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6)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6화(86/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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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로베리 요거트 빙수, 허니 파인애플 빙수, 트리플 베리 아이스크림 빙수, 거기에다가 더블 초콜릿 브라우니 빙수까지…. 어우, 보기만 해도 당뇨병 걸릴 것 같아….”
식탁 위에 나란히 진열된 다양한 종류들의 빙수를 바라보며, 단맛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화연은 그렇게 질색팔색이 된 표정과 함께 눈가를 찡그렸다.
갑자기 마법 과외 하는 날도 아닌데 와보라고 해서 어찌저찌 해영과 함께 이한성의 집을 찾아온 그녀였지만, 설마 부른 이유가 빙수 맛 좀 평가해달라고 부른 건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난 좋은데 뭐. 언니 입맛이 너무 할머니 입맛이라서 그래.”
영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던 화연과는 달리 단맛을 좋아하는 어린애 입맛을 지닌 해영이 입맛을 다시며 화연의 불평을 나무랐다. 어지간히도 빙수의 비주얼이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주저없이 이 모든 빙수들을 직접 손수 제작한 이한성에게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이거 먹어도 되지?”
“안 먹일거면 내가 왜 이걸 다 손수 만들어서 식탁 위에다 진열해 놨겠어?”
해영의 물음에 이한성은 삐딱한 말투로 굳이 그렇게 물어보는 해영의 질문에 대꾸했다. 그러자 허락 아닌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재빠르게 스푼을 들어 4가지의 빙수 중에서 가장 달아 보이는 더블 초콜릿 브라우니 빙수를 숨도 쉬지 않고 퍼먹기 시작했다.
“!!!”
역시나. 저런 표정 지을 줄 알았지.
숟가락을 입에 넣기 무섭게 렉이라도 걸린 듯 굳어버린 해영의 표정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예상했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시험작으로 대충 만들었던 빙수가 상상 이상으로 괜찮았다는 걸 확인했던 그날 이후부터, 이한성은 지난 일주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온갖 재료들을 사다가 빙수를 만드는데 전념해왔다.
본래 빙수라고 한다면 얼음보다는 토핑과 시럽이 맛있어야 맛이 살아나는 법이지만, 이한성의 경우에는 달랐다. 그가 만들어내는 빙수는 토핑은 그저 거들 뿐이고, 얼음이 메인이었기에 그에게 중요한 것은 그냥 어느 재료가 얼음에 잘 맞느냐를 찾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서 다양한 재료들을 사용해 수십 차례의 시도에 걸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4가지 빙수인 것이다.
상큼하고 깔끔한 단맛이 특징인 스트로베리 요거트 빙수, 새콤달콤한 파인애플의 맛과 꿀의 감미로움이 포인트인 허니 파인애플 빙수, 그리고 각종 베리들의 조합과 바닐라 맛 아이스크림의 부드러움이 강점인 트리플 베리 아이스크림 빙수에다가 얼음의 상큼함만 믿고 있는 존재하는 당분이란 당분은 전부 때려박아 만든 더블 초콜릿 브라우니 빙수까지, 이 4가지 모두가 전부 이한성의 자신작이다.
물론 전부 다 얼음빨이긴 하지만 말이다.
“언니!! 이거 빨리 먹어봐!! 진짜 대박이야!!”
한참 동안이나 멍을 때리고 있던 해영이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매우 흥분하며 가만히 있던 화연을 닥달하기 시작했다.
“아니, 난 단 건 별로….”
화연이 좋아하는 건 주로 맵거나 깔끔한 맛이다. 단 걸 아주 싫어하지는 않지만, 역시 더블 초콜릿 브라우니 같은 보기만 해도 당뇨병에 걸릴 것만 같은 음식은 그녀에게 있어서는 사양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영은 싫다는 화연을 계속해서 한입만 먹어보라고 설득 하려고 들었다.
“그러지 말고 한번 먹어보라니까?? 이거 언니도 딱 좋아할 맛이야!”
“해영아, 너 내 입맛 알잖니. 그런 설탕 덩어리를 내가 먹을 것 같아?”
“에헤이! 그러지 말고 자, 아~!”
설득이 통하지 않자 해영은 냅다 화연의 턱을 붙잡고는 강제로 숟가락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이에 당황한 화연은 마법을 쓰는 것도 잊은 채 어떻게든 해영의 손길을 뿌리치려고 했지만, 보통 힘이 아니었다.
“네, 네이년!! 그 불경한 것 치우지 못할까?!”
“자자, 들어갑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사극 말투가 튀어나왔을까. 무슨 신분이 높은 중전이라도 되는 듯한 고상한 말투로 소리를 질러가며 해영을 호통치려드는 화연이었지만, 말은 행동을 이길 수 없는 법이었다.
“….!!?”
금방이라도 욕을 내뱉을 것만 같던 화연의 표정이 빙수가 입에 들어가기 무섭게 사그라들었다. 다른 빙수도 아니고 가장 단 더블 초콜릿 브라우니 빙수를 맛본 그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표정과 함께 당황하며 입안에 들어간 것을 뱉지 않고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것 봐, 내가 뭐랬어. 맛있지?”
“맛있…. 네….? 왜??”
먹자마자 끔찍하게 단 맛이 혀를 유린할 줄 알았건만, 의외로 먹어보니까 달긴 단데 끝맛이 전혀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다. 비주얼로만 봤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맛이다.
그렇게 화연은 속으로 의외로 괜찮은 빙수의 맛에 마치 신세계를 보았다는 듯이 놀라며 본능적으로 다른 빙수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이 싫어하는 가장 단 빙수의 맛이 이정도인데, 다른 빙수들의 맛은 얼마나 더 맛있을까-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이건 무슨 빙수라고 했더라?”
“스트로베리 요거트 빙수.”
화연이 딸기 토핑과 새하얀 크림 비슷한 게 들어간 빙수를 가리키며 묻자, 이한성은 짧막히 그렇게 대답하며 맛보고 싶으면 맛보라는 듯이 턱짓을 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아까 당뇨병이 어쩌고 저쩌고 했던 주제에 입가에 싹 도는 군침을 다시며 무척이나 기대된다는 표정과 함께 빙수를 크게 한스푼 떠서 입 안에 넣었다.
“!!! 이 맛은…. 고향의….”
“고향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연유랑 그릭 요거트가 들어갔는데 뭔 소리야.”
화연이 살던 세계에도 딸기나 요거트가 있었을련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대의 기술로 만들어진 연유나 그리스가 기원인 그릭 요거트를 즐겨 먹었을리는 없다.
즉, 화연의 반응은 토종 한국인이 피자를 먹고는 고향의 맛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뜻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오버 리액션을 뽐내는 화연을 황당하는 듯이 바라보며 그녀의 감탄에 토를 달았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토를 달든 말든, 그녀는 조금도 귀담아 듣지 않은 채 신속히 그릇을 비워갔다.
“와, 근데 진짜 어떻게 이런 맛이 날 수가 있지?? 겨울에 먹어도 괜찮은데??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야!”
금새 그릇 하나를 다 먹어치운 해영이 끊이지 않는 감탄사를 내뱉으며 외쳤다. 그러자 이에 들은체도 안하고 빙수를 먹고 있던 화연이 나지막히 입을 열며 대답했다.
“느낌이 아니라 진짜 풀리는 거일거야. 옅긴 하지만 얼음에서 마력이 느껴지거든.”
“마, 마력?? 대박! 진짜로 피로가 풀리는거였어?! 그럼 이거 완전 오로na민 씨 아니야??”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박ka스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보면 돼.”
그게 그거인뎁쇼.
차이점이 있다면 오로na민 씨는 요즘거고 박ka스는 옛날 세대 거라는 것. 역시나 요즘 트렌드에 대해 무지한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그리 놀랍지도 않다며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왜 굳이 마력을 옅게 해서 사용한거야? 마력 농도를 더 높히면 효능도 늘어날텐데.”
화연이 나이값 못하게 입가에 요거트를 반스푼 묻힌 채 꽤나 어울리지 않는 진중한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조용히 휴지를 한장 뽑아 그녀에게 건내주며 대답했다.
“그게 높일 수 있는 최대치였어. 거기서 더 높이면 얼음이 안 갈리는지라.”
“….하긴. 수정이의 원소 마법이 워낙 특이체질이여야 말이지.”
수정이의 마법 과외 선생님이니 만큼 수정이의 마법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있는 화연은 이한성에게서 휴지를 건네받고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입가를 닦으며 그렇게 공감했다.
태생 부터가 기적이라 할 수 있는 하프엘프인 수정이에게는 두가지의 특이 체질이 있다.
하나는 인간의 피가 섞였기에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마력 폭주를 겪는 위험천만한 체질이고, 다른 하나는 얼음 원소 마법 이외의 마법을 일절 사용하지 못한다는 듣도 보도 못한 특이체질이다.
마력 폭주는 태생 때문에 그렇다 쳐도, 얼음 원소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건 엘프인 화연으로서도 사뭇 이해하지 못하는 점이 많은 체질이다. 애초에 하프엘프라는 존재 자체가 세상 그 어느 존재보다도 희귀한 존재이니 알려진 바가 많이 없고, 연구된 점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녀가 아는 게 거의 없다시피 한 것도 당연하다.
“그나저나 수정이는 지금 뭐하고 있어?”
평소 같았으면 언니들 왔다고 신나하며 딱 달라붙어 있을 수정이의 모습이 코빼기도 비춰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화연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이한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한성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손가락으로 방 안을 가리켰다.
“걔라면 방 안에 틀어박혀 있는데.”
“왜? 설마 어디 아파?”
“그런게 아니라 지금 알을 부화시키겠다고 방에서 이불깔고 전기장판도 깔고 아주 그냥 둥지를 틀고 있는 중이야.”
“…..”
화연의 얼굴이 복잡미묘한 감정으로 물들었다. 이한성이 말한 그대로 상상해버린 수정이의 모습이 너무나 귀여울 것만 같아서, 그리고 그렇게 귀여운 짓을 하며 키우고 있는 알의 정체가 참으로 어마무시한 핵폭탄급 존재여서.
“….잠깐만 보고 올게.”
“그러던가.”
드래곤의 알이 무슨 계란도 아니고 이불이나 전기장판 속에다 품는다고 부화할만한 존재도 아니지만, 누구보다도 드래곤의 위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던 화연은 그대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 수정이의 방으로 향했다.
[똑똑-]“누구야?”
화연이 문을 살며시 두드리자 안에서 수정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에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함과 동시에 수정이에게 물었다.
“수정아. 연이 언니인데, 안에 잠깐 들어가도 될까?”
“여니?”
[덜컥-]문 안쪽에서 들려온 쫑쫑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윽고 방문이 열리며 잠옷 차림을 한 채 부스스해진 머리를 하고 있던 수정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갖 난장판이 되어버린 방 안의 참경과 함께.
“아이구야….”
옷장 안을 완전히 헤집어 놓았는지 바닥에 수도 없이 널브려져 있는 이불과 옷가지들, 거기에다가 그 과정에서 방해가 되었는지 이리저리 휘어지고 끊어진 채 바닥에서 시체처럼 뒹굴고 있는 옷걸이들 까지, 그저 난장판 그 자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그 광경을 본 화연은 저도 모르게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무슨 일 있어?”
“!!”
화연의 탄식 소리를 들은 이한성이 다가와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흠칫하며 어쩔 줄을 몰라 한 채 황급히 사건현장을 은닉하려 들었지만, 그보다 한발 앞서 방에 도착한 이한성은 방 안의 참경을 목격하고야 말았다.
“아, 아빠. 이게 그게 말이지이….”
“…..”
현장을 은닉하는데 실패한 수정이는 급하게 그 쪼그만한 몸으로라도 현장을 감추려 들며 이한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냥 넘어가기에는 현장의 상태가 너무나도 심각했다.
“이수정.”
낮게 가라앉은 이한성의 심각한 목소리가 방안에서 울려퍼졌다. 당연하게 화가 난 이한성의 모습을 본 수정이는 어떻게든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바로 옆에 서있던 화연에게 눈빛으로 SOS 신호를 보냈지만, 애석하게도 실드를 쳐주기에는 방 안의 상태가 너무나도 개판이었기에 화연은 그저 미안하다는 듯이 손으로 x자를 만드며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방 안이 어쩌다가 이렇게 된건지….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그, 그러니까아…. 이불만으로는 용용이가 추워할 것 가타서….”
“그래서 옷장 안의 옷가지들을 죄다 꺼내서 이 모양으로 만들어놨다, 이거야?”
“그, 그치이….?”
“그치?”
“히끅!”
그 어느때 보다도 무서운 이한성의 눈빛과 목소리에 수정이는 너무 당황한 나머지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자, 잘못…. 히끅-해씁니…. 히끅-”
“….휴우. 알고 있다면 됐어.”
딸꾹질을 하면서 까지 어떻게든 죄를 뉘우치려고 하는 수정이의 모습이 참으로도 필사적이면서도 안쓰러워서 였을까, 이한성은 그 이상 화를 내려고 하지도, 호통을 치려고 하지도 않은 채 그저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말했다.
“대신 방은 네가 치워야 한다. 이의없지?”
“히끅-응응!”
수정이가 딸꾹질과 함께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그리 대답했다. 그리고는 이내 재빠르게 방 안에 널브려져 있던 옷들을 서툰 손동작으로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를 말 없이 감시하듯 지켜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사실 [리커버리] 스킬을 쓰면 되니까 딱히 청소를 안시켜도 되긴 하지만…. 그렇게 넘어가버리면 교육에 별로 좋지 못하겠지.’
괜히 스킬을 사용해서 이 참상을 단번에 해결해 버렸다가는 나중에 애가 방 안을 어질러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수정이가 그런 식으로 잘못 배운 채 크기를 원치 않았기에 이한성은 어지른 방을 청소하는게 얼마나 힘든 건지 몸소 체험시켜주기 위해 일부러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수정이에게 청소를 시킨 것이었다.
“후훗, 아빠 다 됐네.”
“하지마.”
꽤나 훌륭하게 부모 노릇을 하는 모습을 본 화연이 웃으며 장난으로 놀리자, 이한성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가에 띄우고 있던 미소를 지우며 일부러 깔은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대꾸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화연은 웃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금빛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나이답지 못하게 20대 소녀 처럼 쿡쿡 웃기를 반복했고, 그 모습을 본 이한성은 순간 저도 모르게 그녀의 미소를 바라보며 빠져들듯 그녀에게 시선을 빼앗겼다.
발끝에 딱딱한 무언가가 닿기 전 까지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