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7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70화(70/245)
70
크리스마스.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공휴일이자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갈망하는 시기.
그러나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아이에게 무엇을 선물로 줘야 할지 골머리를 앓아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벌써 5일 밖에 안남았네.”
소파에 드러누운 채 핸드폰으로 달력을 확인하며, 이한성은 12월 20일이라고 적혀있는 오늘의 날짜를 바라보았다.
슬슬 선물을 준비해야 할 것 같은데…. 뭐가 좋을까?
그동안 크리스마스라고 해봤자 집에서 뒹굴거리기만 하는 날에 불과했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다르다. 무엇보다도 집에 식구들이 늘어났으니 말이다.
아까부터 부엌에서 감자 껍질을 벗기고 계신 어머니와 거실에서 TV로 애니메이션을 보며 주인공의 동작들을 따라하고 있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조용히 고민이 가득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한성의 어머니가 짐을 싸서 집에 들어오신지도 어느덧 3일 째.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흐른 것도 아닌지라 아직까지는 서로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다.
뭐…. 이건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주겠지.
제아무리 어머니라지만 지난 20년 동안 이렇게 가까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같이 살기 시작했다고 해서 갑자기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 사이로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사실 쯤이야 충분히 예상했던 이한성은 분명 차차 나아질거라고 바래보며 조용히 수정이에게 말을 걸었다.
“야 수정아.”
“응? 왜?”
“너 크리스마스 선물로 뭐 갖고 싶어?”
보통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에 대해서 물어볼 때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기 위해 질문을 빙빙 돌려서 물어보기 마련이지만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겪어본 적도 없는 이한성은 동심이고 뭐고 전혀 신경쓰지 못한 채 그대로 돌직구를 던졌다.
“하트 캐쳐!”
그러나 그런 이한성의 돌직구에도 불구하고 수정이는 일말의 주저도 없이 TV를 보다 말고 뒤를돌아 곧바로 대답을 내놓았다. 어지간히도 가지고 싶은 선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게 뭔데?”
“저거!”
이한성의 질문에 수정이는 때마침 TV에서 나오고 있던 인기 애니메이션, 매직 큐어의 장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나의 화살로 널 정화해주겠어!!]TV속의 핑크핑크한 복장을 입은 소녀가 비장한 목소리로 대사를 외치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하트 이펙트와 함께 분홍색 활이 나타났고, 매직 큐어의 주인공은 그대로 하트빛의 화살을 매겨 악당에게 발사하였다.
그러니까…. 하트 캐쳐라는 게 주인공이 쓰는 저 활을 말하는 건가? 저게 장난감으로 있으려나….
아동 애니메이션에서 나오는 왠만한 도구들은 전부 장난감으로 팔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인기가 않은 애니의 장난감은 분명 매출이 쏠쏠할테니까.
초등학교 시절 반의 애들이 대부분 다 부모님이 사준 메tal bay블레이드를 학교에 가져와 서로 교실 바닥에다가 돌리면서 놀고는 했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이한성은 조용히 핸드폰으로 저 하트 캐쳐라는 장난감이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오, 있네.”
근데 가격이….
[58, 000원]미친건가? 고작 플라스틱으로 만든 장난감 활이 거의 6만원이라고? 아주 그냥 애들 동심가지고 돈 벌어처먹을려고 작정을 했네.
살아생전 천원 짜리 선물도 받아 본 적이 없는 이한성은 그저 경악을 금치 못한 채 장난감의 창렬스러운 가격을 바라보았다.
“에휴…. 부모들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네.”
본인이야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이정도의 선물을 사주는 건 전혀 무리가 없지만 세상에는 여유가 없는 가정들이 대부분이다. 사주고 싶어도 사줄 수가 없는 가정이 태반이라는 뜻이다.
….내가 참 운이 좋은거지.
자신이 사주고 싶은데 사주지 못해 아이에게 매정하다는 소리를 듣는 부모는 아니어서 다행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여유가 있는 자신의 처지에 감사하며 TV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크윽….! 분하다!! 사랑 따위에게 지다니!] [사랑의 힘을 얕보지 마! 사랑이 있는 한, 우리는 악에게 지지 않아!]“….저게 그렇게 재밌나?”
클리셰 범벅으로 뻔하디 뻔한 악당과 주연들의 대사를 아주 신나서 죽겠다는 듯이 집중해서 시청하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이한성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렸을 적에도 그랬고 지금에도 마찬가지지만 이한성은 늘 애니메이션과는 연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모두가 만화영화에 푹 빠져있었을 시기에 이한성은 TV하나 마음대로 보지 못하는 처지였고, 모두가 애니 속의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을 때 이한성은 늘 끼지 못하고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가 없는 처지였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저 매니큐어인가 뭔가 하는 걸 보면서 좋아 죽을려고 하는 수정이에게 공감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다.
“이게 뭐가 재밌다고….”
[절망은 사라지지 않는다! 너희 매직 큐어도 결국에는 악에게 굴복하고 말 것이다!!] [아니야!! 어둠이 있으면 빛도 있듯이 희망은 결코 사라지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거야!! 절대로!!] [크, 크윽…!! 이 힘은 대체…!!]“….”
[희망이여! 어둠을 밝혀라!] [크아아아아!!]“….”
….뭐지? 뭔데 재밌냐 이거?
유치한 대사에 유치한 전투씬.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정의가 승리하는 스토리. 늘 영화나 드라마를 골라봐도 어둡고 다크한 장르만 골라봤던 이한성이 좋아할 법한 내용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은근히 계속해서 보게 된다. 내용이 뻔해서 앞의 전개가 다 예측이 되는데도 이상하게 집중이 된다.
그렇게 잠깐 본다는 것이 어느샌가 한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보게 된 이한성은 무척이나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TV에서 엔딩곡이 흘러나오는 걸 들었다. 아동용 애니답지 않게 엔딩곡도 이상하게 듣기 좋은 편이었다.
“뭐야, 이게 끝이야?”
어느샌가 벌써 끝나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살짝 아쉽다는 듯한 말투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한국 드라마 뺨칠 정도로 적절할 때 끊어버리는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에게 속으로 경의를 표했다.
생각보다 어른들이 보기에도 꽤 괜찮은데? 괜히 초절정 인기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건가.
요즘 세대의 여자아이들이라면 그 누구나 알고 있는 매직큐어. 분명 그중에는 친구들 몰래 즐겨보는 남자 아이들이나 어른들도 존재할 것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조용히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렸다.
[띵동-]“?”
벌써 끝나버린 애니메이션을 대신해 채널을 돌리며 볼 만한 TV쇼를 찾으려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초인종 소리가 집안에 울려퍼졌다. 그러자 이한성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현관으로 향하려고 했지만 그보다 한발 먼저 일어나신 그의 어머니는 그냥 앉아있으라는 듯이 손짓을 하시며 대신 현관으로 향하셨다.
“….내가 나가도 되는데.”
저렇게 미안한 마음에 사소한 것 하나하나 까지 일일히 도와주시려는 모습 보다는 예전의 집주인 아주머니였을 때 처럼 살짝 까칠하면서도 친절하셨던 그 모습이 그립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면 핀잔을 주고, 무뚝뚝하게 사람을 은근히 챙겨주고 하는 그런 모습이 더 그립다.
하지만 아직 그런 사이로 돌아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어쩌면 예전 그때의 관계로는 영영 돌아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기다릴 것이다. 시간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며, 다시 서로에게 틱틱거리는 아들과 어머니의 사이로 돌아갈 수 있게 기다릴 것이다. 방법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으니까.
이한성은 마음 속으로 그런 다짐을 해 보며 나지막히 미소를 지었다.
“한성아, 화연 씨 왔다.”
“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과외하는 날이었지?
원래대로라면 그저께 왔었어야 했지만 화연의 시간이 맞지 않는 바람에 오늘로 미뤄지게 된 마법과외. 깜빡 수정이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생각하느라고 잊고 있었던 이한성은 금방 마당에 나갈 준비를 하며 보온 인챈트가 걸린 캐나다기러기를 챙겼다.
“….잠깐만.”
겉옷을 챙겨입던 와중에 문득 한가지 의문이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지금 집에 엄마도 있잖아.
고작 3일 전 부터 함께 살기 시작하신 어머니. 당연한 소리지만 이한성의 어머니는 수정이의 정체를 모르고 계신다. 아마 수정이의 손에서 막 얼음 같은게 나오고 한다는 걸 알게 되시면 기절하실지도 모른다.
“저기…. 이한성 씨??”
어머니의 마중을 받으며 거실로 들어온 화연이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표정으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아니, 그게 그…. 설명하자면 좀 긴데….”
일이 골치아프게 되어버렸다. 어머니가 집에 계신 것 때문에 마법과외를 못하게 된 건 둘째치고 어째서 어머니가 집에 계신지에 대해서 부터 설명해야 했던 이한성은 밑밥도 깔지 않은 채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제 어머니입니다.”
“….네??”
“어머니라고요.”
“네???”
순간 화연의 표정이 아침 드라마의 내용을 본 것 마냥 물음표로 가득 물들었다. 얼마 전 까지만 했어도 집주인이었던 아주머니를 갑자기 어머니라고 소개하니 그런 반응을 내비치는 것이 당연했다.
“아, 혼란스러운 건 알겠는데 일단은 묻지 마요. 어디서 부터 말해야 하는지 감도 안 잡히니까.”
이게 어떻게 된건지 설명하려면 일단 복잡한 가정사 부터 설명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남한테 말하기는 조금 부끄러운 이야기 까지 해야 한다. 지금 이자리에서 굳이 그 이야기를 하는 건 극구 사양이다.
“어…. 어머니라는 건…. 친어머니를 말하는거죠?”
“네.”
“아…. 아하.”
화연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둘의 대화를 듣고계시던 이한성의 어머니가 끼어드시더니, 이내 화연에게 말을 거셨다.
“화연 씨는 아직도 수정이 과외 봐주고 있는거야?”
“아, 네. 일단은 뭐…. 그렇죠.”
“대학생이라 바쁠텐데 괜찮아?”
“지금은 공강이라 괜찮아요. 시급 2만…. 이 아니라 저도 좋아서 하는거고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근데 전에도 궁금했었는데 과외라고 하면 보통 뭘 가르치는거라니? 생각해 보니까 내가 한번도 화연 씨가 수정이 가르치는 걸 본 적이 없어서 말이야.”
“그, 그냥 기초 수학…. 비슷한거 가르치고 있어요. 아하하….”
화연이 대답을 얼버무리며 이한성에게 도와달라는 눈빛으로 SOS를 보냈다. 그러자 이한성은 재빠르게 나서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바꾸려고 유도했다.
“엄마, 뭘 그렇게 캐물어보려고 그러세요. 화연 씨 부담스러워 하잖아요.”
“그냥 궁금하니까 그랬지…. 부담스러웠다면 미안해 화연 씨.”
이한성의 말에 어머니는 뒷머리를 긁적이시며 화연에게 사과를 건냈다. 그러자 화연은 아니라는 듯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뇨, 아니에요. 그리고 그냥 화연이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아주머니.”
“….”
600살이나 먹었으면서 자신보다 몇백년은 어린 사람에게 반말로 불러달라고 부탁하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극심한 위화감을 느끼며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시선을 돌리자 그의 눈에는 아직까지도 TV에 정신이 팔려있던 수정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손님이 왔는데도 인사하나 없이 TV만 보고 있는 수정이를 본 이한성은 그대로 수정이의 옆구리를 발로 툭툭 찌르며 불렀다.
“야 이수정, 언니 왔잖아. 인사해야지.”
“응? 연이다!!”
이한성이 핀잔을 주자 수정이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화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내 기다렸다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나 연이한테 보여줄거 있써!”
“정말? 뭔데?”
“봐봐, 이렇게~”
[펑!]순간 밀가루 포대가 터지는 듯한 소리가 울려퍼지며 사방이 하얗게 물들었다.
터진 것은 다름아닌 수정이가 만들어낸 응축된 눈덩이. 마치 새하얀 폭죽처럼 공중에서 터진 눈덩이는 그대로 차갑고 아름답게 반짝이는 눈가루들을 사방에 흩뿌렸고, 이내 수정이의 하얀 은발 위에 한가득 떨어졌다.
“……”
“……”
눈가루가 보석처럼 사방으로 흩어진 것과 동시에 이한성과 화연의 표정 또한 경직되며 얼어붙었다. 그렇게 입을 다문 채 얼어붙어버린 둘은 천천히 같은 곳을 향해 삐걱이는 고개를 돌렸다.
“….”
너무 놀란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영정사진 처럼 흑백이 되어버리신 어머니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