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7화(47/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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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재로 변해버린 식탁과 함께 무겁게 내려앉은 이한성의 목소리가 부엌에서 울려퍼졌다.
“저기요.”
“…네.”
“아까 분명 사고 날 일이 없다고 호언장담을 하셨던 것 같은데.”
“아… 그, 그랬죠.”
말로는 안하고 눈으로 온갖 욕을 보내오는 이한성의 모습에, 화연은 시선을 피하며 어물쩡거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런데 이건 뭡니까? 내가 잘못 본건가? 분명 여기에 식탁이 있었는데.”
“그, 그래도 식탁 이었던 건 남아 있잖아요.”
화연이 무슨 소각로라도 들어갔다 나온 듯한 검은 탄소 덩어리를 가리키며 말 같지도 않은 변명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눈으로 아까보다 한층 더 강한 쌍욕을 그녀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뭐가요.”
“그… 제가 힘 조절을 했었어야 했는데 당황하는 바람에…”
식탁이 잿더미로 변해버린게 마냥 화연의 책임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녀라고 식탁이 완전히 얼어붙어버리는 것도 모자라 날카로운 고드름 덩어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해야 할 것은 스스로에 대한 변호도, 변명도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러기엔 이한성의 눈빛이 욱 하는 감정으로 맛이 가기 직전이었다.
“…제대로 배상 할게요. 죄송해요.”
“됐네요. 알면 됐으니까 배상할 필요 없습니다.”
지갑까지 꺼내들며 배상하겠다는 화연의 말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그녀의 말을 거절했다. 그러자 분명 배상하라고 난리를 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삐딱하긴 해도 배상을 마다하는 이한성의 반응에 화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하지만 식탁을 하나 해먹어 버렸는데 적어도 새걸로 사드려야…”
“아 그러니까 필요 없다고요. 고치면 되는데 뭘 새로 사.”
잿가루 밖에 안 남았는데 고치긴 뭘 고친다는걸까.
화연은 그렇게 속으로 어이없어 하며 처참한 식탁의 상태를 보고도 잘도 고치겠다는 정신나간 말을 하는 이한성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왜 그런 눈으로 쳐다봅니까?”
“아니… 갑자기 헛소리를 하시길래 청년 치매라도 걸리셨나, 해서.”
“치매에 걸릴 만한 건 그쪽이겠죠.”
20살 청년과 600살 고려인을 비교해 봤을 때 어느쪽이 더 치매에 걸리기 쉽냐를 따진다면 대답은 반드시 후자일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괜히 멀쩡한 사람을 정신적으로 아픈 사람 취급하는 화연을 째려보고는 식탁(이었던 것)에 조용히 손을 가져다 댔다.
[스킬: 리커버리를 시전합니다.]검게 타들어버린 잿가루들이 형태를 이루며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투명한 얼음조각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며 형태를 되찾은 식탁에 달라붙기 시작했고, 이윽고 아까 보았던 고드름의 형태를 이루며 모래처럼 흩어지듯이 사그라들었다.
시간의 역행. 역사 속의 유명한 물리학자들이 들으면 관짝을 열고 뛰쳐나와 고래고래 쌍욕을 퍼부을 현상. 그런 말도 안되는 현상을 스킬이라는 이름으로 간단하게 이루어낸 이한성은 여전히 사용할 때 마다 신기할 뿐이라고 생각하며 보라는 듯이 화연에게 말했다.
“이래도 제가 치매에 걸린 것 처럼 보입니까?”
“…..”
그러나 화연은 묵묵히 멀쩡한 모습을 되찾은 식탁과 이한성을 번갈아 보며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왜 저래? 얼굴 보니까 놀라서 저러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놀랐다기 보다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다. 화연은 그런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역시나, 그랬던 거였구나.”
“?”
갑자기 왠 초등학생 탐정 흉내?
나이는 먹었어도 몸은 그대로인 화연의 탐정 흉내에 이한성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역시나 라니, 뭐가 말입니까?”
“이한성 씨의 능력 말이에요. 처음에 봤을 때도 이상하다고는 생각 했었는데, 이제야 어떻게 된 건지 알겠어요.”
“처음 봤을 때라면… 그 편의점에서 취객 하나 잠재웠던 거? 제가 수면 마법 쓰는게 뭐 이상합니까…?”
“네. 이상해요. 원래라면 이한성 씨가 마법을 사용하는 건 불가능 하니까요.”
이한성의 질문에 화연은 생각해 볼 것도 없다는 듯이 즉답을 내놓았다.
“이한성 씨 뿐만이 아니라 지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원래 마법을 사용하는 게 불가능해요. 제가 살던 세계와는 달리, 이곳의 생명체들에게는 마력이 일절 존재하지 않거든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마력이 필요하다. 판타지 소설만 좀 읽어봐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는 상식이다.
…..그러고 보니 내 걸 포함해서 다른 사람들의 Mp 수치는 전부 다 0 이었지.
엘프의 피가 흐르고 있는 화연과 수정이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다 Mp가 0 이었다. 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는 이한성 조차도 레벨 업을 할 때 마다 스탯이 조금씩 오르기는 했었지만 Mp의 수치 만큼은 단 한번도 상승한 적이 없었다.
Mp는 없지만 스킬은 쓸 수 있다니, 무슨 노 코스트 챔피언도 아니고…
조금만 생각해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던 위화감을 이제서야 깨달은 이한성은 이미 그 위화감에 관한 대답을 찾아낸 듯한 화연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한성 씨는 마법을 사용하실 수가 있죠. 방금 전 처럼 말이에요. 그 이유는 아마…”
화연이 말하다 말고 조용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녀를 따라 바라본 그곳에는 멀쩡하게 고쳐진 식탁에 앉아서 손을 꼼지락 거리며 놀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이 있었다.
“…쟤 때문이다?”
“네. 확실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수정이와 이한성 씨 사이에 마력이 오가는 통로가 있는 모양이에요.”
마력 없이는 마법을 쓸 수 없다. 즉, 마력이 없는 이한성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외부에서 마력을 빌려와야 한다는 뜻이다.
‘왜 스킬의 쿨타임이 죄다 반나절 씩이나 되는 건지 했더니만… 안전장치 였던건가.’
Mp가 태생부터 일절 존재하지 않는 지구의 생명체들과는 달리 이세계의 존재인 화연과 수정이에게 있어서 Mp는 거의 생명력이나 다름 없다고 했었다.
즉, 만약 스킬을 시도때도 없이 남발하는 것이 가능했더라면 수정이의 목숨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는 것.
순간 상상하는 것 만으로도 아찔한 생각이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자 그런 그의 반응을 살피던 화연은 뒤늦은 타이밍에 그의 걱정을 덜어주었다.
“무슨 걱정을 하시는지는 알겠는지, 아마 괜찮을거에요. 통로의 크기가 워낙에 작으니까 이한성 씨가 수정이로 부터 끌어다 쓸 수 있는 마력은 극히 제한되어 있거든요.”
“….”
대답은 하지 않았지만 이한성의 표정은 무척이나 안도하는 것 처럼 보였다. 이에 화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아무튼 나쁜 소식 말고 좋은 소식도 하나 있어요.”
“좋은 소식?”
“네. 아무래도 수정이에게 대마법사의 자질이 있는 것 같아요.”
“….뭐요?”
대마법사의 뭐? 자질?
필요 이상으로 거창하게 느껴지는 단어에 이한성은 영 못마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궁시렁 거렸다.
“아니, 차라리 자질이 있을거면 대학교수의 자질이나 있을 것이지… 여기에서 대마법사 되서 좋을 게 뭐 있다고.”
판타지 세계에서는 알아주는 대마법사지만 마법 같은게 말 그대로 판타지일 뿐인 현대 사회에서의 대마법사는 잘 해봤자 CG로 떡칠한 사기꾼, 아니면 쥐도 새도 모르게 동물만도 못한 실험체가 될 뿐이다.
“확실히 그렇긴 하지만… 적어도 마법에 재능이 있어서 나쁠 건 없어요. 오래 살다 보면 마법이 꼭 필요할 때가 한두번도 아니니까.”
“예를 들자면?”
“음… 산적들이랑 마주치거나 오랑캐들이 약탈하러 왔을 때?”
“지금 21세기 인뎁쇼.”
“살다 보니까 100년 간격으로 전쟁이 꼭 터지더라구요. 50년 뒤라면 또 모르죠. 대학교수보다 대마법사가 되는 게 나은 세상될지도.”
“…..”
50년 뒤에 세상이 망해버릴 지도 모른다는 소리를 마치 무슨 내년 주식이 얼마나 떨어질지를 예상하는 것 마냥 가볍게도 말하네.
역시 엘프는 엘프다. 아무리 인간들 사이에서 인간 처럼 살아간다고 하더라도, 서로 살아가는 시간이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선 50년이나 되는 세월이 엘프들에게 있어선 고작 50년이다. 남들이 환갑 때 뭘 하면서 여생을 보낼지 고민할 때, 그들은 어떤 이름으로 다음 80년을 살아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화연이 지난 600년간 그러 했듯이, 수정이 또한 그런 삶을 살게 되겠지.
줄곧 잘 상상하지 않았던 미래가 어렴풋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수명을 다루는 드라마에서나 자주 보던 걸 현실에서 마주보니, 그저 막막함 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
“쟤가 혼자서 괜찮으려나…”
이한성이 홀로 식탁에 앉아 무언가를 귀엽게 꼼지락 거리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런 그의 혼잣말에 화연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말했다.
“걱정 마세요. 이한성 씨가 양지바른 곳에 묻혀도 수정이는 제가 잘 돌볼테니까.”
“아직 스무 살 밖에 안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하는겁니까.”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임종을 앞둔 고독한 노인네인 줄 알겠네.
사람 앞날은 원래 모르는거라지만 적어도 의료기술이 무척이나 발달한 이 시대에 70살 까지는 거뜬하게 살 자신이 있다. 그렇게 이한성은 벌써부터 자신을 곧 죽을사람 취급하려드는 화연을 뒤로 한 채 혼자 놀고 있던 수정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뭐해?”
“연이가 가르쳐준거 따라하고 있써!”
수정이가 자랑하듯이 언제 또 만들었는지 모를 얼음의 정수를 내밀었다. 그러자 아까 그 참상을 한번 경험했던 이한성은 핏기가 싹 가신 얼굴로 수정이에게 당부했다.
“야야야 수정아. 너 그거 손에서 놓지 말고 꽉 잡고 있어라.”
“꽉? 이러케?”
“아니아니! 그렇다고 또 막 쥐어짜진 말고!”
이랬다 저랬다 하는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볼 멘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화연이 참 재밌다는 듯이 웃으며 이한성에게 말했다.
“걱정 마세요. 아까랑 달리 저건 그냥 평범한 얼음이니까.”
그냥 얼음이라고?
화연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엔 의심병이 너무 중증이었던 이한성은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했다.
[시원한 얼음: 원소 마법을 통해 만들어진 얼음이다. 차갑고 시원하다. 먹으면 의외로 맛있는 듯 하다.] [위험성: F] [시원함: A] [식용성: B+]…확실히 위험하진 않은 것 같지만 그렇다고 마냥 평범한 얼음인 건 또 아닌 것 같은데.
먹으면 의외로 맛있는 얼음이랜다. 저걸로 팥빙수라도 해서 먹으라는 소린가? 아니, 애초에 대체 왜 마법으로 만들어낸 얼음에 식용성 랭크가 붙어있는건데?
얼음이란 것은 그냥 고체 상태의 물이다. 먹어봤자 맛도 뭣도 아예 없는 그저 차가울 뿐이기만 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다른거야 마법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밖에 없는 얼음이 맛있다는 시스템의 설명에 본능적으로 호기심을 가지며 수정에게 물었다.
“야 수정아. 나 그거 한번 먹어봐도 되냐?”
“응!”
먹어보겠다는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상관 없다는 듯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며 얼음을 건내주었다.
“그래봤자 얼음인데 맛있을리가…”
[와드득-]…….
…….
“….맛있네?”
정말이지 알면 알 수록 이해할 수가 없는 마법의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