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1화(4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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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길게 별로 없네.”
이사를 바로 내일로 앞둔 채, 이한성은 짐들을 전부 정리하며 그렇게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챙길 것이라고 해봐야 그릇과 식기, 그리고 웃이랑 칫솔 같은 것 뿐. 그나마 집에 있는 가구라고 해봐야 소파와 식탁 뿐이지만, 그마저도 이한성의 소유는 아니기에 챙길 필요가 없다.
“뭐, 짐이 많아봤자 번거롭기만 하니까 잘된거지.”
가구 같은 것들이야 이사한 다음에 사면 그만이다. 이한성은 벌써부터 집을 이런저런 가구들로 꾸밀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갑시다!”
서로 흥분한건 수정이 또한 마찬가지였는지, 저 먼치에서 아주 그냥 흥얼거리다 못해 라이브 콘서트를 부르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이 눈가에 들어왔다.
‘…..이제와서 사실 마당이 없다고 하면 큰일나겠네.’
집에는 꼭 마당이 있어야 한다던 수정이의 고집 때문에 아파트의 베란다도 마당이랑 다를게 없는 것이라고 속이긴 했지만, 들키는 건 시간문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집을 바꿀 수도 없는 법이다. 이미 계약서에다 싸인도 했고 입주가 바로 내일이니 말이다.
“나중에 먹을 걸로 잘 달래주면 되겠지 뭐.”
잔뜩 마당을 기대하고 있는 수정이었지만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는 거다. 이한성은 그렇게 찔려오는 양심을 뒤로 한 채 버릴 것과 가져갈 것들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이건 필요 없고, 이것도 필요 없고…”
제 딴에는 평소에 딱 필요한 것만 사다가 써왔다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집안을 뒤져보니 없는 살림에 왜 샀는지도 모를 물건들이 꽤나 보였다.
‘버리기엔 좀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아깝다고 남에게 줄 수도 없는 잡동사니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아쉬움을 무릅쓰고 버릴 물건들을 전부 상자 안에 담았다.
“그리고 또 버릴만한게…”
순간 이한성의 말끝이 흐려졌다. 불현듯 시선을 끈 조악한 바구니를 본 그는 이내 씁쓰름한 미소를 지으며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저 안에서 시끄럽게 울어대던게 엊그제 같은데…”
“응?”
“아냐, 아무것도 아니야.”
고개를 갸웃거리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말을 얼버무리며 조용히 바구니를 챙겼다.
“…분명 쓸데가 있겠지.”
[띵동-]버릴 것과 챙길 것을 전부 다 정리한 그 순간, 갑작스럽게 현관문의 초인종 소리가 울려 퍼졌다.
“수정아, 잠깐 나가봐라.”
“아라써!”
거 기운 한번 차고 넘치네. 낯선 사람만 보면 막 무섭다고 숨으면서.
“아빠~! 할머니 왔써!”
“집주인 아주머니?”
수정이의 외침에 이한성은 현관문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수정이를 마치 손녀딸처럼 귀여워하고 계신 집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이 눈가에 들어왔다.
“갑자기 웬일이세요?”
“내일 이사한다고 해서 수정이 얼굴 좀 보러 왔지. 챙길 건 다 챙겼어?”
“네 뭐. 가져갈거라고 해봤자 얼마 되지도 않아서 금방 다 챙겼어요.”
“그래… 그나저나 집 살 돈은 어디서 난거야 총각? 얼마 전 까지만 했어도 월세 내는 걸로 허덕였었잖아.”
“아, 그…. 애를 키우니까 지원금 같은게 나오더라구요….”
애 돌보는 걸로 난 돈이니까 어떻게 보면 지원금 맞지.
“세상 참 좋아졌네. 나라에서 애 키우는걸로 지원금도 다 주고. 나 땐 그런게 일절 없었거든.”
딱히 틀린 것도 아닌 이한성의 거짓말에 넘어간 아주머니가 살짝 꼰대스러운 말투로 중얼거리셨다.
“아무튼, 혹시나 모르니까 부동산 연락처랑 집주인 연락처도 따로 챙겨 둬. 요즘 계약사기라던가 하는 일들이 많던데.”
“저도 알아요. 이미 연락처 같은 건 다 핸드폰에 저장해 놨어요.”
“그리고 밥도 잘 챙겨서 먹어. 애 한테도 막 라면 같은 것만 주지 말고.”
“노력해보죠 뭐.”
“또 몸 상하지 않게 일도 적당히 쉬엄쉬엄 해. 몸 챙기는게 제일이야.”
“네네.”
“그리고 또…..”
“아오, 알겠으니까 걱정 마세요. 귀에 딱지 얹겠네.”
누가 들으면 아주 그냥 아들내미 하나 독립시키려는 줄 알겠습니다. 친자식도 아닌 총각한테 잔소리가 끝이 없네 진짜.
엄마가 있으면 바로 이런 느낌일까. 이한성은 귀찮으면서도 막상 그렇게 나쁘지 않은 잔소리라고 생각하며 아주머니를 안심시켰다.
“…그래. 걱정할 필요 없겠지.”
아주머니가 쓴웃음과 함께 저 먼치를 바라보셨다. 그 모습이 어딘가 애틋해 보였던 건 기분 탓일까.
[쪽-쪽- 우물우물-]“?”
잠시 침묵이 감돌던 그 순간, 누군가 사탕을 빨아먹는 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바라보니, 범인은 다름아닌 수정이었다.
“너 뭘 우물거리고 있는거야?”
“사탕!”
수정이가 홍삼맛 캔디 포장을 내밀며 해맑게 대답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이한성은 질색팔색하며 수정이의 입맛에 경악했다.
“그게 맛있냐…?”
아무리 생각해도 애들이 좋아할 맛은 아닌데.
보통 아이들은 홍삼맛 캔디 따위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미용실이나 식당같은 곳에 갈 때 사탕을 잔뜩 모아둔 그릇이 있으면, 항상 초코 맛이나 콜라 맛 캔디를 고르기 마련이니.
“마싯써!”
“어… 그래. 그럼 됐어.”
지가 좋다는데 뭐 어쩌겠어. 존중해줘야지.
본인이 괜찮다면야 그만이라고 생각하며 이한성은 존중하지만 납득은 가지 않은 눈빛으로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수정아. 할머니한테 사탕 많이 있으니까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말하렴.”
“네~!”
집주인 아주머니가 싱글벙글 웃으시며 주머니 속에서 홍삼 캔디를 한움큼이나 꺼내 보여줬다.
대체 저 많은 캔디들을 왜 주머니에다 넣고 다니시는걸까. 그런 별 것 아닌 의문을 품으며, 이한성은 진짜 친할머니와 친손녀 처럼 화기애애하게 웃고있는 아주머니와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어구어구, 애가 어쩜 이리도 이쁠까. 제 아빠를 하나도 안닮아서 다행이네.”
“안닮은게 당연하죠. 피가 하나도 안이어져 있는데.”
“그래. 이렇게 보니까 그런 것 같구만. 확실히 총각이 친아버지는 아닌 모양이야.”
“…..”
아기였을 때는 몰랐지만 5살로 훌쩍 성장하고 나서 보니까 수정이와 이한성의 외모에는 닮은 점이 조금도 없다. 그 사실을 이제야 깨달으신 집주인 아주머니의 모습에,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역시 평범한 사람들은 수정이의 성장이 비정상적으로 빠르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하네.’
건 3달 만에 신생아에서 5살 소녀로 성장한 수정이.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한 성장속도지만 집주인 아주머니도, 보육원의 해영도 수정이를 갓난아기 때 부터 여러번 곁에서 지켜봐왔음에도 불구하고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다.
위화감을 눈치 챘던 건 오로지 화연 뿐. 다만 그녀의 정체가 하프엘프도 아닌 순수 엘프 그 자체인 것을 감안했을 때, 일반인이 수정이의 정체에 위화감을 느낄 가능성은 거의 제로나 다름 없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수정이가 사람을 앞에서 날아다니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말이지만.’
그러고 보니 얼마전에 화연 씨가 수정이한테 마법 과외를 해준다고 했었지? 시급 2만원으로. 아마 그때 과외 날짜를 일요일로 잡아놨을텐데…
“…오늘이잖아?”
집 사느랴 이사 준비 하느랴 바빴던 탓에 깜빡 잊고 있었다. 화연과의 약속을 떠올린 이한성은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이 오후 2시니까… 한 30분 정도 남았네.”
약속을 2시 반으로 했으니 아마 화연이라면 정확하게 시간을 지켜서 올 것이다. 의외로 약속 같은 면에선 늘 철저했던 화연의 인상을 떠올리며 이한성은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띠리리리-]“응?”
순간 핸드폰이 막 진동하기 시작했다. 화면을 확인해 보니 얼핏 기억이 나는 것 같기도 한 번호였다.
“아, 이삿집 주인 번호잖아?”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한거지? 내일이 이삿날이니까 미리 확인해두려고 전화하신건가? 일단 받아봐야겠다.
“예. 이한성입니다.”
[안녕하세요. 저번에 연락을 주고받았던 김한서 입니다만, 갑자기 전화드려서 죄송합니다.]“아뇨, 괜찮습니다. 근데 무슨 일이시죠?”
[그게… 중개인 분에 대해 말씀드릴게 급히 생겨서 말인데요.]“예, 말씀하시죠.”
[….아무래도 그 사람 한테 계약사기를 당한 것 같아요.]“….예?”
잘못 들었나? 방금 뭔가 드라마틱 한 장면에서 나올 법한 단어를 들은 것 같은데.
[그 중개인, 저한테는 월세 계약이라고 해놓고 이한성 씨 쪽에는 집 매매라고 사기를 친 모양이에요. 하도 세입자가 없던 월세 집인데 중개인한테 맡기자마자 세입자가 생겨서 혹시나 조사해 봤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려고 하니까 그새 부동산 문 닫고 잠적했더라구요…]“……”
[그… 괜찮으세요? 충격이 많이 크실텐데…]핸드폰 너머의 김한서가 말이 없는 이한성에게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이중계약으로 사기를 쳤다는 중개인과는 달리, 집주인은 멀쩡한 것을 넘어서 보기 힘들 정도로 선한 사람이라는게 참 아이러니였다.
“아하하.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핳.”
[저, 저기요? 여보세요…?]“아,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좀 자주 웃는 타입이라.”
[…..?]분명 이 순간에도 김한서는 미친놈을 바라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으리랴. 안봐도 뻔한 상대방의 반응을 상상하며, 이한성은 너무 멀쩡해서 무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미리 연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쇼.”
[아 네… 좋은 하루되세요…]상대방의 당혹스러운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통화는 끊어졌다. 그러자 이한성은 통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가만히 손에 든 채 다시 미친놈 처럼 폭소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 아하하하하하하!!”
“저저, 미쳐뿠나 보다. 수정아, 저런 거 보는 거 아니다. 눈 감아라.”
“?”
도저히 눈 뜨고는 못 봐주겠는 이한성의 광기어린 폭소에 집주인 아주머니는 수정이의 눈을 가렸다. 그리고는 이내 미친 것 같은 이한성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을 걸었다.
“괜찮아 총각? 내 딱 보니까 그 중개인이라는 놈이 돈 들고 튄 것 같은데.”
[뚝-]중개인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기 무섭게 이한성의 폭소가 꽉 잠근 수도꼭지 마냥 뚝 끊겼다.
“관상을 믿었어야 했는데…”
“뭐?”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히려 좋아요.”
“뭐??”
9억이나 빼먹힌 처지에 대체 뭐가 좋다는 걸까.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는 이한성의 반응에 집주인 아주머니는 진지하게 119를 불러야 하나 진심으로 걱정했다.
“아, 기껏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게 아니라고 착한 생각 좀 했더니만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그래. 좋다 이거야.”
하지만 그렇게 아주머니가 걱정하든 말든, 이한성은 정말 미친놈 처럼 혼잣말을 이어가며 키득거렸고, 이내 진정하고는 수정이를 불렀다.
“수정아.”
“왜에?”
“우리 진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