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8화(48/245)
48
수정이가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일주일이 다 되어갔다.
관심이 많은 건 빨리도 배운다고, 고작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날이 가면 갈 수록 수정이의 마법은 획기적으로 능숙해졌다.
작은 얼음 조각 하나를 힘들여 가며 겨우 만들어냈던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아주 그냥 집 안을 대형 냉동고로 바꿔버릴 정도로 말이다.
“…..아무래도 이건 좀 너무 지나친 것 같은데.”
현재 바깥의 기온은 영상 10도 안팎. 하지만 그에 비해 실내온도는 약 영하 16도. 만약 실내온도와 바깥온도가 뒤비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면, 그건 착각이 아니다.
아직 눈도 안내렸는데 집 안에서 겨울 잠바를 꺼내 두둠하게 입은 이한성은 옷을 상당히 껴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추워서 동사하기 직전인 자신을 되돌아보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내가 대체 왜 집 안에서 이렇게 벌벌 떨고 있어야 하는거냐고…”
아무도 듣지 않는 한탄과 함께 거실에서 화연에게 좋아라 마법을 배우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이 이한성의 눈가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말이지, 얼음을 좀 더 크게 만들고 싶으면 우선 상한값을 정하고 그 다음에 간단한 수식을 통해서 최대값을 불러오면 되는거야. 어때, 참 쉽지?”
“응!”
….늘 생각했던건데, 우리 애 사실 천재인거 아니야?
듣기만 해도 놀라우리 만큼 수면에 효과가 좋은 화연의 수학강의 비스무리 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그걸 척척 알아듣는 수정이의 이해력에, 이한성은 감탄인지 경악인지 모를 반응을 내비쳤다.
‘저 정도 머리면 적어도 나중에 수학 때문에 골치 아파 할 일은 없겠네.’
지난 일주일간 화연의 마법강의를 옆에서 지켜본 결과, 이한성은 한가지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바로 마법이나 수학이나 설명을 듣고 있자면 잠이 저절로 드는 건 매한가지라는 사실을.
마력은 숫자요, 마법식은 곧 방정식이다. 아마 수학자가 이세계에서 환생 한다면 분명 세계관 최강자의 타이틀을 어렵지 않게 손에 거머쥘 수 있으리랴.
그런 실 없는 소리를 속으로 한번 해보며, 이한성은 어째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점점 내려가는 것만 같은 실내온도에 항의를 늘어놓았다.
“거기 두 사람. 집 안에서 동사체 하나 발견되는 꼴 보기 싫다면 이제 그만 적당히 좀 하시죠.”
이한성이 그렇게 항의하자 화연과 수정이는 잠시 완전히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던 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아빠, 아빠 모스키토야?”
“모스키토가 아니라 에스키모겠지. 어디서 주워 들은 건 있어가지고…”
매일 같이 시간이 나면 키즈 미튜브 동영상들을 시청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설프게 배운 건 많은 모양이다.
“근데 넌 안 춥냐?”
이한성이 반팔 차림의 수정이를 바라보며 경이로운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수정이는 왜 굳이 그걸 물어보는 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하~나도 안추운데?”
“지금 영하 15도 인데?”
“응. 안 추워. 그냥 시원해.”
“…얼음 속성이라 그런가?”
아무래도 수정이는 추위에 면역인 모양이었다.
‘돌이켜 보니 항상 찬바람이 쌩쌩 부는 날에 외출해도 춥다는 말이 전혀 없었지.’
그때는 그냥 얘가 추위를 잘 안 타는 모양이구나, 싶었지만 아예 추위에 면역일 줄이야.
“그럼 화연 씨는? 그렇게 입고도 안춥습니까?”
이한성이 이 냉동고 속에서도 아주 말짱해 보이는 수정이를 뒤로 한 채 화연에게 물었다. 원소마법에 능한 그녀도 어느정도 추위에 내성이 있는 모양인지 그녀가 걸치고 있는 건 고작 하얀 스웨터 한벌에 스키니진 하나 뿐이었다.
“저기 함경도 쪽 겨울에 비하면 이정도는 춥다고도 못하죠.”
“함경도? 거긴 또 언제 갔었는데요?”
“한 500년 전 쯤인가… 부산 쪽 바닷가 생활에 질려서 잠깐 그쪽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요.”
“…..”
500년 전 쯤이면 보일러도 없던 시절이잖아. 대체 겨울을 어떻게 버텼대?
당시의 보일러 비슷한거라고 해봐야 온돌 뿐이었을터. 태울 장작이 반드시 필요하니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땔감을 캐고 뭐 하고 하느라 고생 이만저만도 아니었을 것이다.
“그때 거기서 살면서 깨달았죠.”
“뭘?”
“여긴 사람 살 곳이 아니구나, 라는걸요. 실제로 그 당시에 그쪽에서 살던 백성들은 대부분 범죄자나 귀화 출신 뿐이었으니까요.”
그러고 보니 학생 시절에 국사 시간 때 얼핏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그쪽 땅에 사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개척하려고 이런저런 방법들을 동원했었다고.
“그땐… 겨울이 참 악독했죠. 겨울만 되면 마을 이곳저곳에서 통곡소리가 잊을 만 하면 들려왔으니까요.”
문명이 발달한 지금이야 물자의 보급이 풍족하고 전기장판이나 보일러 같은 기술이 존재하니 겨울이 별로 위험하다고 느껴지지 않지만, 그 당시의 겨울은 사람들에게 있어서 증오스럽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계절이었다.
“그래서인지 거기 생활은 오래 못 버티겠더라구요. 결국 딱 20년 만 살아보고 다시 한양으로 내려왔었죠.”
“……”
전국 팔도를 전부 돌아다녀 봤다더니, 그 말이 농담이 아니고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얘기 하다 보니까 말이 길어졌네요. 죄송해요.”
주구절절 개인사를 늘어놓고는 그제서야 그 사실을 깨달은 화연이 살짝 민망하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얼어붙은 바닥에 손을 뻗었다. 그러자 이내 집안 곳곳에 껴있던 서리들이 따스한 열기와 함께 사라지기 시작했고, 냉동고가 따로 없었던 한기는 점차 평범한 실내온도로 바뀌었다.
“오늘 과외는 여기까지만 할게요.”
“왜~ 나 더 놀구시퍼!”
벌써 한시간 동안이나 집안을 냉동고로 만들어 놓고도 성이 차지 않았는지 수정이가 불평스런 목소리로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억지를 부리는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더 억지를 부리기 전에 딱 잘라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더 놀았다간 니 아빠 얼어죽어 이것아.”
“치, 나약하군.”
“오호라. 이게 오냐오냐 하니까 아빠한테 못 하는 말이 없다?”
“아부부부붑!”
이한성이 수정이의 볼따구를 양손으로 마구 문질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납작한 붕어처럼 변한 표정과 함께 귀여우면서도 괴상한 소리를 냈고, 이에 화연은 아주 둘도 없는 부녀지간이 다 된 둘의 모습을 지켜보며 살짝 쓴웃음을 지었다.
“…..그립네.”
수백년도 더 된 기억이 그녀의 눈앞에 잠시 아른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을 뿐. 아른거리던 과거는 눈 한번 깜빡이는 사이에 덧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뭘 그렇게 멍하니 서있어요?”
“…아뇨. 그냥 둘 사이가 많이 좋아졌다 싶어서요.”
정신이 좀 붕 떠있는 듯한 화연의 모습에 말을 걸어본 이한성이었지만, 돌아온 그녀의 대답은 얼버무린 것에 지나지 않는 실없는 말이었다.
“그나저나 오후에 무슨 예정이라도 있으세요? 과외가 생각보다 일찍 끝나버렸는데.”
화연은 재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 그러자 이한성은 구태여 대답하지 않으려는 사람에게 속마음을 캐물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따가 2시에 집 보러 갈 예정입니다만.”
“집이라면… 그 13억 짜리 전원주택이요?”
“네. 집주인이 그동안 해외에 나가 있어서 아직 집구경을 제대로 못했거든요.”
최대한 빨리 집을 구하고 싶은 이한성은 하루라도 빨리 집구경을 하고 바로 집을 구매할 예정이었지만 집주인의 부재로 인해 예정이 1주일이나 늦어져 버렸다.
‘조금 오랫동안 기다리게 되긴 했지만, 그래도 13억 짜리 밖에 안하는 전원주택을 놓칠 수야 없지.’
집 위치도 좋고, 집도 크며, 집값도 집 상태에 대비해 무척이나 싸다. 보통 이정도 전원주택은 거의 20억 30억 정도 하기 마련이니.
“근데… 집값이 너무 싼 거 아니에요? 또 사기 당하는 건 아닐까 걱정인데.”
“그러니까 직접 집주인이랑 만나서 확인하려는 거잖습니까.”
저번에야 복잡한 절차를 중개인에게 떠맡겼다가 발등을 찍혔지만, 이번에도 그럴 생각은 아직 없다.
물론 또 사기를 당해도 저번처럼 철저하게 배상액을 뜯어내면 그만이지만.
“집에 마당이 이~렇게 커!”
이한성과 화연의 대화를 듣고 있던 수정이가 불쑥 끼어들며 그 전원주택이 벌써부터 제것이라는 것 마냥 팔을 벌리며 자랑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모습을 귀엽다고 생각하면서도 삐딱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마당이 크면 그만큼 관리도 잘 해야되서 문제거든?”
시도 때도 없이 자라나는 잡초들을 관리해야 할 것이고, 또 조금만 방치해도 무성하게 풀숲이 되는 잔디들을 꾸준하게 깎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그 일들은 전부 이한성의 몫이 될테고 말이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마당에 텃밭을 하나 꾸려서 이것저것 기르는 것도 은근히 기대되긴 하지만.’
[성장의 축복] 스킬도 있고 하니 아마 딸기나 토마토 같은 걸 키워서 먹는 재미가 꽤나 쏠쏠 하겠지.만약 그게 가능하다면 그 비싸디 비싼 유기농들을 언제든지 밥상에다 올려서 먹는 것도 꿈이 아닐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벌써부터 식비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김칫국을 한번 마셔보았다.
“아빠아빠, 우리 마당에서 뭐 키울거야?”
“글쎄다. 이왕 키울거면 상추랑 깻잎은 기본이고, 플러스 알파로 딸기 같은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럼 홍삼캔디는?”
“…뭐?”
홍삼도 아니고 홍삼 캔디를 키운다니, 그거 땅에서 자라나는 식물이였냐?
“야 수정아. 홍삼캔디를 심어서 뭐하게? 땅속에서 숙성시키려고?”
“할머니가 그랬는데, 홍삼나무를 심으면 홍삼캔디가 이~만큼 피어난다고 했써.”
“…..”
동전나무를 심으면 동전이 피어난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있어도 홍삼나무에서 홍삼캔디가 핀다는 소린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아무래도 집주인 아주머니가 애한테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셨던 모양이다. 덕분에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수정이의 잘못된 상식을 고쳐주었다.
“야, 홍삼나무에서 홍삼이 나오지, 홍삼 캔디가 어떻게 나오냐? 홍삼 캔디는 가공품이라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아뇨. 애초에 홍삼도 가공품인데요.”
화연이 조용히 손을 들어올리며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황당하기 그지 없는 화연의 말에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아니, 홍삼이 어떻게 가공품입니까?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도 아닌데.”
“일단 가공품이죠. 인삼을 말린 거니까.”
“예? 뭔 소리야. 거짓말 하지마요.”
산에서 난 자연산이 산삼이고, 인간이 재배한게 인삼이니까 홍삼은 농약 안쓰고 재배한 유기농 삼 아니었어?
그동안 그 지식이 단 한번도 틀렸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한성은 지진이라도 난 듯 마냥 흔들리는 동공과 함께 전적으로 화연의 말을 부정했다. 그러나 살아온 세월이 세월인지라 한반도 역사와 함께한 인삼을 직접 재배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인삼에 대한 조예가 깊은 그녀는 그렇게 진실을 부정하는 이한성을 정말 무식한 놈 쳐다보는 눈빛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철컥-]홍삼이 가공품이냐 아니냐를 두고 무언의 논쟁이 오가던 그 순간, 갑자기 현관문이 열리며 집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셨다.
“누가 한가을에 에어컨을 틀었나, 집 안이 왜 이리 쌀쌀해?”
아까 까지만 했어도 집 안이 냉동고나 다름없었던 탓에 실내온도는 여전히 조금 쌀쌀한 편이었다. 그렇게 바깥과 다를 게 없을 정도로 쌀쌀한 집 안의 온도에 뭐라뭐라 한마디 해보신 아주머니는 이내 화연과 이한성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는 낌새를 느끼고는 나지막히 물으셨다.
“둘이 싸웠어? 표정이 왜들 그래?”
“아, 그게 말이죠… 아무래도 이한성 씨가 뭘 잘못 알고 계신 것 같아서…”
“?”
화연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러나 이한성은 그녀의 설명이 이어지기도 전에 끼어들며 아주머니께 질문을 여쭤보았다.
“아줌마. 홍삼이랑 인삼이랑 다른 게 뭡니까?”
“갑자기 왠 삼 타령이야?”
“확인해야 될 게 있어서 그래요. 빨리 대답해주세요.”
황당하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아주머니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이한성은 대답을 재촉했다. 그러자 이에 아주머니는 그걸 뭘 굳이 물어보냐는 듯한 말투로 간단하게 대답하셨다.
“인삼은 인공재배고, 홍삼은 유기농이잖아? 당연한 걸 왜 물어?”
“그쵸?! 제가 맞죠? 아니 글쎄, 화연 씨가 홍삼이 인삼을 말린 거라잖아요.”
이한성이 손뼉을 탁 치며 들으라는 듯이 화연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그건 또 뭔 소리야? 홍삼은 홍삼이고, 인삼은 인삼이지.”
“그러니까요. 전 또 순간 제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 싶었다니까요.”
이한성과 아주머니가 아주 그냥 화연을 바보 취급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함께 침묵하며 목구멍 바로 위 까지 올라온 아주 심한 말을 간신히 억눌렀다.
…..살면서 처음으로 욱한 마음에 자신이 원조 고려인삼도 직접 재배 해봤던 600년 묵은 엘프라는 사실을 밝힐 뻔 했던 화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