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6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61화(6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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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수도권 전역에 폭설 경보가 내려진 상태입니다. 길거리에는 성인 남성의 허리까지 올라올 정도로 눈이 쌓여 교통이 마비-]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기상청 아나운서의 똑부러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이한성은 조용히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껐다.
“환장해버리겠네 진짜…”
이미 낮에 충분히 눈 많이 내렸잖아. 근데 왜 또 펑펑 쏟아지는건데? 여기가 무슨 시베리아야??
적설량이 건 70cm나 되는 바람에 현재 전철이고 버스고 죄다 운행이 중지된 상황. 덕분에 벌써 저녁 7시가 다 됐는데도 화연과 해영은 이한성의 집을 벗어나지 못한 채 이곳에 발이 묶여있는 처지였다.
“와~ 오늘 집에 돌아가긴 글렀다.”
해영이 창문 너머로 한가득 떨어지는 새하얀 쓰레기들을 바라보며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그런 그녀의 한탄을 들은 이한성은 잠시 멈칫하며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녀에게 물었다.
“….설마 오늘 우리집에서 하룻밤 묵을 건 아니죠?”
“그럼 저 눈지옥을 뚫고 집에 가다가 얼어 죽으라는거에요?”
“아니, 그게 아니라 여기 남자 혼자 사는 집인데…”
“뭐 어때요. 언니도 있고 수정이도 있는데.”
해영은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는 듯이 곤히 자고 있는 수정이와 그 옆에서 지갑 케이스가 달린 핸드폰을 어설프게 만지작거리고 있던 화연을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것보다, 버스남 오빠. 자꾸 저한테 존댓말 하시니까 좀 불편한데, 그냥 말 놓으면 안되요?”
“아뇨. 싫은데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이 끼리 말을 놓고 싶지는 않다. 제아무리 상대방이 연하라고 할지라도.
지금까지 친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이 인생에서 거의 없다시피 했던 이한성은 그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붙이는 것이 이미 버릇이 된지 오래였다. 상대방이 어리든, 나이가 많든 간에 상관없이.
하지만 그런 아싸 체질인 이한성과는 다르게 인싸체질인 해영은 싫다는 이한성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제멋대로 이한성을 친근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에이~ 오빠, 예의를 차리는 것도 좋긴 한데 사람이 그렇게 너무 딱딱하면 욕 먹어.”
“…..”
기분이 근질근질하다. 살면서 여동생이고 뭐고 일절 없었던 콩가루 집안 출신 때문인지 저렇게 오빠라고 불리니까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이거 은근히 괜찮은데?
생각보다 오빠라고 불리는 게 나쁘지 않다. 자기보다 1살 어린 여자한테 태어나서 처음으로 오빠라는 소리를 들어 본 이한성은 기분이 좋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닭살이 돋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왜 그래 오빠? 혹시 쑥쓰러워? 아하하하! 오빠, 보기와는 다르게 이런거에 약하구나??”
이미지와는 다른 이한성의 색다른 반응에 해영은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며 웃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내 그런 그녀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를 들은 화연이 시끄럽다는 듯한 말투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오빠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아 왜~! 나보다 한살 많으니까 오빠 맞지 뭐!”
“니가 그러는 게 꼴보기 싫어서 그래. 너 항상 보는 남자들 마다 말 좀 섞다 보면 바로 오빠라고 부르잖아.”
“에휴, 그러니까 언니가 사람을 못 사귀는 거야. 어? 좀 친한 사람들끼리 이름으로 부르고, 오빠라고 부르고, 언니언니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해야지 인싸가 되는 거라고.”
해영이 고지식한 화연을 나무라면서 핸드폰을 꺼내 화려하게도 가득 찬 연락처를 보여주었다. 그러자 화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이내 관심 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내 연락처에는 너랑 한성 씨, 그리고 편의점 사장님만 있으면 충분해.”
“헐… 그렇게 말하니까 왠지 쫌 감동이다.”
놀리려고 한 말이었는데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는 대답을 한 화연에게, 해영은 입을 턱 막으며 과장된 리액션을 선보였다.
….그나저나 나도 그 있으면 충분한 연락처에 포함되어 있는거야?
해영은 가족이나 다름없고, 편의점 사장님은 비지니스 적인 관계니까 그렇다 치지만 거기에 자신 까지 포함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정말 의외인 사실을 알게 된 이한성은 무심한 표정을 지은 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던 화연을 무의식적으로 지긋이 쳐다보았다.
“….? 무슨 할 말 있으세요?”
“아, 아뇨. 그냥 아까부터 뭐 하고 계시나 싶어서.”
순간 화연과 눈을 마주친 이한성은 바로 당황스러움을 감춘 채 아주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화연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핸드폰을 어설프게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저희 집 위치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왜요? 설마 걸어가시게요?”
지금 밖에 El사가 방한이라도 했는지 아주 그냥 블리자드가 몰아치고 있는데??
“아뇨. 제정신이세요? 걸어가려는 게 아니라 텔레포트 마법을 쓰려면 정확한 위치를 알아야 되서 그래요.”
“…..”
오, 방금 되게 판타지 스러운 대사였어.
늘 하는 행동이 영 소시민적이라서 잊고는 하는데, 이래뵈도 화연은 엄연히 마법에 대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는 엘프다. 비록 개인사정 때문에 독학으로 마법을 배웠다고는 하나, 마법의 정석인 파이어볼이나 텔레포트 쯤은 가볍게 쓸 수 있다는 소리다.
“근데 텔레포트는 그냥 가본 적이 있으면 대충 쓸 수 있는 마법 아니었어요?”
웹툰이나 소설 속에서 보면 그냥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지 갈 수 있는 만능적인 능력이던데.
“저기요, 한성 씨. 텔레포트 공식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려드릴까요?”
“네?”
순간 화연이 팍 가라앉은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이에 갑자기 공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화연을 바라보았다.
“텔레포트란 말이죠, 우선 시전자의 현재 위치랑 이동해야 할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다음에 삼각함수를 사용해서 거리를 계산하고, 그런 다음에 마력을 딱 이동하고 싶은 만큼만 사용해서 시전자를 목적지까지 단숨에 이동시키는 방식이에요. 거기에다가 동반자가 있다면 계산은 2배로 더 복잡해지죠. 계산에 조금이라도 빵꾸가나면 저기 DMZ에 고립 될 수도 있고요.”
“……네?”
뭔소리인지 하나도 이해를 못했다. 수포자인 이한성이 삼각함수니 뭐니 하는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이쯤되면 진짜 마법이랑 물리학의 차이점을 모르겠는데. 그냥 슈퍼컴퓨터 하나 가지고 이세계에 가서 마법 계산을 대충 뚜드리면 세계관 최강자가 되는 거 아냐?
어느 과학자가 그랬다. 충분히 발달한 과학기술은 마법과 구별할 수 없다고. 근데 화연이 저렇게 머리를 싸매며 계산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사실은 충분히 발달한 마법기술이 과학과 구별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근본적인 의문이 들 지경이다.
“…텔레포트가 그렇게 위험한 거면 그냥 하룻밤 자고 가시죠?”
수학적인 단어들이 잔뜩 들어간 화연의 설명 속에서 그나마 텔레포트가 위험하다는 사실 하나만 이해한 이한성이 조심스럽게 얘기를 꺼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상대는 조선은 물론이고 고려시대 까지 살아본 지구상 그 누구 보다도 고지식한 엘프였다.
“남녀칠세부동석인데 어떻게 그래요. 어차피 텔레포트 할 집 위치만 제대로 파악하면 실수 할 일은 없으니까 걱정마세요.”
화연은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즉답을 내놓았다. 그리고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해영에게 내밀며 말했다.
“해영아. 우리 집 위치 좀 찾아줘. 나 이거 도저히 못 쓰겠다.”
“….내가 이럴 줄 알았지. 줘 봐.”
아직 자신의 스마트폰을 길들이지 못한 올해로 600세가 되시는 화연 씨. 폴더폰이 더 익숙한 그녀는 아직 이 최첨단 기술을 다루기가 너무 버거웠다.
뭐… 문제 없다니까 괜찮겠지. 그래도 집에 워낙 빈 방이 많아서 자고가도 딱히 상관은 없는데 말이야.
집주인인 이한성은 손님이 하룻밤 자고 가는 것에 대해 별로 상관이 없지만 화연 본인이 안된다는데 딱히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우으응….”
“?”
순간 소파 쪽에서 옹알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바라보자, 그곳에는 방금 막 잠에서 깬 수정이가 눈을 비비며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있었다.
“깼어? 깼으면 가서 양치질 하고 씻어.”
“후아아암…. 시러. 나 과자먹을래.”
“벌써 8시가 다 됐는데 과자는 무슨 과자야. 너 그러다 이 다 썩는다?”
얘가 일어나자 마자 과자를 찾네. 밥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괜차나. 이빨은 한번 썩어도 다시 난다고 할머니가 그랬써.”
“니가 무슨 상어야?? 이빨이 썩자마자 다시 나게? 괜히 나중에 치과가서 울고불고 난리치지 말고 빨리 가서 양치질 해.”
하여간에… 이 아줌마가 애한테 쓸데없는 소리를 대체 얼마나 하신거야.
어렸을 때 부터 확실하게 양치질 하는 습관을 들여놓지 않으면 나중에 치과를 제집마냥 들락날락 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 육아와 관련된 책이나 게시물들을 인터넷으로 찾아서 읽고 있는 이한성은 딱 잘라 단호하게 수정이를 화장실로 보냈다.
“치… 귀차나.”
누굴 닮아서 그런지 양치질을 무척이나 귀찮아 하는 수정이었지만, 그래도 수정이는 별 말 없이 그대로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는 이내 수돗꼭지를 잠깐 틀더니, 5초도 되지 않아 화장실에서 나왔다.
“다 했써.”
“뻥 까지마.”
요 녀석 좀 봐라? 요게 벌써부터 거짓말을 하려 드네??
“양치질은 최소 3분은 해야 하는거야. 다시 들어가.”
“아 왜~! 한번 정도는 안해도 되자나~!”
“그 한번이 두번이 되고 세번이되다가 결국 치과행이 되기 때문이지.”
인간이란 참 게으른 동물이라서 대부분이 스스로에게 관대한 편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5분만 더” 를 반복했다가 결국 1시간 2시간이나 늦게 일어나는 게 다반사이니 말이다.
물론 수정이는 인간이 아니기는 하지만, 하프엘프라 반쯤은 인간이니 게르은건 마찬가지다.
“양치하기 시른데…”
“원래 인생에는 싫은 게 대부분이야. 너 좋은 것만 골라서 하면 그게 인생이냐? 게임이지.”
“그럼 난 인생 말고 게임할래.”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화장실에 들어가.”
요 작고 귀여운 게 벌써부터 말 한마디를 안 지려고 하네. 얜 대체 누굴 닮아서 이러는거야?
아직 5살 밖에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수정이는 싹수가 참 노랬다. 이한성은 그게 자신의 영향 때문이라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한 채 양치질을 안하려고 버티려던 수정이를 안아들어 화장실까지 직접 데려갔다.
“자, 칫솔 들고 치약 짜. 실시.”
“네~”
수정이가 뾰루퉁한 표정과 함께 딸기 맛 치약을 칫솔에다가 짜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아까와는 달리 이번에는 이한성이 바로 옆에서 감시를 하고 있어서 때문인지, 수정이는 별 꼼수를 부리지 않은 채 정석적인 양치질을 끝냈다.
“앍르르르르르르~ 퉤에!!”
“야. 물 다 튀잖아. 살살 좀 뱉어.”
깨끗이 헹구는 건 좋은데 너무 파워풀하게 입을 헹구는 건 또 문제다. 그렇게 이한성은 세면대 주위로 사방에 튄 치약자국과 물기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한숨과 함께 수건으로 수정이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우여곡절 끝에 수정이의 양치질을 성공적으로 끝마친 이한성은 이내 수정이와 함께 화장실을 나왔다. 그러자 그 사이에 거실에 있던 화연의 텔레포트 계산이 전부 끝났는지, 옷과 가방을 전부 챙긴 두 손님들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계산 다 끝났어요?”
“네. 그래서 지금 바로 돌아가려고요.”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내 수정이가 그녀에게 다가가 살짝 아쉬움이 남은 표정으로 물었다.
“벌써 가는거야…?”
“벌써라니, 지금 밤이야 수정아. 언니들이 다음에 또 놀러올테니까 오늘은 이만 바이바이 해야지.”
아이를 달래는 것에 도가 튼 화연이 수정이의 은빛 머리칼을 쓰다음으며 아이를 타일렀다. 이에 수정이는 잠시 촉촉한 녹안으로 화연을 올려다보더니, 이내 짧막한 두 팔로 화연을 와락 껴안았다.
“허얽…”
“수정아! 나도나도!!”
수정이의 귀엽기 그지 없는 기습에 화연은 숨을 터억 들이켰고,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해영은 그렇게 부럽다는 표정으로 수정이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해영에게도 똑같이 보잘 것 없는 포옹을 선사했다.
“아, 너무 귀여운데… 너 언니랑 같이 가지 않을래? 언니가 맛있는 거 많이많이 해줄게.”
“정말???”
순간 수정이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먹을 것에 대한 유혹에 넘어가버린 수정이었지만, 이한성은 해영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하며 수정이를 잡아당겼다.
“수정아. 다음부터 누가 저런 말 하면 그자리에서 바로 얼음으로 조져버려. 알겠지?”
“??”
이러다 애가 나중에 사탕 준다 해서 막 이상한 사람 따라가고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네…..
맛있는 거 해준다니까 덥썩 따라가려는 수정이의 모습에 아무래도 방범 교육도 나중에 제대로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이한성은 빨리 두 손님을 집에서 쫓아 내려는 듯이 수정이에게 인사를 재촉했다.
“자, 암튼 허리 숙이고 인사.”
“안뇽히 가세요.”
“그래. 옳지.”
수정이가 반듯이 허리를 숙여 화연과 해영에게 작별인사를 건냈다. 그러자 화연은 알겠다는 듯이 웃으며 손을 흔들었고, 이내 텔레포트 마법을 활성화 시켰다.
[번쩍-]순간 밝은 빛이 번쩍이며 화연과 해영을 집어삼켰다. 그리고 이윽고 두 여성의 모습은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시끌벅적했던 집안은 다시 고요함으로 물들었다.
“….갔네.”
DMZ가 아니라 집으로 잘 돌아가야 할 텐데.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이곳에 서있던 두 여성의 자리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속으로 둘이 무사히 돌아갔기를 내심 빌어주었다.
아직 현관에 두 여자의 신발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결국 다음날 아침에 화연이 신발을 가지러 이한성의 집에 불쑥 찾아왔다는 건 또 다른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