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2화(82/245)
82
이래저래 다사다난했던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새해가 찾아왔다.
새해. 1월 1일. 새해의 시작, 그리고 아이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극도로 허탈감을 느끼게 되는 시기.
한게 아무것도 없는데 뒤룩뒤룩 나이만 처 먹었다는 사실이 끊임없이 무의식적으로 정신을 괴롭히고, 나이를 하나 더 처 먹어서 20대의 길을 벗어나 조금씩 30대의 시기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 시기가 바로 새해다.
분명 이맘쯤이 가장 사람이 우울증에 잘 걸리는 시기겠지.
정신과 의사도 아니고 고졸 학력에다가 21살임에도 학교도 안다니는 주제에 무직인 이한성은 그렇게 아무런 근거없는 뇌피셜을 속으로 늘어놓으며 소파에 드러누운 채 이유없는 박탈감이 가득한 기분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할 게 없네 할 게 없어.”
알바도 안뛰고 무직으로 생활하기 시작한지도 어느덧 거의 3달이 다 지나갔다. 작년 같았어도 이런 휴일에도 밖에 나가 알바를 하루에 두 세개 씩 뛰고는 했었던 이한성은 지금 이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소파에 누워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듯 무릎을 떨었다.
일을 안하고 놀기만 하니까 불안해 죽을 것 같다. 그렇게 다른 동년배 자취생들에게 배부른 소리 한다고 살아서 들어본 적 없는 쌍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망언을 속으로 늘어놓은 이한성은 이내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비우기 위해 몸을 일으켜 자세를 똑바로 한 채 자리에 앉았고, 시스템 창을 열어 아직 클리어 하지 않은 일일 퀘스트라도 뭐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까 아직 그걸 확인 안했지.”
시스템 창을 열고 보니까 깜빡 잊고 있었던 지난주의 크리스마스 퀘스트 보상이 문득 떠올랐다. 꼴사납게 그날 밤에 어머니께 선물을 받고는 질질 짰던 것 때문에 감쪽같이 잊어버리고 있었던 이한성은 서둘러 호기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인벤토리 창을 살펴보았다.
“….이게 뭐야??”
이한성이 받았었던 크리스마스 퀘스트는 총 합쳐서 2가지. 퀘스트 조건은 둘 다 무사히 클리어 하면 히든 보상을 주겠다는 내용이었고, 이한성은 퀘스트가 시킨 대로 두가지 퀘스트 모두 무난하게 클리어했었다.
그러니 이한성의 인벤토리에는 그때 클리어 보상으로 받았던 [히든 보상]이라는 것이 들어있어야 할 터였다.
헌데 어째서 왜 인벤토리 안에는 왠 괴상하게 생긴 알 하나가 떡하니 들어가 있는 것일까.
[히든 보상] 이라고 한다면 [세계수의 열매] 라던가 [기억의 파편] 같은 레어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는 것이 마땅하다. [세계수의 열매]는 히든 보상 답게 효과가 너무 강력했던 나머지 지금까지 쓸 기회가 조금도 없었지만, [기억의 파편] 같은 경우에는 이한성에게 조금이나마 시스템이 무엇인지, 그리고 또 수정이의 정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기에 충분히 [히든 보상] 이라고 불릴 만한 물건이었다.하지만 이 알은 세계수의 열매처럼 화려해 보이지도, 기억의 파편 처럼 유용하게 생긴 것도 아니다. 뭐랄까, 그 판타지 속 최상위 던전에서 히든 보스로 나올 것만 같은 몬스터의 알 처럼 생겼달까?
“소비자 기만으로 신고해야지.”
고급 마법 주문서나 인챈트 스크롤을 기대하고 있었던 이한성은 극도의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있지도 않은 신고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래도 뭐, 일단은 뭔지 확인은 해볼까? 의외로 보양식이라던가 하는 것 처럼 좋은 거일 수도 있잖아.
생각해 보니 아직 아이템의 설명을 자세하게 듣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과 함께 인벤토리 창에서 수상하게 생긴 알을 실체화 했고, 곧바로 [의심병자의 눈]으로 알의 정체를 확인해 보았다.
[고룡 파프니르의 알: 태초의 용 파프니르가 신들에게 토벌당하기 전 감춰놓았던 고룡의 마지막 혈육. 신화가 말하기를 파프니르는 최후까지 신들과 그들이 창조한 세계를 저주했다고 한다.] [마력: SS+] [신선도: B-] [위험도: EX]“…..”
내가 방금 대체 뭘 읽은거지?
뭔가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될 걸 읽은 것 같은 기분이다. 지금까지 겪었던 그 어느 헤프닝 보다도 거창하고 스케일이 큰 이야기가 적혀진 설명창을 읽은 이한성은 아주 침착하게 당황하지 않고 아무것도 못본 척 알을 다시 인벤토리에다 집어넣었다.
[띠링-회수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
뭐요?
실체화가 풀려 다시 인벤토리 창 안으로 들어가야 했을 알이 인벤토리 창 바깥으로 튕겨져 나왔다. 마치 같은 극의 자석을 억지로 붙이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 인벤토리 창이 꽉 찬 것도 아니고, 소지 가능 중량이 아슬아슬한 것도 아닌데 들어갈 생각을 안하는 드래곤 알의 반항에 이한성은 심히 당황하며 다시 한번 억지로 인벤토리 창 안에다가 밀어넣으려고 했다.
[회수가 불가능한 아이템입니다.]“웃기지 마. 이렇게 쬐그만한게 왜 안들어가. 충분히 들어가.”
[방대한 마력을 지닌 아이템은 수납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이한성의 항의에 반응한건지, 아니면 계속 해서 억지로 알을 인벤토리 안에다가 밀어 넣으려고 해서 참다 못해 반응한건지, 시스템이 경고창을 띄우며 이한성의 행동을 잠시 멈춰세웠다.
마력이 방대한 건 수납할 수 없다고? 아니, 그 마력을 빵빵하게 머금고 있다던 세계수의 열매는 잘만 수납했으면서 이건 안돼?
똑같이 히든 보상으로 얻었었던 [세계수의 열매] 조차도 방대한 마력을 품고 있었지만 아무 문제 없이 인벤토리 안에다가 수납하는 것이 가능했다. 즉, 인벤토리가 감당할 수 있는 마력의 상한치가 낮은 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이 파프니르의 알이라는 것이 세계수의 열매를 압도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마력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 된다.
“아니, 내가 무슨 멸종 위기종 보호 운동가도 아니고…”
마지막 남은 하프엘프 하나 키우는 것도 충분히 벅찬데 이제는 고룡의 마지막 혈욱이라니, 시스템은 아무래도 내가 무슨 환경 보호 운동가인 줄 아나보다.
이한성은 그렇게 골머리를 앓으며 키우기 힘든 것은 둘째치고 위험천만한 파프니르의 알을 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알이 인벤토리 안으로 들어가거나 눈 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아빠, 그게 뭐야?”
“아 깜짝이야.”
언제 다가왔는지 모를 수정이가 말을 걸어오자 이한성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사적으로 알을 숨겼다.
“2, 2층에서 놀고 있던 거 아니었어?”
“응. 할머니랑 같이 얼음쌓기 놀이 하고 있었써.”
이한성은 수정이가 알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도록 재빠르게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천재인 탓에 남들에 비해 기억력이 컴퓨터에 가깝게 뛰어난 수정이는 잊어먹지 않고 곧바로 다시 알에 대해 물을 뿐이었다.
“근데 그건 뭐야?”
“이, 이거? 아 그게….”
드래곤의 알…. 이라고 하면 안되려나.
수정이에게 사실대로 말할 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그냥 둘러댈까, 찰나의 순간 동안 고민에 빠진 이한성은 별로 성능이 좋지 못한 머리를 굴리며 어느쪽이 더 나은지 머릿속으로 계산을 뚜드려보기 시작했다.
‘그냥 숨기지 말고 말해줄까? 어차피 말을 잡아 떼 봤자 저 똥고집이 물러날 리가 없을텐데…. 아니, 아니지. 사실대로 말했다가는 쟤가 백퍼 이거 키우겠다고 고집을 피울 게 뻔하잖아. 강아지나 고양이라면 모를까, 드래곤을 집에서 키우게 되는 건 좀….’
이 알은 그냥 알이 아니라 고룡 파프나르가 남긴 알. 위험도 랭크가 EX에 달하는데다가 저주니 뭐시니 하는 뒤숭숭한 설명을 담고 있는 위험천만한 아이템이다. 그런데 그걸 수정이가 키우게 내버려 둔다? 절대로 좋은 생각이 아니다.
“….수정아. 사실 이건 말이지, 아~주 성격 더럽고 위험한 드래곤의 알이야.”
깊은 고민 끝에 이한성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최대한 수정이에게 겁을 줘서 관심을 끊으려는 방향으로 생각을 정한 모양이었다.
“드래곤?”
“그래. 그 있잖아, 동화 속에서 나오는 날아다니는 파충류.”
“아!”
수정이가 손뼉을 탁 치며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곧바로 드래곤에 대한 온갖 음해와 가짜뉴스를 내뱉….
“용용이!!”
“그래. 이게 바로 용용…. 뭐?”
용용이? 그게 뭐냐?? 누군데??
난데없이 튀어나온 촌스럽고도 사악함이 1도 느껴지지 않는 이름에 이한성은 말을 하다 말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빠 용용이가 누군지 몰라?”
“어 모르는데.”
[후다닥-]그게 뭔지 전혀 감이 안잡힌다는 이한성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수정이는 곧바로 다시 계단을 올라 동화책이 들어있는 책장이 위치한 2층으로 달려갔고, 이내 재빠르게 책 한권을 뽑아들고는 말 그대로 날아다니며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
“야야 내가 집에서 날라다니지 말랬지. 위험하다고.”
“이거 봐봐! 이게 용용이야!”
참으로 다이나믹하게 하늘을 날아서 계단을 내려오는 수정이에게 잔소리를 해보는 이한성이었지만, 수정이는 들은 척도 안한 채 가지고 내려온 동화책을 이한성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잔뜩 신이 난 채 싱글벙글 웃는 수정이의 미소를 본 이한성은 그저 한숨을 내쉬며 동화책을 받고는 제목을 읽어보았다.
“깡충이와…. 용용이?”
귀엽게 생긴 분홍색 토끼와 귀엽게 생긴 용이 표지로 그려져 있는 동화책이었다. 제목으로만 봐서는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동화책을 본 이한성은 이윽고 대충 그림이 85%, 글이 15%로 채워져 있는 동화책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것인 즉, 어쩌고 저쩌고 잔뜩 써 놨는데 간단히 얘기 하자면은 요 깡충이라는 놈이랑 용용이라는 놈이 먹을 거 하나 가지고 싸우다가 이리저리 해서 뭐 친구다 된다, 이거지?”
“응!”
“그리고 이 표지의 멍청하게 생긴 드래곤이 용용이고?”
“아니야! 용용이는 안 멍청해!”
아니, 상당히 멍청하게 생겼는데. 그림 작가가 의도하고 이 용용이라는 친구한테 악심을 품고 그린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로.
멍한 표정에 띨띨한 눈빛을 하고 있는 표지 속 드래곤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수정이의 말에 반박해 보았다. 하지만 그걸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었다가는 수정이가 또 삐칠 것이 뻔했기에 그는 생각을 조용히 생각으로만 남겨둔 채 다시 본론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 용용이가 뭐 어쨌는데?”
“? 그 알 용용이꺼 아니야??”
수정이가 제주 삼da수 보다도 맑은 저기 몰디브 같은 아열대 섬 해변의 바닷물 같은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그런 해맑기 그지 없는 수정이의 표정과는 다르게, 이한성의 표정은 유조선의 기름이라도 유출 된 바다 처럼 검게 칙칙해지며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아, 이거 그 패턴인데. 저게 뭔지 정체도 제대로 모르고 막 귀여운 거라고 생각해서 키우겠다고 고집하는 그런 패턴 있잖아.
그동안 수정이를 키워본 짬이 있는 이한성은 안봐도 뻔한 미래를 내다보며 이마를 탁 쳤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이한성이 예상했던 것 그대로 수정이는 아주 그냥 보석처럼 반짝이는 녹안으로 파프니르의 알을 바라보며 말을 꺼내려고 했고, 이한성은 그보다 한발 앞서 입을 열며 수정이의 고집을 사전에 차단하려고 했다.
“아니야. 저거 그 용용인가 뭐시긴가 그거 아니야.”
“? 그치만 아빠가 저거 드래곤 알이라고 했자나.”
“수정아. 용용이는 드래곤이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드래곤이 용용이인 건 아니야. 저건 아주 위험한 드래곤의 알이라고. 저 알 속에 든게 태어나면 아마 널 한입에 집어 삼키려 들걸?”
“거짓말! 저 알만한 게 날 어떻게 삼켜? 나보다 작자나!”
“드래곤이라는 건 원래 금방금방 크거든?”
드래곤을 키워본 적은 커녕 만나본 적도 없는 이한성이 내뱉은 말이니 당연히 근거 없는 뇌피셜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저 알에서 드래곤이 태어나 성장하게 되면 아마 이 집은 물론이고 이 행성에 큰 위기가 닥쳐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소리였다.
“괜차나! 그럼 내가 용용이 보다 더 빨리 크면 되지 뭐!”
“저거 용용이 아니라고. 그리고, 니가 커봤자 얼마나 큰다고 그래?”
아무리 성장기라고는 해도 애가 커봤자 160, 많으면 170 정도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그것도 이한성이 [성장의 축복] 마법을 다시 걸어주지 않는 이상 족히 10년에서 15년은 걸릴테고 말이다. 당연하게도 초대형 파충류에 속하는 드래곤과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하지만 상상력도 풍부하고 고집도 쎈 어린 수정이에게는 그런 논리적인 상식이 통할리가 없었다.
“아 왜~!! 나도 이~ 만큼 클 수 있다 뭐! 그러니까 나 저거 키울래!”
“안된다고 이것아! 저게 무슨 강아지인 줄 알아?! 용이라고 용! 드래곤!”
“미튜브에서 어떤 아저씨가 세상에 나쁜 용은 없다고 그랬써!”
“나쁜 용이 없는 게 아니라 나쁜 개가 없다는 거겠지!”
개통령이라 불리는 훈련사의 명언을 제멋대로 비틀어서 항의하는 수정이의 뻔뻔한 모습에 이한성은 황당스럽기 그지 없다는 목소리로 그렇게 대꾸했다.
“둘 다 무슨 일 있어? 왜 이리들 소란이야?”
1층에서의 소란을 들으셨는지 2층에 계시던 이한성의 어머니가 계단을 내려오시며 옥신각신 다투고 있던 수정이와 이한성에게 나지막히 물으셨다. 그러자 수정이는 재빠르게 할머니에게 달려가더니, 이내 약삭빠르게 자신이 지닌 최대의 무기인 애교를 시전했다.
“할머니~ 아빠가 나 용용이 키우면 안된대….”
“?”
수정이가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한성의 어머니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일렀다. 그러자 당연하게도 손녀딸이 무슨 소리를 하는건지 알아듣지 못하신 어머니는 곧바로 아들내미에게 설명 좀 해달라는 시선을 보내셨고, 이에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어머니가 제대로 알아들으실 수 있게 설명했다.
“애가 자꾸만 드래곤 알을 키우겠다고 고집을 피워서 그래요. 이게 얼마나 위험한데….”
“드래곤 알? 그런 것도 있어?”
“그런 것도 있더라고요.”
“….”
드래곤이라고 하면 서양의 용을 떠올리는 게 보통이지만, 판타지 쪽에 관련된 지식이 얕으신 이한성의 어머니는 동양풍의 용을 떠올리시며 조금 당황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셨다. 얼마 전에 수정이의 정체를 알게 되셨던 어머니셨지만, 아직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드래곤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는 너무 현실과 동 떨어진 이야기였다.
드래곤이라는게 어떤 존재인지도 제대로 감을 잡지 못하신 이한성의 어머니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시며 잘 모르시면서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그러자 그런 할머니의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본 수정이는 곧바로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존댓말까지 써가며 할머니를 구슬려 세우기 시작했다.
“할머니…. 나 용용이 제대로 키울 수 있는데…. 밥도 주고, 씻겨주고, 재워주고 다 할 수 있어요.”
저저저, 저것 좀 봐라?? 지 귀여운 건 알아가지고 할머니를 꼬시려고 하네???
누가 봐도 연기인게 뻔해 보이는 수정이의 애교를 본 이한성은 어이가 없는 미소와 함께 속으로 경악을 내뱉었다. 하지만 그가 수정이의 애교를 멈춰 세우기도 전에, 그의 어머니는 손녀딸의 귀여움에 함락당하고 마셨다.
“한성아. 애가 이리도 키우고 싶다는데 좀 어떻게 안 되나? 그 왜 꿈에서 용 나오면 복이 온다던데, 꼭 나쁜게 아닐지도 모르잖아.”
이한성의 어머니가 손녀딸에게 껌뻑 넘어가신 미소와 함께 수정이의 편을 들어주며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놔, 어머니를 지 편으로 끌어들이는 건 반칙인데…. 내가 엄마한테 약한 건 어떻게 알아가지고는….
다른 사람의 말이라면 모를까, 아무래도 어머니와는 이런저런 사연이나 과거가 엮여 있기 때문에 뭐라고 반대하기가 좀 그렇다. 예전보다는 어머니와의 사이가 훨씬 더 자연스러워진 이한성이었지만, 여전히 이한성에게는 뭐라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들이 어머니와의 사이에 남아있는 상태였다.
“아니, 엄마. 이게 그 엄마가 생각하시는 용이 아니라 드래곤이에요 드래곤. 호랑이보다 훨씬 위험한 거라고요.”
“그래도 뭐 화연이 마법으로 잘 하면 괜찮지 않을까? 그 왜 요즘 사람들은 도마뱀도 다 키우고 한다고 들었는데.”
“….”
큰일났다. 어머니까지 저렇게 말씀하시니까 왠지 반대하는 내가 악역이 된 듯한 느낌이다.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간절하게 쳐다보는 수정이와, 그런 수정이를 안쓰럽게 대하시며 부탁하지는 어머니까지. 하나만으로도 버거운데 두명이서 그렇게 같이 저러니까 반대의 말이 목구멍에서 탁 걸려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둘 다 그만해요.”
결국 이한성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백기를 들었다.
뭐…. 어차피 인벤토리 안에다가 넣지도 못하니까 어쩔 수 없지. 일단은 키워 보다가 나중에 화연 씨를 불러서 한번 살펴보는 수 밖에.
아마 엘프인 화연이라면 자신보다는 이 알에 대해 아는게 더 많을 것이다. 일단 지금 당장은 다른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그렇게 일단은 알에 대한 문제를 보류해 두기로 하며 수정이에게 넘겼다.
“헤헷.”
“…..”
왠지 모르게 그 순간에 수정이의 미소가 [계획대로-] 라고 말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던 것은, 분명 기분탓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