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5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59화(59/245)
59
[콰광!!]“….???”
방금 뭐야? 주변에 날벼락이라도 떨어졌나? 지금 한겨울인데?
살면서 겨울에 천둥번개가 떨어지는 건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천둥과 번개가 완전 동시에 떨어지는 걸 본 적은 더더욱 없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잔뜩 느낀 이한성은 천천히 뒤를 돌아 마당과 이어져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창문 너머로 마당에 가만히 서 있던 건 다름아닌 화연이었다. 아까 얼음성을 철거하겠다고 밖에 나갔던 그녀는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지 곤란한 눈치로 턱을 괴고 있었고, 이내 무언가를 하려는 듯이 나지막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손을 들어올린 그녀는 가볍게 손목을 까딱 내리며 손짓했고, 그러자 이윽고…
[콰과과과광!!]….살면서 지금껏 단 한번도 보지 못했던 거대한 낙뢰가 마당앞에 떨어져 얼음성을 강타했다.
“잠깐, 스톰! 스토옵!!”
“??”
기네스북에 등재되도 할 말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낙뢰를 본 그 순간, 이한성은 고기를 굽다 말고 바로 마당으로 뛰쳐나가 화연을 제지했다.
“아니, 얼음성 철거하랬더니 지금 뭐 하는거야?!”
얼음성을 부술려면 불 마법이라도 쓰면 될텐데 갑자기 왜 난데없이 번개를 떨어뜨리고 지랄일까. 저 정도 번개면 자칫했다가는 얼음성은 물론이고 집 까지 날라가 버릴텐데.
무슨 토르마냥 번개를 냅다 떨어뜨리는 화연의 무신경에 경악한 이한성은 사색이 된 얼굴로 혹여나 집에 피해가 가지는 않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다.
“휴우… 다행히도 집은 멀쩡하네.”
“집만 멀쩡한 건 아니에요.”
“네?”
화연이 연기 속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이한성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 듯한 표정과 함께 그녀가 가리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미친…”
연기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무언가를 본 이한성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바라본 그곳에는 기네스북 기록 갱신치의 낙뢰를 맞고도 흠집 하나 생기지 않은 얼음성이 푸른빛깔의 자태를 뽐내며 우아하게 연기 속에서 모습을 자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무슨 성을 얼음이 아니라 비브x늄으로 만들었나… 이게 말이 돼?
“번개 말고도 이것저것 사용해 보긴 했는데요, 꿈쩍도 안하더라구요…”
“그게 말이 돼요…?”
저 얼음성은 딱히 방공호를 만들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그저 수정이가 놀면서 만들어낸 스케일 큰 장난감에 불과하다. 정신나간 번개를 맞고도 멀쩡할 정도의 튼튼함을 자랑 할 이유가 전혀 없다.
“제가 전에 말했었죠? 수정이한테는 대마법사의 자질이 있다고.”
“…그거 그냥 과외쌤으로써의 사탕발림 아니었어요?”
“죄송한데 전 빈말은 안하는 성격이에요.”
화연이 저 정신나간 강도를 지닌 얼음성을 증거라고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래도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대마법사의 자질이 있으면 다 저럽니까…?”
“글쎄요. 저도 대마법사를 딱히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수정이가 얼음 마법에 천재적인 재능이 있다는 건 확실해요.”
재능이라… 뭐 그래, 우리 애 한테 재능이 있다니까 보호자 로서 듣기 나쁘지는 않은데…
“….근데 그럼 저건 어떻게 철거합니까?”
“….글쎄요. 언젠가는 알아서 없어지지 않을까요?”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확신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데다가 의문형인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설마 여름이 되어서 까지 안 녹고 그대로 마당에 남아있는 건 아니겠지? 무슨 녹지 않는 얼음도 아니고… 만약 그러면 곤란한데.
기온이 습하고 더운데다가 장마철까지 섞여있는 한국의 여름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라면 분명 세계 7대 불가사의는 8대 불가사의로 늘어나고 말 것이다. 일이 그렇게 까지 커지는 건 극구 사양이다.
“아빠~! 연이랑 밖에서 뭐해?”
이한성이 골칫거리가 되어버린 얼음성을 바라보며 근심에 빠져있던 그 순간, 수정이가 유리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왔다.
….잠깐만, 혹시 저 얼음성을 만든 장본인이라면 어떻게든 처리가 가능하지 않을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얘기다. 그 왜 윈터킹덤의 주인공도 얼어붙은 왕국을 한순간에 원래대로 되돌렸지 않았는가.
유명 애니메이션을 근거로 그런 생각을 떠올린 이한성은 이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겠다는 심정과 함께 수정이에게 물었다.
“저… 수정아. 너 혹시 저 얼음성 치울 수 있어?”
“치우다니? 왜?”
“그게 말이야… 사실 저거 불법건축물이거든. 내버려두면 아빠 경찰에 잡혀가.”
“!!”
이한성의 새빨간 거짓말에 수정이의 뽀얀 얼굴이 충격으로 물들었다. 사고를 쳤지만 뭘 잘못했는지는 모르는 강아지와도 같은 표정이었다.
“그럼 아빠는 전과자인거야…??”
“뭵?”
얘가 또 엉뚱한 소리 하네. 거기서 전과자가 왜 나와? 아니, 범죄자도 아니고 왠 전과자?
“아니… 내가 와 전과자야…??”
“그야 아빠 경찰에 잡혀갈 거라면서.”
“아직 안 잡혀갔으니까 전과자는 아니지.”
“음… 그럼 아빤 범죄자야?”
“….너 범죄자랑 전과자랑 뭐가 다른지 모르지?”
“응.”
….이럴 때 마다 느끼는거지만 수정이 얜 나이에 비해 아는 단어는 많은데 정작 제대로 이해하는 단어는 거의 없단 말이지.
“전과자는 이미 한번 범죄를 저질렀던 사람이고, 범죄자는 범죄를 이제 막 저지른 사람을 말하는거야.”
“아~ 그럼 물렁한 바나나랑 딱딱한 바나나의 차이야?”
“뭐… 그래. 대충 그런거야.”
왜 굳이 바나나를 예시로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틀린 말은 아니지.
“아무튼 그러니까 저 얼음성 좀 치워주면 안되냐?”
잠시 이야기가 딴 데로 새버렸다는 걸 깨달은 이한성은 다시 이야기를 본론으로 되돌렸다. 그러자 수정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콧대를 세우며 고개를 끄덕였다.
“훗! 나는 착하니까 전과자인 아빠를 위해 치워줄께!”
“그, 그래.”
요 쪼끄만한 것이 증말… 어른인 내가 참는다.
이한성이 한마디 하고 싶은 걸 꾹 참으며 수정이에게 억지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수정이는 이내 자신이 만든 얼음성 앞에 떡하니 멈춰서더니, 이윽고 손뼉을 탁 쳤다.
“이얍!”
[쿵!]순간 하늘에서 정사각형 큐브 모양의 얼음이 떨어져 얼음성 위에 내려앉았다. 마치 건물 철거할 때 쓰이는 크레인 마냥 떨어진 얼음큐브는 우아하던 자태를 뽐내던 얼음성의 자리를 대신 차지해버렸고, 그와 동시에 한때 얼음성이었던 얼음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며 요란하게 흩어졌다.
“…..”
“…..”
….아니, 치우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치우라고는 안 했는데.
순식간에 직사각형의 얼음큐브로 대체되어 버린 얼음성을 바라보며, 이한성과 화연은 서로 할 말을 잃은 채 마냥 뿌듯해 하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여보세요들, 밥 다 됐는….”
그저 침묵만이 흐르던 그 순간, 먼저 마당으로 뛰쳐나간 이한성을 대신 해 요리를 하고 있던 해영이 유리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어… 다 치우고 들어오세요.”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마당의 참상을 목격한 그녀는 도로 유리문을 닫으며 집안으로 도망쳐버렸다.
결국, 마당의 얼음 파편들을 치워야 했던 건 이한성과 화연의 몫이었다.
––––––—
매콤한 향기. 시뻘건 양념. 그리고 그 양념에 아주 잘 버무려진 오징어와 삼겹살들.
“….전 분명히 삼겹살을 굽고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불과 15분 전 까지만 해도 프라이팬에 굽고 있던 삼겹살들이 그 사이에 오삼불고기로 변모한 모습을 본 이한성은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는 말투로 나지막히 감탄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오늘 점심을 담당한 셰프인 해영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랑하듯 가슴을 활짝 폈다.
“제가 말 했었죠? 저 요리에는 짬빠가 있-.”
“해영아. 양념이 좀 짜다.”
냉금 젓가락으로 삼겹살을 하나 집어먹은 화연이 해영의 자화자찬을 단칼에 잘라냈다. 그러자 이에 욱한 해영은 입맛이 까다롭기 그지 없는 언니를 눈에서 레이저가 나갈 기새로 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그냥 먹지?”
“….넵.”
해영의 한마디에 화연은 기가 눌린 채 묵묵히 불평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러자 그런 둘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역시 동거인 답게 친자매가 따로 없다고 생각하며 수정이의 밥그릇 위에 오징어와 삼겹살을 하나 올려주었다.
“먹어봐. 맛있어.”
“….매운거 아니지?”
예전에 짬뽕 때문에 한번 매운맛에 호되게 당해본 적이 있는 수정이는 시뻘건 양념이 묻은 오삼불고기를 경계하며 포크로 콕콕 찔러댔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안 매워.”
“음… 정말이지?”
“정말이야.”
“그러며언…”
수정이가 조심스럽게 숟가락 위에 오삼불고기를 올려 밥을 얹었다. 본래라면 밥 위에다 불고기를 얹는 게 더 편하지만, 아직 어린 수정이은 그런 지식이 없었다.
“아음… 음… 대박!!!”
“아오 깜짝이야.”
얘가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놀라서 숟가락 위에 얹은 거 다 떨어졌네.
“아빠아빠! 이거 짱 맛있써! 달콤한데 매워!”
“알았으니까 진정 좀 해. 정신 사나워.”
이한성은 잔뜩 흥분한 수정이를 진정시키며 식탁 위에 떨어뜨린 돼지고기를 냉큼 주워먹었다. 그러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해영은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엄마 미소로 수정이에게 물었다.
“수정아. 그게 그렇게 맛있어?”
“응! 짬뽕 같은 것 보다 훨~씬 맛있써!”
“후후, 다행이네. 사실 그거 내가 만든거다?”
“정말?! 아빠, 나 언니랑 같이 살래!”
아까 까지만 해도 해영을 아줌마라고 불렀던 수정이의 호칭이 순식간에 태세를 바꿔 언니로 승격되었다. 맛있는 걸 해준 만큼 호감도가 수직상승한 모양이었다.
“수정아. 걔랑 같이 살면 안돼. 걔가 잔소리를 얼마나 많이 하는데.”
화연이 양념에 밥을 비비며 불썩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언니.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잘 생각해봐. 내가 그렇게 잔소리를 안하게 생겼는지.”
“해영아. 넌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잔소리를 막 하잖니. 오늘 아침만 해도 샤워 좀 한 것 가지고 막 뭐라뭐라 했잖아.”
“그거야 아침에 언니가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을 하나도 안 치웠으니까 그렇겠지? 어우, 배수구를 손으로 한번 쭉 훑으니까 아주 가발 하나가 나오던데. 화장실이 아주 물바다가 된 건 덤이고.”
….별로 알고 싶지 않은 정보들이다. 특히나 밥 먹는 도중에는 더더욱.
갑자기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한 해영과 화연의 TMI를 애써 무시하며, 이한성은 묵묵히 밥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하여간에, 언니는 너무 부주의해. 아까만 해도 봐봐. 갑자기 남의 집 마당에다가 번개를 왜 떨어뜨리는 거야? 언니가 무슨 피x츄야??”
“걱정 마. 아무도 못 봤어.”
“내가 봤잖아 내가!! 버스남 씨도 아까 보고는 놀라가지고 고기 굽다 말고 뛰쳐나갔는데 못 보긴 뭘 못 봐?!”
“너는 봐도 괜찮잖아. 이한성 씨도 마찬가지고.”
서로 정체를 다 알고 있는 마당에 숨길 이유가 전혀 없다. 해영과는 거의 친자매 사이나 다름 없었던 화연은 별 걸 다 걱정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언니.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응. 뭔데?”
“….대체 언니 정체가 뭐야??”
순간 주변에 정적이 맴돌기 시작했다. 모두가 침묵하며 얼어붙은 듯이 가만히 있던 가운데, 유일하게 밥을 먹고 있던 것은 오로직 해맑은 수정이 뿐이었다.
….아니, 이미 서로 알고 있던 거 아니었어? 근데 분위기가 갑자기 왜 이래…?
철썩같이 해영이 화연의 정체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던 이한성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둘을 화연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연 본인도 지금 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내가 언니랑 처음 만난지도 벌써 10년이잖아. 처음에는 그래, 그냥 언니가 좀 동안이구나 싶었어.”
“….”
“근데 같은 집에 살기 시작한지 한 일주일 째였나? 언니가 어디서 완전 꽐라가 되가지고 집에 왔는데, 내 앞에서 막 전기쑈를 하네? 그래, 뭐, 그것도 무슨 마술 같은거겠지, 하고 넘어갔지.”
“…..”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이트에 회원가입 할 때 출생년도를 막 1400년도로 적는건 또 뭐야?? 아니, 1800년도로 잘못 적은거면 그나마 이해를 하겠어. 근데 뭐? 1400년도??”
“……”
그동안 해영이 묵혀왔던 한맺힌 썰들이 풀려나올 때 마다 화연을 바라보은 이한성의 시선 또한 더욱더 어두워져만 갔다.
“그래서, 언니 정체가 뭔지 내가 아냐고? 아니? 몰라~! 언니가 말해 준 적이 없는데 내가 언니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 빼고 뭘 어떻게 알아??”
해영이 마치 랩을 하듯이 빠르게 연타를 퍼부었다. 숨을 쉬는 것도 깜빡했는지, 말을 끝마친 그녀는 거칠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 필시 이게 리듬게임이었다면 그녀의 점수는 풀 콤보에 달성하고도 남았으리랴.
“우유줄까?”
수정이가 해맑게 컵에 따라 마시고 있던 우유를 해영에게 내밀며 물었다. 그러자 해영은 그제서야 겨우 흥분을 가라앉히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