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2화(4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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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위기에 직면 했을 때,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반응은 세가지로 나뉜다.
패닉에 빠져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과,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분노에 휩싸이는 사람, 그리고 머리를 잘 굴려서 위기를 모면하는 사람.
혹은, 번외로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사람도 있다.
“수정아. 우리 진짜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가자.”
9억이나 탈취 당한 막막하고도 아찔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살짝 광기가 서려 있는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응? 그치만 우리 이미 집 샀자나.”
“그렇긴 한데, 생각해 보니까 네가 골랐던 그 집이 더 나은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럼 우리 그 커다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하는거야??”
“그래그래.”
일전에 그렇게나 마음에 들어 했던 전원주택으로 이사가자는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아주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방방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나하는 수정이와는 달리 집주인 아주머니는 비정상적으로 담담한 이한성의 태도에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총각. 그게 무슨소리야? 지금 상황에 이사를 간다니…”
“괜찮아요. 제가 보험 들어둔게 하나 있거든요.”
“보험?”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듯한 아주머니의 눈빛에, 이한성은 빌런 저리가라 할 미소와 함께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 척 하며 상점메뉴를 열었다.
[소지 중인 골드: 10, 059, 100 골드] [환전하기]상점메뉴를 열자 눈에 들어온 것은 건 1억원 정도 되는 액수의 골드와 그 밑에 위치한 골드를 대한민국 원으로 바꿔주는 환전 버튼, 그리고 바로 그 옆에 위치한 또하나의 버튼이었다.
[환불받기]며칠 전 화연의 도움으로 수정이의 출생신고를 해결하고 레벨이 올라 추가 된 상점메뉴의 새로운 기능. 이름과 비슷하게 최근 한달 동안 현금으로 환전했던 액수의 골드를 다시 골드로 전환해서 돌려받을 수 있는 아주 사기적인 기능이다.
물론 그런 사기적인 기능에 비례하듯, 실수로 골드를 환전했거나, 환전한 금액이 부당한 방법으로 타인에게 넘어갔을 때만 사용할 수 있는 한정적인 기능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는 딱 맞는 기능이지.”
시스템이 말하는 부당한 방법이라는게 정확히 어떤 걸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난번에 확인했을 때만 해도 비활성화 되어있던 이 버튼이 활성화 되어 있는 걸 보면 시스템에게도 부동산 사기 하나는 확실하게 부당하다고 받아들여지는 모양이었다.
[환불받기를 누르실 경우, 총액 9억 3천 5백만원의 현금이 골드로 전환됩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Y/N]“닥치고 예쓰지.”
9억을 바로 돌려받을 수 있는데 생각할게 뭐 있어.
망설일 것도 없이 이한성은 바로 [Yes]를 선택했다. 그러자 시스템은 인터넷 뱅킹보다도 빠른 속도로 날아가버렸던 9억이 넘는 거액을 도로 이한성의 계좌로 송환했다.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역은 상점메뉴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소지 중인 골드: 103, 559, 100 골드]“이야, 성능 확실하네.”
법적으로 사기꾼 잡고, 소송걸고, 배상 받고 했다면 엄청난 시간과 돈이 들어갔을 일이 이렇게 쉽게 해결 될 줄이야.
분명 지금쯤 그 사기꾼 새끼는 등쳐먹은 9억이 사라진줄도 모르고 실실 웃어대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에 이한성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은 웃음을 가까스로 참아내며 시스템 창을 닫았다.
‘이걸로 일단 돈은 돌려 받았고, 이젠…’
…..그 사기꾼 새끼 잡아다가 손해배상금만 뜯어내면 되겠네.
순간 이한성의 얼굴에 사악하기 그지 없는 미소가 드리워졌다. 그러자 그런 그의 미소를 본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할머니, 아빠 왜 저래?”
“니 아빠 지금 정신이 많이 아픈가 보다. 괜히 건드리지 말고 이리 오렴.”
속사정을 모르는 수정이와 집주인 아주머니의 눈에 비춰진 이한성은 도저히 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 그 누가 부동산 사기를 당하고도 미친듯이 폭소하겠는가.
“큼큼!”
둘의 걱정스럽고도 동정어린 시선을 그제서야 눈치 챈 이한성은 이내 헛기침과 함께 얼굴에서 야비한 미소를 지웠다.
“돈 떼먹힌 건 일단 해결했으니까 걱정 마세요.”
“벌써? 아니, 그렇게 빠르게 해결이 가능해?”
“제가 말씀 드렸었잖아요. 미리 보험들어둔 게 있었다고.”
괜히 아무 생각도 없이 그 인상부터가 사기꾼인 중개인을 믿었던게 아니다. 여차할 때를 대비한 해결책이 있었으니 한번 믿어봤던거지.
“그러니까 이젠 그 사기꾼만 찾아다 잡아 넘기면 끝이에요.”
상점 메뉴의 환불 기능 덕에 다시 소지 금액이 1억 남짓에서 10억으로 돌아왔다. 여기서 그 도주했다는 사기꾼만 찾으면 법정에 세워서 돈을 더 뜯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사기꾼은 어떻게 잡으려고? 그런 놈들은 보통 한번 놓치면 다시는 못 잡던데.”
“그것도 다~ 방법이 있습니다.”
확실히 한번 도주한 사기꾼을 잡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런 경우에는 보통 계약금을 들고 바로 해외로 튀어버리기 마련이니.
‘하지만 아직까지는 해외로 도주하지 않았을거란 말이지.’
아마 현재 그 사기꾼은 이중계약이 들통났다는 사실을 아직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이사를 끝마치고 첫 월세를 내야 했을 한달 쯤 뒤에야 서로 사기 당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테니 말이다.
그러나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삿집 주인이 눈치가 빠른 사람이었고, 더불어 선한 사람이었던 덕에 이사를 하기도 전에 최단기간으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즉, 현재 그 사기꾼은 시간이 제편이라고 착각하며 태평하게 도주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일 것이라는 뜻이다.
참 어리석게도 말이지.
[띵동-]순간 초인종 소리가 갑작스레 울려퍼지며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 본능적으로 현관문 밖에 누가 기다리고 있는지 알아 챈 이한성은 이상한 썩소를 지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계획… 이 아니라 예정대로군.”
“오늘 뭐 택배 올 거라도 있어 총각?”
“아뇨. 대신 과외 선생님은 한분 오시기로 했었죠.”
덧붙이자면 시급 2만원 받는 세상에서 단 한명 뿐인 마법 과외 선생님이죠. 물론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까 과외는 다음으로 미뤄야 겠지만 말입니다.
“들어오세요 화연 씨. 문 열려있습니다.”
굳이 현관문 까지 걸어나가기가 귀찮았던 이한성은 큰 소리로 문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이윽고 현관문이 열리며 금발머리의 미인이 집 안에 발을 들였다.
“어… 누가 은행에서 빨간딱지라도 붙이러 왔었어요?”
이번으로 이한성의 집에 방문한게 두번째인 화연이 각종 상자들로 물건 정리가 싹 되어 있는 집안을 둘러보며 물었다.
“그게 아니라 이사할려고 준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관상법을 안 믿는 바람에 내일 이사는 물 건너 갔지만 말이다.
“아… 그렇구나.”
이한성의 대답에 화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아, 안녕하세요.”
“….”
집주인 아주머니와 거실에서 눈을 마주친 화연이 급히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아주머니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인사를 받았고, 이내 의심스러운 눈빛과 함께 이한성에게 고개를 돌렸다.
“애 엄마야?”
“예?”
“그러니까 수정이 엄마냐고. 좀 닮은 것 같은데.”
“아뇨. 전혀 아닌데요.”
그야 수정이가 하프엘프고 화연 씨가 엘프니까 닮은 건 맞지만, 둘이 피는 1도 안이어져 있습니다만.
간신히 젊은 나이에 사고 친 무책임한 애 아빠 이미지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더니만, 이젠 화연 쪽이 무책임한 애 엄마로 오해받는 상황이 되버렸다.
“전 화연 이라고 해요. 예전에 이한성 씨가 알바하시던 편의점 동료였어요.”
“아… 한국말 잘 하네?”
그야 한국에서 산지 600년이 다 되어가는 고대 한국인이신데 당연하죠.
또박또박 한국인보다 더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상하는 화연의 모습을 무척이나 신기해 하시는 아주머니의 표정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저… 이한성 씨. 이분은… 어머니이신가요?”
아주머니의 오해에 이어서, 이번에는 화연이 집주인 아주머니와 이한성을 번갈아가 보며 미심쩍은 눈빛과 함께 그렇게 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답답한 마음으로 항의했다.
“아뇨. 아니, 대체 둘 다 왜 그래요? 왜 보는 사람마다 막 가족으로 엮으려고 하는거야?”
물론 이한성과 집주인 아주머니의 분위기가 어느정도 닮았기에 초면인 사람이 보면 모자(母子) 사이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하도 수정이와의 가족관계에 대한 오해로 데인 경험이 다분했던 이한성은 민감하게 반응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냥… 두분이 서로 많이 닮으신 것 같아서…”
“나도 그냥 이 처자 분이랑 수정이가 많이 닮아서 그랬지…”
막장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항상 누군가가 다른 사람과 붙어있는 모습을 보면 특정한 관계로 엮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화연과 집주인 아주머니 둘 다 최근 유행하는 러브하우스의 애청자였지만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이한성은 그저 짧막히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잊고 있던 중대사항으로 주제를 돌렸다.
“암튼, 서로 쓸데없는 오해는 그만 하시고, 두분 다 일단 제 부탁 좀 들어주세요.”
“부탁?”
“무슨 부탁?”
갑자기 부탁할게 있다는 이한성의 말에 아주머니와 화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소파에 앉아 홍삼 캔디를 오도독 씹어먹고 있던 수정이를 들어올리고는 이내 아주머니 앞에 내려주었다.
“우선 죄송하지만 아주머니는 잠깐 수정이좀 대신 돌봐주세요. 화연 씨는 저랑 얘기 좀 하고요.”
“돌봐주는 건 나야 좋지만… 저 처자랑 무슨 얘기를 하려고 그래?”
“그런게 있어요. 좀 비지니스 적인 얘기라 그래요.”
이한성이 그렇게 대충 말을 둘러대자 아주머니는 딱 봐도 또 뭘 잔뜩 오해하고 계신 듯한 미소와 함께 이한성과 화연을 바라보았다.
“무슨 생각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아니에요.”
“아주 그냥 독심술사 납셨네 그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총각이 어떻게 안다고.”
이한성의 부정에 아주머니는 그렇게 투덜거리시며 수정이를 안아들고 밖으로 나가셨다.
“수정아. 할머니가 까까 사줄까?”
“네! 나 아이스크림 먹고시퍼요!”
“지금 가을인데?”
“마싰쓰니까 괜차나!”
[덜컥-]점점 멀어지던 아주머니와 수정이의 대화 소리가 현관문이 닫힌 것과 동시에 뚝 끊기며 조용해졌다. 그러자 집의 거실에 이한성과 단 둘이 남게 된 화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먼저 말을 꺼냈다.
“제 기억으로 오늘 제가 여기 온 이유는 분명 수정이 한테 마법을 가르치기 위해서였을텐데요?”
“그랬었죠. 근데 사정이 생겨서요.”
“…설마 지금 시급 2만원을 없었던 걸로 하시는 건 아니겠죠?”
“아뇨. 시급 2만원은 그대로 드릴게요. 대신 과외 말고 다른 것 좀 해주셨으면 해서요.”
“다른거? 어떤거요?”
시급 2만원을 무르겠다는 건 아니라는 이한성의 말에 화연은 무척이나 안도하며 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사람 하나를 찾아서 기필코 담가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 드러난 미소와 함께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했다.
“혹시 추노꾼 일 해보신 적 있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