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5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58화(58/245)
58
“…..이게 뭐시여.”
[“현실 속 윈터킹덤?” 폭설 속에 등장한 동화 속 얼음성…]떡하니 뉴스 페이지 1면을 장식한 헤드라인을 읽은 것과 동시에, 이한성은 설마설마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기사를 터치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아주 익숙하디 익숙한 사진 한장이 화면 전체를 채우며 이한성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익숙하면서도 저작권 적으로 위험한 디자인의 얼음성과, 그 뒤에 찍힌 익숙한 형태의 전원주택. 사진 속 배경에 찍힌 집주인으로써 착각 할 리가 없는 사진을 본 이한성은 한겨울에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줄줄 흘러내리는 기분을 느끼며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요. 뉴스 기사에 뜬 그거, 수정이가 한 거 맞죠?]“….”
침묵은 긍정이라고,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화연은 이내 통화 너머로 두통이 다 느껴지는 목소리로 한탄스러운 말을 내뱉었다.
[아니…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거에요?? 글로벌 스타라도 되고 싶었어요?? 지금 뉴스 보니까 사진이 여기저기 다 퍼진 것 같은데…]누군들 일부러 그랬겠습니까. 수정이가 신나서 떡하니 만들어 놓은 걸 뭐 어쩌라는건지…. 이렇게 순식간에 뉴스 기삿거리로 떠들썩해질 줄은 몰랐다고.
이한성이 그렇게 속으로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러자 이내 핸드폰 너머로 익숙한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와 별로 알고싶지 않은 소식을 하나 덧붙였다.
[언니, 그거 지금 실시간 검색어 1위도 찍었어. 지금 SNS에 난리도 아니던데?]…해영 씨도 옆에 있는 모양이네. 분명 둘이 같이 동거 하고 있다고 했었지.
익숙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의 정체를 쉽게 알아 챈 이한성은 예전에 화연이 지나가듯 알려주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조용히 평소에는 확인하지도 않는 인스타북에 들어가 게시물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올해 폭설의 원흉 .jpg]“…..”
아니나 다를까, 화면 가장 위의 첫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던 건 다름아닌 수정이가 만들어낸 얼음성의 사진이었다. 거기에다가 벌써 올라온지 1시간도 안되는 게시물의 좋아요 수는 무려 500만 개.
[이거 백퍼 저작권 때문에 그분들이 찾아올 것 같은뎈ㅋㅋ] [어쩐지 눈이 좀 많이 오더라] [엌ㅋㅋ 우리 여왕님 대사관 한국에 세우신거임?] [곧 저작권 깡패가 와서 삭제 될 게시물입니다]이쯤되면 대략 정신이 멍해진다. 그만 보도록 하자.
“아빠?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
멍해진 이한성의 얼굴을 본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이내 침묵 끝에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수정아. 니가 만든 얼음 성, 철거해야겠다.”
–––––––
[찰칵! 찰칵!]….
사람들이 가득 몰려든 집 앞에서, 저마다 하나씩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들이 셔터음과 함께 사진을 찍어대는 진풍경이 이한성의 눈에 들어왔다.
….대체 어쩌다가 우리 집이 관광 명소가 되어버린거지…?
집 앞에 우뚝 선 얼음성과, 그걸 사진으로 찍느라 바쁜 동네사람들. 눈이 그친지 얼마나 됐다고 이 추운 날씨에 할 게 없어서 남의 집 앞을 가로막은 채 구경이나 하고 앉은 인파들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웅성이는 사람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대박. 저걸 대체 어떻게 만든거야?”
어떻게긴, 마법이지.
“집주인 돈 많나보네. 저런 것 까지 장식으로 만들고.”
장식이 아니라 장난으로 만든건데.
“윈터킹덤 3 홍보대사인가 보지 뭐.”
어느 홍보대사가 제 집 앞에다가 광고물을 내세우냐.
일일히 들려오는 헛소리 하나 하나를 속으로 받아치며, 이한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엣헴.”
저 얼음성을 건축한 장본인인 수정이에게는 사람들의 말이 다 칭찬으로 들렸는지, 수정이는 어깨를 활짝 핀 채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자 그렇게 상황 파악을 못한 수정이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핸드폰을 꺼내 도움을 청하기 위해 화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
“뒤에요.”
전화가 연결되기 무섭게 화연의 목소리가 이한성의 바로 등 뒤에서 들려왔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녀가 벌써 이곳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통화 종료 버튼을 눌러 핸드폰을 껐고, 이내 뒤를 돌아보며 그녀에게 살짝 퉁명스러운 인사를 건냈다.
“빨리도 오셨네.”
“누구 씨 덕분에 마음이 급해져서요.”
평소에는 늘 웃고만 있던 화연의 표정이 오늘은 춥디 추운 날씨 마냥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필시 이 추운 날씨에 갑자기 불려나온 것과, 이한성의 책임도 어느정도 있는 현 사태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연이야 안녕!”
“안녕 수정아. 뭐 좋은 일이라도 있었니?”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수정이가 인사를 걸어오기 무섭게 화연의 표정은 무슨 지구 온난화를 맞은 빙하 마냥 녹아내리며 따스한 미소로 변모했다.
“응! 저거 내가 지은건데 사람들이 이~만큼이나 보러 왔써! 대단하지?!”
“대단하네~ 아빠는 그걸 보고만 있었니?”
“응. 힘들다고 드러누워 있었써.”
수정이의 대답에 화연은 싸늘한 시선으로 이한성을 추궁하듯 쨰려보았다. 그러자 이한성은 헛기침을 하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고, 동시에 익숙한 얼굴이 한명 더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영 씨?”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검은빛이 도는 갈색 머리와 눌러 쓴 흰색 야구모자. 한동안 마주칠 일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해영의 얼굴을 본 이한성은 친근함이 넘치는 그녀의 인사를 얼떨결에 받으며 대답했다.
“잘 지내긴 했는데… 해영 씨는 왠 일이에요?”
“버스남 씨가 또 SNS 스타가 됐다고 해서 언니를 따라왔죠.”
“…..”
오늘이 아무리 주말이라지만 할 일이 참 없나보다. 고거 하나 구경하겠다고 추운 날씨에 여기까지 오다니.
예전에도 참 이상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다시봐도 여전히 이상한 사람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잠깐 못 본 사이에 조금도 변하지 않은 그녀가 수정이에게 다가가 친근하게 인사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수정아~ 안뇽~? 언니 기억 해?”
“….?”
해영의 인사 한마디에 수정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쪼르르르 달려와 이한성의 뒤에 숨었다. 그리고는 이내 다 들리는 귓속말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아빠. 저 아줌마 누구야?”
“!!”
순간 해영의 얼굴빛이 가르강튀아 마냥 어두워졌다. 수정이의 말이 고대로 가슴을 관통하고 지나가버린 모양이었다.
“아, 아줌마라니… 내가 아줌마라니… 나 아직 십대인데…”
해영의 나이는 고작 19살. 어디 가서 인상이 어른스럽다는 소리는 자주 듣는 그녀였지만 그렇다고 아줌마라고 불린 것은 이번이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역시 우리 수정이, 보는 눈이 높다니까.”
화연이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졸지에 아줌마가 되어버린 해영을 비웃었다. 그러자 발끈한 해영은 억울하다는 듯이 외쳤다.
“내가 노안인 게 아니라 언니 얼굴이 사기적으로 동안인거잖아!!”
“어쩌겠니. 내가 이렇게 태어난 걸.”
“저저저, 수정아 봐봐. 저게 저 언니의 본성이야. 속이 아주 엉킨 이어폰마냥 베베 꼬여가지곤…”
어째서인지 유치한 말싸움이 시작되버렸다. 그렇게 친자매 마냥 틱틱 거리기 시작한 화연과 해영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슬슬 주변 사람들이 이쪽에 시선을 보내는 것을 느끼며 둘 사이에 낑겨있던 수정이를 구해냈다.
“두 분 다 고만 좀 하시고, 일단 집에 들어 갈 방법 부터 찾아보죠?”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지금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이야. 가뜩이나 짐을 들고 있어서 무거워 죽겠는데.
사진을 찍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집에 들어갈 수가 없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갈 수가 있다고는 해도, 이렇게 보는 눈이 많은 상태에서 대놓고 집주인이라는 사실을 홍보하는 건 극구 사절이다.
이미 예전에 버스남이라고 한번 얼굴이 SNS에 팔린 적이 있었던 이한성은 몸서리를 치며 어떻게든 몰래 집에 들어갈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들어가는 방법이야 간단하죠. 그냥 들어가면 되는데.”
[딱!]순간 화연이 뭘 고민하냐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집 앞에 개미들처럼 몰려있던 사람들이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단체로 물러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관광명소가 되었던 이한성의 집은 순식간에 본래의 평화롭고 조용한 모습을 되찾았다.
….마법을 이렇게 대놓고 써도 되는건가?
화연이 마법을 사용하는 거야 예전에도 여러번 보았지만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용하는 모습을 본 건 이번에 처음이다. 혹시나 이러다 그녀가 정체를 들키는 건 아닐까, 걱정되었던 이한성은 조심스럽게 일반인인 해영의 눈치를 살폈지만, 그녀의 표정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태연했다. 아무래도 화연의 동거인인 만큼 해영 또한 그녀의 정체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던 모양이었다.
뭐, 당장 불청객들이 전부 물러갔으니까 일간은 그걸로 만족해야겠지.
600년 동안이나 정체를 숨기고 살아왔을 화연이니 딱히 그녀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잠시 주제를 넘었던 자신의 걱정을 뒤로 한 채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짐들을 내려놓았다.
“일단 수정이 점심밥 부터 만들어야 하니까 둘 다 거실에서 기다려요.”
아무리 얼음성을 철거하는 게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애한테 밥 부터 먹이는 게 우선이다. 당장의 이슈 보다는 언제 또 배고프다고 난리를 칠지 모르는 수정이가 우선이었던 이한성은 곧장 음식을 만들기 위해 장바구니에서 필요한 재료들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빠, 우리 뭐 먹을거야?”
“삽겹살.”
“상추도 같이?”
“그래. 당연하지.”
삽겹살을 먹는데 상추하고 쌈장이 빠져서 되겠는가. 쌈 없이 그냥 먹는 삼겹살은 삼겹살이 아니라 그냥 두꺼운 베이컨이지.
“저기 한성 씨, 밖에 있는 얼음성 지금 당장 철거해도 되죠?”
“네네. 가능하면 바로 처리해 주세요.
화연이 창 밖을 가리키며 묻자 이한성은 물어볼 필요도 없다는 듯이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러자 화연은 바로 얼음성을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나갔고, 그렇게 그녀가 가자 이번에는 해영이 다가와 핸드폰을 들이대며 물었다.
“버스남 씨. 집 와이파이 비번이 뭐에요?”
“아직 설치 안했습니다만.”
이사한지 하루밖에 안되서 와이파이 따윈 없다. 집에 TV는 물론이고 컴퓨터도 없는데 와이파이라고 있을리가 있겠는가.
“아직도 설치를 안 했어요? 와이파이 없이 어떻게 살아요…?”
“잘 곳이랑 먹을 것만 있으면 잘만 삽니다.”
“와… 대단하다.”
해영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거의 존경에 가까운 눈빛으로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비꼬거나 하는 것이 아닌, 순수한 감탄 그 자체였지만, 그래서인지 더더욱 기분이 나빠지는 감탄이었다.
“정 와이파이가 필요하시면 제 핫스팟이라도 쓰시던가.”
“아뇨아뇨, 괜찮아요. 그냥 와이파이가 없으면 불안해지는 병이 있어서요.”
그게 대체 무슨 병인데. 무슨 와이파이 의존증이야? 없으면 없는거지, 그것 때문에 또 불안해질 이유가 있을까.
이해하지 못할 해영의 말에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상추를 씻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해영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가와 이한성에게 물었다.
“뭐 도와드릴까요? 저 집안일 잘 하는데.”
“아뇨. 딱히 필요 없는데.”
“에이~ 그러지 말고 한번 맡겨 주세요. 제가 이래뵈도 지금까지 화연 언니를 먹여살린 짬빠가 있다니깐요.”
해영이 식재료들이 담긴 장바구니들을 일일히 살펴보며 제멋대로 이것저것 꺼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상추를 씻다가 말고 그녀가 꺼낸 물건들을 도로 집어넣었고, 이내 쌀이 들어간 냄비를 맡기며 일을 시켰다.
“그러면 밥 좀 해주시죠. 냄비로 밥 할 줄 알죠?”
“내, 냄비로요…? 전기밥솥 없이?”
“우리집에 그런 거 없어요.”
우리집에 원래 없는게 좀 많습니다 하하.
TV도 없어, 와이파이도 없어, 전기밥솥도 없어, 이쯤되면 대체 집에 있는 게 뭔지 물어보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얼떨결에 냄비로 밥을 하게 된 해영은 일단 군말없이 냄비에다 물을 채우기 시작했다. 그간 전기밥솥에만 의지해왔던 그녀에게 있어서 냄비로 밥 하는 법은 좀 생소했지만, 정보화 시대인 21세기에는 인터넷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근데, 버스남 씨.”
“왜요.”
“우리 언니, 어떻게 생각하세요?”
“잘 생각하는데요.”
갑자기 밥을 짓다 말고 날아온 해영의 엉뚱한 질문에 이한성은 가스레인지 위의 프라이팬에 삼겹살을 올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아니 그러니까 우리 언니, 막 수상하다고 의심한 적은 없죠…?”
“아뇨. 없는데요.”
수상할 게 뭐 있어. 그냥 시급 2만원에 우리 애 한테 마법도 가르쳐 주고 이것저것 도와주는 친절한 엘프인데.
뜬금없는 해영의 질문에 이한성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해영이 없으면 됐다는 듯이 말을 얼버무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 순간, 창문 쪽에서 밝은 섬광이 새어 들어온 것과 동시에 굉음이 집안을 강타했다.
[콰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