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7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78화(78/245)
78
크리스마스 날이 다가오는 것은 금방이었다.
보육원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랴, 사전에 보육원 관계자분들과 상의하랴, 거기에다가 수정이 선물까지 준비하랴, 준비할 것이 태산 같았던 이한성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크리스마스 이브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집안 거실에 수북히 쌓인 온갖 잡다한 물건들을 하나씩 확인했다.
“어디보자…. 넌텐도는 창민이, 로보 워리어 변신 로봇은 지석이, 디x니 공주 인형 세트는 서윤이고 매직큐어 장난감은 민서….”
거실을 잡동사니 마냥 가득 채운 물건들의 정체는 다름아닌 내일 보육원 아이들에게 주려고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들. 관계자인 최민석 상담사와 화연, 그리고 해영의 도움으로 아이들의 위시리스트를 받아 하나 하나 적힌 고대로 준비한 선물들이었다.
하지만, 위시리스트의 도움으로도 이한성이 준비하지 못한 선물들 또한 존재했다.
[피x츄랑 친구가 되고 싶어요]“어…. 그러니까 얜 피x츄 인형이 갖고 싶다는건가…?”
[아이x맨 슈트]“….이건 불가능하니까 패스.”
[여름이 오지 않게 해주세요]“지구 망할 일 있냐.”
[복권]“…..”
다들 어린 친구들이라 그런지 위시리스트에 적혀있는 희망사항은 죄다 제각각이었다. 깔끔하게 원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적어놓은 아이도 있는가 하면,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극악의 수학적 확률을 가지고 갖고 싶은 선물이랍시고 적어놓은 아이들 또한 있었다.
….아니, 근데 아무리 그래도 복권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원한답시고 적어놓는 건 좀 그렇지 않나? 어린이라면 좀 더 동심이 넘치는 선물을 골라도 되잖아. 근데 왠 복권? 동심은 대체 어디갔대냐??
산타 할아버지에게 복권을 달라고 간결하게 써놓은 아이가 대체 누구인지 심히 궁금하다. 이한성은 그렇게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나머지 리스트들을 확인하며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하는 수 없지. 나머지는 적당히 비슷한 것들로 준비하는 수 밖에.”
애당초 비슷한게 있을련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한성은 한숨과 함께 조용히 선물들을 박스에 담아 하나씩 포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러던 와중 화장실의 문이 열리며 수정이가 입가에 딸기색 치약을 묻힌 채 거실로 나왔고, 알록달록한 포장지들을 보고는 눈이 돌아간 채로 잔뜩 흥분하며 달려왔다.
“우왕!! 아빠 이거 다 뭐야??”
“뭐긴 뭐야. 보육원 애들 선물이지.”
“? 그럼 내 선물은??”
“니껀 산타 할아버지한테 따로 부탁하세요.”
이한성이 박스 테이프를 가위로 자르며 건성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에 다른 애들 선물은 다 준비했으면서 정작 자기 딸 선물만 쏙 빼놓았다는 이한성의 대답을 들은 수정이는 쪼그만한 몸집으로 씩씩 거리며 항의했다.
“치사 빤쓰!! 나 싼타 할아버지 전화번호 모른단 말야!!”
“응. 나도 몰라. 그러니까 마음 속으로 간절히 기도해봐.”
그러면 온 우주…. 가 아니라 산타 할아버지가 나서서 도와줄지도 모르지.
수정이의 항의에 그렇게 대꾸한 이한성은 온갖 아르바이트들로 숙련된 손놀림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선물 상자들을 포장해 나가기 시작했다. 거의 기계적으로 반듯하게 포장지를 자르고, 상자를 덮고, 그리고 테이프를 붙이기를 반복하던 아빠의 모습을 본 수정이는 씩씩거리면서도 신기하다는 듯이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고, 이내 금새 얌전해진 태도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아빠.”
“왜.”
“근데 왜 아빠가 걔네들 선물을 준비하는거야? 아빤 싼타 할아버지가 아니자나.”
“야, 원래 산타 할아버지는 누구나 될 수 있는거야. 너도 되고 나도 되고, 애들한테 선물만 제대로 챙겨주면 그게 산타지 뭐.”
“??? 그럼 산타 할아버지는 한명이 아니니까 선물도 여러개 받을 수 있겠네?!”
순간 수정이가 $가 되어버린 눈빛으로 눈을 번뜩이며 기대로 가득 찬 표정과 함께 외쳤다. 산타 할아버지가 실제로 존재 하는지는 둘째치고 일단 선물만 많이 받으면 아무렴 괜찮아 보이는 수정이의 반응에 이한성은 기가 찬 얼굴로 수정이를 바라보며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거 참 대단한 발상이다 그래. 좀 있어보이는 명언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걸 또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네. 진짜 요즘 애들은 머릿속이 대체 어떻게 되어있는지 참 무섭다니까.
물론 자라온 환경이 환경이었던지라 이한성도 어렸을 때 부터 돈이 최고라든가 하는 사고방식을 지녔기는 했었지만 수정이는 다르다. 이한성과는 달리 수정이는 인간 쓰레기가 부모인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뼈저리게 가난해서 선물 하나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가정에서 자라온 것 또한 아니다.
비록 한부모 가정이라지만 이한성은 티가 나진 않아도 수정이에게 나름대로의 애정을 표현하는 편이었고, 원하는 건 거의 대부분 들어주는 편이었다. 그러니 논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수정이의 사고방식은 가정환경 때문에 저리 속물적인 성향을 띄는 것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단 하나. 바로 주변 사람들에 의한 영향이다.
마법을 가르쳐 주는 600살 엘프, 일상생활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것만 가르쳐주는 할머니, 그리고 아주 잘못 된 연애 상식을 심어주려 드는 동네 괴짜 언니까지, 주변인들 중에 죄다 정상인이 하나도 없다. 아마 그것이 원인일 것이다.
….어떻게 나만 정상인이냐.
짐작이 가는 원인을 나름대로 짚어보며, 이한성은 그 비정상적인 주변인물 중에 자신만 쏙 빼놓은 채 뻔뻔한 한탄을 늘어놓았다. 아니, 자신 또한 문제라는 사실을 자각하지도 못했으니 뻔뻔하다는 표현 또한 적절하지 못하다. 아마 무지하다고 해야 맞으리라.
[삑-삑- 삑-삐리릭-]그렇게 이한성이 무지한 생각과 함께 한탄을 늘어놓고 있던 그 순간, 현관문의 전자 도어락이 해제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딱히 누가 오기로 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한성은 마중나가지도 않은 채 들어온 사람이 누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다녀오셨어요?”
이한성이 슬쩍 뒤를 돌아보며 잠시 밖에 외출 하셨다가 이제 막 들어오신 어머니를 마중했다. 그러자 그의 어머니는 입고 계시던 파카와 장갑을 벗으시며 얼어버린 손을 비비셨고, 이내 상자들이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거실 한가운데에서 박스를 포장하고 있는 이한성의 모습을 보고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셨다.
“에그머니나, 이게 뭐래니?”
“보육원 애들한테 줄 선물이요.”
“아이구야…. 이렇게나 많이 준비했어? 돈 많이 썼겠네.”
“생각보다 별로 안썼었어요.”
선물들을 준비하는데 쓴 금액이 총합 500만원. 총액만 봐서는 절대로 적은 돈이 아니지만, 퀘스트를 클리어 하면 1500만원이 그대로 생기는 이한성으로써는 돈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나저나 어디 갔다오셨어요?”
“그냥 요 앞에 산책 좀 하고 왔어.”
“….지금 밖에 영하 15도인데요? 그러다가 심근경색 올 수도 있으니까 이런 날씨에는 그냥 집에 얌전히 계세요.”
연세도 있으신 분이 이런 날씨에 밖에 나가시는건 건강에 좋지 못하다. 아무리 산책이 몸에 좋다고는 하지만 이런 추운 날씨에서의 산책은 그저 독에 불과하다. 추운 날씨에 무리하다가 심장마비 같은 걸로 목숨을 잃으신 여러 노인분들의 이야기를 뉴스에서 들어 본 적이 있는 이한성은 그렇게 어머니께 조심하라는 듯이 말하며 마지막 상자를 포장지로 반듯하게 덮었다.
“….아, 맞다. 그리고 내일 보육원에서 파티 연다는데, 같이 가실래요?”
이한성이 깜빡 잊을 뻔 했다는 듯이 방으로 들어가시려던 어머니를 멈춰세우며 무심한 말투로 물어보았다. 그러자 이한성의 어머니는 살짝 놀란 듯한 표정과 함께 이한성을 돌아보았고, 살짝 머뭇거리시며 대답을 주저하셨다.
“할머니도 같이 가는거야???”
순간 수정이가 기대로 가득 찬 표정을 지으며 눈부신 미소와 함께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살짝 주저하시던 이한성의 어머니였지만,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에는 손녀딸의 미소가 너무나도 눈부셨다.
“….그래. 뭐, 시간이야 한가하니까. 못 갈 것도 없겠지.”
“앗싸아~!”
같이 가겠다는 할머니의 동의에 수정이는 방방 뛰며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환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너무 과도한 흥분은 언제나 늘 그랬듯이, 사고를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턱-]“?!”
방방 뛰던 수정이의 맨발이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던 쓰고 남은 포장지 위에서 미끄러졌다. 마치 카툰 속에서 자주 나오는 바나나를 밟아 미끄러지는 주인공의 모습처럼 수정이는 그대로 중심을 확 잃은 채 의도치 않은 백플립을 하게 되었고, 그와 동시에 주변의 풍경에서 색깔이 싹 사라지며 이한성의 [위기감지] 스킬이 발동해 주변의 시간을 한없이 느리게 만들었다.
[위험이 감지되었습니다.] [주변의 시간이 10초간 느려집니다.]“….내 까불다가 저럴 줄 알았지.”
시간의 흐름이 원래대로 돌아오기 까지 앞으로 8초. 지금껏 흔하게 겪었던 일들을 오랜만에 다시 겪게 된 이한성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 엉성한 발레리나 같은 포즈로 공중에서 넘어지고 있는 수정이를 똑바로 잡아주었다.
수정이를 붙잡아 제대로 일으키는데 4초. 그리고 마법의 양탄자 마냥 공중에 떠있는 포장지를 낚아채 돌돌 말아 정리하는데 4초. 남아있던 8초를 알뜰하게 반으로 나눠 활용하는데 성공한 그 순간, 색깔을 잃었던 세상은 다시 다양한 색채들로 물들며 시간의 흐름을 되찾았다.
“으아아아….?!”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던 수정이가 어리둥절한 표정과 함께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꼼짝없이 머리부터 넘어질 거라고 생각했었는지 수정이는 이내 자신의 뒤통수를 만지작 거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갑자기 손뼉을 탁 치며 외쳤다.
“대박!! 아빠, 나 방금 공중제비 했써!!”
“공중제비 같은 소리 하네. 니가 지금 누구덕에 뒤통수 안 깨지고 멀쩡히 서있는데.”
이한성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코웃음을 치며 돌돌 말은 포장지로 수정이의 머리를 가볍게 내리쳤다. 그러자 수정이는 반사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고, 이내 입가를 삐죽이며 항의했다.
“왜 때려~!”
“그냥. 한번 쳐보고 싶었어.”
“우씨! 경찰에 신고할꺼야!”
“해봐. 선물 받기 싫으면.”
“이익….! 치사해!!”
크리스마스 선물을 가지고 협박하는 이한성의 악랄함에 수정이는 발을 동동 굴리며 너무하다는 듯이 이한성을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 수정이의 모습은 그저 은색 다람쥐가 하찮게 화를 내는 것 처럼 밖에 보이지 않았고, 이에 이한성은 무의식적으로 귀엽기 그지 없는 수정이의 코를 붙잡고는 살짝 흔들어 보았다.
“하징망!”
“뭐라고?”
“하징망라공!”
“뭐래는거야.”
코를 붙잡힌 탓에 코맹맹이 소리 밖에 내지 못하는 수정이의 우스꽝 스러우면서도 귀여운 모습에 이한성은 저절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감추지 못한 채 슬슬 진짜로 화내려고 하는 수정이를 보고는 조용히 놓아주었다.
“….참 재밌게들 노는구만.”
서로 장난을 치며 투닥거리는 수정이와 이한성의 화목하기 그지 없는 모습을 바라보던 어머니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나지막히 혼잣말을 내뱉으셨다. 본인이 해주지 못했던 것을 아낌없이 손녀딸에게 베푸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의 어머니는 쓴웃음과 함께 조용히 미안함과 죄책감을 마음 속 깊은 곳에 묻으셨다.
지금의 저 화목하고 밝은 분위기를 깨뜨리고 싶지 않으셨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