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0화(40/245)
40
평범한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순간은 언제일까, 묻는다면 모두가 전부 같은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바로 집을 살 때 라고.
작게는 3억, 크게는 10억. 평생 벌어서 모아둔 돈이 교통사고 당한 환자마냥 과다출혈로 빠져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순간.
원래 사람이 지닐 수 있는 재산 중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 것이 집이라고들 하는데, 거기에다가 최근들어 미친듯이 치솟아버린 집값 덕에 요즘 젊은이들의 내집마련 꿈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이 되어버렸다.
그렇기에 많은 젊은이들은 전세 계약을 꿈에서나 해보고, 현실에서는 싸디 싼 월세방 계약으로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기 마련이다.
예전의 이한성 또한 그랬었다. 최저시급 알바를 서너 개 씩 뛰며 월세 내고 뭐 내고 쪼들리는 생활을 해왔던 그에게 내집마련은 꿈을 꿀 가치도 없는 허황 속의 바램이었다.
그런데 그 누가 알았을까. 그가 싱글벙글 웃으며 전세계약을 알아 볼 날이 오게 될 줄.
“맘에 드는 집이 한두개가 아니라서 고민이네.”
이한성이 핸드폰으로 부동산 사이트에 올라온 집들을 이리저리 훑어 보며 행복이 넘쳐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현재 그의 수중에 있는 총재산은 약 10억. 강남 아파트 까지는 무리겠지만 다른 곳에 널려있는 왠만한 넓고 좋은 전세집을 사기에는 충분하다.
“아빠 뭐해?”
순간 거실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놀고 있던 수정이가 혼자 핸드폰을 만지며 실실 웃고 있던 이한성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떤 집을 살까 고민 중이야.”
“집? 우리 집 있자나?”
수정이가 낡은데다가 좁은 원룸을 빙 둘러보며 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아직 월세와 전세의 차이를 모르는 수정이의 해맑음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수정아. 이건 우리 집 아냐. 남의 집 빌려서 쓰고 있는거야.”
“!!”
순간 수정이가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막장 드라마 속 주인공과도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여태껏 집이 없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럼 우린 집도 없는 거지인거야….?”
“야야, 집도 없는 거지라니. 그정도는 아니야.”
저런 말은 대체 어디에서 배운걸까. 집에 TV도 없어서 딱히 저런 말을 배울 수도 없을텐데.
날이 가면 갈 수록 늘어만 가는 수정이의 언어 구사 능력에 이한성은 속으로 감탄을 내뱉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집도 없는 거지가 아니라, 집이 없는 부자야. 우리 돈 많아.”
“얼마나 많은데?”
“10억.”
“10억?”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직 기초 수학도 제대로 배우지 않은 수정이에게 10억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큰 숫자였다.
“그게 그러니까… 대충 사람 목숨 값 하나 정도라고 생각하면 돼.”
그 왜 있지 않은가. 10억을 받았습니다… 하고 남편의 목숨을 돈으로 환산하던 전설의 그 광고. 생명보험으로 받는 돈이 대충 그정도일테니…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물론 5살 밖에 안된 아이에게 가르칠 만한 비유법은 절대로 아니지만 말이다.
“우으으….”
“?”
갑자기 들려오는 울먹이는 소리에 이한성은 고개를 들어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울상이 된 얼굴로 눈물 콧물을 다 흘리는 수정이의 모습이 그의 눈가에 들어왔다.
“??? 아니, 왜 울어 갑자기??”
“아빠, 나 팔아버릴꼬야?”
“?????”
아니 왜 갑자기 그런 결론이 나온대냐??
수정이의 말에 이한성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가 뼈속까지 자본주의에 물들어버린 속물이라고는 하지만, 키우겠다고 결심한 딸내미를 팔아넘길 정도로 쓰레기는 아니었다.
“얌마 내가 널 왜 팔아…? 안 팔아. 그러니까 울지 마.”
“훌쩍, 그치만 아빠가 방금 말했자나… 10억이나 있다구…”
“그래 그건 맞는데… 잠깐만, 너 지금 내가 널 팔아서 집을 살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아니야?”
“….”
울먹이며 고개를 살짝 들어올리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자기가 사람 목숨이 10억이니 어쩌니 하는 쓸데없는 소리 덕분에 이런 오해가 생겨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한숨을 내쉬며 수정이의 어깨를 토닥였다.
“야. 내가 누구야?”
“아빠는 아빠인데…?”
“그렇지. 근데 아빠가 자식을 팔아넘기면 그건 아빠가 아니라 인간 쓰레기인거야. 알았어?”
“그럼 아빠는 인간 쓰레기…”
“아니지!! 그러니까 너 팔아넘길 일 없다니까?!”
“그럼 돈은 어떡해? 아빠 돈 없자나.”
수정이가 코를 훌쩍 거리며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물었다. 아직 5살 밖에 안된 아이라도, 집에 돈이 없다는 사실은 귀신같이 눈치 챌 수 있는 법이었다.
“돈이 왜 없어. 우리 돈 많아. 아까 말했잖아. 10억이나 있다고.”
“거짓말. 할머니가 그랬는데 백수는 돈 없다고 했써.”
할머니. 가끔가다 이한성을 대신해서 수정이를 돌봐주고 계신 집주인 아주머니의 호칭. 사실 할머니라고 부를 만큼 연세가 있으신 분은 아니지만 수정이에게 있어선 어째서인지 할머니라고 불리고 있는 분이시다.
‘그 아줌마, 왜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어째 가끔가다 가르치치도 않은 말을 쓴다 했더니만, 원흉이 따로 있었네.
수정이의 나이에 맞지 않는 화법의 원인을 이제서야 알게 된 이한성은 앞으로 아주머니에게 애를 맡기는 건 가급적이면 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돈이 없다고 믿고있는 수정이의 오해를 전적으로 해명했다.
“잘 들어 수정아. 세상에는 두가지 종류의 백수가 있어. 하나는 돈 없는 백수고, 다른 하나는 돈 많은 백수지. 난 그중에서도 돈 많은 백수니까 돈 걱정은 하지마. 알겠어?”
“…그런거야?”
“그런거야.”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이한성의 말이었지만, 일단 돈이 부족한 일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는 그제서야 눈물을 뚝 그치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울지 말고 웃어라. 그게 더 낫다.’
한바탕 소란이 지나가고 위험했던 오해가 풀리자 이한성은 속으로 안도하며 다시 핸드폰으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수정이가 쪼르르르 다가와 소파 옆에 앉더니, 이내 얼굴을 들이대며 기운 찬 목소리로 물었다.
“아빠~ 우리 어떤 집 살거야?”
“글쎄다. 아직 정하고 있는 중인데. 너도 한번 골라볼래?”
“그래도 돼?”
“당연하지.”
따지고 보면 이게 다 네 덕에 번 돈인데 말이야.
이한성은 집을 고를 생각에 벌써부터 신나하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빠! 아빠! 나 이집 좋아!!”
“야야 알겠으니까 진정해.”
화면을 내리던 와중, 수정이가 호들갑을 떨며 재촉하자 이한성은 화면을 터치해 수정이가 고른 집을 이미지로 살펴보았다.
“전원주택이네?”
집이라고 해봤자 아파트가 대부분인 대한민국에서 전원주택이라니, 그것도 생활권 근처에.
딱 보기만 해도 값이 창렬스러워 보이는 수정이의 선택에 이한성은 슬그머니 화면을 내며 집값을 확인했다.
“십, 십삼 억…”
생활권과 가까운 위치나 아파트가 아닌 전원주택임을 감안한다면 비교적 싸다고 할 수도 있는 집값이지만, 현재 이한성의 전재산을 고려했을 때 너무 비싼 집이었다.
“저, 저기 수정아. 왜 하필 이 집이냐…?”
“마당이 있자나!”
“아… 마당 말이지…”
확실히 막 뛰어놀기 좋아하는 애들한테 있어서 마당의 존재는 매우 매력적일 것이다. 그러나 돈을 아껴야 하는 입장인 이한성에게는 쓸데없이 관리까지 필요한 골칫덩어리일 뿐이었다.
‘확실히 가격 대비해서 진짜 좋은 집이긴 한데…’
이한성이라고 해서 전원주택이 싫은 건 아니었다. 여태껏 낡아빠진 월세집에서 잘만 버텨온 그에게도 나중에 늙어서 전원주택에서 마당을 가꾸며 노년을 이어나가는 꿈 하나 정도는 꿔본 적이 있었다.
문제라면 돈이 부족하다는 것.
“이거 말고 다른 집은 어때? 이 집도 괜찮아 보이는데.”
방금 돈 걱정 하지 말라고 해놓고는 이제와서 딴말 할 자신이 없었던 이한성은 어쩔 수 없이 자연스레 수정이의 관심을 돌리려고 했다.
“시러! 난 이 집이 좋아!”
“야야야, 그러지 말고 이 집도 한번 봐봐. 여기에도 마당 있어.”
이한성이 33평짜리 아파트의 베란다를 가리키며 되도 않는 구라를 쳤다. 하지만 아직 5살에 불과했던 수정이는 베란다와 마당의 차이점을 몰랐다.
“음… 정말로 이것도 마당이야?”
“그럼. 당연하지. 봐봐, 식물도 키울 수 있고 애완동물도 키울 수 있는 공간이면 그게 마당이지 뭐.”
“아~ 그러쿠나.”
“그래그래.”
순 개소리다. 이한성의 논리가 맞다면 웬만한 모든 아파트에 마당이 달려있는 셈이 된다.
“음… 알았써. 마당만 있쓰면 돼.”
“오케이. 그럼 이 집으로 결정한거다?”
평수는 33평. 위치도 괜찮고, 집값도 9억 정도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물론 서울 땅이라 그런지 평수에 비해 집값이 많이 비싸기는 하지만, 유치원이나 학교가 근처에 있으니 수정이의 미래를 생각해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다.
집을 결정한 이한성은 그대로 핸드폰을 주머니 속에 집어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겼다. 그러자 수정이도 그를 따라 귀여운 발걸음으로 작은 재킷을 챙겨 입었고, 그런 수정이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자연스레 수정이에게 신발을 신겨주었다.
“아빠, 근데 우리 어디가?”
“어디긴 어디야. 부동산이지.”
“부동산? 아! 할머니가 좋아하는 건데!”
“그건 맞동산이고.”
어느 유명 과자와 부동산을 헷갈린 수정이를 정정해주며, 이한성은 금새 눈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추워진 날씨를 대비해 수정이를 목도리로 꽁꽁 싸맸다.
“답답해…”
“답답해도 참아. 밖에 추워.”
수정이를 추위로 부터 완벽하게 대비시킨 이한성은 그대로 흡족한 표정과 함께 수정이와 나란히 현관문을 나왔다.
내집마련의 꿈으로 향하는 첫걸음이었다.
–––––––—
관상은 과학이다. 다들 그런 말을 한번 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아뇨.”
[이름: 구창식] [나이: 45] [종족: 인간] [Hp: 90/90] [Mp: 0/0] [특징: 이기주의]눈앞에 마주한 중개업자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그 말을 머릿속에서 떠나보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까지 사기꾼 처럼 생겼을 수가 있지?’
사기꾼 같은 수염에 사기꾼 같은 헤어스타일, 거기에다가 딱 봐도 사기꾼 같은 인상. 관상이 과학이라고는 전혀 믿지 않는 이한성이 보아도, 눈앞의 중년 남자는 너무나도 사기꾼 같아 보였다.
‘그나저나 이기주의라니… 스킬로 저런 것도 볼 수 있던가?’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스탯에 이한성은 너무 사기꾼 처럼 생겨서 사기꾼 같지가 않은 중개인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
이기주의. 말 그대로 이기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일컫는 말. 그냥 듣기에는 막 부정적으로 들리지만 사실 모든 인간들이 누구나 기본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걸 생각했을 때 딱히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문제는 가뜩이나 외모 부터가 사기꾼 같은데 이기주의라는 이미지 까지 합쳐지니까 더 싱숭생숭하다는거지.
“자, 여기에다가 서명하시면 됩니다.”
“아 네.”
….괜찮겠지?
사람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되는 법이다. 중개인이 내민 계약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훝어본 이한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생겨버린 관상쟁이 기질을 억누르며 계약서에다 서명했다.
“아유, 감사합니다 고객님. 안그래도 하도 이 집이 안팔려서 고민이었는데, 구세주가 따로 없으시군요.”
“아, 예.”
서명하기 무섭게 무겁기 그지 없던 중개인의 표정은 순식간에 가벼워졌다.
“그럼 입주는 다음주 월요일에 하면 되는거죠?”
“그럼요. 집주인께도 미리 말씀드려놨으니 그때까지 차근차근 준비하시면 됩니다. 이삿짐센터 번호도 필요하시면 알려드릴까요?”
“아뇨, 괜찮습니다.”
중개인의 서비스 정신에 이한성은 단호히 거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수정이 또한 폴짝 의자에서 뛰어내리며 이한성을 따라 일어났다.
“아빠, 그럼 이제 우리 집 생긴거야?”
“어 그래. 돌아가서 이사할 준비 하자.”
“히히, 집에 가면 나 마당에서 사과를 이~ 만큼 심을래!”
“그려. 이사하고 나서.”
베란다에다 사과나무를 심는다는게 말이 안되긴 하지만 굳이 어린애의 소망을 뿌리 채 뽑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이한성은 그저 순수산 수정이의 미소에 흡족한 웃음을 지으며 부동산을 나왔다.
그때 까지만 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
관상은 과학이 아니라, 마법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