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5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55화(55/245)
55
[진행중인 퀘스트 정보가 갱신되었습니다. 확인 하시겠습니까?]수정이가 샌드위치를 다 먹어치운 것과 동시에 메시지 창이 이한성의 눈 앞에 나타났다. 아무래도 아침을 먹인 것으로 일일 퀘스트가 진행된 모양이었다.
“[Yes].”
이한성은 퀘스트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무심히 [Yes]를 눌렀다.
[삼시세끼 중 아침식사를 완료했습니다.] [클리어 랭크: C+] [밥은 먹여야지: 아이에게 삼시세끼를 먹이십시오. 수제요리일 경우 완성도에 따라 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1/3)]애초에 별로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아침식사의 결과는 이한성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욱 처참했다. 애초에 빵에다가 계란을 끼얹은 걸 샌드위치랍시고 내놨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뭐… 점심이랑 저녁을 빵빵하게 먹이면 어떻게든 되겠지.”
비록 아침식사는 집에 재료가 없어서 초라했지만, 장을 보고 충분한 재료들을 준비한다면 점심과 저녁은 충분히 고급지게 만들어낼 수 있다.
어렸을 때 부터 혼자 밥 하고 요리하고 가사의 대부분을 떠맡아왔던 이한성은 어느정도 자신감을 내세우며 시스템 창을 닫았고, 이내 빈 접시들을 전부 싱크대에 던져넣고는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수정이를 향해 말했다.
“야 이수정. 어디가려고.”
“마당!”
“안돼. 양치 먼저 해야지.”
이한성은 수정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수정이를 바로 안아들고는 곧장 화장실로 향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귀찮다는 속마음을 겉으로 팍팍 드러내며 하는 수 없이 칫솔을 집어들었고, 그대로 딸기맛 치약을 짜서 칫솔질을 하기 시작했다.
“딸기맛 치약으로 양치하면 안 텁텁하냐…?”
화장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딸기향을 맡은 이한성이 떨떠름한 표정과 함께 물었다. 살면서 민트향 치약 외에는 그 어떤 치약도 사용해 본 적이 없는 이한성으로써는 대체 왜 상큼한 민트맛이 아닌, 딸기맛 치약으로 양치질을 하고 싶은지 전혀 이해 할 수가 없었다.
“앙텅텅해.”
수정이가 분홍색 거품이 가득 찬 입을 우물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이한성은 참 애들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딸기맛 치약 옆에 놓여져 있던 민트맛 치약을 칫솔에다가 짜고는 수정이와 함께 나란히 칫솔질을 하기 시작했다.
같은 자세, 같은 리듬, 심지어 완전히 같은 맹한 표정까지, 마치 복사하고 붙여넣기 마냥 똑같은 서로의 모습을 거울 너머로 바라보며,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내뱉었다.
“풉.”
애는 부모를 닮는다는 게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나 보네.
“아르르르~ 퉤!”
한박자 먼저 양치질을 끝마친 수정이가 컵에다 물을 받고는 다소 과하게 가글을 하며 입을 헹구었다. 그러자 슬슬 치약거품이 입에서 흘러 넘치기 시작했던 이한성은 다급하게 수정이의 어깨를 두드리며 재촉하기 시작했다.
“야, 할리 좀 비허바.(야, 빨리 좀 비켜봐.)”
“응? 할리가 누구야?”
“아이! 비히라고!(아니! 비키라고!)”
“아이? 내 동생이야?!”
아놔 진짜…! 동생 같은 소리 하지 말고 비키라고!
더 이상은 한계다. 가뜩이나 검은 색 티를 입고 있는데 괜히 치약이 흘러내려 허연 자국이 남는 걸 원치 않았던 이한성은 수정이를 고대로 엉덩이로 밀어내고는 다급하게 세면대를 차지해 넘치기 직전이던 치약을 뱉어냈다.
“얌마! 너 사람이 비키라는데 무슨 동생 같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그치만 아빠가 못생긴 얼굴로 이상한 말만 했자나.”
“치약이 입에서 줄줄 새기 직전인데 어떻게 말을 똑바로 하냐?! 넌 할 수 있어?! 그리고 뭐, 동새앵? 동생 얘기가 갑자기 거기서 왜 나와??”
한번 쏟아지기 시작한 항의는 마치 래퍼가 랩을 하는 듯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 이 상황에서 이한성이 왜 갑자기 화를 내는지 1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수정이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난데없이 튀어나온 동생 얘기만이 가득 할 뿐이었다.
“나한테도 슬슬 동생 생길 때 됐자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한테 동생이 어떻게 생기냐?? 내가 무슨 감성돔이야??”
자연적으로 성전환이 가능하다는 전설아닌 현실 속의 어류, 감성돔. 하지만 당연히 그 감성돔 조차도 짝이 없으면 번식이 불가능하다.
그렇게 동생 얘기에 기가 찬 이한성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이내 갑작스럽게 시스템 창이 나타나며 경고 메세지를 띄웠다.
[분노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남은 기회: 2/3]맞다. 화내지 말라는 퀘스트가 있었지.
아침식사 전에 보았던 일일 퀘스트의 내용을 떠올린 이한성이 순간 아차, 하며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퀘스트의 내용을 신경쓸 틈도 없이, 울먹이는 수정이의 목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럼… 난 영원히 동생이 없는거야…?”
수정이가 대단히 충격적이고도 실망스러운 사실에 울상을 지으며 눈물로 일렁이는 녹안으로 이한성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이한성은 순간 당황하며 뒤늦게 말을 얼버무렸다.
“아, 아니… 그런게 아니라… 내 말은…”
“우으으…”
“아니….”
이 아이가 생명의 탄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나 할까요.
어째 후원 광고 속에서나 종종 들어봤던 것과 비슷한 대사가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체 이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아기는 어떻게 생겨?] 문제에 직면하게 된 이한성은 급하게 변명을 만들기 시작했다.
“…수정아, 잘 들어. 동생이란 건 말이지… 쉽게 만들 수 있는게 아니야.”
“왜…?”
“왜냐하면 동생이 태어날 확률은 로또 당첨이랑 비슷한 수준이거든.”
거의 정자가 난자에 도달할 확률이 5억분의 1이니까 틀린 말은 아니다. 심지어 지금 수정이의 동생이 생길 가능성은 5억분의 0이나 다름 없으니 0%라고 단언해도 좋다.
그렇게 체육시간에 얼핏 대충 배웠던 빈약한 지식을 떠올리며, 이한성은 굳이 0%라고 까지는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럼 나는 로또 뽑힐 확률로 태어난거야?”
“아니. 넌 그거보다 더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났지.”
기나긴 엘프들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하프엘프는 너 하나 뿐이란다. 나머지는 애초에 태어나지도 못했거든.
굳이 자세한 설명은 덧붙이지 않은 이한성의 설명에, 수정이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울먹이던 얼굴로 확 밝아진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다른 사람들 보다 훨씬 낮은 확률을 뚫고 태어났다는 사실에 무슨 영문모를 자부심이라도 느낀 모양이었다.
“아무튼 그래서 당분간 동생이 생기는 일은 없을테니까 떼 써도 소용 없어.”
“응… 하는 수 없지.”
다행이도 그 이상 수정이가 고집을 피우는 일은 없었다. 수정이가 고집을 자주 피우는 성격이기는 했으나, 불가능 한 것 까지 해달라고 요구하는 철부지는 아니었다.
…저렇게 철이 없어 보이기는 해도 애가 은근히 어른스러운 구석도 있단 말이지.
생각해보면 집주인 아주머니를 줄곧 할머니라고 불렀던 것도 그렇고, 그 외에도 집을 살 때 돈 걱정을 하기도 했었고, 수정이는 의외로 눈치가 빠른 편일지도 모른다.
좀 엉뚱한 면이 없잖아 있어서 그렇지.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물로 입안을 헹구고는 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러자 문득 갑자기 떠오른 의문 하나가 이한성의 머릿속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 수정이 쟤는 왜 아줌마를 할머니라고 불렀던 거지?
이한성이 집주인 아주머니가 자신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눈치 챌 수 있었던 이유는 온전히 그가 아주머니네 집 거실에 놓여져 있던 아버지의 모습이 함께 찍혀있는 사진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아주머니의 친아들이었던 이한성조차 사진을 보고 나서야 깨달았는데, 수정이는 대체 뭐 때문에 그동안 아주머니를 할머니라고 불러왔던 것일까.
“….수정아.”
“왜?”
“너 말이야, 할머니가 진짜 할머니인거… 알고 있었어?”
“응. 그런데?”
수정이가 당연한 걸 왜 물어보냐는 듯이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그야 할머니가 아빠를 바라보는 눈이 아빠가 날 바라볼 때랑 똑같은 걸?”
눈빛이 똑같다고? 나랑 아줌마가?
어떻게 고작 그거 하나 가지고 그걸 알 수 있는걸까. 하프엘프의 눈이 특별하기라도 한 것일까?
본인조차도 몰랐던 사실을 눈빛 하나 만으로 깨달았다는 수정이의 대답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수정이의 녹색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수정아. 너 혹시 사람 속마음도 다 궤뚫어보거나 할 수 있냐?”
[절래절래-]수정이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가끔씩 사람 속마음을 들여다 보는 화연마냥 독심술 같은 능력을 지니진 않은 모양이었다.
“그냥 감이 좋은건가…”
“감??”
순간 수정이의 입가에서 군침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를 본 이한성은 바로 오해의 여지를 차단했다.
“먹는 감 말고.”
“치이~ 뭐야. 감 맛있는데.”
“니가 감이 맛있는지 아닌지 알기나 해?”
감을 준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감 타령일까.
아까는 동생, 이제는 감. 무슨 주식마냥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수정이의 엉뚱함에 이한성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알아~! 할머니가 줬었어!”
“…아줌마가?”
요즘 감이 얼마나 비싼데 얘한테 그걸 사주셨다냐? 하여간에… 감 같은 거 말고 그냥 널리고 널린 홍삼맛 캔디나 주시면 됐을 것을.
과도로 감을 손수 깎아서 접시 위에 담아 수정이에게 건내줬을 아주머니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눈앞에 아른거렸다. 생각만 해도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가는 만큼이나 아주머니는 늘 수정이를 이뻐해 주셨었다.
이제와서 굳이 그러실 필요가 없는데도.
“아빠! 아빠~!”
잠시 이한성이 생각에 잠겨있던 그 순간, 수정이가 그의 옷깃을 마구 잡아당기며 불렀다.
“잡아댕기지 마. 옷 늘어나.”
“아빠! 나 이제 마당에 나가서 놀아두 돼?”
수정이가 눈이 잔뜩 내리는 창 밖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에 이한성은 벌써 바깥에 눈이 무릎 높이까지 쌓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무척이나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괜찮겠어? 지금 눈이 거의 니 가슴 높이 까지 쌓였는데.”
“괜차나! 오히려 조아!”
….하긴. 얼음 타입한테 눈이 무슨 대수겠어. 당장 집안 전체를 냉동고로 바꿀 수도 있는데.
아무런 걱정도 없이 당당하게 가슴을 펴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근심을 덜었다. 물고기가 물 속에 들어가겠다는데 말릴 이유가 없었다.
뭐, 어차피 3시간 동안 놀아줘야 하는 일일 퀘스트도 있으니까 잠깐 같이 나가서 적당히 놀아주면 되겠지.
“그래. 나가서 놀자.”
이한성은 별 다른 말 없이 수정이의 물음에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그러자 수정이는 신나서 방방 뛰며 바로 옷을 챙겨입으러 달려갔고, 이한성은 그런 은발머리 소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뒤늦게 중요한 사실을 하나 떠올렸다.
“…잠깐만. 오늘 바깥이 몇도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