아무말도 못한 채 진상에게 쩔쩔매고 있는 직원을 바라보며 동정어린 시선을 보냈다.
‘저 사람도 재수가 참 없네. 저렇게 까지 말이 안통하는 진상을 만나기도 또 힘든데.’
참으로 딱하지만 괜히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다. 이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진상과 직원 사이의 일방적인 기싸움을 지켜보았다.
아니, 정확히는 그러려고 했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주객전도의 끝: 진상 고객의 행패를 막으십시오.] [클리어 보상: 100만 골드 +10 육아 포인트 450 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