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0화(80/245)
80
보육원의 모두가 방에 모인 가운데, 바닥에 앉은 채 파티가 시작하기를 기다리고 있던 아이들의 수다소리가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한성의 귓가에 시끌벅적하게 들려왔다.
“그거 들었어? 오늘 싼타는 수정이 아빠래!”
“응? 민석이 아저씨가 싼타인거 아니었써? 항상 아저씨가 했었자나.”
“오늘은 아니라던데?”
“치, 싼타가 달라져봤자 선물은 지난번이랑 똑같을텐데 뭐.”
4살 부터 시작해서 많게는 11살 까지. 모두 같은 보육원에서 살면서 관계가 돈독해졌는지 아이들 중에 겉도는 아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그리고 나이에 상관 없이 아이들은 전부 다 옆자리에 앉은 애들과 수다를 떨고 있었고, 이한성은 그런 아이들의 대화를 문 밖에서 본의 아니게 엿들으며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산타도 안믿는 애들 앞에서 산타 복장을 꼭 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말이지….”
정작 애들이 관심 있어 하는 건 산타가 아니라 선물인 것 같은데, 그런거라면 굳이 산타 복장을 하지 않고 선물만 간단하게 나눠줘도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이한성은 뒤늦게 밀려오는 귀찮음과 후회와 함께 그렇게 생각하며 선물이 잔뜩 실린 카트에다가 몸을 기댔다.
“자자, 모두들 주목!”
이한성이 자신이 등장할 차례는 언제인가, 싶어하며 따분함을 태우고 있던 그 순간 화연이 손뼉을 치며 아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다들 크리스마스라서 기쁘지?”
“별로인데여~”
“빨리 케잌 먹고 싶어요.”
“선물은 언제줘요?”
화연이 아이들에게 묻기 무섭게 사방에서 불만들이 터져나왔다. 마치 다들 자신들은 크리스마스라고 해서 막 신나하는 어린애가 아니라고 항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이고, 그래. 너희들한테는 선물이 중요하지, 또 뭐가 중요하겠니. 그럴 줄 알고 선생님들이랑 언니가 너희들을 위해 이번에는 조금 다른 산타 할아버지를 섭외했어.”
“응! 그거 우리 아빠자나!”
화연이 산타 얘기를 꺼내자마자 수정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콧대를 세운 채 모두에게 자랑했다. 그러자 수정이의 옆에 앉아계시던 이한성의 어머니는 재빠르게 당황하지 않고 수정이를 다시 자리에 앉혔고, 화연에게 어서 진행하라는 듯이 눈빛을 보내셨다. 이에 이한성의 어머니의 눈빛을 단번에 캐치한 그녀는 질질 끌 것 없이 바로 밖에서 대기 중이던 이한성에게 신호를 보냈다.
“밖에 계신 산타 분? 어서 들어와주세요~”
[드르륵-]미닫이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대기중이던 이한성은 카트를 질질 끌며 방 안에 입장했다. 마치 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저씨 처럼 카트에 몸을 기댄 채 의욕이 전혀 비춰지지 않는 얼굴과 함께 입장한 그는 자신 보다는 뭐가 이것저것 많이 실려있는 카트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아, 산타 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는 목소리. 가짜 지방살은 물론이고 가짜 수염까지 떼고 뻔뻔하게 자신을 산타랍시고 소개한 이한성의 태도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아이들은 선물에 정신팔려있던 눈을 뗀 채 저마다 미심쩍은 눈빛으로 이한성에게 시선을 보냈다.
“아저씨, 아저씨 수염 안 붙혔는데요?”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11살 쯤 되어보이는 남자아이가 수업시간 마냥 손을 들어올리며 이한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말 안해도 알고 있다는 듯이 말끔하게 면도 한 턱을 만지작 거리며 아이의 질문에 대답했다.
“일부러 안 붙였어. 어차피 니들도 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거 아냐.”
“그래도 너무 성의 없는거 아닌가요? 적어도 수염은 붙여야 산타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야, 니들 그거 다 고정관념이야. 왜 산타는 굳이 할아버지여야 한다고 생각하는건데? 산타가 정말로 몇백년간 애들 크리스마스 선물을 챙겼다면 산타는 사실 할아버지가 아니라 늙지 않는 젊은 사람일 수도 있는거잖아?”
이한성이 굳이 따지지 말라는 듯이 삐딱한 목소리로 그럴싸 하지만 완전 동네 개소리인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팔꿈치로 이한성의 옆구리를 아무도 모르게 가격했고, 이상한 소리 하지 말라는 듯이 강렬한 눈빛으로 그를 째려보았다.
“흠흠, 아무튼 내 말은 산타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고, 선물이 뭔지가 더 중요하다는 소리다. 알지?”
[끄덕-]헛기침과 함께 이한성이 방금 내뱉었던 쌉소리를 얼버무리며 그렇게 말을 바꾸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아이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근데 그거 다 저희 선물이에요?”
수정이의 바로 옆자리에 앉아있던 민서가 손을 올리더니 이내 선물 상자가 가득 실려 있는 카트를 바라보며 물었다.
“당연하지. 지금부터 이거 다 너희들한테 나눠줄거니까 이름 부르면 한 사람 씩 나와서 받아가.”
카트 안에 든 것 들이 단순히 장식이었다면 이한성의 통장에서 거액이 빠져나갔을 리가 없다. 이한성은 계좌에 적혀진 숫자가 얼마나 줄어들었는지 말하고 싶은 마음을 참으며 미리 준비해둔 메모지를 주머니에서 꺼내 아이들의 이름을 한명 씩 부르기 시작했다.
“윤서윤.”
메모지의 맨 위쪽에 적혀있던 이름을 부른 것과 동시에 중간에 앉아있던 7살 정도 되어보이는 여자애 하나가 벌떡 일어나 이한성의 앞까지 달려나왔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조용히 카트를 뒤적거리며 윤서윤이라는 이름이 적혀있는 상자를 찾아 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여기. 인형 공주 세트 맞지?”
“우와아아아!!”
서윤이는 상자를 받자마자 주저없이 포장지를 뜯어내고는 안의 내용물을 확인했다. 선물의 정체가 인형 공주 세트라는 사실을 한눈에 알아본 소녀는 이내 펄쩍펄쩍 뛰며 제자리로 돌아갔고, 그런 서윤이의 모습에 시큰둥하던 아이들의 여론은 단번에 180도 역전되었다.
“뭐, 뭐야. 진짜야??”
“그럼 저게 정말 다 우리가 적었던 선물….”
침 넘어가는 소리 다 들린다 욘석들아.
아까까지만 해도 별 기대도 없던 아이들의 시선이 확 돌변했다. 마치 이름을 부르면 먹잇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달려들 기세와 함께.
그런 아이들의 반응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썩쏘를 내비치며 매우 거만한 자세와 함께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무슨 신하들에게 공물을 하사하는 왕인 듯 마냥 손으로 턱을 괸 채 아이들의 이름을 이어서 부르기 시작했다.
“강지석.”
“넵!!”
“박민서.”
“네~!”
“김채윤.”
“앗싸아!!”
이름을 불러대는 족족 아이들이 하나 둘씩 튀어나오며 재빠르게 선물 상자들을 받아갔다. 당연하게도, 그 어느 아이도 포장지를 뜯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헐 대박!! 진짜 넌텐도야!!”
“카봇, 합체 변신!!”
“아이 엠 아이x맨!”
“렛잇꼬~!”
포장지를 뜯어낸 아이들은 하나같이 다 신나서 어쩔 줄 모르며 말 그대로 제자리에서 탭댄스를 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이 준비한 선물들로 무척이나 신나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 기분이 좀 많이 좋아진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어느샌가 리스트에 남은 이름이 하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안하림.”
이한성은 리스트를 읽을 필요도 없이 마지막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다른 누구도 아닌 리스트에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복권을 달라고 떡하니 적어놓았던 아이의 이름이었기에 깨먹을래야 까먹을 수가 없었다.
‘안그래도 대체 어떤 애길래 복권을 써놨는지 참 궁금했었는데, 얼굴이라도 좀 제대로 봐 둬야지.’
어린 나이에 벌써부터 복권을 원하는 걸 보면 싹수가 참 기대되는 아이다.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설렁설렁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다가오는 한 여자아이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 쟤는….”
기억에 있는 얼굴이었다. 나이는 수정이와 동갑 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의 얼굴을 본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저 여자아이가 며칠 전 동네 아이들과의 소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맞섰던 그 아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나지막히 말을 걸었다.
“….하림이라는 애가 너였냐?”
“그런데요. 왜요?”
“아냐, 그냥 알고 나니까 납득이 된다 싶어서.”
“이상한 소리 말고 빨리 선물이나 주세요.”
어허…. 이 녀석 말 하는 꼬라지 좀 봐라? 감사하다고 말하지는 못할 망정 달라고 재촉을 하고 있네?
역시 생각했던 것 그대로의 성격이다. 어른한테 존댓말은 붙이면서 말투는 전혀 존대하지 않는 하림이의 태도에 이한성은 살짝 짜증이 나는 기분을 느끼며 속으로 뒷담을 깠다.
그래. 크리스마스 선물로 복권을 고를 정도의 안목이라면 이 정도 성깔은 있어야지. 무엇보다도 이런 성격 일 걸 대충 예상하고 선물을 제대로 준비한거니까 참자 참아.
언성을 높이며 버르장머리를 고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이한성은 조용히 하림이에게 다른 아이들의 것에 비해 무척이나 얇은 봉투가 들어간 포장지를 건네주었다. 그러자 하림이는 벌써부터 어린 나이에 수전노 기질이 보이는 썩소와 함께 포장지를 뜯고 그 안에 담긴 봉투을 찢어 고스란히 들어가 있던 복권 한장을 쓰윽 꺼냈다.
그러나 어째 선물을 꺼내든 하림이의 표정은 기쁘기는 커녕 무척이나 맘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짜증이 가득했다.
“….저기요 아저씨.”
“왜.”
“이거 당첨된 복권 아니자나.”
하림이가 아직 긁지도 않은 생복권을 들이대며 산타인 이한성에게 클레임을 걸었다. 당연히 당첨이 확정된 복권을 받기를 원했던 하림이었기에 소녀의 표정에는 실망과 배신감이 가득했지만, 이한성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복권 달라며? 그것도 복권이야.”
“아 진짜…. 긁지도 않은 복권을 어따 써먹어!”
“이보세요 안하림 씨. 아직 안 긁었으니까 모르는거야. 긁기 전까지는 그게 당첨된 복권일 수도 있고, 꽝일 수도 있을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하는거라고.”
이른바 슈뢰딩거의 복권이지.
이한성이 미튜브 과학 영상에서 어설프게 배운 물리학 지식을 인용하며 꽤나 그럴싸 한 말로 하림이를 꼬셨다. 하지만 하림이는 그정도에 넘어갈 정도로 순진한 아이가 아니었다.
“칫,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현금을 적어놓는 거였는데.”
“….”
….무서운 애네. 벌써부터 선물로 현금을 받아낼 궁리를 하다니.
꼭 저렇게 돈에 환장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적어도 이 아이는 커서 굶고 다닐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정도의 수전노 기질이라면 분명 커서도 악착같이 돈을 모아서 성공하겠지.
벌써부터 싹이 보이는 하림이의 재질을 눈여겨 본 이한성은 속으로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만족스럽지 않은 선물에 궁시렁거리던 소녀의 이마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어른으로써의 한마디를 늘어놓았다.
“꼬맹아. 세상에 대가 없는 공짜는 없는 법이야. 너처럼 그렇게 운빨로 돈을 거저얻으려고 했다가 망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니까 잘 알아둬.”
“…..”
이한성의 쓴소리에 하림이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그런 하림이의 모습에 피식 웃더니, 조용히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봉투 안에 하나 더 들어있으니까 확인해 봐.”
“?”
애초에 꽝 일 것이 당연한 복권만 준비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었다. 봉투 안에 또 하나의 선물을 미리 준비해 둔 이한성은 이윽고 하림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 안에 들어있던 또 다른 무언가를 꺼내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돈?”
안에 들어있던 또 다른 선물의 정체는 다름아닌 노란색 바탕을 지닌 5만원 짜리 지폐였다. 그 지폐가 보드 게임에서나 사용하는 가짜 돈이 아닌 진짜 5만원이라는 사실을 만지자 마자 깨달은 하림이의 얼굴은 순식간에 만족스럽게 바뀌었고,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시선으로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아이들에게 선물을 다 나눠주고 텅 비어버린 카트를 옆으로 살며시 밀쳐내며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그 5만원으로 뭘 할 수 있을지 한번 잘 생각해 봐. 쓰던지, 모아두던지 그건 네 선택이니까.”
5살 짜리 아이가 가지기에는 큰 금액이지만 어른에게 있어서는 그렇게 큰 돈이라고 딱 잡아 말하기에는 조금 민망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아이라면 저 5만원을 분명 10만원으로 불릴 것이고, 나아가서는 그 10만원을 언젠가 복권 당첨에 비견 될 액수의 돈으로 맞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어째서인지 모르게 마땅한 믿음도 없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이한성의 말을 들은 하림이가 이윽고 허리를 반듯하게 90도로 숙이며 이한성에게 감사의 인사를 표했다.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빨리 선물이나 내놓으라고 사람을 닥달하던 아이가 돈 하나 받았다고 저렇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본 이한성은 참으로 복잡미묘한 표정을 얼굴에 띄웠고, 이내 됐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괜히 튕기는 목소리로 간질간질한 속마음을 감췄다.
“됐고, 그럼 선물도 다 나눠줬으니까 난 이만 가서 옷이나 좀 갈아입고 돌아올란다.”
다른 누군가에게 진심어린 감사의 인사를 듣는다는 건 참으로 복잡한 기분이다. 안 들으면 서운하면서 기분이 나빠지지만, 또 막상 들으면 불편하면서도 부끄러워지려고 하니까.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생각하며 슬슬 땀이 차기 시작하는 산타 복장을 벗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며 옆방으로 잠시 자리를 비키려고 했다.
그러나 그러려던 순간, 수정이의 울먹임이 잔뜩 섞여 들어간 목소리가 이한성을 멈춰 세웠다.
“아빠. 내 선물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