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5화(5/245)
05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 하셨습니다.] [클리어 랭크: E+] [클리어 보상이 지급됩니다.] [+1500골드] [보호자의 레벨이 상승했습니다.]아까보다 더욱 많은 양의 메시지 창들이 한순간에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정신없게 뭐가 잔뜩 눈 앞에 아른 거리기 시작하자 이한성은 반은 호기심, 반은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메시지 창들을 하나씩 닫았다.
“지금 뭐하세요?”
허공에다 대고 손을 이리저리 허우적거리는 이한성의 모습을 본 화연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이에 이한성은 순간 흠칫하더니, 이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뇨. 주변에 모기가 막 날아다녀서…”
“모기요? 10월 초인데 모기가 있다고요?”
“지구온난화 때문에 그런가 보죠 하하…”
이한성의 꽤나 그럴싸한 거짓말에 화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가 보다, 하며 넘어갔다.
“아무튼, 그럼 전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화연 씨.”
“네. 먼저 들어가세요 한성 씨. 전 앞으로 5시간 하고도 17분 동안이나 더 일해야 하니까요.”
“….”
분명 웃으면서 말하고 있는데 왜 저리도 인사가 무겁게 느껴지는 걸까.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일을 맡아도 하필이면 야간 근무를 맡게 된 화연을 동정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아기와 함께 조용히 편의점을 나왔다.
“벌써 11시가 다 됐네.”
나오자마자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이한성은 피곤함 때문에 금방이라도 침대에 드러눕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올 때는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걸어서 왔지만 돌아갈 때도 걸어갈 체력은 남지 않았다. 고작 몇분 동안만 편하자고 교통비를 낸다는 선택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선택한 적이 없던 이한성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돈보다 휴식이 더 중요했다.
‘딱 이번 한번만…’
결국 자린고비의 신념을 저버리고 편리함의 유혹을 받아들인 이한성은 조용히 편의점 앞에 위치한 버스정류장의 벤치에 앉아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았고,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라기 시작했다.
정류장의 전광판에 따르면 버스가 도착하기 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분. 마냥 가만히 기다리기에는 긴 시간이라고 생각한 이한성은 아까는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메시지나 확인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시스템 창을 열었다.
‘아까 분명 보수가 골드로 지급되었다고 했었지.’
기저귀를 갈았을 때는 분명 현금으로 지급되었었는데 어째서 이번에는 시스템 상점에서만 쓸 수 있는 골드로 지급된 걸까.
문득 떠오른 의문에 이한성은 혹시 상점이 해금된 것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상점 메뉴를 열어 확인했다.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은데.”
여전히 메뉴에 있는 아이템들이라고는 젖병과 딸랑이, 그리고 기저귀가 전부였다. 달라진게 있다고 하면 그건 소지하고 있던 골드의 액수 뿐.
[소지 골드: 1500]“딸랑 기저귀 3개 값이냐.”
대한민국 원과 골드라는 화폐 사이의 환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액수가 코딱지 수준이라는 걸 아주 잘 알려주는 숫자에 이한성은 불만을 가득 내뱉었다.
“이건 됐고, 다른 게 하나 더 있었던 것 같은데.”
분명 아까 1500골드 이외에도 레벨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메시지도 있었다. 그 사실을 떠올린 이한성은 곧바로 상점 메뉴를 닫고는 시스템 창에 존재하는 버튼이란 버튼은 전부 다 하나씩 살펴보기 시작했다.
[스테이터스] [인벤토리] [퀘스트] [스킬] [설정] [도움말]‘이야… 누가 보면 게임 화면인줄 알겠네 진짜.’
누가 이 육아 보조 시스템이라는 걸 만들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상당한 RPG 게임 매니아였던 모양이다. 이한성은 그리 짐작하며 우선 [스테이터스]이라고 적혀있는 버튼을 시험삼아 눌러보았다.
[이한성 – 임시 보호자] [종족: 인간] [직업: 알바생] [Lv: 2] [Hp: 195/200] [Mp: 0] [Exp: 15/110] [상태: 피로]“뭐야 이 잡몹 같은 스탯들은?”
RPG 게임의 마스코트 잡몹인 슬라임도 이것 보다는 스탯이 높을 것이다. 아무리 봐도 형편없는 자신의 스탯에 황당해진 이한성은 뭐가 더 없나 확인하기 위해 스탯창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유 중인 육아 포인트: 1]“육아 포인트?”
게임에 대해 최소한의 지식만 있어도 알아들을 수 있는 Hp나 Mp 같은 스탯들과는 달리 다소 생소한 스탯이 이한성의 눈에 들어왔다.
‘육아 포인트는 또 뭐야? 무슨 적립 포인트 비스무리한 건가?’
이름만 들어서는 꼭 아동용품 매장에서만 쓸 수 있을 것 같은 이름이다.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대체 육아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시스템 창에서 [도움말] 버튼을 터치하였다.
[육아 포인트는 보호자가 레벨 업 할 시에 주어지는 포인트입니다. 보호자는 육아 포인트를 이용해 [스킬] 창에 들어가서 원하는 육아스킬들을 해금 또는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도움말] 버튼을 누른 것과 동시에 마치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정신없이 나타나며 플레이어를 방해하는 설명창이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스킬을 해금 할 수가 있다고?”
스킬. 판타지 요소를 채용한 게임에서는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 보통 남발하면 Mp가 추락하는 주식마냥 줄줄 새고 한타에서 평타 밖에 날리지 못해 팀원들에게 부모님 안부를 비롯한 온갖 욕이란 욕은 바가지로 얻어맞게 되는 게 특징인 기술을 뜻한다.
‘스킬을 해금 할 수가 있다니… 설마 무슨 나x환이나 원x옥 같은 걸 쓸 수 있게 된다는 거야?’
다들 어렸을 적에 한번 쯤은 만화 속 캐릭터를 따라해 흉내내 본 적이 있을 기술들이 이한성의 머릿속을 한꺼번에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한성은 조용히 [스킬] 창으로 들어갔다. 설령 진짜로 나x환이나 원x옥을 쓸 수 있게 된다 해도 인생에 별 도움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이한성이었지만, 그래도 남자의 본능이 만들어낸 호기심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었다.
“어디 보자…”
기왕 스킬 같은 걸 쓸 수 있다면 순간이동이나 염동력이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김칫국 한통을 드링킹하며 스킬 창의 메뉴를 살펴보았다.
“….뭐야 이건.”
잔뜩 부풀어진 기대감과 함께 들어간 [스킬] 창에서 이한성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순간이동도, 염동력도 아니었다.
[스킬: 의심병자의 눈]기다리고 있던 것은 스킬명인지 병명인지 분간이 안가는 무언가.
[의심병자의 눈: 성격이 꼬일 대로 꼬인 사람만이 지닐 수 있는 눈.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성격과 남을 믿지 못하는 의심병이 시너지를 일으켜 확인하고자 하는 대상을 보다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아니, 뭔 설명이 이따구야.”
시스템의 설명이 꼭 자신을 자칭하는 것 같은 기분에 이한성은 불쾌감을 내비치며 얼굴을 구겼다. 다만 딱히 설명이 틀린 것도 아니었기에 달리 반박할 말은 없었다.
‘아무튼 아까 분유에 대한 설명이 떴던 건 이것 때문이었나 보네.’
나름 고생해서 만든 분유를 대충 만들었다고 신랄하게 까댔던 시스템의 설명을 떠올린 이한성은 이제서야 스킬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었다.
“이름은 좀 그렇지만 그래도 쓸 만한 것 같긴 하네.”
알바 하면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을 걸러낼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스킬이다. 이한성은 다음에 알바 할 때 써먹으면 일이 빨리 끝날 거라고 생각하며 다시 [스킬] 창에 뭐 또 다른 게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미해금 스킬: 성장의 축복 (I) ]“다른 스킬이라면 이거 밖에 없는 것 같은데… 성장의 축복? 이건 또 뭐야?”
의심병자의 눈인지 뭔지 하는 것 보다 훨씬 세련된 스킬의 이름에 이한성은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설명을 읽어보았다.
[성장의 축복 I: 대지와 자연의 정령이 내리는 축복. 효과는 미약하지만 대상의 성장 속도를 가속시킬 수 있다.] [육아 포인트가 부족하여 해당 스킬을 해금 할 수 없습니다.] [필요 포인트: 2]성장 속도가 증가한다고? 그게 대체 뭔 소리야. 더 빨리 늙는다는 건가?
별로 친절하지 못한 설명에 이한성은 무척이나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과학적으로 사람은 청소년기가 지나가고 청년기가 되면 그때부터 노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넘쳐나던 체력이 점점 감소하고, 멀쩡하던 건강상태가 하나 둘 씩 나빠지며 생각하지도 못하던 잔병치례를 겪게되며, 영원할거라고만 생각했던 모발들이 서서히 행복을 찾아 떠나가게 되는 것이다.
“어우 씨… 생각만 했는데도 소름이 막 돋네.”
무심코 훗날 M자 탈모가 진행되어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달 마냥 반짝이는 자신의 두피를 상상해버린 이한성이 몸서리를 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치이이이익-]생각만 해도 오한이 온 몸을 잠식하게 만드는 탈모에 대한 걱정을 떨쳐내던 그 순간, 압축된 공기가 빠지는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언제 왔는지 모를 버스가 정류장 앞에서 정차하였다.
버스가 정차하자 이한성은 시스템 창을 닫고는 곧바로 바구니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버스에 올라탔다.
익숙하게 카드를 찍고 비어있는 좌석을 찾는다. 다행히도 한밤중이라 그런지 비어있는 자리는 많았다.
이한성은 많고 많은 비어있는 자리들 중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조용히 앉았다. 보통 사람들은 버스에 탈 때 뒷좌석을 주로 선호한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그는 되도록이면 쓸데없는 짓을 삼가하는 합리주의적인 편이었다.
“우아응…”
버스가 덜컹거리며 출발하기 시작하자 바구니 안에서 곤히 자고 있던 아기가 몸을 뒤척이며 옹알거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혹시나 애가 깼나 싶어 바구니 안을 확인하였고, 다행히 깨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제발 부탁이니까 이대로 깨지 말고 조용히 좀 가자.”
괜히 또 깼다가는 시끄럽게 울고불고 할지도 모른다. 버스 안이 꽤나 한적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기에 이한성은 아기가 깨지 않게 최대한 조심하자고 스스로에게 당부하며 세상 편하게 자고 있는 아기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얜 대체 뭘까… 아무래도 평범한 아기는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육아 보조 시스템이니 뭐니 한 것과 연관된 시점부터 평범함은 탈락이다. 평범한 아기는 산부인과에서 생기지, 원룸 자취방에서 짠 하고 생기진 않는다.
‘혹시 그 의심병자의 눈인가 뭔가 하는 걸 쓰면 알 수 있으려나?’
스킬의 설명에는 분명 확인하고자 하는 대상을 보다 더 자세하게 파악 할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 대상이라는 게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명시되어 있진 않았으니 어쩌면 아기의 정체를 확인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는 것이다.
확인해봐서 손해 볼 건 없다. 어차피 내일이면 보육원에 보낼 애에 대해 뭘 더 알려고 이러냐고 물을 수도 있지만, 풀 수 있는 호기심은 미리미리 풀어줘야 마음이 편한 법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조용히 아기를 바라보며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했다.
[이름: ???] [나이: 생후 37일] [Hp: 15/15] [Mp: 3000/3000] [상태: 수면중] [종족: 하프엘프]“하프… 엘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