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7)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7화(87/245)
87
[데구르르르-툭-]“….?”
이한성이 화연의 미소에 시선을 팔고 있던 그 순간, 딱딱한 무언가가 갑자기이한성의 발끝에 닿았다.
발끝의 감촉에 이한성은 반사적으로 발 밑을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수정이가 급하게 치우느라고 저기 이불 둥지로 부터 문앞까지 굴러온 파프니르의 알이 그의 눈가에 들어왔다.
“….방을 치울거면 이것 부터 치울 것이지.”
이한성은 발밑까지 굴러온 알을 바라보더니, 이내 알을 주으려는 듯이 허리를 숙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벌떡-]“?”
알을 주으려던 이한성의 손끝이 허공을 스쳤다. 눈이 외눈인 것도 아니고 시력도 멀쩡한데 가만히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알 하나 줍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황한 이한성은 이윽고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파프니르의 알을 쳐다보았다.
“…..지금 내가 뭘 잘못 보고있는건가?”
저 알, 지금 지 혼자 오뚝이 마냥 우뚝 선 것 같은데.
콜럼버스의 달걀도 아니고 알이 제멋대로 서버렸다. 그런 믿기지가 않는 광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한 이한성은 이내 갈 곳을 잃은 시선과 함께 천천히 옆에 있던 화연을 바라보았지만, 이한성과 똑같이 방금 전의 일을 똑똑히 목격한 그녀 또한 단단히도 당황한 기색을 내비치며 가만히 얼어붙어버린 상태였다.
“저, 저거, 방금 움직였지….?”
“그, 그런 것 같은데….”
부화하지도 않은 알이 제멋대로 움직인다는 것 오로직 한가지만을 뜻한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이한성과 화연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표정으로 우뚝 서버린 드래곤의 알을 내려다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설마 드래곤이라는 거 말이야…. 태어났을 때 부터 막 사람을 잡아먹는다던가 하는 건 아니겠지….?”
“나, 나도 잘 모르는데….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쩌적-]화연이 말을 더듬으며 대답한 것과 동시에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알의 표면에 아주 미세한 금이 생겨났다.
“어…. 덕테이프가 어딨더라….”
그 기술력의 집약체인 우주 정거장까지 고칠 수 있다는 덕테이프로 알을 꽁꽁 싸맨다면 어찌저찌 알이 부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말도 안되는 무지성으로 스스로를 진정시키며 덕테이프를 찾으려던 이한성이었지만, 그가 테이프를 찾기도 전에 다시 한번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퍼지며 그의 동작을 멈춰 세웠다.
[쩌저적-]“그, 그거 알아?”
알에 간 금이 아까보다 더 커지자, 화연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이 상황에 갑자기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고 묻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뭘?”
“나 말이야…. 방금 전 까지만 해도 600년 정도 살았으면 충분히 산거라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뭐..”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600년은 좀 짧은 것 같아.”
“…..”
엘프나 사람이나 막상 죽을 때가 되면 죽기 싫어지는 것은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겁에 질린 화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알에 난 금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그저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저게 부화하면 대체 어떻게되는 것일까. 일단 화연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닥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드래곤이라고 해봤자 미디어 매체로 밖에 접해보지 못했던 이한성은 벌써부터 죽을 걱정을 하는 화연과는 달리 어디까지나 비교적이지만 상당해 태연한 태도와 함께 최대한 냉정하게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일단 알의 크기가 막 그렇게 큰 정도는 아니니까 막 태어나자 마자 대재앙을 불러온다던가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무리 파프니르의 알이니 뭐니 해도 갓 부화하자 마자 세상을 멸망시키려 든다던가 사람을 잡아먹으려 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사납다는 호랑이나 사자들도 새끼 때는 그냥 귀여운 고양이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은가.
이한성은 그렇게 부디 귀엽지는 않더라도 위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며 거의 다 깨져가는 알의 껍데기를 지켜보았다.
[툭-]알 껍데기에 난 금이 거미줄처럼 얽혀가던 가운데, 결국 알의 껍데기가 갈라지며 드러나더니 이윽고 방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위험도 EX랭크를 지닌 생명체가 알 껍데기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뀨?”
“….?”
그런데 어째 위험도가 EX 랭크인 것 치고는 울음소리가 많이 귀여운 것 같다.
태어나자 마자 괴성을 질러대고 불을 뿜으며 난리를 쳐댈 줄 알았더니만, 예상외로 귀엽게 들려오는 울음소리에 이한성은 조금 많이 당혹스러워 하며 알 껍데기를 모자 삼아 머리를 드러낸 작디 작은 귀여운 파충류의 모습을 내려다 보았다.
“….이게 드래곤이라고?”
그냥 갓 태어난 도마뱀 아니야?? 아니, 뭔 위험도가 EX 랭크라더니 어쩌니 하더니만은 토끼랑 싸워도 질 것 같이 생겼는데.
파충류 특유의 오돌토돌해 보이는 흑색 비늘, 드래곤 주제에 무슨 초식동물 마냥 똘망한 눈, 거기에다가 좀 모자라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알 껍데기를 뒤집어 쓴 채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 상상조차 못할 귀여움이 팍팍 풍겨나는 모습.
생각보다 귀엽게 생겼을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귀엽게 생긴 포x몬 비슷한 무언가가 나오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용용아~!!!”
잠시 방 안에서 정적이 맴돌던 그 순간, 알이 부화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수정이가 방을 정리하다 말고 냅다 달려와 이제 막 태어난 새끼용을 인형이라도 되는 듯 품에 안으며 얼굴을 부비대기 시작했다.
“야야 수정아! 걔 그렇게 막 함부로 안고 그러면 안돼!!”
“? 왜에?”
“왜냐니, 당연히….”
….니가 지금 품에 안고 있는 그게 크면 지구 따윈 아주 그냥 화성처럼 리모델링 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존재니까-라고 말하려던 이한성이었지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수정이의 품에 안겨있던 새끼용이 날개를 파닥이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뀩! 뀨욱!”
“아앗?!”
새끼용이 발버둥칠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수정이는 그만 용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그렇게 수정이의 손길을 벗어난 새끼용은 그대로 공중으로 도약해….
….이한성의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 이한성은 반응할 틈도 없이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새끼용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위기를 감지했습니다.] [시간이 느려집니다.]이 상황이 정말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시스템은 충분히 위험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판단했는지 이한성과 화연읠 제외한 주변의 모든 색들이 흑빛으로 물들며 느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날아드는 새끼용의 속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철푸덕!]꽤나 육중한 몸무게가 정통으로 이한성의 얼굴에 부딪쳤다. 약 5.5kg의 생명체와 정면으로 충돌해버린 이한성은 그대로 뒤로 넘어지며 고꾸라졌고, 이내 죽은 듯이 바닥에 드러누웠다.
“괘, 괜찮아….?”
“….아니.”
괜찮냐는 화연의 물음에 이한성은 그렇게 나지막히 대답하며 얼굴에 착 달라붙은 새끼용의 뒷덜미를 붙잡아 떼어냈다.
“뀨?”
새끼용이 드래곤 답지 못한 귀여운 모습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한성에게 뒷덜미를 잡힌 채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뒤로 넘어지는 바람에 뻐근해진 허리를 두드리며 조용히 몸을 일으켰고, 이내 새끼용을 유심히 쳐다보더니 옆에서 꽤나 당황스러워 하고 있던 화연에게 물었다.
“….이거 진짜 드래곤 맞아?”
“어…. 아마 그럴 걸….? 일단 느껴지는 마력을 봐선 드래곤이 맞는 것 같기는 한데….”
마력 랭크가 SS+라는 시스템의 설명이 우습지 않게 느껴지는 마력의 양만 해도 어지간한 대마법사 수십명 분의 양이다. 이제 막 태어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600년을 살아온 엘프인 자신을 웃도는 마력을 새끼용으로 부터 느낀 화연은 여전히 믿겨지지가 않는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하며 허리를 숙여 새끼용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뭐야, 드래곤 본 적이 있는거 아니었어?”
“아니;; 당연히 없지…. 멸종한지가 언젠데….”
화연이 살던 세계에서의 드래곤은 이미 수천년 전에 세상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종족이다. 수억년 전에 멸종했다던 공룡처럼 어떻게 생겼고 실제로 존재했는지 조차 모호한 정도는 아니더라도, 이미 사람들에게는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는 고대의 종족인 것이다.
물론 지금 이렇게 그 드래곤의 새끼가 눈앞에 있으니 멸종했다는 소리는 거짓으로 판명이 나버렸지만 말이다.
“다들 아까부터 방에서 뭐해?”
부엌에서 소란을 듣고 온 해영이 불쑥 고개를 내밀며 물었다. 남들이 자리를 비운 덕에 남아있던 빙수들을 혼자서 전부 먹어치운 그녀는 자연스럽게 이한성이 붙잡고 있던 난생 본 적 없는 생명체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이윽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이한성을 바라보았다.
“어? 오빠 애완용 도마뱀도 키웠었어?”
“아니, 이거 도마뱀 아닌데.”
“? 그럼 카멜레온이야?”
“이게 어딜 봐서 카멜레온이야.”
저 등에 솟아난 날개가 아무래도 해영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걸까. 이한성은 딱 봐도 도마뱀이나 카멜레온처럼 생기지는 않은 새끼용의 모습을 바라보며 그렇게 해영의 시력을 의심해 보았다.
“아빠빠! 나도 용용이 안아볼래!”
“어…. 그래, 그래라.”
….딱히 생긴게 해로워 보이거나 하지는 않으니까 괜찮겠지….?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난폭한 모습을 보이지 않은 채 온순하게 구는 새끼용의 반응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방방 뛰면서 잔뜩 기대하는 수정이에게 조심스럽게 새끼용을 안겨주었다.
“뀩! 뀨규!”
“으아앗!? 가만히 좀 있써!”
하지만 수정이의 품에 안기기 무섭게 새끼용은 또다시 있는 힘껏 발버둥치며 수정이의 손길을 벗어나 날개를 퍼덕여 사뿐히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는 이내 착지하자 마자 다시 이한성을 향해 엉금엉금 다가갔고, 마치 제 어미를 대하듯 얼굴을 부비 거리기 시작했다.
“….얘 왜 이래?”
뭐지? 왜 아까도 그렇고 자꾸만 나한테 들러붙으려 드는거지?? 내가 얼굴 상이 용상인 것도 아닐텐데….
아까는 그냥 수정이의 손길이 불편해서 벗어나려다가 실수로 달려든 줄 알았더니만, 이번에도 이렇게 행동하는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실수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혹시…. 각인 때문에 그런 거 아닐까?”
영문을 모르겠는 새끼용의 행동에 이한성이 의문을 표하자, 이에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화연이 잘 모르겠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각인?”
“그 왜 있잖아. 알에서 갓 태어난 새들이 처음 보는 사람이나 물건을 어미새로 인식하고 줄줄히 따라다니는 거. 얘도 일단은 알에서 태어났으니까…. 대충 그런 거 아닐까?”
“….그러니까 요게 날 지 부모라고 인식해서 이러는거라고?”
“응. 어디까지나 짐작이기는 하지만….”
얼추 그럴싸 한 가설이었다. 딱히 근거가 있는 가설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신뢰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도 아닌 화연의 가설에 이한성은 심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이가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니, 애 하나 키우는 것도 골치 아픈데….”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키우는 사람들은 있다지만 아무리 그래도 드래곤을 강아지랑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물론 수정이가 저 알을 키우겠다고 고집을 피웠을 때 부터 어차피 관리는 자신이 해야 될 것이라고 대충 짐작은 했던 이한성이었지만, 설마 저 새끼용이 자신을 부모라고 인식하게 될 줄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
‘아니지, 오히려 잘된 건가….? 저게 날 부모라고 인식한다면 일단 내 말은 들을거라는 거 아니야.’
사람과 드래곤간의 의사소통이라는게 애초에 성립이 될련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따지고 보자면 잘 훈련된 개들도 사람말을 얼추 알아듣고는 하니 아주 불가능한 생각은 아닐 것이다.
“뀨우우….”
“?”
이한성이 그렇게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그 순간, 왠지 모르게 어디에선가 많이 들어본 톤의 울음소리가 이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왜 익숙하게 들리는거지?”
살면서 드래곤을 본 건 오늘이 처음이다. 그런데 왜 처음듣는 드래곤의 울음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것 처럼 느껴질 정도로 이렇게나 귀에 익숙하게 들려오는 것일까.
설마….
어리둥절해 하던 이한성의 머릿속에 순간 한가지 생각이 번개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생각이 스쳐지나가기 무섭게, 그는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하여 새끼용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이름: ???] [종족: 드래곤] [나이: 생후 4분 44초] [Hp: 250/250] [Mp: 32000/32000] [상태: 배고픔]“….어째 귀에 익숙한 소리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