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4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49화(49/245)
49
[홍삼은 인삼 가공품으로, 오래 보존하기 위해 인삼을 찐 뒤 말린 것이다.]“봐요. 가공품 맞잖아요.”
“……”
화연이 핸드폰으로 직접 Never의 검색결과 창을 보여주자, 이한성은 무슨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막장드라마 속의 등장인물 마냥 충격적인 표정을 지었다.
“…확실해요?”
“인터넷 까지 못 믿으시면 제가 뭐라 할 말이 없는데요.”
인터넷이라고 해서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검색결과의 첫부분과 마지막 부분까지 전부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 필시 그 정보는 정확하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아냐, 이럴리가 없어. 내가 이렇게 까지 무식했을리가…”
공부만 안했을 뿐, 이한성은 본인이 바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선 홍삼이 가공품이라는 걸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거 그런 것 좀 모를 수도 있지. 왜 그렇게 머리를 싸매고 그래?”
똑같이 홍삼이 사실 인삼을 말린 것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한성과는 달리 반응이 아주 평탄하신 아주머니가 현실을 부정하는 그를 바라보며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내셨다.
그러자 이한성은 울컥하며 버럭 대답했다.
“아줌마가 몰라서 그래요! 이거 완전 밤에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걸 믿는 거랑 똑같은거라고요!”
주변 어른들이 아직도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다는 허무맹랑한 사실을 믿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참 무식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구나, 하며 속으로 흉을 보던 이한성이었지만 정작 그러는 자신도 그 사람들과 같은 레벨이었다. 이한성은 그걸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응? 선풍기 틀고 자면 죽는거 맞잖아요.”
“그래 맞아. 큰일나 총각.”
이한성의 비유를 들은 화연과 아주머니가 갑자기 당연한 소릴 왜 하냐는 눈빛과 함께 그렇게 입을 열었다.
“…..저기요들. 그 구시대 적 괴담을 아직도 믿고있는 겁니까? 이거 지금 콩트 치고 있는거 맞죠?”
“콩트는 무슨. 선풍기 틀고 자면 질식사 한다는 게 상식인데.”
“타이머가 선풍기에 괜히 왜 있겠어요?”
이한성의 물음에 아주머니와 화연은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바라보며 그렇게 대꾸했다.
…..다행이네. 나만 무식한게 아니었어.
아까 까지만 해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어서 안달이었던 이한성이 멘탈을 되찾았다. 자신과 같은 레벨의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참으로도 안도감이 넘치는 행운이었다.
[투둑-]“?”
갑자기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아빠… 그럼 나 이제 죽는거야…?”
“뮁?”
쟨 또 갑자기 무슨 소리니.
“니가 죽긴 왜 죽어???”
“우으… 나 어제 선풍기 틀고 잤단 말이야…”
수정이가 무슨 불치병에 걸렸다는 환자가 지을만한 표정과 함께 울먹이기 시작했다. 이에 이한성은 아주머니와 화연을 잠시 째려보았고, 이내 수정이를 달래기 시작했다.
“괜찮아 괜찮아. 선풍기 그까짓거 평생 동안 틀고 자도 안죽어.”
“그치만 방금 할머니랑 연이가…”
“그건 저 사람들이 잘못 알고있는거고. 원래 좀 나이 많은 사람들이 이것저것 잘못 알고 있는게 많아.”
이한성의 말에 순간 화연과 아주머니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지만 딱히 틀린 말도 아니라 그저 조용히 수긍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벌써부터 죽는 걱정 하지 말고 가서 옷이나 갈아입어. 좀 있으면 나가야 하니까.”
“응!”
수정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옷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아주머니는 혼자서 낑낑 옷을 갈아입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제 막 기억 났다는 듯이 말하셨다.
“그러고 보니 오늘 집 보러 간다고 했었지 총각?”
“네. 한 10분 뒤에 출발하려고요.”
버스타고 전철타고 환승을 좀 많이 해야하니 좀 일찍 출발해야 한다. 차가 없으니 어딜 가는데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체감한 이한성은 나중에 차도 하나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며 아주머니와 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두 분은 아직도 안가고 뭐하십니까? 저 좀 있다가 나가야 된다니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이쪽을 빤히 쳐다보기만 하는 둘의 시선에, 이한성은 본능적으로 그닥 좋지 못한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예감은 늘 비껴나가는 일이 없었다.
“저도 집구경 좀 하고 싶은데.”
“나도 총각.”
…..이 사람들이 갑자기 뭔 소리를 하는거야?
한명은 전 알바생 동료고 다른 한명은 그 누구도 아닌 집주인. 아무리 생각해도 같이 집을 보러 갈 사이는 아니다.
“아니, 싫은데요. 저랑 수정이 끼리만 갈건데요.”
“불안해서 그래요.”
“그래 맞아. 또 총각이 뒷통수 맞거나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여야지.”
그러니까 왜 그런 걱정을 댁들이 하냐고요. 누가 보면 아주 그냥 가족끼리 집 보러 가는 줄 알겠네.
“이보세요들. 세상 어떤 멍청이가 똑같은 속임수에 두번 넘어간답니까? 쓸데없는 걱정 마시고 각자들 집으로 돌아가시죠?”
“돌아가긴 어딜 돌아가? 여기 내 집이야 총각.”
아주머니가 아주 당당하신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이에 한낱 입세자에 불과한 이한성은 달리 반박 할 말을 찾지 못한 채 회피하듯 화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지금 집에 해영이 친구들이 와 있어서요.”
아직 뭐라고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화연은 이한성의 눈빛만 읽고도 바로 그렇게 대답했다.
“진짜 다들 왜 이러는거야…”
황당함이 반, 짜증이 반 섞인 목소리로 이한성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러자 언제 옷을 다 갈아입고 왔는지 모를 수정이가 기대로 가득한 똘망한 눈망울과 함께 끼어들었다.
“할머니랑 연이도 같이 가는거야?”
“…..”
…넌 또 왜 이럴 때 끼어드니.
화연과 아주머니를 상대로는 완고하던 이한성이었지만, 수정이의 부담스러울 정도로 밝은 눈빛은 그의 완고함을 상대로는 극상성이었다.
“아니, 그건 아닌….”
“응?”
“아니…”
“응??”
….자꾸 그렇게 쳐다보지 좀 마라. 나 마음 약해지잖아.
어째 가면 갈 수록 요녀석의 회유능력이 진화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망설임 없이 안된다고 말하는게 가능했는데, 이젠 저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똑바로 바라보는 것도 쉽지가 않다.
“총각. 설마 얘가 저렇게 말하는데 안된다고 할 생각은 아니지?”
“맞아요. 아무리 이한성 씨라고 해도 그정도로 냉혈한은 아니겠죠.”
화연과 아주머니가 옆에서 슬금슬금 물을 타기 시작했다. 이미 수정이의 미소를 마주보는 것 만으로도 부담스러웠던 이한성은 이내 하는 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동행을 수락했다.
“…그래. 같이 갑시다.”
어차피 집만 보러 가는 건데 같이 가도 별로 문제는 없겠지 뭐.
….괜찮겠지?
––––––––-
튼튼해 보이는 담장과 깔끔한 외관의 집. 그리고 관리를 안해 무성하게 잡초가 자라났지만 넓적한 마당과 담장 너머로 보이는 2층까지.
아파트가 숲을 이루는 대한민국에서는 좀 처럼 보기 어려운 전원주택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나지막히 감탄을 내뱉었다.
“사진으로 봤던 것 보다 깔끔하네.”
버스타고 전철타고 45분이나 들여서 여기까지 온 보람이 있다. 상상 이상으로 상태가 좋아보이는 집의 외관에 놀란 건 이한성 뿐만이 아니었는지 함께 온 아주머니와 화연도 저마다 한마디 씩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게 13억? 여기에서 무슨 살인 사건 이라도 있었어요…?”
“앰병하네. 이게 13억이면 여기가 캐나다지, 한국이냐?”
이정도로 상태가 양호한데다 주변에 상가고 학교고 다 붙어있는 걸 고려했을 때, 이 집은 적어도 20억은 넘어야 수지가 맞을 것이다. 한눈에 보자마자 그 사실을 깨달은 화연과 아주머니는 넋이 나간 얼굴로 떡 벌어진 입을 닫을 수가 없었다.
“우와~!! 아빠! 마당이 진~짜 넓어!”
“그러게. 저걸 대체 어느 세월에 다 깎고 한다냐.”
수정이가 신난 듯이 옷자락을 마구 잡아당기며 감탄하자, 이한성은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피곤해지는 마당관리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집주인은 아직인가? 분명 2시에 약속을 잡아뒀으니까 슬슬 올 때가 됐을텐데…
지금 시간이 1시 58분이니까 집주인이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라면 벌써 모습을 드러냈어야 한다. 약속시간 5분 전에 미리 도착하는 건 사회의 기본상식이니 말이다.
[끼익-]“?”
순간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길 마주편에 택시가 멈춰섰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한 남성이 허겁지겁 택시에서 내리며 이한성을 향해 달려와 말을 걸었다.
“아유, 죄송합니다. 길을 좀 헤매는 바람에… 이한성 씨 맞으시죠? 어제 전화드렸던 집주인인 다니엘 킴입니다.”
조금 어눌한 한국말과 함께 자신을 다니엘이라고 소개한 남자는 이한성에게 악수를 청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전화로만 들었을 땐 유했던 목소리와는 달리 우락부락한 다니엘을 올려다보며 당황스러움과 함께 반박자 늦게 악수를 받았다.
“아 예, 처음뵙겠습니다.”
[덥석-]….어우야, 이 사람 악력이 장난 아닌데…?
왕년에 운동 좀 하셨나본지 팔근육이 금방이라도 와이셔츠를 찢으려고 미쳐 날뛰고 있는게 훤히 보인다. 그렇게 이한성은 한 포스 하는 다니엘의 존재감에 조금 움츠러드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의 위압감 넘치는 선글라스를 바라보았다.
“오, 가족분들과 함께 오셨군요? Nice to meet you Ma’am. How’s your day going?”
“….???”
뒷쪽에 가만히 서있던 화연을 본 다니엘이 아주 반갑다는 듯이 영어로 인사를 건냈다. 그러자 화연은 갑작스러운 인사에 몹시 당황하며 이한성에게 물었다.
“…..뭐라는거에요?”
“저 영알못인데요.”
이중에서 제일 영어 잘할 것 처럼 생긴 사람이 저런 질문을 하니까 위화감이 장난 아니네.
한반도 토박이인 화연 만큼이나 영어에 무지한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대답했다. 그러자 화연이 영어를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는 걸 깨달은 다니엘이 바로 그녀에게 사과를 건냈다.
“아, 죄송합니다. 외국분이신 줄 알고 그만…”
“아뇨. 충분히 그러실 만도 하니까 죄송하실 것 까진 없어요.”
누가봐도 외국인처럼 생겼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이런 오해를 겪어본게 한두번이 아닌 화연은 익숙하다는 듯이 괜찮다며 손을 저었다.
“그나저나 가족들끼리 이렇게 다 같이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오해 때문에 잠시 무안해진 다니엘이 재빠르게 화제를 바꿨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한성이 딱 잘라 오해의 여지를 잘라내며 다시 한번 그를 무안하게 만들었다.
“아뇨. 얘 빼고는 두분 다 가족이 아닙니다만.”
“Eh? 아… 그렇군요. 가족이 아니라 동거인이셨군요.”
“….네?”
동거인? 누가? 저 두 사람이?
가족으로 오해받을 건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동거인으로 오해를 받는 시나리오는 또 처음이다. 여지껏 경험한 적 없는 신박한 오해에 이한성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집주인이랑 동거인, 아닙니까?”
참고로 서양 쪽에선 남녀가 한집에서 동거하는 걸 넘어 결혼도 안하고 애까지 가지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도 않다고 한다. 결혼만 안 할 뿐, 부부사이나 다름없게 지낸다고.
그랬기에 외국에서 오래 살다 온 다니엘이 저 네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오해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다만 토종 한국인이나 다름없는 네 사람에게 있어선 듣도보도 못한 생소한 일이었을 뿐.
….그냥 나 혼자 올 걸.
그렇게, 속으로 후회하며 몇번째인지 모를 오해에 대해 또 다시 설명을 늘어놓아야 했던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