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3화(43/245)
43
“이런 염병할!!”
어둑어둑한 방 안에서, 제 화를 이기지 못한 구창식이 서류들로 어질러져 있던 책상을 냅다 뒤집어 엎었다.
“9억이 갑자기 어디로 증발한거냐고 x발!!!!”
[쨍그랑!]서류들과 함께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화분이 바닥에 떨어져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하지만 구창식은 그것 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이미 깨져버린 화분을 미친듯이 발로 연달아 짓밟았다.
누가 봐도 정상이 아닌 듯한 행동들. 계약사기로 9억을 강탈했던 주제에 그 돈이 무슨 제것이라는 것 마냥 화를 내는 적반하장 그 자체인 태도.
사기 전과 1범이라는 그의 거창한 범죄 경력이 말해주듯, 구창식은 지난 15년 동안이나 파출소를 들락날락 거리며 종류를 가리지 않는 온갖 사기 행위들로 사람들의 돈을 빨아먹어왔던 악질 중의 악질이다.
“간만에 애새끼 하나 호구 잡아서 돈 좀 버나 했더니만, 왜 돈이 지멋대로 사라져버리는 거냐고 x바알!!!!”
구창식이 들짐승 마냥 으르렁 거리며 아무리 소리쳐도 풀리지 않는 화를 계속해서 토해냈다. 사기로 남들 돈을 빨아먹는게 아주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에게는 일말의 반성감도 없었다.
그가 지금껏 속여먹어온 사람만 해도 총 스무 명이 넘는다. 대게 그의 타겟은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어리숙한 청년들 혹은 연세가 많아 세상 물정에 어두우신 어르신들이었고, 구창식은 그런 홀로 벌어먹기도 버거운 사람들의 피같은 돈을 기생충 마냥 빨아먹으며 자신의 돈을 불려왔었다.
그렇게 사기꾼으로 살다가 간혹 꼬리가 잡혀 징역을 받아 파출소 살이를 해본 적도 없잖아 있었지만, 나라의 법에 허점이 워낙 많았던 탓에 형량은 늘 피해자들이 피해를 입은 것의 반의 반조차 되지 못했다.
기껏 해야 1, 2년 징역을 받거나 훔쳐먹은 돈의 쥐꼬리만큼도 안되는 금액의 벌금 뿐. 나라의 법은 스물이 넘는 사람들의 인생을 망쳐놓은 이 기생충을 제지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했다.
경찰에게 덜미를 잡힌다 해도 득이 실보다 많으니 구창식이 사기를 그만두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는 15년 간의 사기 경력 중에서, 오늘 처음으로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경험을 했다. 늘 이득을 봤으면 봤었지, 단 한번도 손해를 본 적이 없었던 구창식은 그 사실을 견딜 수가 없었다.
“x발, 대체 어떤 놈이야… 어떤 정신 나간 놈이 내 계좌에서 돈을 빼간거지??”
구창식은 근거도 없이 그렇게 단정지으며 갈 곳 없는 분노를 남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누가 손을 쓰지 않고서야 계좌 안에 얌전히 들어 있던 돈이 갑자기 사라지는 일은 없을테지만, 그의 의심은 논리적 사고에 따른 것이 전혀 아니었다.
“어떤 간 부은 새끼인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잡아서…!!”
“잡아서? 어쩔건데?”
“그야 당연히 금니만 빼고 씹어먹….”
순간 구창식의 말이 뚝 끊겼다. 방 안에 다른 누군가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1초 늦게 알아챈 그는, 바로 근처에 널브러져 있던 재떨이를 주워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집어던졌다.
[턱-]그러나 상대방은 기습적으로 날아온 재떨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한손으로 받아냈다. 마치 저 혼자 느려진 시간 속에서 움직이는 것 마냥.
“어이쿠야, 위험하게 이런 걸 막 던지면 안되죠 아저씨.”
“너, 너, 너…!!”
방 안에 쥐도 새도 모르게 들어와 있던 건 다름아닌 이전에 구창식이 9억을 빼먹은 젊은 고객인 이한성이었다.
“너라니, 이젠 고객님이라고도 안 불러주네.”
이한성이 재떨이를 아무렇게나 바닥에 버리며 어이가 없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그러자 구창식은 식은땀이 미친 듯이 이마에서 흘러내리는 걸 느끼며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여, 여긴 대체 어떻게 알고 온거야?!”
“그야 왕년에 프로 추노꾼이셨던 지인 분 덕에 쉽게 왔지.”
자신의 뒤를 가리키며 대답하는 이한성의 말에, 구창식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언제 부터 있었는지 모를 금발머리 여성이 바로 뒤에서 기습적으로 인사를 걸어왔다.
“안녕하세요.”
“흐아아아아악 시발!!?”
구칭삭이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사내답지 못한 비명을 질러대며 주저앉았다. 어지간히도 갑자기 튀어나온 화연이 무서웠던 모양이었다.
“다, 당신들 대체 뭐야?! 이거 범죄인 건 알고 이러는거야??!!”
“헌법 347조.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먼저 범죄를 저지른건 그쪽이에요.”
판사와 친분이 있는 만큼 어느정도 법률에 대한 지식이 있는 화연이 또박또박 헌법조항을 읊었다. 그러자 구창식은 매우 뻔뻔한 태도를 내비치며 고래고래 반박했다.
“당신이 무슨 판사야?! 내가 사기쳤다는 증거 있어?! 앙?! 지금 누굴 모함하려고-”
“와, 이거 완전 양파구만. 깔게 수두룩 한데?”
순간 이한성이 구창식의 말같지도 않은 말을 자르며 방 안의 서재에 쌓여있던 파일들을 하나씩 훑었다. 전부 다 하나같이 구창식이 지금까지 저질러 온 더러운 사기 수법을 증명하는 서류와 뜯어먹은 돈의 행방이 담겨있는 증거였다.
“거 많이도 해 처먹었네 진짜. 이게 총 얼마야? 한 300억은 될 것 같은데.”
“너, 너 이 새끼 그거 당장 안 놔-”
구창식이 궁지에 몰린 쥐마냥 다급히 이한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그는 채 한걸음도 다가가지 못했다.
[행동제한: 사용시 대상의 스킬사용을 1시간 동안 금지합니다. 적용 대상이 스킬 미보유자일 경우 스킬 사용 대신 대상의 움직임을 제한합니다.] [남은 지속 시간: 59분 58초]“모, 몸이 왜 안 움직이는…”
마치 제자리에서 얼어붙은 것 마냥 꿈쩍도 하지 않는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구창식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당신, 한번도 생각해 본 적 없지? 당신 때문에 가진 것도 없는 사람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이한성이 훑어보던 파일을 닫더니, 이내 구창식의 손에 쥐어주며 싸늘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한번 겪어봐. 그 사람들의 심정을. 그리고 나서 경찰한테 자수하는 것도 잊지 말고.”
[딱!]손가락 튕기는 소리와 함께 구창식의 시야가 컴컴한 어둠으로 뒤덮혔다. 그러자 그는 이내 꼼짝도 하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이려고 발버둥치며 고래고래 소리치기 시작했다.
“뭐, 뭐야! 방금 뭐한거야!! 당신을 나한테 무슨 짓을 한거냐고?!”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차갑고도 기분나쁜 공기만이 피부를 스쳐간다.
-너 때문이야…
-네가 우리 가족을 죽였어…
-너도 우리랑 함께 가자…
-너의 콩팥으로 갚아…
“으, 으, 으아아아아악!! 오지마!! 오지 말라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누구의 것인지 모를 손들이 구창식을 끌어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겁에 잔뜩 질린 구창식은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저항하려고 했지만, 마치 가위에 눌린 듯 그의 팔다리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끄헠…”
[주르르르륵-]액체가 구창식의 바짓가랑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부끄러움을 느낄 여유도 없던 그의 의식은 이미 뚝 끊겨버린지 오래였다.
그리고 그날 밤, 그렇게 사기 전과 1범은 제발로 경찰서를 찾아가 자수했다.
바지를 갈아입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
“속이 아주 그냥 뻥 뚫리네.”
이한성이 한밤중의 경찰서에 꼴사납게 들어가는 구창식의 뒷모습을 길가 건너편에서 지켜보며 악랄하기 짝이 없는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저기 저 인간 꼴 좀 봐. 나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이 저 꼴을 봤어야 하는건데.”
받은 걸 두배, 아니 세배 이상으로 갚아주는 건 늘 언제나 새롭고 짜릿하다. 예전부터 당하고는 못 사는 성격으로 학창시절 때 악명이 높았던 이한성의 성격은 스무살이 된 지금에도 여전했다.
“….저기 이한성 씨. 매번 막 이렇게 무모하게 행동하시는 건 아니죠?”
그냥 보면 꼭 싸이코패스로 밖에 안보이는 이한성의 미소를 본 화연이 진이 다 빠져버린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추적 마법을 통해 사기꾼이 있는 곳을 알아내고, 이어서 순간이동 마법도 함께 빌려서 사기꾼의 방에 무단침입한 것도 모자라 무슨 범죄 드라마 비슷한 한장면까지 찍어가며 환영 마법으로 구창식에게 지독한 공포감을 안겨주기까지, 그 모든 게 다 이한성의 지시에 화연이 전부 따라준 덕분이었다.
이한성이 지시했던 것들은 전부 평범한 사람이라면 꿈도 꾸지 않을 내용이었다. 그렇게 화연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특이한 것을 넘어서 비정상적인 이한성의 사고방식에 혀를 내둘렀다.
“돈이 걸린 문제니까 이렇게까지 한 것 뿐이죠.”
“아니, 그럼 그냥 경찰에 신고해서 해결하면 되지… 누가 이렇게 영화를 찍냐구요…”
“직접 안 갚아주고는 못 참는 성격인지라.”
“….”
전혀 납득이 안되는 이한성의 대답에 화연은 할 말을 잃어버렸다. 대체 이 인간이 평소에 알바하면서 봐왔던 진상 고객들을 어떻게 참아왔는지 의문만이 가득 들 뿐이었다.
“아무튼 도와줘서 고마워요. 화연 씨 덕에 간만에 스트레스를 쫙 풀었네요.”
“다시는 이런 일에 가담 안할거에요. 아무리 시급을 2만원이나 준다고 해도 그렇지…”
화연이 이한성의 감사에 넌저리를 치며 살짝 볼멘 목소리로 그렇게 대꾸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다음 번에는 시급을 더 올려줘야 겠다고 속으로 생각하며 넌지시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구창식 그 인간, 앞으로 어떻게 됩니까?”
“글쎄요. 일단 증거가 확실하고 전과가 있으니까 적어도 10년은 형무소에서 지내겠죠. 사기로 빼먹은 돈들도 법적 소송을 통해 전부 피해자들한테 되돌아갈테고요.”
“…법에 대해 잘 아시나봅니다?”
“흠흠, 이래봐도 송강욱 판사 님한테 들은게 좀 많아서요.”
화연이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하면서도 어깨를 으쓱이며 콧대를 세웠다. 그러자 나이답지 못한 그녀의 행동을 본 이한성은 말로 이룰 수 없는 괴리감을 느끼며 정적과 함께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
“….죄송합니다.”
600살이나 먹고도 그러는게 상당히 주책맞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는지, 화연의 몸집이 마치 바람 빠진 풍선마냥 줄어들었다.
‘뭐… 그래도 평소에는 점잖다가 갑자기 저러니까 귀엽긴 하네.’
나이가 어찌됐든 일단 겉모습은 20대니까 귀여운 척을 해도 못 봐줄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저 사람 나이가 60살도 아닌 600살이라는 거지.
그렇게 이한성은 민망함에 쪼그라든 화연을 바라보며 자꾸만 귀엽게 느껴지는 화연의 모습을 잊어버리기 위해 그녀가 할머니도 아닌 거의 조상뻘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쪼그라든 그녀의 모습이 나이치고 꽤 귀엽다는 사실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