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5화(85/245)
85
“허, 요녀석이요?”
요것 좀 봐라? 지가 못 먹으면 나도 못 먹는다고 지 아빠한테 협박을 다 하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고체였던 얼음이 그저 액체인 물이 되어버린 광경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으며 말로 이루지 못할 빡침과 함께 수정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수정.”
“뭐, 뭐. 왜….?”
풀네임으로 불린 수정이가 심상치 않은 이한성의 분위기를 읽고는 살짝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아빠가 자신을 이수정이라고 부른다면, 그럴 때는 꽤나 단단히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수정이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너 방금 빙수 한그릇 다 먹었어 안먹었어.”
“머, 머겄는데….”
“그래. 너 혼자 다 털어먹었지.”
“하, 하지만 더 먹고 싶은걸….”
조용하지만 그래서인지 더 화가 난 듯 느껴지는 이한성의 목소리에 수정이는 우물쭈물 거리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으며 수정이를 바라보았고, 이어서 수정이의 변명을 받아쳤다.
“그래서? 더 먹고 싶다고 그렇게 아빠를 협박하면 돼 안돼?”
“…..안돼요.”
“그치? 안되지. 그런데 왜 그랬을까?”
“…..”
계속되는 이한성의 압박에 수정이는 할 말을 잃은 채 주눅이 든 표정과 함께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자각은 있는 모양이었다.
“다음 부터는 그렇게 협박하려 들지 말고 정중하게 부탁해봐. 그러면 두입 까지는 먹게 해줄테니까.”
잘못을 자각한 아이를 더 혼내봤자 괜히 감정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애가 잘못을 자각했다면 거기서 혼내는 것을 멈추고,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타이르는 것이 중요하다.
썩 자상한 아버지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육아에 대한 철학을 지니고 있는 이한성은 주눅이 든 수정이의 반응을 보고는 화를 억누르며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대답은?”
“….응.”
“대답이 짧다?”
“아라써요….”
“그래. 좀 낫네.”
목소리가 작은 게 좀 흠이지만 그래도 존댓말로 대답한게 어디야.
주눅이 들었지만 그래도 귀에 안들릴 수준은 아니었던 수정이의 대답에 이한성은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주기로 하며 다시 한번 수정이에게 얼음을 부탁하였다.
“얼음 좀 줘봐.”
부탁이라기 보다는 명령에 가까운 어조였지만 수정이는 군말없이 주먹만한 크기의 얼음을 마법으로 만들어내 이한성에게 건네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아까와 똑같이 얼음을 빙수 기계 안에다 넣고는 곱게 갈기 시작했고, 그렇게 집안에는 다시 시끄러운 기계음이 울려퍼졌다.
[위이이잉-]“아까부터 뭐하길래 이리 시끄러워?”
방에서 잠깐 주무시고 계시던 이한성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나오시며 부엌에 다가와 물으셨다. 이에 이한성은 잠시 빙수 기계를 멈추고는 얼음이 잘 갈렸나 확인하며 어머니께 대답했다.
“빙수를 좀 만들고 있었어요. 드실래요?”
“빙수? 한겨울인데 빙수는 무슨….”
“그러지 말고 한입만 드셔 보세요. 빙수 카페 메뉴로 내려고 레시피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니까.”
“빙수 카페라니?”
아직 이한성은 화연 이외의 사람에게 요식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말한 적이 없다. 그랬기에 이참에 다른 사람의 맛 평가도 받아볼 겸 어머니에게 말씀드리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요식업 좀 시작해 보려고 요새 알아보고 있는 중이거든요. 벌써 부동산 쪽 하고 이것저것 알아봤어요.”
“아니, 사업 자금은 있고?”
“저 돈 많으신거 아시잖아요.”
마법에 대해 잘 이해하지 못하시는 점이 많으신 어머니셨기에 이한성은 어머니께 시스템에 대해서라던가 퀘스트 보상에 대해서라던가 하는 일들은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다. 애초에 설명하기가 복잡하기도 하고, 어머니도 아들이 복권에 당첨됐다던가 하는 걸로 알고 계셨기에 이제와서 퀘스트가 어쩌고 저쩌니 말해도 괜히 일만 복잡해질 뿐이기에.
“….하긴, 달리 잔소리 안해도 어지간히 알아서 잘 하겠지.”
분명 아들내미라면 허튼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하려고 들지 않았을 것이다. 이한성의 어머니는 속으로 그렇게 짐작하시며 식탁에 앉으셨고, 이내 빙수 위에다가 토핑을 올리고 있던 이한성에게 턱짓하시며 말하셨다.
“어디 한번 맛이나 좀 보자. 조금만 줘 봐라.”
“네네.”
어머니의 말씀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선반에서 그릇 3개를 꺼내 빙수를 각각 나눠담았다. 그리고는 이내 그중 양이 적당한 그릇을 수정이에게, 양이 가장 적은 그릇은 어머니께, 그리고 양이 가장 많은 그릇은 자신의 앞에 두며 완성된 빙수를 세명의 앞에 분배했다.
“앗싸아!!”
아까보다는 훨씬 적은 양이지만 그 작은 양의 빙수도 혼나서 침울해져 있던 수정이의 기운을 되살리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수정이는 그렇게 그릇을 받기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빙수를 먹어치우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모습을 못말린다는 듯이 바라보고는 이내 어머니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양이 줄어드는 줄도 모르고 정신없이 먹어치우고 있던 수정이와는 다르게, 이한성의 어머니는 그저 빙수를 바라보기만 하시며 머뭇거리고 계셨다. 다름이 아니라, 빙수에 팥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팥은 안 넣어?”
“과일 빙수니까요.”
옛날에는 빙수에 팥이 들어가는 게 상식이었지만 요즘에는 서서히 팥이 안들어가고 과일과 과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토핑들이 들어가는 추세다.
-라며 이한성은 집에 팥이 없어서라는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사실 팥을 넣으면 더 맛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당장 밖에 팥 하나 사러 나가기에는 귀찮음이 만만찮았기 때문에.
“암튼 빨리 드셔보세요.”
이한성이 속마음을 감추며 재촉하자 이한성의 어머니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셨고, 연유와 딸기, 그리고 바나나 토핑이 버무려져 있는 빙수를 한스푼 뜨셔서 입에 넣으셨다.
수정이 입맛에는 맞았지만 어머니의 입맛에는 맞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는데…. 연유를 좀 덜 넣을 걸 그랬나?
보통 어머니의 나잇대 분들은 달달한 맛을 썩 좋아하시지 않아하신다. 나이가 들면 단맛이라는게 상상 이상으로 텁텁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당뇨니 뭐니 하는 지병으로 건강에도 영 좋지 않기 때문에.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내심 걱정하며 빙수를 식도로 넘기신 어머니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이거 인스턴트야?”
“네?”
맛있다, 맛없다, 혹은 그냥 그렇다. 이 셋 중 하나의 반응을 예상하고 있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의 어머니가 보이신 반응은 그 어느것도 아니었다.
“아뇨, 뭐 연유 같은 건 당연히 마트에서 사온거지만 나머지는 다 제가 직접 만든건데요….?”
예상과는 다른 어머니의 반응에 당황한 이한성은 고개를 저으며 약간 어정쩡한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의 어머니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지으시며 되물으셨다.
“그런데 이런 맛이 난다고?”
“이런 맛이라뇨?”
“뭐긴 뭐야. 입에 착 감기는 그런 맛 있잖아.”
인스턴트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부정적인 느낌이들지만 사실 인스턴트 식품들은 대기업들이 수만번의 테스트를 거쳐 만들어낸 맛과 편의성을 동시에 잡은 제조 기술의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수제 음식에서 인스턴트의 맛이 난다면 그건 칭찬이나 다름 없다는 뜻이다.
‘이게 인스턴트 맛이 난다고….?’
대형마트에서 세일할 때 싸게 산 과일과 분유, 거기에다가 빙수 기계도 딱히 프렌차이즈 가게에서 사용하는 고품질이 아니라 그냥 어디에나 있는 3만 7천원 짜리 기계일 뿐이다. 그런데 빙수에서 인스턴트와 비견될 정도의 맛이 난다니, 선뜻 이해할 수가 없다.
어머니의 평가가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이한성은 반쯤 고개를 갸웃거리며 처음으로 자신이 만든 빙수를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오오오!!”
순간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동양풍의 브금이 들려온 듯한 것은 기분 탓일까.
달달하면서도 상쾌하고 깔끔한 맛. 딸기와 바나나의 향기가 어우러져 산뜻한 맛을 내고 연유는 거들 뿐, 적당히 갈아진 얼음으로 부터 나오는 자연적인 달달함.
그냥 실험삼아 집에 있는 재료로 대충 때워서 만든 빙수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맛에 이한성은 본인이 만들어 놓고도 감탄을 금치 못하며 잠시 멍하니 빙수를 내려다 보았다.
“뭐지 이 맛은….? 얼음빨인가?”
아무리 알바를 뛰면서 빙수를 여러번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이한성의 요리실력은 딱 평균보다 조금 나은 수준. 그런 그가 만들어낸 빙수에서 이런 완성형 인스턴트의 맛이 저절로 나올리가 없다.
요리 실력도 평범하고, 사용했던 재료들도 얼음을 빼면 전부 특출난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재료였다. 그 말은 즉슨, 이 환상적인 인스턴트 맛의 비결은 거의 90%가 얼음으로 부터 나왔다는 뜻이 된다.
“….일단 잠깐 확인 좀-”
생각치도 못한 맛에 잠시 멍을 때리던 이한성은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해 빙수의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얼음빨 과일 빙수: 평범한 재료들로 만들어졌지만 하프 엘프의 마력으로 만들어진 얼음이 들어갔기 때문에 실력에 맞지 않은 환상적인 상큼 달콤한 맛이 나게 되었다. 요리를 잘한다고 착각하지 마라.] [맛: A] [마력농도: D-] [기술: C-] [중독성: C]“…..”
뭐지? 이 맞는 말이긴 한데 읽으니까 꼴받는 설명은?
애초에 빙수의 맛이 자신의 실력에서 나온게 아니라는 것 쯤이야 진작에 눈치채고 있었는데 꼭 들으라는 듯이 요리를 잘한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시스템의 설명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순간 울컥하며 입을 꾹 닫았다.
‘참자 참아…. 살아있는 것도 아닌 것 한테 화내서 뭐 어쩌게. 그리고 틀린 말도 아니잖아.’
이한성은 그렇게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억지로 울분을 가라앉혔다. 그리고는 이내 잠시 흥분하느라 읽는 것을 놓쳤던 추가 설명창을 확인했다.
[얼음 속에 능축되어있는 마력의 효과로 인해 섭취시 더위와 피로감이 15% 감소합니다.]“대박.”
맛만 좋은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까 부과효과도 있다. 비록 15%라는 적은 수치이긴 하지만, 더위도 물리고 피로감도 조금이나마 해소해 준다는 과일 빙수의 효과를 본 이한성은 놀라움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내며 무의식적으로 이 빙수가 지닌 가치에 대해 계산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거 생각보다 잘 먹히겠는데? 맛 좋은 건 둘째치고 일단 더위랑 피로감까지 해소시켜주니까 여름에는 거의 불티나게 팔릴 것 같은데. 게다가 15% 라는 수치도 마력을 조금만 더 불여넣는다면 증가할테니까….’
가격이야 최대한 싸게 설정할거고, 거기에다가 맛도 좋고 효과도 좋으니 거의 완전식품의 탄생이다. 심지어 이게 완성된 메뉴도 아니고, 그저 실험용으로 한번 만들어 본 것 뿐이니 완성된 메뉴는 이것보다도 훨씬 괜찮을 것이다.
이 대충만든 빙수 한그릇에서 무시하지 못할 가능성을 엿본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퀘스트 보상과 비견될 정도로 돈을 쏠쏠하게 벌 수 있을 게 분명했기에.
“….이거 아무래도 생각보다 일이 커질 것 같네.”
돈이야 충분하지만 돈은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요식업을 통해서 딱 쓴 정도 만큼의 돈만 벌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이한성은 그렇게 재빠르게 태세를 전환하며 수전노의 기질이 드러난 미소를 입가에 띄웠다.
취미로만 다루자고 생각했던 사업안이 어느샌가 큰그림을 그리는 창업 계획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