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3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36화(3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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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주객전도의 끝: 진상 고객의 행패를 막으십시오.] [클리어 보상: 100만 골드 +10 육아 포인트 450 Exp.]언제나와 같이 느닷없는 퀘스트 창이 나타나 이한성의 눈앞을 가렸다. 이에 이한성은 방금 전 까지도 가만히 지켜보겠다던 생각을 무르며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천만원은 못참지.
DNA 구조 부터가 자본주의에 절여진 이한성에게 있어서 천만원이라는 돈은 마음을 바꾸기엔 충분하고도 남는 액수였다. 그렇게 돈에 혹해 태세를 전환한 그는망설일 것도 없이 곧바로 퀘스트를 클리어하기 위해 행동으로 나서려고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행동으로 나섰던 건 그가 아닌 화연이었다.
“…보다 보니까 내가 다 화가 나네.”
“?”
화연이 못 참겠다는 듯이 앞으로 한발자국을 내딛었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재빨리 그녀를 멈춰 세웠다.
“뭐하게요?”
“저 사람한테 한 소리 할려고요.”
“관두시죠. 그래봤자 소란만 더 커질텐데.”
저런 타입의 진상에게는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백번 맞는 말을 해봤자 씨알도 먹히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화연이 나서버렸다가는 클리어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만다.
“그럼 보고만 있으라는 건가요?”
“아뇨. 제가 나설테니까 가만히 있어라, 이 뜻입니다.”
이한성은 그렇게 대답하며 등에 업고 있던 수정이를 잠시 화연에게 맡겼다. 그리고는 동시에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조용히 카메라를 켰다.
“이야~ 조회수 달달하게 나오겠네.”
“?!”
이한성이 갑작스럽게 직원과 진상 사이에 끼어들며 핸드폰의 카메라를 비췄다. 그러자 아까까지만 해도 당당하던 진상은 잠시 흠칫하며 황당하단 얼굴로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아, 신경쓰지 마시고 하던거 계속 하세요. 분량좀 더 뽑아야 되거든요. 이게 완전 유툽각이라.”
“무, 무슨 각? 카메라 안 치워?!”
진상 아줌마가 손을 홱 휘두르며 이한성의 핸드폰을 낚아채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이한성의 [위기감지] 스킬이 발동해 시간이 느려졌고, 덕분에 이한성은 마치 영화 속의 주인공 마냥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아줌마의 손을 가뿐히 피해냈다.
“아, 큰일났다. 방금 실수로 영상을 업로드 해버렸네.”
“뭬, 뭬야? 이 어린노무 새끼가 진짜! 예의없게 이게 지금 무슨-”
“아줌마. 예의없다는건 말입니다, 비싼 곱창 집에 와서 배를 채웠는데 돈도 안내고 배째려는 사람한테 쓰는 말이에요.”
“내가 언제 무전취식한다고 했냐고! 지금은 지갑이 없어서 그렇지, 나중에 외상값 제대로 낸다니까?!”
“아~ 예의만 없는게 아니라 지갑도 없으시구나?”
이한성이 능글맞은 말투로 웃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무언가를 주워들었다.
“그럼 방금 떨어뜨리신 이건 아줌마 지갑이 아니겠네요?”
“!!??”
순간 진상 아줌마가 심히 놀란 표정을 지으며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이한성의 손에서 본인의 지갑을 홱 낚아채고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사실 그녀는 본인의 지갑을 떨어뜨린 적이 없었다. 애초에 주머니 속에 잘 들어가있는 지갑이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떨어질리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아줌마의 지갑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바로 아까 이한성이 [위기감지]가 발통한 틈을 타 그녀의 주머니 속에서 지갑을 빼내 바닥에 떨어뜨려 놓았기 때문이었다.
즉, 이 모든게 이한성의 자작극이라는 뜻이다.
“저기 무슨 일 있나?”
“그 왜 가끔가다 그런 사람 있잖아. 막 외상으로 달아달라고 해놓고는 다시는 안오는 사람.”
“아, 요즘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
“저 나이 먹고 부끄럽지도 않나…”
하지만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르는 식당의 손님들은 하나같이 진상 아줌마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저마다 들으라는 듯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이미 꺾여버린 진상의 기를 부러뜨리다 못해 땅 속에 묻어버리기 충분했다.
“아, 아유, 내 정신 좀 봐. 전자레인지에 불을 안끄고 왔네.”
주변사람들의 시선에 진상 아줌마는 횡설수설하며 급하게 가게를 빠져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화연이 아줌마를 가로막으며 계산대를 가리켰다.
“돈, 내셔야죠.”
“….”
주변사람들의 시선이 어지간히도 부담스러웠는지 여성은 거스름돈을 받을 여유도 없이 5만원짜리 한장을 던져놓고는 도망치듯이 식당에서 뛰쳐나갔다.
진상이 사라지자 식당 안이 다시 손님들의 수다소리로 북적이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람들은 다시 음식을 먹으며 관심을 끊었고, 그렇게 한바탕 소란이 지나간 모습을 바라보며, 화연은 등에 업고있던 수정이를 다시 이한성에게 안겨주었다.
“잘하셨어요. 제 속이 다 시원하네요.”
“별거 아닙니다. 저런 부류의 사람들은 보통 남들 시선이 주목되면 아무것도 못하거든요.”
진상의 기를 확실하게 누를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주변인들의 관심을 끌게 만드는 것이다. 즉, 언론 플레이가 답이라는 뜻이다.
‘문제라면 알바생이 써먹을 수는 없다는거지.’
“별거 아닌 것 치고는 지갑 슬쩍하시는 솜씨가 대단하시던데요? 너무 자연스럽게 빼내셔서 깜짝 놀랐다니깐요.”
“아… 그 놀랄 것 까지야 뭐…”
왜 꼭 말투며 표정이 속을 떠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걸까. 기분 탓인가?
[위기감지] 덕분에 시간이 느려졌을테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이한성이 지갑에 손을 대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화연은 그가 지갑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그냥 정황상 짐작한 것 뿐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지한 것에 가깝게 느려진 시간 속에서 내 움직임을 보았다는건 말이 안된다.
이한성은 그렇게 짐작하며 미묘한 표정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는 화연의 시선을 스리슬쩍 피했다.
“그런데 아까 그 사진 찍으신 건 괜찮겠어요? 저쪽에서 나중에 초상권 문제로 고소할 수도 있을텐데.”
초상권.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 허락 없이 내 사진을 찍지 말라는 의미를 지닌 법이다.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온갖 흉악범들에게 까지도 모자이크를 씌워줄 정도로 효능이 좋은게 바로 초상권이니, 아까 그 진상 아줌마가 나중에 법적으로 이한성에게 시비를 걸어올 가능성은 적지만 충분히 있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런 문제를 전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문제 없습니다.”
“?”
“애초에 셀카밖에 안찍었거든요.”
이한성이 아까부터 영상을 촬영하는 잔뜩 찍어놓은 셀카를 화연에게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녀는 참 대단하다는 표정으로 이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참 대단하시네요. 그것까지 속임수였다니.”
“당연하죠. 전 제가 손해보는 짓은 안하는 주의라.”
“그렇게 말하셔도… 나서는 것 자체가 손해 아닌가요?”
“아뇨. 그야 천만… 이 아니라 속이 시원해졌으니까 이득이죠.”
진상 하나 쫒아내면 천만원이라는데 당연히 이득이다.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던 이한성은 그렇게 말을 얼버무리며 계산대로 향해 5만원짜리 세 장을 직원에게 건냈다.
“그… 저기, 감사합니다. 도와주셔서…”
직원이 거스름돈을 돌려주고는 90도로 허리를 숙여 이한성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왠지 양심이 조금 찔리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됐다는 듯이 손을 저었다.
“아뇨, 감사할 것 없습니다.”
애초에 천만원 때문에 나선건데, 그쪽이 그렇게 성심껏 감사하다고 말하면 괜히 나만 자본주의의 노예가 된 느낌이 든다고.
원래 남의 호의를 부담스러워 하는 이한성은 진상 하나 쫓아낸 걸로 천만원이나 번 자신에게 고맙다고 감사해하는 직원의 진심어린 눈빛을 피하며 서둘러 식당을 나왔다. 그러자 화연이 머쓱해하는 직원에게 이해하란 듯이 말했다.
“저분이 좀 쑥쓰럼을 많이 타셔서 그래요.”
“아… 그렇군요.”
직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행이라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에 화연은 그런 직원의 모습을 보고는 마치 젊은이들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미소를 지었고, 이내 카드를 꺼내며 계산하려고 했다.
“카드로 계산 되죠?”
“아… 계산이라면 방금 나가신 남편분께서 이미 다 하셨는데요…?”
“네? 남편이요?”
순간 당황한 나머지 화연의 말이 삑사리가 났다.
“네. 방금 그 남성 분이랑 부부 아니신가요?”
“아…”
남녀끼리 아이와 함께 식사를 하러 왔으니 그런 오해를 받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게 오해를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이한성과는 달리, 이런 식으로 오해를 받는게 처음이었던 화연은 당혹스러움을 내비치며 말끝을 늘어뜨렸다.
“….확실히 저런 사람하고 부부라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네요.”
“?”
부부가 아니라는 듯한 화연의 뉘양스에 직원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화연은 굳이 해명하지 않은 채 미소로 인사하며 식당을 나왔고, 이내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이한성에게 말을 걸었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여기 식사값이요.”
화연이 지갑을 꺼내 아까 이한성이 냈던 금액의 절반을 정확하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쓴웃음과 함께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었다.
“자연스럽게 넘어갈거라 생각했는데.”
“남한테 얻어먹는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주의라서요.”
화연이 시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빼어난 외모로 지은 그녀의 미소는 이성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이한성에게 부담을 안겨주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냥 받아 먹으시지.”
“국밥 정도라면 한번 생각해 볼게요.”
얻어먹는 입장에서 곱창은 너무 부담스럽다. 화연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이한성의 등 뒤에서 실실 웃으며 잠꼬대를 하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거 아세요 한성 씨?”
순간 화연의 잔잔한 목소리가 질문을 건냈다. 목소리와 더불어 잔잔하게 살랑이는 가을바람이 그녀의 찬란한 금발을 휘날리게 했지만, 그녀는 담담히 손으로 머리카락을 억눌렀다.
“사실 세상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더 신기하다는 거.”
“…..”
틀린 말은 아니지.
화연의 말에 이한성은 속으로 그녀의 말에 나지막히 동의했다. 이세계니, 하프엘프니, 시스템이니, 그런 온갖 비현실적인 일들을 겪고 나면, 확실히 그녀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의하는 것 과 지금 이런 질문을 하는 그녀의 의도에 의문이 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갑자기 그런 건 왜 말하시는 겁니까…?”
“아무래도 이한성 씨 에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서늘하지만 차갑지 않은 공기가 코끝을 스쳤다. 길주변에 서있던 가로수에서 떨어진 낙엽이 바람을 타고 천천히 두 남녀의 사이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그녀는 휘날리지 않게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머리카락을 놓았다.
“…..”
살다보면 가끔씩 그런 순간이 있다. 알기 전까지는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던 의문이, 진실을 알게 된 그 순간에 모두 이해가 되는 순간이.
이한성에게 있어선 지금이 딱 그 순간이었다.
“생각보다 별로 안놀라시네요?”
화연이 바람에 휘날리는 머리카락 너머로 드러난 자신의 귀를 만지며 물었다.
둥그런 형태를 지닌 인간의 귀와는 전혀 다른 뾰족한 귀. 그런 화연의 귀를 본 이한성은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필연적으로 알 수 밖에 없었다.
“…이래뵈도 지금 너무 놀라서 말이 안나오는뎁쇼.”
“그런 것 치고는 반응이 영 싱거운데요.”
“그럼 무슨 버라이어티 쇼마냥 반응해야 합니까…?”
TV에서는 막 팔을 막 ㄴㅇㄱ 처럼 꺾으면서 놀라 자빠지고는 하던데, 실제로 사람은 너무 놀라면 행동에 렉이 걸려서 반응이 고장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의심할 만한 구석이 꽤 있긴 했었지.’
편의점에서 취객을 스킬로 재웠을 때 감사를 표했던 것, 핸드폰도 잘 못 다루는 것, 수정이가 친자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챈 것, 아까 판사님 앞에서 왠 사극말투를 썼던 것, 이제와서 세어보니 충분히 의심스러웠던 구석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만 그 근거들이 가리키는 답이 너무 터무니없었던지라 생각하지도 못했을 뿐.
“적어도 그정도 쯤은 반응해주셔야 재밌죠. 제 정체가 엘프라는 사실을 알게되셨는데.”
화연이 손으로 자신의 귀를 어루어만졌다. 그러자 뾰족했던 그녀의 엘프 귀는 순식간에 인간의 귀로 되돌아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비슷한 것을 이미 본 적이 있어서 말입니다.”
“하긴 그러시겠네요. 어쩌면 놀라야 되는건 한성 씨가 저일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저 말고도 저 같은 아이가 또 있을거라곤 기대도 안하고 있었거든요.”
쓴웃음과 함께, 화연은 이한성의 등에 곤히 업혀있던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같은 엘프의 피가 흐르는 아이의 이색적인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근데 실례지만, 그쪽 나이가 몇입니까?”
“궁금하신가요?”
“그야 궁금하죠. 엘프라는데.”
그 어느 창작물 속에서도 엘프는 언제나 늘 장수하는 종족으로 묘사된다. 그런 픽션의 설정이 실제로도 얼추 들어맞는다는 가정 하에, 화연의 나이는 이런저런 근거로 보아 적어도 50살은 넘어갈 것이다.
“글쎄요… 제가 이 나라에 처음온게 분명 공양왕 때였으니까…”
“공양왕?”
조선시대에 그런 왕이 있었나?
역사시간에 늘 졸았던 탓에 한반도의 역사는 조선시대만 겨우 알고 있는 이한성에게 공양왕이라는 이름의 왕은 다소 아리송한 존재였다.
“음… 대충 세보니까 한 600년 쯤 되겠네요.”
“…네?”
600년? 아니, 조선왕조가 500년인데 600년 전에 왔다고? 그럼 뭐야, 조선시대도 아니고 고려시대 사람인거야?
눈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가 엘프라는 것만 해도 놀라운데 그 엘프가 600년 전 고려시대 부터 쭉 이 나라에서 살아왔다니, 이건 놀라움을 넘어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이다.
“이제야 반응이 좀 재밌으시네.”
“….”
화연이 얼탱이가 쏙 빠진 이한성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괜찮다면 시간 좀 내주시겠어요? 얘기가… 좀 길어질지도 몰라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