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화(8/245)
08
“당신, 버스남 맞죠?!”
“???”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이야. 버스남? 그게 뭔데? 요즘 유행언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이한성은 크게 당혹하며 혼란에 빠졌다. 그러자 이내 가만히 서있던 화연이 직원과 이한성을 번갈아가며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아는 사이에요?”
“아뇨. 오늘 처음 보는데요.”
“그런데 왜 해영이는 한성 씨를 알고 있는 듯한 눈치죠?”
“아니, 그야 저도 모르죠…?”
아무래도 직원과 서로 알고 있던 사람은 자신이 아닌 화연이었던 모양이다. 직원을 해영이라고 친숙하게 부르는 그녀의 태도에 그리 짐작한 이한성은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며 잠자코 상황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해영아. 너 이분이랑 아는 사이야?”
“아, 화연 언니! 그야 당연하죠!”
해영이라고 불린 여성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대답하더니, 이내 들고 있던 핸드폰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고는 한 동영상의 화면을 이한성과 화연에게 비춰주며 대답을 이어갔다.
“이분, 지금 페이스그램이랑 인스타북에서 완전 유명해요! 정의의 버스남이라고!”
“정의의 뭐?”
화연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투의 의문형으로 물었다. 그러자 이에 해영은 일단 마저 다 보라는 듯이 화면을 더욱 가까이 들이대는 것으로 대답했다.
[차 돌리라고 이 x끼야! 아구창 날아가고 싶어?!]해영이 보여준 동영상에는 버스 안에서 취객이 버스기사에게 행패를 부리는 장면이 아주 화질 좋게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다.
[아 쫌 닥치고 내리세요!!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죽일 셈이야?!]그리고 이어서 동영상에 극적이게 등장한 것은 다름 아닌 아주 익숙한 외모를 지닌 한 남성이었다. 겉보기에 대충 2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는 청년은 행패를 부리던 동영상 속의 취객을 그대로 버스 밖으로 내쫓고 가운데 손가락으로 대꾸하는 패기를 보여주었고, 이한성은 그런 청년의 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더니 이내 얼탱이가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이거…”
동영상 속의 주인공은 못 알아볼 래야 못 알아볼 수가 없는 이한성 본인이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 기능이 발전한 덕에 자신의 모습을 초고화질로 보게 된 이한성은 이내 화연과 해영을 번갈아 보며 어색한 미소를 자아냈다.
“아하, 아하하하… 이것 참 선명하게도 찍혔네… 요즘 기술 참 좋아졌다니까….”
초상권을 어따 팔아먹었길래 어떻게 모자이크 처리도 안된 모습이 저렇게 SNS에 나돌아다니고 있는 걸까. 세간에 자신의 얼굴이 널리 까발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심히 곤란하면서도 당혹스러운 기분과 함께 무의식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댓글 좀 확인해보세요. 반응들이 완전 화끈하다니까요?”
“아, 아뇨, 전 그닥 보고 싶지 않은데요.”
댓글 좀 보라는 해영의 권고에 이한성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정중히 거절했다. 그러나 해영은 그의 거절을 일절 무시한 채 댓글창을 화면에 띄워 이한성의 눈앞에다가 들이댔고, 덕분에 그는 하나도 빠짐없이 세간 사람들의 반응을 한눈에 들여다보고 말았다.
[ㅋㅋㅋ 완전 노빠꾸네] [개사이다임. 말 시원하게 하는 것 좀 봐라] [마지막에 뻑큐 날린 것 봤음?] [근데 저러면 고소 당하는거 아님?] [저게 고소 당하면 이 나라 법이 레알 노답인거지.] [아마 고소 못할걸? 딱히 폭력을 휘두른 것도 아니잖아]“보세요! 다들 버스남 씨를 칭찬하는 소리뿐이라고요!”
“아, 네. 알겠으니까 좀 떨어져 주실래요? 거리가 좀 많이 부담스러운데…”
누가 보면 친한 사이인 줄 알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 해영의 거리감 없는 성격에 이한성은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그녀를 말렸다. 그러나 해영은 이정도 거리가 뭐가 부담스러운 지 1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저리도 서슴없이 초면인 사람을 대하는 것을 보아하니 학생시절에 인싸였을 것이 틀림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어림짐작하며 화연에게 귓속말로 물었다,
“저기요, 이분 원래 이렇게 쉽게 사람들이랑 어울리고 이럽니까?”
“해영이가 원래 좀 사람이랑 쉽게 친해지고 그래요.”
“좀?”
좀이라고 할 정도가 아니라 완전 핵인싸인 것 같은데.
이한성은 싱글벙글 웃으며 가식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미소로 사람을 대하는 해영을 바라보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해영은 그런 이한성의 시선을 느꼈는지 이내 눈을 마주쳤고, 손벽을 딱 치며 입을 열었다.
“아, 맞다. 나 지금 일하는 중이지. 그러니까 버스남 씨 성함이…?”
“이한성입니다.”
“이한성… 오케이. 여기 메모에 11시 약속이라고 적혀 있네요. 방문 이유가 분명…”
해영이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메모지들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기를 보육원에 맡기러 오신 거 맞죠?”
“네.”
“왜요?”
마치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한 말투였다. 그런 해영의 물음에 이한성은 대답하는 것 대신에 그녀를 재촉했다.
“이유는 나중에 뭐 서류 같은거에다가 적을테니까 입소절차인지 뭔지 좀 빨리 진행하면 안되겠습니까?”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그 상담자 분을 금방 모셔올게요.”
이한성이 재촉하자 해영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이고는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근처에 놓여져 있던 의자에 앉아 잠시 들고 있던 바구니를 내려놓았고, 유유히 상담사가 오기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이유가 뭐에요?”
“?”
순간 화연이 이한성의 앞에 다가와 짤막히 질문을 던졌다.
“무슨 이유요?”
“그 애를 보육원에다가 맡기시려는 이유요.”
“…”
아까 잘 넘어갔나 했더니만은…
화연의 질문에 이한성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무슨 대답을 내놓든 간에 화연이 납득할 만한 변명은 내놓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힘드신 건 저도 이해해요. 아빠 혼자서 애를 키운다는 게, 그것도 이 나라에서 그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지는 저도 잘 아니까요.”
“….”
“그런데 그 힘든 길을 자초한건 이한성 씨 본인이잖아요. 낳았으면 책임을 져야하는 거 아닌가요? 애는 무슨 죄인데요?”
“….아놔, 진짜.”
계속 듣고 있자니 못봐주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신을 오해하고 있는 화연에게 짜증이 난 이한성은 이윽고 약간의 적대심이 담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그럼 그쪽은 혼자서 애 키울 자신 있어요? 최저임금 받아가면서 일주일 내내 알바뛰고, 월세도 겨우겨우 내가면서 애 키울 자신 있냐고요.”
남일이니까 저렇게 책임지라는 소리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한성은 본인의 입장이 되어보지도 않았으면서 이런저런 소리를 다 하는 화연에게 말대꾸를 이어갔다.
“나는 말입니다, 부모가 될 자신도 없고 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나 하나 먹고살기도 빠듯한데 타인을 책임질 여유 따위는 없으니까.”
기초수급자 밑에서 뭐가 이것저것 없이 겨우겨우 살아가는 것 보다는 다른 좋은 부모에게 입양되어 살아가는 삶이 아기에게 있어도 더욱 좋은 일이다.
-이 씨 말이야, 또 술 마시고 난동피우다가 파출소에 갔다는데?
-아이고… 애도 있는 양반이 왜 정신을 못 차리고 그러는지 원…
-애만 불쌍하게 됐지. 집안이 저렇다 보니까 애도 학교에서 사고치고 다니는 것 같던데 뭘.
사회라는 곳은 꼭 자식에게 부모의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곳이다. 부모가 범죄자면 자식 또한 마찬가지일거라고 생각하고, 자식을 마치 예비 범죄자 대하듯이 상대하려고 든다. 이미 연좌제라는 개념은 조선시대의 유물이 된지 오래인데 사회는 아직도 여전히 암묵적으로 연좌제를 착실하게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니까 저보고 그 이상 바라는 건 그만-”
[턱-]“?”
한껏 진지한 대화를 하던 도중에 무언가가 이한성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아 당겼다.
“우아응…”
다리 밑을 내려다보니 언제 잠에서 깼는지 모를 아기가 작아도 너무 작은 손으로 이한성의 바지 끝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왜. 이번엔 또 뭔데.”
분유 준지 30분도 안됐으니까 배가 고픈 건 아닐 테고, 설마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건가?
혹시나 싶어 기저귀 상태를 확인해본 이한성이었지만 귀저기는 입혔을 때 그대로 깨끗한 상태였다.
기저귀를 갈아달라는 것도 아니면 대체 뭘 원하는 걸까. 아기가 원하는 게 뭔지 도저히 감을 잡을 수가 없었던 이한성은 이내 하는 수 없이 스킬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하였다.
[상태이상: 심심함]…가지가지한다 정말.
재워주고 똥치워주고 먹여줘야 하는 것도 모자라서 놀아주기까지 해야한다. 지구상 그 어떠한 생물도 이 자그마한 생명체만큼 손이 많이 가지는 않을 것이다.
‘어제 샀던 그거나 써볼까?’
어제 밤이 새도록 울어대던 아기 덕분에 자는 것을 포기하고 시스템이나 만지작거리다가 상점에서 구매했던 물건.
[홈메이드 딸랑이: 엘프들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전통기술 그대로 손수 만들어진 딸랑이. 아기의 관심을 작게나마 끌게 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전통: B+] [내구성: D+]볼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아무리 봐도 아이템마다 한 두개씩 붙어있는 능력치들은 너무 놀라우리만큼 성의 없이 붙어있는 것 같다. 그런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품속에서 딸랑이를 꺼내 성의없이 흔들기 시작했다.
[딸랑딸랑~]“으우으…”
돌아온 건 영 시원치 않은 반응. 생후 1개월 밖에 안 된 아기 주제에 그것밖에 안되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기의 시선을 느낀 이한성은 한층 더 시끄럽게 딸랑이를 흔들어댔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닌데.”
귀에 거슬리기만 하던 이한성의 딸랑이 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던 화연이 끼어들며 그렇게 말했다.
“그럼 그쪽이 해보시든가요.”
“얼마든지요.”
댁은 얼마나 잘하는지 한번 봅시다 그래.
이한성은 순순히 화연에게 딸랑이를 넘겼다. 그러자 화연은 이내 무척이나 쓸데없이 기품이 넘치는 손목스냅으로 딸랑이를 흔들었고, 동시에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듯한 리듬으로 소리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힘들게 짚신을 신고 고향을 뒤로 한 채 거친 언덕을 올라가는 듯한 멜로디. 누군가의 한이 맺힌듯한 서글픈 리듬. 이건 분명히…
“…아리랑이잖아.”
어째 귀에 익은 리듬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설마 한민족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민요일 줄이야. 아니, 근데 애초에 딸랑이로 아리랑 리듬은 어떻게 만든 거야?
악기가 아닌 물건으로 아리랑 특유의 서글픈 멜로디를 잘만 만들어내는 화연의 딸랑이 소리에 이한성은 경악을 금치 않을 수가 없었다.
“아우아!”
즉석 딸랑이 연주가 끝나자 아기가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해맑게 웃었다. 그러자 화연은 그런 아기를 향해 자랑스럽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고, 이내 딸랑이를 다시 이한성에게 돌려주었다.
“봤죠? 딸랑이는 이렇게 쓰는 거예요.”
“아뇨. 딸랑이는 악기가 아닙니다만.”
이한성이 화연의 말에 그리 대꾸하며 어이가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클리어 랭크: A] [타인의 도움을 받았을시에는 받는 보상의 수치가 50%로 감소합니다] [+50000 골드] [+20 Ex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