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4화(8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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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업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하고 묻는 다면 사람들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당연히 메뉴라고 대답할 것이다.
요식업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객들에게 집에서는 맛볼 수 없는 뛰어난 맛의 음식을 제공하는 사업. 음식이 무슨 5성 호텔 급 수준의 퀄리티를 자랑할 필요 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메뉴가 평균 이상의 맛은 지니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요리에 능한 몇몇 사람들은 요식업을 얕보고 쉽사리 사업에 뛰어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요리하는 것 하나는 자신이 있으니 요식업이 자신에게 딱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며.
그러나 요식업 관련 TV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시청해본 사람이라면 그게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은 생각이라는 걸 알 것이다.
왜냐하면 요식업을 하는데 있어서 요리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거 하나만 잘한다고 쉽게 성공할 정도로 요식업은 쉬운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게의 위치, 서비스의 질, 그리고 재료값 대비 음식값의 설정까지, 일일히 설명한다면 한나절이 걸려도 다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로 요식업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예전에 일했었던 분식집이 그랬었지. 분명 맛은 괜찮았는데 가격이 다른데에 비해서 좀 많이 비싸고 메뉴가 나오는데 까지 시간이 하도 오래 걸려서 개업한지 두달도 안되서 문을 닫았었나….’
이한성이 작년 쯤에 잠시 종업원으로 일했었던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분식점을 떠올리며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비록 금방 가게가 망해버려 그곳에서 오래 일하지는 않았었지만, 그 분식점에서의 경험은 이한성에게 있어서 요식업이라는게 어떻게하면 쉽게 망할 수 있는지 대충 알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다.
맛이 좋다고 해서 성공은 물론이고 평타를 칠 거라는 장담은 없다. 미슐랭 셰프가 작정해서 개발하고 만든 요리가 아닌 이상, 맛 만으로 성공하기에는 현실의 벽은 만만치가 않다.
‘….그러니까 내가 승부를 봐야 하는 건 맛이 아니라 가격과 서비스여야 한다, 이말이지.’
애초에 이한성은 요리 학원을 나온 것도 아니고, 요리사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도 아니다. 그는 그저 4년차 잡알바생의 경력 밖에 지니지 못한 남자이고, 동년배 자취생들 보다는 조금 나은 평범한 요리실력 밖에 지니지 못한 범인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다른 요식업자들에게는 없는 아주 큰 메리트가 하나 있다.
바로, 적자만 보지 않으면 된다는 메리트가.
‘일단 빙수 만드는데 쓸 얼음의 공급은 수정이 덕에 돈을 안써도 되니까 큰 걱정을 안해도 되고, 커피나 브런치 같은 메뉴들을 만드는데 들어 갈 재료값들은 원가보다 백원 오백원 정도만 더 붙여서 최대한 싸게 팔면 먹힐 것도 같은데….’
요식업으로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다른 요식업계 종사자들과는 달리, 이한성에게 있어서 요식업은 그저 취미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즉, 굳이 수익을 더 늘릴려고 음식값을 높게 설정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원가와 거의 차이나지 않는 가격. 세상에 싼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아이디어다. 그렇게 고졸 학력에 4년차 알바생 경력을 지닌 이한성은 꽤나 그럴싸한 논리를 내놓으며 사업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아보았다.
“그럼 일단 메뉴나 한번 연구해 볼까.”
어느정도 맛은 있어야 하니까 말이지.
생각을 정리한 이한성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이런저런 정보나 아이디어들을 적어둔 노트를 닫은 채 일단 빙수부터 만들어 보기 위해 부엌으로 향했고, 냉장고의 냉동실을 열어 그저께 수정이가 마법훈련을 하고 남은 얼음 한덩어리를 꺼냈다.
“어디보자…. 빙수 기계가 여기 어딘가에 있었을텐데….”
예전에 장을 보면서 사뒀던 빙수기계. 한 두달 전에 사놓고는 안쓰고 방치해뒀다가 빙수카페를 시작하려고 마음먹기 전까지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바람에 어디에다 뒀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던 이한성은 가까스로 기억을 더듬어 부엌의 안쪽 서랍장에서 아직 비닐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것 그대로의 빙수 기계를 꺼냈다.
이한성은 능숙하게 비닐 포장을 뜯어 쓰레기통에 버렸고, 곧바로 선을 콘센트에 꽂아 기계의 전원을 켰다. 애당초 사용 설명서는 어따 뒀는지 기억도 못할 뿐더러 읽을 마음도 없었던 그는 아직까지는 그래도 가물가물하게 손에 베여있는 감각을 떠올리며 얼음 덩어리를 적당한 크기로 부숴서 기계 안에 넣었다.
“연유도 있고, 과일도 어머니가 잘라둔게 몇개 남아있고…. 코코아 파우더도 크리스마스 때 사둔 게 있으니까 금방 만들 수 있겠네.”
다행히도 기초적인 재료는 집에 있었기에 따로 장을 봐둬야 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귀찮음을 하나 덜었다고 속으로 내심 좋아한 이한성은 이윽고 빙수 기계를 단단히 붙잡고 얼음을 잘게 갈기 위해 작동 버튼을 눌렀다.
[위이이잉-키기기긱-]“어?”
방금 뭔가 들리지 말아야 할 소리가 들린 것 같은데.
무언가가 잡다하게 부숴지는 소리가 기계 내부에서 들려오자, 이한성은 무언가가 잘못 됐음을 곧바로 눈치 채고는 기계를 끄고 내부를 살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기계 내부를 살펴보니 갈으려던 얼음은 흠집 하나 없이 그대로였고, 갈아졌던 것은 다름아닌 빙수 기계의 칼날이었다.
“…..아 맞다. 이거 그냥 얼음이 아니었지.”
이한성이 눈앞에 둔 것은 고작 물 따위를 얼려서 만든 자연산 얼음이 아닌, 대마법사의 재능이 있는 수정이의 마법으로 만들어진 얼음이다. 순혈 엘프인 화연이 토르 마냥 초대형 낙뢰를 마법으로 떨어뜨려도, 화염방사기의 성능을 아득히 뛰어넘는 불 마법을 사용해도 녹기는 커녕 흠집 하나 나지 않았던 얼음의 탈을 쓴 비x라늄을 일개 빙수 기계가 갈 수 있을리가 없다.
의외의 곳에서 문제를 직면하게 된 이한성은 한숨을 내쉬며 산산조각 나버린 빙수 기계의 칼날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리커버리] 스킬을 사용해 박살나버린 빙수 기계를 고쳤고, 다른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냥 이빨로 씹어먹을 수도 있을 정도의 강도였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단단해진건지 원.”
수정이의 마법실력이 늘면 늘 수록 얼음의 강도도 일취월장으로 강화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러다가는 빙수를 만들기 위해서 무슨 공업용 절삭기를 가지고 와야 할지도 모른다는 결코 웃을 수가 없는 걱정에 이한성은 묵묵히 별로 성능이 좋지 못한 뇌를 굴려보았다.
“아빠~! 방금 그거 무슨 소리야?”
그렇게 이한성이 한창 고민하고 있던 그 순간, 방에서 놀고 있던 수정이가 불쑥 튀어나와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걸어왔다. 아무래도 방금 전 빙수 기계가 박살나면서 난 소음이 생각보다 컸던 모양이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빙수 만들려다가 좀 문제가 생겨서.”
“빙수? 아! 과일이 이~ 만큼 들어간 맛있어보이는 그거??”
태어나서 아직까지 빙수를 먹어본 적이 한번도 없지만, TV에서 종종 본 적은 있었던 수정이가 관심으로 매우 반짝이는 녹안과 함께 이한성을 바라보며 잔뜩 들뜬 목소리를 내뱉었다.
“나도 빙수 머글래!”
어린아이라면 빙수를 마다 할 이유가 없다. 딱 보기만 해도 비주얼 부터가 어린이들의 취향을 자극하게 생긴 빙수의 이미지를 떠올린 수정이는 아직 먹어본 적도 없는 음식인 빙수를 달라고 이한성을 조르기 시작했고, 이에 이한성은 잔뜩 들뜬 수정이를 진정시키며 대답했다.
“진정해 이것아. 만들면 바로 줄테니까.”
물론 만들 수 있다면야 말이지.
수정이의 얼음이 이런 3만 7천원 짜리 빙수 기계로는 갈 수 없는 정도의 강도를 지닌 이상 지금의 재료를 가지고 평범한 방법으로 빙수는 만드는 것은 무리다. 애초에 빙수의 가격 인하와 맛의 향상을 위해서는 수정이의 얼음을 갖다 쓰는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그 방법이 막혀버려서는 달리 뾰족한 수가 딱히 없다.
“….수정아. 잠깐 얼음 하나만 따로 만들어 줄래? 막 꽁꽁 얼은 얼음 말고 살짝 부드러운 얼음으로 하나만 좀 부탁하자.”
“부드러운 어름….??”
얼음이라고 하면 딱딱한게 당연한데, 부드러운 얼음은 대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일까. 어린아이의 상식으로도 모순되어 있는 이한성의 부탁에 수정이는 표정을 찡그리며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냐…. 얼음 만들 때 힘 좀 빼고 만들어봐.”
“음…. 이러케?”
아까보다는 그나마 이해하기가 쉬운 이한성의 설명에 수정이는 대충 알아들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축적된 마나를 최대한 옅게 응축시켜 작은 덩어리의 얼음을 하나 만들어내었다.
빙수기계의 칼날을 갈아버렸던 얼음은 푸른 보석처럼 보일 정도로 짙은 색을 지니고 있었지만 방금 막 수정이가 만들어낸 얼음은 그보다는 좀 더 투명하고 색이 옅었다. 마법에 관해서는 그닥 알고 있는 게 없는 이한성은 아마 마력의 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외견이 차이나는 것이리라고 짐작하며 수정이가 만든 자그마한 얼음덩어리를 입에 넣어 씹어 보았다.
[와드득-깨작-]“오, 이건 씹어지네.”
혹시나 잘못해서 이빨이 깨질까봐 살살 씹었는데도 잘만 씹어진다. 거기에다가 맛도 딱히 틀린 것 없이 여전히 달달하면서도 깔끔한 맛이다.
“좋아. 수정아, 방금 거랑 똑같이 하나만 더 만들어봐. 이번에는 좀 더 크게.”
“얼마나?”
“한 주먹크기 만한걸로.”
이한성의 부탁에 수정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딱 주먹만한 크기의 얼음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그러자 이한성은 기다릴 것도 없이 주먹만한 크기의 얼음을 빙수 기계 안에 넣었고, 다시 한번 기계의 전원을 켜서 조심스럽게 작동시켜 보았다.
[위이이잉-콰드드드득-]빙수 기계 안에 내장된 칼날이 돌아가는 소리가 주변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아까는 금속이 박살나는 듯한 소리였다면, 이번에는 얼음 쪽이 박살나는 듯이 느껴지는 소리에 이한성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음 덩어리가 곱게 갈아질 수 있게 기계를 천천히 흔들었다.
“이쯤이면 됐으려나?”
이정도 갈았으면 충분히 곱게 갈렸을 것이다. 이한성은 그런 자신의 짐작대로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입안에서 살살 녹을 것만 같이 잘만 갈아진 얼음가루들을 기계 안에서 꺼냈고, 곧바로 그릇에 담아 미리 준비해 두었던 연유와 각종 과일들의 토핑을 그 위에다가 올려 단숨에 꽤나 그럴싸하게 생긴 빙수를 하나 만들어냈다.
“자, 딸기 빙수.”
“우왕!”
사실 딸기 외에도 포도나 사과가 들어가긴 했지만 가장 많이 들어간게 딸기니까 딸기 빙수라고 불러도 지장은 없겠지.
딸기 빙수던 뭐던 간에 맛만 좋으면 장땡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빙수를 수정이에게 건내준 이한성은 일단은 수정이에게 맛의 평가를 맞기기로 하며 조용히 반응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웁-”
생판 처음 먹어보는 빙수를 앞둔 채, 수정이는 수저로 입에 다 들어갈까 말까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을 한번에 퍼내 한입에 집어삼켰다.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이가 시린 것은 물론이고 머리가 금방 띵해지기 마련이었겠지만, 얼음 타입인데다가 하프 엘프인 수정이는 그러한 낌새를 전해 내비치지 않은 채 아주 뿅가죽는 표정을 지으며 무슨 포크레인 마냥 꽤나 많은 양의 빙수를 순식간에 전부 다 먹어치웠다.
“어….? 내 빙수 어디갔써?!”
“니가 방금 다 먹어 치웠잖냐….”
다 먹은 줄도 모르고 저러는 걸 보니까 생각했던 것 보다 맛이 더 괜찮은 모양인가보네.
혼자서 다 먹어놓고는 빙수가 어디갔냐며 어리둥절해 하는 수정이의 귀여운 반응을 보고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한성은 상상했던 것 이상의 결과에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부모로서, 자식이 부모가 만든 음식을 먹고 좋아하는 걸 보는 것 만큼 만족감이 높은 일이 따로 없다. 게다가 그간 수정이가 날아다니던 애기 시절에 이유식 먹이느라고 고생했던 일이 아직도 엊그제 처럼만 느껴지기에 또 감회가 새로웠다.
“일단은 애들 입맛에는 잘 맛는 것 같고…. 어른 입맛에도 맞으려나?”
원래는 자신도 한 입 먹어보려고 했었던 이한성이었지만 수정이가 순식간에 빙수를 한점의 얼음도 남기지 않고 전부 먹어치워버리는 바람에 정작 본인은 맛을 보지 못했던 그는 그렇게 귀찮게 됐다는 듯이 혼잣말을 늘어놓으며 수정이에게 한번 더 부탁했다.
“수정아. 아까 부탁했던 것 그대로 얼음 하나만 더 만들어줘봐라.”
“하나 더 만들꺼야??”
“어. 아빠도 맛 좀 봐야지.”
“나도 또 머글래!!”
“안돼. 넌 이미 하나 통째로 다 먹었잖아. 더 먹으면 배탈나.”
아이에게는 찬 걸 많이 먹이면 안된다. 나름대로 부모라고 육아에 대한 이런저런 잡지식들을 숱하게 익혀놓은 이한성은 저러다가 나중에 화장실에서 한참이나 눌러앉아있을 수정이를 사전에 제지하며 딸내미가 방금 막 만들어낸 얼음 덩어리를 낚아챘다.
“아 왜~!! 나 이런걸로 배탈 안난단 말이야~!!”
“어허, 그러셨던 분이 저번에 몰래 아이스크림 한통을 다 털어먹고 배아프다고 난리를 치셨습니까??”
하gen다즈 초콜릿 맛 946ml 사이즈 한통을 잠깐 자리를 비웠던 사이에 전부 먹어치우고는 15분 동안이나 바닥을 뒹굴며 아파 죽겠다고 집안의 온갖 먼지란 먼지를 싹싹 쓸었던 전적이 있는 수정이다. 그리고 이한성은 부모로서 자식이 그런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것을 용납할 생각이 없다.
‘최근들어 너무 오냐오냐 해준 것 같단 말이지. 이러다가 버르장머리 없어지기 전에 단호하게 대해야만-’
[철푸덕-]이한성이 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얼음 덩어리를 빙수 기계 안에 넣으려던 그 순간, 고체였던 얼음이 순식간에 액체로 변하며 형체를 잃은 채 물이 되어버렸다.
“흥! 내가 못먹으면 아빠도 못머거!”
“…..”
멀쩡하던 얼음을 순식간에 물로 되돌렸던 범인은 다름아닌 수정이였다. 자신이 가지지 못하면 부숴버리겠다는 근본적으로 꼬여버린 사상이 담긴 말을 내뱉은 딸아이의 충격적인 모습에 당황한 이한성은 할 말을 잃은 채 그저 헛웃음만을 내뱉었다.
“허, 요녀석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