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6화(4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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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럼 일단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멘탈을 회복한 화연이 여전히 빨개져 있는 귓가를 만지작거리며 살짝 민망함이 남아있는 목소리와 함께 입을 열었다.
“네~!”
그러자 그녀가 말하기 무섭게 수정이는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활짝 웃었고, 그 옆에 앉아있던 이한성은 참관수업에 참석한 학부모마냥 대충 박수를 쳤다.
“자, 그럼 오늘부터 마법을 배워 볼건데… 수정이는 마법에 대해서 알고 있는게 있니?”
“응! 알고있써!”
수정이가 자신만만한 말투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화연은 벌써부터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수정이의 대답을 기다리며 귀를 기울였다.
“마법은 말이지, 악당을 물리칠 때 쓰는 힘이야!”
“음… 아주 틀린 대답은 아니야.”
범죄자와 마주쳤다거나 하는 위험한 상황에서는 마법만큼이나 효과적인 호신술도 따로 없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수정이가 알아야 하는 마법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은 마법의 용도가 아닌, 마법에 대한 인식 그 자체였다.
“마법이란 건 말이지, 일종의 지름길 같은거야.”
“지름길?”
“그래. 지름길. 더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이지.”
최대한 비유를 들어서 설명해보는 화연이었지만, 아직 5살 밖에 되지 않은 수정이에게는 조금 어려웠는지 수정이는 그저 표정에 드러난 물음표와 함께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그러니까 예를 들자면… 화장실의 수도꼭지랑 비슷한거야. 원래라면 강에서 물을 직접 받아와야 하는 걸, 우리는 수도꼭지 덕분에 그냥 살짝 트는 것 만으로도 물을 사용할 수 있지?”
“응! 아빠가 맨날 물 안새게 수도꼭지 꽉 잠그라고 나한테 그래.”
수정이가 그것 쯤은 알고 있다는 듯이 콧대를 세우며 자랑했다. 다소 동문서답이었지만, 화연은 굳이 지적하지 않기로 하며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튼, 마법도 수도꼭지랑 비슷한거야. 강에서 물을 직접 길러올 필요 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거든. 이렇게-”
[딱!]화연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그 순간 난데없이 허공에서 생성된 냉수가 그대로 중력에 의해 낙하하며 바로 밑에 앉아있던 이한성을 기습적으로 덥쳤다.
[철푸덕!]“어머, 죄송해요. 거기 계신 걸 못 봤네요.”
“…..”
못 보기는 개뿔. 바로 앞에 앉아있는데 못 보긴 뭘 못 봐. 내가 무슨 투명인간이야?
실수라고 말하며 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사과하는 화연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녀가 아까의 일을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그랬다는 건 단번에 눈치 챈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그저 속으로만 궁시렁 거리며 조용히 앞머리에서 뚝뚝 흘러내리는 물기를 털어냈다.
뭐… 솔직히 아까 내가 너무하긴 했었으니까 이정도는 참아야겠지.
남에게 잊지 못할 흑역사를 안겨주고는 그렇게 깔깔 쳐 웃어댔으니, 물싸다구 한번 정도는 등가교환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우와아아아! 나두! 나두 해볼래!”
진짜로 마법을 보아서 무척이나 흥분한 수정이가 방방 뛰며 화연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본능적으로 흠칫하며 화연에게 수정이 좀 말려보라고 눈치를 보냈다.
그러자 아까 그녀의 눈치를 무시했던 이한성과는 달리, 화연은 넓은 아량으로 600년 동안 산 엘프는 추악한 인간과는 다르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듯이 이한성의 뜻대로 수정이를 진정시켰다.
“아쉽지만 아직은 안돼 수정아.”
“왜에에에~!”
“그야 제대로 안 배우고 마법을 쓰려고 했다가는 물이 아니라 불이 나갈 수도 있거든.”
…..들으라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는 건 기분 탓이겠지? 암, 그렇겠지. 기분 탓이겠지.
얼굴은 웃고 있지만 눈은 그렇지 못한 화연의 시선을 회피하며, 이한성은 불안함과 함께 본능적으로 소화기의 위치를 알아두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니까 일단 기초부터 언니한테 천천히 배우자. 알겠지?”
“치~ 하는 수 없지. 뭐 부터 배우면 돼?”
“일단은 수정이가 가장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는 걸 찾는 것 부터 시작할거야.”
모든 마법의 기초는 원소 마법을 다루는 것 부터 시작한다. 불이나 물, 혹은 흙이나 공기 같은 고대의 원소설에 기원하는 자연에 존재하는 기초적인 원소들.
이과생들이 듣는다면 원소는 원자와 전자가 어쩌니 저쩌니 하며 4대 원소 같은 건 원소라고 부를 수 없다고 난리를 치겠지만 마법에 한해서 원소는 4대 원소설을 뜻한다.
그리고 그 4대 원소를 다루는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친화력. 어느 원소를 가장 익숙하게 다룰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개개인마다 특정 원소에 대한 친화력은 차이가 있다. 누구는 불 원소와의 친화력이 뛰어난 반면, 다른 이는 물 원소와의 친화력에 뛰어날 수도 있고, 반대로 선천적으로 특정 원소와 체질이 반발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자, 그럼 우선 눈을 감고 언니 손을 잡아볼래?”
화연의 요청에 수정이는 군말없이 순순히 지시에 따랐다. 아무래도 그만큼 빨리 마법을 배우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뭐 하는겁니까?”
“수정이랑 가장 친화력이 높은 원소를 찾으려구요.”
옆에서 지켜보던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마력의 흐름을 읽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걸 꼭 찾아야 합니까?”
“체질에 안 맞는 원소를 무턱대고 다루다가는 몸살이 날 수도 있거든요.”
…거 마법 하나 배우는데 뭐 이렇게 까다로운게 많은건지 원. 수능 문제 같은 이론으로도 모자라서 무슨 체질까지 또 따져야 돼?
알면 알 수록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렇게 이한성은 점점 더 부서져 가는 마법에 대한 자신의 환상에 실망하며 나지막히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화연 씨 체질은 물인가 봅니다? 물 싸다구 한번 참 시원하게 잘 때리시던데.”
“아뇨. 제 체질은 전기에요. 물은 부전공 같은거구요.”
“아.”
그러고 보니까 예전에 마트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 핸드폰을 충전하다가 날려먹었다고 했었지.
그때는 대체 뭘 어떻게 하면 충전기로 핸드폰을 폭탄마냥 날려먹을 수가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그게 사실은 전기 마법으로 충전하려다가 그 꼴이 난 거였다고 한다면 충분히 납득이 간다.
“그럼 백만볼트도 쓸 수 있겠네.”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한성이 말을 얼버무리자 화연은 살짝 그를 째려보았다. 마치 지금 집중해야 하니까 자꾸 쓸데없는 말 할거면 나가있으라는 듯한 느낌이었다.
“자, 수정아. 지금 뭐가 느껴지니?”
“으응… 뭔가 차가운게 막~ 느껴지구 있써.”
정확히는 냉수가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이지만, 아직 어휘력이 살짝 부족했던 수정이에겐 그렇게 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마법에 대해 익숙한 화연은 마치 소아과 의사처럼 찰떡같이 알아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이제 그 차가운 걸 손바닥에 모은다고 생각해봐.”
“끄응… 이렇게?”
수정이가 팔에 힘을 팍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하얀 연기가 수정이의 자그만한 손바닥에서 조금씩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불… 인가?
수정이의 손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본 이한성은 무의식적으로 긴장하며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냉장고에서 생수병을 꺼내고는 언제든지 물을 부을 수 있게 뚜껑을 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우려와는 다르게, 수정이의 손바닥이 피워낸 것은 불꽃이 아니었다.
푸른 수정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얼음조각 이었다.
서늘한 냉기를 머금은 자그마한 얼음조각. 아직은 정수기에서 나오는 얼음보다도 작은 초라한 크기이지만, 첫 시도만에 그정도를 해낸 것 자체가 무척이나 대단한 일이었다.
당장 화연만 해도 어렸을 시절에 처음으로 전기원소를 만들어내는 데 까지 한달이라는 세월이 걸렸었다. 하지만 수정이는 도움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고작 5살임에도 불구하고 실체가 있는 얼음을 만들어냈으니 가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잘 했어 수정아. 이제 눈 뜨고 힘 풀어도 돼.”
“정말?”
눈을 떠도 된다는 화연의 말에 수정이는 조심스럽게 한쪽 눈 부터 천천히 떴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바닥 위에 생겨난 작은 얼음조각을 보기 무섭게 초롱초롱한 두 눈을 활짝 뜨며 이한성에게 달려가 마음껏 자랑했다.
“아빠! 아빠! 이거 봐봐! 나 대단하지?!”
“그래그래. 불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네.”
혹시나 이 작디 작은 원룸이 홀라당 타버리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에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이 귀여운 소녀는 모르리랴.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수정이의 체질이 방화에 특화된 불이 아니라는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속마음을 전혀 알지 못했던 수정이는 그저 해맑게 웃으며 그의 말을 칭찬으로 받아들였고, 이내 보석과도 같은 얼음조각을 이한성에게 건내주려는 듯 내밀었다.
“이거 아빠한테 줄게!”
“아니, 별로 필요 없-”
수정이의 표정이 순식간에 울상이 되었다. 이에 이한성은 진상들을 상대하느라 단련된 엄청난 반응속도로 말을 바꿨다.
“-지는 않으니까 받을게.”
“헤헤.”
어차피 받아봤자 얼음이라서 금방 녹아버릴텐데, 그걸 알고나 있긴 한건지…
순진하기 그지 없는 수정이의 미소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쓴웃음과 함께 얼음조각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자 그 순간, 갑작스럽게 메시지 창이 그의 눈앞을 가리며 경고했다.
[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위기? 갑자기 뭔 위기?
위험할 만한게 전혀 없어보이는데 대체 뭐가 위험하다는걸까.
이한성은 선뜻 이해하기 힘든 시스템의 경고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음조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얼음의 정수: 마력으로 빚어낸 얼음결정. 기초마법으로 만들어진 결과물이지만 방대한 양의 마력이 농축되어 있기에 사소한 충격에도 연쇄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관상: A+] [안정성: E-] [냉기: S+]“…..”
뭐냐 이 폭발물을 취급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스탯은?
지금껏 A+ 정도의 수치는 몇번인가 봐왔지만 S+의 수치를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런데 하필 그 S+의 수치를 지닌 스탯이 냉기라니, 아무래도 저 얼음의 정수라는 건 거의 드라이아이스 급으로 차가운 모양이었다.
맨손으로 만졌다가는 심각한 동상을 입어서 무슨 역사 속의 남극 북극 탐험가들 마냥 손가락을 잘라내야 할지도 모른다. 심상치 않은 시스템의 설명에 그런 걱정이 든 이한성은 S+ 급의 냉기를 지닌 얼음의 정수를 아무렇지도 않게 맨손으로 붙잡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살짝 겁이 든 목소리로 물었다.
“….야 수정아. 너 그거 안 차갑냐?”
“으음, 차갑진 않고 시원해.”
“그래…? 그럼 일단 잠깐 그것 좀 식탁 위에 올려둬봐.”
“응!”
수정이는 이한성이 시킨대로 주저없이 얼음의 정수를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그 얼음 덩어리가 사소한 충격에도 매우 민감하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 채.
[쩌적-]불안한 효과음이 들려온 것과 동시에, 얼음의 정수에 금이 가버렸다. E-클래스의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하는 안정성이었다.
“어 잠깐만. 이거 위험-”
[쾅!]그리고 그 순간, 이한성이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알아차린 것과 동시에 굉음과 함께 숨결마저도 얼려버릴 것만 같은 냉기가 눈앞을 가리며 식탁을 집어삼켜버렸다.
“콜록! 콜록!”
눈 앞이 뿌옇다. 마치 안개가 낀 것 같다. 무언가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불쾌한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마치 추운 날의 밖에다 뜨거운 물을 뿌릴 때 볼 수 있을 법한 광경. 미튜브의 알고리즘에 이끌려 한두번 정도 보았던 동영상에서나 나왔던 장면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한성은 어느샌가 집 안의 온도가 냉동고 마냥 뚝 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뿌연 안개가 걷힌 식탁을 바라보았다.
액체의 상태를 거치지 않고 고체가 기체로 변해버리는 현상. 이과적인 용어로는 승화라고 불리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한성이 그런 이과적 지식에 대해 알고 있을리는 만무했고, 설령 알고 있었다 하더라도 그는 눈앞의 이상현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눈앞의 현상은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현상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도 과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미친. 무슨 겨울x국도 아니고…”
멀쩡하던 식탁이 순식간에 얼음지옥이라도 거쳐온 것 마냥 날카로운 고드름들로 뒤덮혀 버렸다. 거기에다 더불어 식탁으로 부터 피어나온 고드름들은 마치 팽창하는 밤송이 처럼 점점 주변을 잠식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화연은 다급히 불 마법을 사용해 얼음들을 녹여버렸다.
[화르륵-]“앗.”
푸른 화염은 붉은 화염에 비해 온도가 몇배나 더 높다고 한다. 그 말이 과학적 사실이라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 갑작스런 돌발 상황에 힘을 조절할 틈도 없이 뿜어져 나온 화연의 불 마법은 섭씨 1000도 이상의 푸른 불길과 함께 그나마 형태라도 남아있던 식탁으로 시커먼 탄소 덩어리로 소각시켜 버렸다.
“……”
“……”
“우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