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1화(81/245)
81
“아빠. 내 선물은….?”
물기가 가득한 에메랄드 색 눈동자. 마치 폭우로 인해 흘러 넘치기 직전의 댐을 바라보는 것만 같은 울기 일보 직전의 얼굴.
다른 아이들은 저마다 축제 분위기였지만, 수정이만은 유일하게 혼자 제사상을 치르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자리에서 선물을 받지 못한 아이는 수정이가 유일했기에.
“…..”
큰일났다. 쟤 거는 집에 놓고 왔는데.
보육원 아이들의 선물을 챙기는데 정신이 없었던 나머지 그만 수정이의 선물을 집에 두고 오고 말았다. 이한성은 그렇게 텅텅 비어버린 카트를 바라보며 조용히 식은 땀을 흘렸다.
“어…. 그러니까 말이지….”
“우으으….”
한마디만 잘못 말해도 터질 것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은 수정이를 마치 일촉즉발의 폭탄 취급하며 머릿속으로 그럴싸한 변명을 쥐어짜내기 시작했다.
‘아, 미치겠네…. 왜 하필 쟤 것만 놓고 와가지고는…. 남의 애들은 다 챙겨줬으면서 지 애는 깜빡했다는게 말이 돼냐??’
스스로에게 신랄하게 욕을 해대며 자신의 잘못을 남 탓 하듯 자신에게 늘어놓아 보는 이한성이었지만 그렇다고 마땅한 변명이 번뜩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매 초 마다 촉박함 만이 더 늘어났을 뿐.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터질 것이다. 어설픈 변명으로 무마하려고 해도 터질 것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간에 결과는 다 똑같을 것이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은 이한성은 슬슬 한계점이 임박해오는 수정이라는 이름의 폭탄을 바라보며 이도저도 하지 못한 채 폭8 엔딩을….
“짜잔~!”
“….?”
타이머가 종료하고 수정이의 울음이 터지려던 그 순간, 화연이 뭐가 들어있는지 모를 선물 상자와 함께 수정이에게 얼굴을 불쑥 들이대며 아슬아슬하게 폭탄을 해체했다.
“자, 언니가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야.”
“연이가 준비한 선물….?”
선물을 준비한게 아빠인 이한성이 아니라 화연이라는 사실에 수정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화연은 이에 미소를 지어보이며 부드러운 말투로 대답했다.
“그래. 한번 열어볼래?”
화연의 말이 떨어지자 수정이는 이내 기대 반, 당황 반이 섞인 표정과 함께 포장지를 뜯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선물상자 치고는 상자가 상당히 크고 길죽하다는 사실을 눈여겨 본 이한성은 대체 내용물이 무엇일까 호기심을 품으며 수정이에게 가까이 다가가 상자 안을 들여다 보았다.
“….활?”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다름아닌 활이었다. 확실히 매직큐어의 주인공이 사용하는 장난감 활을 사달라고 늘 졸라댔던 수정이였기에 딱 마음에 들어할 선물이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다기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
왜냐하면 상자 안에 들어있던 것은 애들이 사용하는 장난감 활이 아닌, 누가 봐도 살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전통적인 각궁이었기 때문이었다.
“우왕!! 하트 캐쳐다!!”
“아니, 아니지. 저게 어딜 봐서 하트 캐쳐야.”
핑크핑크하지 않을 뿐더러 생긴 것 부터가 딱 날카로움이 느껴지는게 장난감은 절대 아니다. 암만봐도 사람이나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만 같은 자태를 뽐내는 각궁의 포스를 느낀 이한성은 추궁의 눈빛으로 화연을 바라보았다.
“걱정 마. 수정이한테 맞게 위력도 낮춰놨으니까 아마 당기는데에는 아무 문제도 없을거야. 쏘는 법만 익히면 호랑이도 쉽게 잡-”
“잠깐, 스톱.”
뭐??? 호랑이??? 대한민국에 호랑이 씨가 진작에 말라버린 건 둘째 치고, 저걸로 호랑이도 잡을 수 있을거라고???
절대로 흘려 들을 수 없는 활에 대한 제품설명에 이한성은 화연의 말을 끊으며 경이로우면서도 황당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그와 동시에 이런 위험한 물건을 선물이랍시고 5살 짜리 애한테 준 그녀를 추궁하기 시작했다.
“지금 장난해? 그런 흉기를 애한테 선물로 준다니, 혹시 미쳤습니까 엘프??”
“? 흉기라니, 말이 좀 심하네. 활 쏘는 것 정도는 기본 소양이잖아. 다들 어렸을 때 배우는거 아니었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요즘시대에 활 쏘는 게 대체 왜 기본 소양인데?!”
조선시대만 했어도 활잡이의 민족이었던 한반도의 사람들은 여자 남자를 구분하지 않고 다들 활 쏘는 법을 어린 시절 부터 배우고는 했다. 그랬기에 기본적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법 정도는 당연하게 배웠던 시대의 인물인 화연은 지금 이 상황이 뭐가 잘못된 것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어디에나 있는 현대인의 표본인 이한성은 진짜 활을 애한테 선물이랍시고 주는 화연을 도저히 이해 할 수가 없는 것이 당연하다.
“이상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개나 소나 다 배웠었는데….”
“….그게 몇 백년 전인지 한번 잘 생각해 봐.”
“어…. 한 574년 전 쯤이었나? 얼마 안 됐어.”
“퍽이나 그러겠다!”
574년 전이 얼마 안된거면 대체 뭘 오래됐다고 해야 하는 걸까. 한 기원전 500년? 쥬라기 말? 아니면 뭐, 태초의 지구?
어쩔 때는 600살인 것 치고는 무척이나 현대인 다우면서도 이럴 때는 꼭 극단적으로 구시대의 인물 다운 모습을 팍팍 티내는 화연의 어중간한 면모에 이한성은 혀를 내두르며 골머리를 앓았다. 하지만 그렇게 그가 골치 아파 하는 와중에도, 수정이는 그저 마음에 쏙 들어버린 호랑이도 잡을 수 있는 각궁에 눈독을 들일 뿐이었다.
“핫! 사랑의 힘으로 악을 물리치겠따!”
“….”
수정이가 각궁을 손에 든 채 매직 큐어의 포즈를 잡으며 신나는 목소리로 애니의 대사를 외쳤다. 그러자 어지간히도 저 흉기를 마음에 들어하는 딸아이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며 지끈거리는 이마를 붙잡았고, 이내 속으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미치겠네 진짜…. 뭐, 그나마 화살은 없는 게 다행인가.
화살이 없는 활은 그나마 위험할 일이 없다. 그래도 당장에 수정이가 사고칠 일은 없다는 것에 위안을 두며, 이한성은 일단은 수정이가 활을 가지고 노는 것을 내버려 두려고 했다.
하지만 화연은 그가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선물 상자 안에서 길쭉한 무언가를 더 꺼내며 수정이에게 건네주었다.
“자, 여기 화살도 있어.”
“우왕!”
“뭐하는 짓거리야!!”
이한성이 화연의 손에서 화살들을 재빠르게 낚아채며 그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흉기를 압수한 그는 곧바로 주저없이 니킥으로 화살을 반으로 부러뜨렸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화연에게 항의를 늘어놓았다.
“아니, 대체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너무 흥분한 나머지 서로 말을 놓는 것이 어느새부턴가 전혀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그런 게 아니었다.
“그래, 뭐 활을 선물로 준 건 그렇다 쳐, 근데 진짜 화살까지 애한테 주는 건 대체 무슨 정신나간 생각이래???”
이한성이 반으로 부러뜨린 화살을 이리저리 흔들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화연에게 물었다. 그러나 화연은 여전히 뭐가 잘못 된건지 모르겠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한성의 물음에 반박할 뿐이었다.
“활을 선물하는데 화살도 선물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이한성이 문제점으로 삼는 것은 활과 화살을 함께 선물 했다는 점이 아니라, 애당초에 활이라는 위험한 물건을 애한테 선물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이었다.
“아니, 화살이 문제가 아니라….”
하도 어이가 없는 문제로 항의를 하다 보니까 슬슬 지친다. 마치 벽에다가 혼자 공을 차고 공을 받고 혼자 노는 듯한 기분을 느낀 이한성은 지금 상황의 문제점을 전혀 자각하고 있지 못하는 화연을 힘없이 바라보더니, 이내 설명하는 것을 포기했다.
“….아 짜증나. 암튼 위험하니까 안돼.”
어차피 화살도 반으로 부러뜨려 놨으니까 사고를 치고 싶어도 못 치겠지만, 아예 못 가지고 놀게 막는 게 좋겠지.
화살 없이 활만 가지고 노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한성은 그렇게 자신이 반으로 부러뜨려 버린 화살을 바라보며 잠재적인 위험요소인 각궁을 수정이로 부터 압수하려고 했다.
“시러~! 이거 내꺼야!”
하지만 당연하게도 수정이는 무척이나 마음에 든 각궁을 쉽게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자 이한성은 이에 예상했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설득을 시도했다.
“수정아. 이걸 가지고 놀기에는 넌 아직 너무 어려. 그러니까 나중에 크면-”
“시러!! 아빤 내 선물도 까먹었으면서 왜 내 걸 뺏으려고 하는데에~!!”
[푸욱-]“커헉….”
수정이가 내뱉은 묵직한 팩트가 이한성의 가슴을 관통했다. 치명상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비틀거리기만 할 뿐, 조금도 물러서지 않은 채 강경한 태도로 수정이에게 맞섰다.
“야, 어차피 너 그거 화살도 부러져서 당장 쏘지도 못해. 그러니까 괜히 억지 부리지 말고 일단은 그거 순순히 이쪽으로 넘겨.”
“흥!”
전혀 효과가 없다. 어지간히도 삐진 모양이다.
강경하게 나선다고 해서 수정이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이윽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수정이와 눈높이를 맞췄다. 그리고는 이내 차분하면서도 최대한 다정한 목소리로 설득을 시도했다.
“수정아. 내가 니 선물을 뺏고 싶어서 그런게 아니라, 진짜로 그 활이 너한테는 아직 너무 위험한 물건이라서 이러는거야. 자칫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고.”
“안 다치면 되자나!”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다칠 때는 다쳐. 그러니까 넘겨주면 안될까?”
“…..”
평소와는 확연하게 다른 다정한 목소리에 수정이는 잠시 이한성을 흘끔 쳐다보며 표정을 살짝 누그러뜨렸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채 바로 파고들며 준비해 두었던 회유책을 던졌다.
“그리고 내가 집에 가면 주려고 하트캐쳐도 따로 준비해 뒀는데.”
“!!”
수정이가 깜짝 놀라며 이한성을 쳐다보았다.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선물이 언급되자 수정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대로 가득 찬 눈빛을 지으며 빠르게 각궁을 이한성에게 넘겨주었다.
“자! 여기!”
태세전환 한번 오지네. 우x르도 저 정도는 아니겠다.
예상보다 너무 쉽게 각궁을 넘겨받은 이한성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과 함께 수정이를 바라보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는 이윽고 벌써부터 선물을 받을 생각에 신나하는 수정이를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아빠 미소를 지었고, 그 누구도 듣지 못할 목소리로 조용히 혼잣말을 내뱉었다.
“…..선물 받는게 그렇게나 좋을까.”
고집도 피우고 말썽도 부리며 간간히 사람 속을 썩이는 수정이었지만, 저렇게 웃으면서 기뻐하는 저 아이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나오려던 한숨도 쏙 들어가버리는 듯한 기분이다.
단순히 저 아이가 내 딸이기 때문이라 그런건지, 아니면 저 아이에게 다른 아이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 건지….
“….어쩌면 둘 다 일지도.”
이유가 뭐가 중하리. 어찌됐든 간에 저 아이가 웃으면 나도 덩달아 웃음이 나온다는 게 중요한거지.
이한성은 그렇게 이유 같은 건 고민할 필요도 없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부모다운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근데 여기 통아도 있으니까 화살이 부러져도 애깃살로 충분히 쓸 수-”
[텁-]….쓸데없이 다 된 밥에 죽을 쓰려고 하는 화연의 입을 반사적으로 틀어막은 채로.
––––––––
그 후로 크리스마스 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순조롭게 끝이 났다.
다들 하나씩 선물을 받은 보육원 아이들은 바로 이어서 미리 준비되어 있던 케익과 과자들로 실컷 배를 채웠고, 받은 선물들로 서로 함께 놀면서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실컷 크리스마스를 만끽했다.
그렇게 소란스럽게 지칠 때 까지 논 시간이 자그마치 5시간. 7시가 되고 해가 다 지고 나서야 아이들은 그제야 체력이 방전되었는지 조용해졌고, 이한성도 그제서야 지쳐 잠들은 수정이를 데리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엇차-”
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온 이한성이 등에 업고 있던 수정이를 잠시 거실의 소파에다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리고는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아이를 업고 있느라 뻐근해진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고, 이내 오랫동안 밖에서 젊은 사람들과 아이들을 상대하느라 지치셨을텐데도 집에 오자마자 낮에 미쳐 하지 못했던 설거지를 하시려 드는 어머니를 급하게 말렸다.
“제가 할게요. 냅두세요.”
“아냐, 내가 할게.”
“아 됐어요. 제가 한다니깐요.”
굳이 오자마자 설거지를 하시겠다는 어머니를 반 강제로 밀어내며, 이한성은 어머니를 대신 해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렇게 까칠한 태도로 자신을 배려해주는 아들의 모습을 본 어머니는 쓴웃음을 지으시며 한발자국 물러나 잠시 자리를 비우셨고, 이한성은 오랜 자취 생활로 단련된 능력으로 설거지를 5분도 채 되지 않아 끝냈다.
이런 것 쯤은 미안해 하지 말고 그냥 시키셔도 되는데 말이지.
아들한테 미안해서 설거지 시키기를 꺼려하시는 어머니는 아마 세상에서 저 분 밖에 없으실 거다. 이한성은 그렇게 여전히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어머니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씁쓸하게 받아들이며 쓴맛이 가득한 기분을 속으로 삭혔다.
“한성아.”
“안 오셔도 돼요. 벌써 다 끝냈-”
설거지가 끝내기 까지 걸린 그 5분을 참지 못하시고 또 부엌을 찾아오신 어머니를 향해, 이한성은 손의 물기를 수건으로 닦아내며 그렇게 자꾸 그러시면 곤란하다는 목소리로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을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식탁 위에 아까 까지만 했어도 없었던 물건이 놓여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게 뭐예요?”
고급 영단어가 적혀있는 옷커버와, 그 안에 가지런히 들어있는 주름 한 점 없는 검은 색 재킷과 바지, 그리고 푸른 색 넥타이와 새하얀 와이셔츠.
이한성이 태어나서 부터 단 한번도 착용한 적이 없고, 지금껏 착용할 일이 없었던 양복이었다.
“크리스마스라 세일이라길래…. 한번 사 봤다.”
“…..”
이한성의 어머니가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하셨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별 다른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건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일부러 감정이 묻어나지 않게 억누르고 계셨기 때문이었다.
“와, 진짜…. 내 옷 사이즈는 또 어떻게 아시고….”
이한성은 차마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어차피 입을 일도 없고, 딱히 원하지도 않았던 양복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는 양복으로 부터 눈을 뗄 수가 없었다.
30만원 보다 조금 못 미치는 그 양복 한벌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부모님에게 받아보는 크리스마스 선물이었기에.
“아 씨…. 눈에 뭐가 들어갔나….”
피곤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눈에 진짜 뭐가 들어가기라도 한건지 자꾸만 뭐가 차오르려 드는 자신의 눈가를 만지작거리며, 이한성은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 바라보았다.
고작 이런 선물 하나 받았다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주 꼴사나운 짓이다. 스무 살이나 처먹고는 엄마 앞에서 질질 짜는 건 절대로 사양이다.
이한성은 그런 생각들과 함께 가까스로 눈에서 흘러내릴 것만 같은 무언가를 붙들으며 조용히 양복을 만져보았다.
“….더럽게도 부드럽네.”
….평생토록 잊을래야 잊을 수가 없는 감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