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7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73화(73/245)
73
“으아아아아앙!!”
“??”
귀를 찢는 듯한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까운 곳에서 들려왔다. 금방 보육원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이한성은 이에 반사적으로 발걸음을 멈췄고, 이내 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의아하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 방금 그거 뭔 소리야??”
대낮 아침부터 왠 애 우는 소리가 이리도 서럽게 울려퍼지는 것일까. 듣기만 해도 무척이나 서러워 보이는 아이의 울음소리에 이한성은 무의식적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울음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다.
“야! 너네들 민서한테 사과해!!”
“싫거든?! 내가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닌데 사과를 왜 해?!”
….이게 대체 뭔 시츄에이션이래냐?
구석에서 쭈그려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와 팔짱을 낀 채 다소 적반하장으로 보이는 듯한 태도를 하고 있는 남자아이 하나. 그리고 그 주변에 모인 채 서로 편을 가르며 으르렁 거리고 있는 다른 아이들.
꼭 초등학생 때 교실에서 자주 보았던 광경이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항상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끼리 편을 나눴던 초등학생들의 다툼과는 달리 여자아이 남자아이 할 것 없이 서로가 뒤죽박죽 섞인 채 편이 나눠져 있었다는 것 뿐.
어린애들 사이에서 흔히 일어나는 남자애들과 여자애들간의 다툼은 아니다.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은 이한성은 우선 나서기 전에 조용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로 하며 이어지는 아이들간의 다툼을 엿듣기 시작했다.
“니들이 민서한테 엄마가 너 버렸다고 놀렸잖아!! 사과 안해?!!”
“아 어쩌라고~ 쟤도 너네들처럼 엄마한테서 버려진 거 맞잖아~!”
“뭐어?!!! 너 말 다했어!!?”
“엄마도 없대요~ 아빠는 갔대요~”
….어떤 상황인지 이제 대충 알겠네.
부모님이 없다고 놀려대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들. 한쪽은 평범한 가정이 있는 아이들이었고, 다른 한쪽은 그렇지 못한 보육원의 아이들이었다.
흔히 있는 일이다. 보육원의 아이들이 이런 식으로 차별을 받는 것은. 순수하니 만큼 어른들이 하는 걸 보고 그대로 따라하게 되는 어린 아이들이 저렇게 보육원 아이들을 차별하며 전혀 웃기지 않은 패드립을 치는 것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이한성도 그런 경험을 몇번이고 겪었었다. 가정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어머니가 계시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렇게 몇번이고 또래 아이들에게 차별을 받았었다. 물론 그의 성격이 성격이었던지라 그런 소리를 들을 때 마다 단 한번도 가만히 있었던 적이 없었지만 말이다.
“야, 꼬맹아.”
그리고 그런 그의 성깔은 성인이 된 지금도 하나도 죽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애들이 보육원의 아이들을 놀리며 키득거리던 그 순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이한성이 나서며 꼬마들의 대장격으로 보이는 아이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고는 이내 친근한 척 날이 서려있는 목소리로 나지막히 남자아이에게 물었다.
“넌 저 애들한테 부모님이 없는 게 그렇게 웃기냐?”
“….형 누구야? 나 알아?”
조금 전 까지만 해도 깔깔거리던 아이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갑자기 어른인 이한성이 끼어들어 살짝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아니, 몰라.”
“근데 왜 끼어들어?”
“그냥. 하도 재미나게 웃길래 뭐가 그리 웃긴가 싶어서.”
“….엄마가 모르는 사람이랑은 말하지 말랬어.”
“아~ 어머니가 그러셨구나. 근데, 아무래도 어머니가 너한테 패드립 치면 안된다는 건 안 가르쳐줬나보다??”
이한성이 싱긋 웃으며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이한성의 시선을 회피했고, 저마다 서로의 등을 떠밀며 어쩔 줄을 모른 채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나, 나는 그냥 있는대로 말한 것 뿐이야! 쟤들은 부모도 없는 애들 맞잖아!”
“그래. 그건 사실이지. 그런데 그게 딱히 웃길만한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아니거든! 웃기거든!”
어허, 이 녀석 좀 보게. 싹수가 노란 녀석이구만. 나이도 어린 것이 벌써부터 일진이 될 상이 보이네. 요 녀석을 어떻게 해야한담….
어린 애를 상대로 화를 내는 건 그닥 내키지가 않는다. 그렇다고 이한성에게는 무조건 자기가 잘못한 건 없다고 박박 우기려고 드는 꼬맹이를 논리적으로 꺾을 방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 나이때의 아이들은 한번 우기려 들면 끝까지 우기려 든다는 사실을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퍼억-]“?”
이한성이 대체 이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까 고민하던 그 순간, 갑자기 난데없이 날아온 새하얀 눈뭉치가 고래고래 박박 우겨대던 남자아이의 얼굴에 정통으로 명중했다.
“아, 던져버렸다.”
눈덩이를 던진 건 다름아닌 뒤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수정이었다. 시원하게 남자아이의 얼굴에 눈덩이를 명중시킨 수정이는 이내 담담하게 그렇게 중얼거렸고, 또 던지려는 듯이 바닥에서 다시 눈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미 한번 눈덩이로 얻어맞은 남자아이는 얼얼해진 얼굴을 털어내며 당황한 목소리로 항의했다.
“아, 아프잖아! 너 뭐야!!”
“나?”
“그래 너!! 왜 갑자기 눈을 던지고 난리야?!”
“어허, 우리 애 한테 소리지르지 마라.”
씩씩 거리며 금방이라도 수정이에게 달려들 것만 같던 남자아이를 제지하며, 이한성은 가만히 있으라는 듯이 싸늘한 눈빛으로 아이에게 경고했다. 그러자 남자아이는 본능적으로 움츠러들며 겁을 먹었고, 이에 수정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지막히 사이코패스가 할 만한 대답을 내뱉었다.
“그야 재밌으니까??”
“너만 재밌겠지! 난 하나도 안 재밌고 아프다고!”
그저 재밌어서 그랬다는 수정이의 대답에 남자아이는 아까보다는 기가 죽은 목소리로 그렇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에 수정이는 여전히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말투로 대꾸할 뿐이었다.
“그치만 너도 아까 쟤네들한테 재밌다고 놀리고 그랬자나. 쟤들은 하나도 안 재밌어 보였는데.”
“그, 그건….”
우기기 바쁘던 남자아이가 수정이의 말에 정곡을 찔린 채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러자 그 틈을 타 보육원의 아이들도 수정이에게 합세하여 이구동성으로 따지기 시작했다.
“맞아! 우리는 하나도 안 웃겼거든?!”
“니들이 그래 가지고 민서가 울잖아!”
“빨리 사과해!!”
보육원 아이들이 수정이가 바꿔놓은 흐름을 타며 동시다발적으로 항의하기 시작하자 이미 기세가 꺾여버린 동네 아이들은 주춤거리며 우물쭈물 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시, 상황이 불리해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동네 아이들은 재빠르게 그대로 뿔뿔히 흩어지며 꼴사나운 퇴각을 택했다.
“쟤들이 진짜…. 야!! 사과 하고 가 멍청이들아!!”
보육원 아이들 중에서 유난히 목소리가 큰 여자아이가 씩씩거리며 도망가는 동네 아이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러나 그런 여자아이의 모습을 본 수정이는 이내 TV에서 봤던 드라마 속의 장면을 따라하며 나지막히 고개를 저었다.
“가게 두어라. 어차피 다 바보들이야.”
“얘가 뭐래는거야…. 제발 핸드폰에서 본 것 좀 따라하지 마.”
귀여운 외모로 그런 표정이나 대사를 쳐 봤자 조금도 안 어울리거든. 그냥 우스워 보일 뿐이지.
어울리지도 않는 진지한 표정 따위를 지으며 딸피로 도망가는 적에게 궁을 쓰려는 아군 미드 같은 대사를 치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떨떠름한 표정과 함께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이한성의 반응과는 다르게 보육원 아이들의 반응은 무척이나 폭발적이었다.
“우와!! 너 대단하다!! 짱 멋있었써!”
“너 이름이 뭐야??”
“우리랑 같이 놀자!”
“옆에 있는 아저씨는 아빠야??”
보육원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연예인이라도 만난 팬들 마냥 우르르 몰려들며 수정이에게 말을 붙이지 못해 안달을 떨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즐겁다는 듯이 활짝 웃으며 당당하게 허리에 두 손을 얹은 채 콧대를 세웠다.
“내 이름은 이수정! 매직 큐어 견습생이야!”
“풉-”
아, 이게 백퍼 흑역사로 남겠다. 나중에 크면 두고두고 이걸로 놀려먹어야지.
한치의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을 매직 큐어 견습생이라고 소개한 수정이의 동심이 가득한 모습에 이한성은 간신히 터질 뻔한 웃음을 참으며 먼 훗날을 기약했다. 그러나 수정이는 그런 이한성의 음모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아이들의 중심에 서서 동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한치의 의심도 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모두의 시선을 즐길 뿐이었다.
“애들아, 너희 다 여기서 뭐하니?”
그렇게 수정이가 모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뒤에서 익숙한 화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이 소란스러워 잠시 보육원에서 나왔던 그녀는 수정이를 중심으로 한가득 몰려있는 보육원의 아이들과 그 옆에서 나무처럼 우뚝 서있는 이한성의 모습을 보았고, 이내 반사적으로 그에게 인사를 건내며 어리둥절한 기색을 내비쳤다.
“어, 일찍 오셨네요 한성 씨. 근데…. 애들이랑 같이 뭐하세요?”
“아까 와서 보니까 동네 애들이 와서 이 아이들 한테 시비를 걸고 있길래 잠깐 중재 좀 하고 있었죠.”
사실 중립은 개나 줘버리고 보육원 아이들의 편을 들어준거니까 중재는 아니지만 말이야.
어느 한쪽이 잘못한 게 확실한 상황에서 중립을 지킨다면, 그건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잘못 한 쪽의 편을 들어주는 꼴이 될 뿐이다. 어렸을 적에 자신을 놀려대는 아이들과 치고박고 싸웠다가 늘 중립을 지켰던 선생님 탓에 아군이라고 할 어른 곁에 하나 없이 주변 학부모들의 어두운 시선을 받아야만 했던 이한성은 그 사실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랬기에 그는 이 상황에서 중립을 지키지 않았다. 대신, 어렸을 적의 자신이 그랬던 것 처럼 아군 하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편을 들어줬다. 자신이 겪었던 쓰디 쓴 경험을 다른 아이들도 겪게 하는 것이 조금도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화연 언니. 민서 울어요.”
아까 적극적으로 동네 애들에게 목청 큰 소리로 항의하던 여자아이가 아직도 훌쩍이고 있던 민서라는 아이를 가리키며 화연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다급히 울고있는 민서에게 다가가 어디 다친 건 아닌지 걱정하며 몸상태를 살펴보았다.
“어머, 민서야 괜찮니? 아까 걔들이 때렸어?”
[절래절래-]“….그럼 아까 걔들이 뭐라고 했어?”
[끄덕-]화연의 물음에 민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퉁퉁 부은 눈시울로 수정이를 바라보며 훌쩍이는 목소리와 함께 화연에게 말했다.
“하지만 괜차나요…. 저 애가 걔네 들을 쫓아 냈어요.”
“….수정이가?”
수정이가 동네 아이들을 전부 쫓아 냈다는 민서의 말에 화연은 상당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수정이의 행동이 의외여서 놀랐던 것이 아니라, 혹시나 수정이가 마법이라도 사용해서 애들을 쫓아 낸 건 아닌가 싶어서 놀란 것이었다.
“누나! 저 애 대단해! 눈을 아주 정확하게 그 바보들 얼굴에다가 맞췄어!”
“맞아! 걔네들이 찍 소리도 못하고 도망갔다니까!?”
수정이의 10점 만점에 10점 투구를 지켜보았던 남자아이 두명이 잔뜩 흥분하며 마치 자신이 그랬다는 것 마냥 화연에게 자랑했다. 그러자 겸손을 배우지 못한 수정이는 그저 팔짱을 낀 채 우쭐거리며 별 것 아니라는 듯이 자랑 할 뿐이었다.
“연이야! 나 잘했찌!”
“어어…. 그, 그래. 잘 했어. 근데 걔네들을 다치게 한 건 아니지….?”
“아니, 원래는 얼음까지 넣어서 던지려고 했는데 그러면 너무 아플 것 같아서 그냥 눈만 던졌써!”
“…..”
눈덩이에 얼음까지 넣어서 던졌더라면 맞은 애의 코피가 터지고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심각하면 그 아이들의 부모가 보육원에 항의하러 올 정도로 말이다.
상황이 거기까지는 가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화연은 그런 생각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수정이의 한마디는 그런 그녀의 안도를 태풍을 앞둔 초라한 촛불처럼 우습게 꺼뜨려버렸다.
“우리 매직 큐어는 함부러 마법을 쓰면 안된다고 연이가 그랬자나. 그치?”
“….네?”
난데없이 존댓말이 화연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그녀는 렉이 걸려버린 뇌를 어떻게든 재부팅하려 하며 말을 얼버무리려고 했지만, 이미 모든 아이들의 시선은 가득한 동경심과 함께 그녀에게로 옮겨진 뒤였다.
“매직큐어? 언니 매직큐어였써???”
“진짜?? 막 마법도 쓰고 변신도 할 수 있는거야???”
“아, 아니, 애들아 잠깐만, 그런거 전혀 아니니까 일단 진정하고-”
화연의 부정은 끝을 맺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동심이 가득한 아이들의 표정과 시선을 앞두고도 동심을 깨버리는 무자비한 짓을 이타심으로 똘똘 뭉친 그녀가 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지, 진정….”
“변신 하는 거 보여줘!”
“진정….”
“악당이랑 싸우는 것도 보여주면 안돼??”
“…..”
아이들의 페이스에 완전히 말려버린 화연은 결국 부정하지 못한 채 옆에 있던 이한성에게 간절함이 가득한 표정으로 SOS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구조요청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그저 이 상황이 꿀잼일 뿐이라는 듯이 벌써부터 동영상을 찍으려고 핸드폰을 대기시킨 채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에게 대답했다.
당신이 선택한 봉사활동이다. 악으로 깡으로 받아들여라.
“나쁜놈아!!”
화연이 울상을 지은 채 눈빛과 표정으로 이한성에게 온갖 저주란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나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여기는 이한성에게 그녀의 저주는 결코 닿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