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5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50화(5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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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아!! 그랬군요! 친구분이셨군요! 아하하! 이것 참 죄송합니다. 따님 분이 친구 분과 많이 닮으셨길래 그만 착각했지 뭡니까.”
대강 이한성으로 부터 설명을 들은 다니엘이 호탕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사과했다.
뭐… 하프엘프랑 엘프니까 사람들 눈에는 많이 닮은 것 처럼 보일 수 밖에.
한국 사람들 눈엔 외국 사람들이 다 거기서 거기 처럼 생긴 거랑 똑같은거다. 인간들 눈에는 엘프나 하프엘프나 다 거기서 거기 처럼 보인다는 거겠지.
“따님 분 이름이 수정이라고 했었나요?”
“네. 이름은 이수정 이고 올해로 5살 입니다.”
정확히는 아직 생후 1년도 안됐지만 성장의 축복 덕에 신체나이도, 정신 연령도 5살 쯤이니 5살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지.
다니엘의 질문에 이한성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리고는 이내 어느새 또 자신의 등 뒤로 쏙 숨어버린 수정이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수정아. 아저씨한테 인사해야지.”
“….안냐세요.”
수정이가 고개만 내민 채 인사하고는 마치 거북이마냥 고개를 다시 쏙 숨겼다. 그러자 이한성은 단호히 수정이를 붙잡아 내세우고는 다시 한번 제대로 인사를 시켰다.
“똑바로 해. 허리 90도에다가 배꼽에 손.”
“시러. 저 아저씨 무서워.”
“안 잡아먹으니까 그냥 해. 모습만 가지고 다른 사람한테 그렇게 버릇없게 굴면 못써.”
단호박이 따로 없는 이한성의 태도에 수정이는 뾰루퉁 한 눈으로 그에게 원망어린 시선을 보냈다. 하지만 이한성은 그것 만으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수정. 잘 들어, 다른 사람이 무섭다고 해서 너처럼 그렇게 인사도 제대로 안하면 안되는거야. 무섭다면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겉으로는 막 친구처럼 대해야지.”
“왜?”
“그래야지 호구 잡힐 일이 없거든.”
“호구…?”
“그래. 호구. 뭐든지 말만 하면 다 들어주는 사람 말이야.”
“아빠 처럼?”
수정이가 순수하게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한마디가 철갑탄 처럼 이한성의 가슴을 관통했다.
“야. 내가 왜 호구야.”
“그야 아빤 무슨 부탁이든 전~부 다 들어주는 걸?”
“그건 니 부탁이니까 들어주는거지. 남 부탁이었으면 씨알도 없어 임마.”
“그런거야?”
“그런거야.”
“그럼 나 인사 안해도 돼?”
“안돼.”
“왜~!”
“내가 네 부탁이라고 전부 들어주는 것도 아니거든.”
부모는 호구가 아니란다 꼬맹아. 너무 오냐오냐 하는 것도 좋다고 할 순 없으니까.
일이든 육아든 항상 밸런스가 맞아야 하는 법이다. 너무 강압적이면 애가 자신감이 없게 되고, 그렇다고 또 너무 오냐오냐 하면 애가 버릇이 없어진다.
즉, 완벽한 부모가 되려면 곧 밸런스의 화신, 타no스가 돼야 한다는 거지.
그렇게 이한성은 속으로 반쯤 농담을 해보며 다시 한번 수정이에게 말했다.
“자, 인사.”
“치…. 안녕하세요.”
수정이가 아까와는 다르게 반듯이 허리를 숙이며 다니엘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수정이는 다시 이한성의 뒤로 숨어버렸고, 삐져버렸는지 입을 삐쭉거렸다.
“죄송합니다 다니엘 씨. 우리 애가 아직 어려서…”
“하하하! 아닙니다. 저 나이 땐 다들 저러니까요. 오히려 귀여워서 좋습니다.”
다니엘이 신경쓰지 말라는 듯이 호탕하게 웃으며 털털한 웃음을 띄웠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삐져버린 수정이의 머리를 헝클어뜨리 듯이 쓰다듬으며 나지막히 물었다.
“들었지? 아저씨가 너 귀엽대.”
“…..”
삐죽거리던 수정이의 입가가 말 없이 스리슬쩍 올라갔다. 귀엽다는 말에 기분이 좀 풀린 모양이었다.
“…나 귀여워?”
“글쎄다. 가끔 골머리 썩히는 것만 빼면-”
수정이의 물음에 이한성이 삐딱한 대답을 하려던 그 순간, 화연이 핸드폰의 잠금을 해제 하듯이 이한성을 밀어서 치워버리고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대답했다.
“그럼~ 수정이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지. 그쵸 아주머니?”
“당연한 걸 뭐하러 물어봐? 우리 똥강아지 보다 귀여운 애 있으면 한번 나와봐라 해.”
….저기요. 누가 보면 얘가 댁들 딸내미 인 줄 알겠습니다? 아주 그냥 콩깍지가 씌였나 봐 다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칭찬을 마다 하지 않는 화연과 아주머니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속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이내 마치 그런 그의 속마음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 화연과 아주머니가 그를 지긋이 쳐다보며 무언의 압박을 걸기 시작했다.
“….그래 뭐, 귀엽긴 하지.”
수정이가 귀엽게 생긴 건 사실이니까. 팩트는 인정해야지.
“하하하! 다들 사이가 좋아 보이군요! 마치 꼭 한가족 같아서 참 좋습니다.”
수정이를 둔 셋의 만담을 지켜보던 다니엘이 우렁찬 웃음소리와 함께 그렇게 말했다. 이에 이한성은 잠시 잊고 있던 이곳에 온 이유를 떠올렸고, 빠르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바쁘실텐데 자꾸 시간을 끌어서…”
“노 프라블럼입니다! 시간은 차고 넘치니까 걱정 마십쇼. 어차피 아내한테 출장 간다고 속이고 한국에 놀러온거라서 말입니다.”
“…..”
이분 아주 당당하시네. 아내한테 들키면 어쩌려고…
아내분이 누구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남편 땜에 꽤나 고생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한성은 다니엘의 자유분방한 마이웨이 성향을 근거로 그런 짐작을 해보며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간 그의 뒤를 따라 모두와 함께 집터에 발을 들였다.
“그럼 우선 안으로 들어오시죠. 한동안 집이 비워져 있었던지라 좀 썰렁한 건 봐주십쇼.”
다니엘이 유쾌한 목소리로 미리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비어있던 집 치고는 집 안의 상태는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는 편이었다.
“보시다 싶이 여기가 거실이고, 부엌은 저쪽입니다. 화장실과 방은 저기 복도 끝에 있고요.”
“방이 총 몇개죠?”
“6개입니다. 1층에 3개, 2층에 2개, 그리고 지하에도 1개가 있지만… 거긴 아직 리모델링이 안되서 사실상 방은 총 5개 입니다. 덤으로 화장실은 각 층마다 하나 씩 있고요.”
“…..그런데 집값이 13억 이라고요?”
방이 6개에 화장실이 총 3개. 아무리 지하실 리모델링이 안되있다고는 하지만 이정도로 큰 집이 13억이라니, 정말 여기서 무슨 사건이라도 있었던게 아닐까 의심되는 가격이다.
“불미스러운 일 같은 건 전혀 일어나지 않았으니 걱정은 마십쇼. 정말입니다.”
“…..”
이한성이 영 미적지근한 눈빛으로 다니엘을 바라보았다. 안그래도 최근에 한번 믿었다가 뒷통수를 맞아서 그런지 이한성의 의심병은 평소보다 한층 더 곤두세워져 있었다.
“이 집은 원래 제 부모님이 사시던 집입니다. 그런데 2년 전에 돌아가셔서…”
“아.”
부모님이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기 무섭게 이한성의 의심병이 물을 끼얹은 듯 사그라들었다.
“그 후로 외동인 제가 집을 물려받긴 했는데 집이 비싸서 그런지 영 안팔리더라 말입니다.”
“…그래서 가격을 13억까지 낮추셨다고요?”
“그렇죠. 제가 해외 거주자다 보니 집을 관리하는 것도 어렵고, 유지비도 계속 나가고 그러니 헐값에 받더라도 그냥 빨리 처리하는 게 낫다고 결정을 내린겁니다.”
다니엘이 살짝 씁쓸한 목소리로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집안을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런 사연을 들으니까 왠지 방금 전 까지만 해도 흉흉한 생각을 하고 있던 내가 너무 쓰레기 처럼 느껴지는 것 같은데.
틀림없이 집에서 살인사건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다고 방금 전 까지 철썩같이 믿고 있던 이한성이 뒤늦게 밀려오는 양심의 가책에 고개를 머쓱였다. 그리고 그렇게 느끼는 건 그 뿐만이 아니었는지 화연과 아주머니 또한 떳떳하지 못한 일이라도 저지른 사람 마냥 서로 딴청을 피웠다.
“그러니까 가격에 대해선 이상한 걱정 같은거 안하셔도 됩니다. 하하하!”
분위기가 조금 어색해지자 다니엘이 털털하게 웃으며 공기를 환기시켰다. 위압감 넘치는 덩치만큼이나 대인배가 따로 없었다.
“그나저나 집에 친구 분들도 같이 살 예정이십니까?”
“아…. 아뇨. 저랑 얘랑 둘이서만 살 예정입니다.”
“네? 하지만 2명이서 살기엔 집이 너무 클 것 같은데.”
“저희 애가 집에 마당이 없으면 안된다고 난리를 쳐서요.”
절대로 이런 큰 집에서 한번 살아보는게 로망이어서가 아니다. 이한성은 그렇게 내뱉지 않은 뒷말을 속으로 덧붙이며 수정이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나, 그가 내려다 본 그곳에 수정이는 없었다.
“어? 얘 어디갔어?”
“수정이라면 아까 2층에 올라갔는데요.”
화연이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가리키며 알려주었다.
“에라이… 어떻게 한시를 가만히 못있는지.”
기운이 넘치는 것도 적당히 넘쳐야지, 무슨 넘쳐나는 기운을 주체 못하는 대형견도 아니고 가만히 있으면 어디가 좀 덧나나?
아무리 애들한테는 기운이 넘치는 게 정상이라고는 해도 수정이는 그 정도가 살짝 지나치다. 안그래도 태생이 하프엘프인 것 때문에 기운이 너무 넘쳐나서 목숨이 위험한 체질이니 말 다했다.
“그럼 이참에 따님 분도 찾을 겸 2층도 한번 둘러보시죠.”
“그래야겠네요.”
이한성은 그렇게 다니엘의 의견에 찬성하며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2층의 구조는 1층과 다를 것이 별로 없었다. 1층보다 방이 하나 적은 대신 거실보다 넓은 공간이 있고, 그 너머에 탁 트인 유리창 너머로 비춰진 베란다가 아주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저기 있네.”
어떻게든 베란다로 나가보려고 잠겨 있던 유리문을 열기 위해 낑낑거리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수정. 너 막 그렇게 혼자 쏘다니는거 아니야.”
“아빠빠빠빠!! 이거 열어죠!!”
따끔하게 한소리 하려던 이한성이었지만 베란다에 온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수정이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열어도 되나요?”
“당근이죠.”
이한성의 물음에 다니엘은 구시대적 말장난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한성은 베란다의 잠금장치를 풀고는 문을 옆으로 활짝 제꼈고, 동시에 조금 찬 공기가 확 들어오는 걸 느끼며 잔뜩 흥분한 수정이를 말렸다.
“괜히 떨어지지 말고 조심해라.”
“응!”
“대답 하나는 참 잘해요…”
대답만 잘하는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대체적으로 하지 말라고 하면 항상 왜? 라고 이유를 물어보는 수정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하지 말라고 하는 걸 굳이 고집부려서 한 적은 없다.
….아직까지는, 말이지.
“아빠아빠! 저기 밑에 봐바!”
“왜, 마당에 홍삼나무라도 심어져 있냐?”
밑에 보이는 거라고 해봤자 마당 뿐일텐데 대체 뭐 때문에 저렇게 재촉하는걸까.
빨리 와서 보라고 손짓하는 수정이의 재촉에 이한성은 귀찮음이 팍팍 묻어나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부르는 대로 다가와 베란다 밑을 내려다보았다.
“텃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