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8화(8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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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종족: 드래곤] [나이: 생후 4분 44초] [Hp: 250/250] [Mp: 32000/32000] [상태: 배고픔]“….어째 귀에 익숙한 소리다 했다.”
몇달 전 까지만 했어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어봤던 울음소리다. 아무리 들어봐도 사람이 내는 소리는 아니지만, 톤이고 뭐고 뉘양스가 아주 그냥 밥 달라고 찡찡거리던 갓난아기 시절의 수정이와 똑 닮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한숨을 내쉬며 그나마 드래곤에 관련해 아는 게 많은 화연에게 물었다.
“혹시 드래곤이 뭐 먹는지 알아?”
“어…. 확실하지는 않지만 아마 마력이 주식일 걸….?”
화연이 잘은 모르겠다는 듯한 말투로 대답했다.
“마력?”
“응.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 한테서 얼핏 들은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는 한데…. 드래곤은 음식을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지는 않는다고 들었거든.”
현존하는 종족중에 가희 최상위 포식자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은 다른 생물들과는 달리 생존하거나 성장하는데 식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드래곤은 호흡하는 것 만으로도 대기 중의 마력을 흡수하여 영양분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얜 대체 뭣 때문에 배고프다고 난리치고 있는건데?”
음식을 먹지 않는다면서 배고프다고 아주 그냥 밥 달라고 대놓고 눈치를 주고 있다. 화연의 말이 진짜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지구의 대기는 마력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 그런걸지도….”
화연이 살던 세계, 테라리움과는 달리 지구의 대기에 깃들어있는 마력 농도는 100분의 1수준도 되지 않는다. 애초에 지구의 환경이 테라리움과 같았다면 지구 또한 테라리움과 마찬가지로 마법이 넘쳐나는 판타지 세계였을테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사실이다.
그러니 제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할지라도 호흡만으로 흡수 할 수 있는 마력의 양은 성장과 생존에 필요한 양에 비해서는 턱도 없이 부족한 것이다.
“성체 드래곤이라면 심장이 뛰는 것 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저절로 생기겠지만 이 아이처럼 갓 태어난 헤츨링은 그게 힘들거야. 그러니까 배가 고픈거겠지.”
화연이 알고 있는 쥐꼬리만한 드래곤의 지식을 쥐어짜내며 그럴싸 한 가설을 내놓았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문득 떠오른 의문에 그녀에게 질문을 건넸다.
“잠깐만, 지구에는 마력이란 게 거의 없다면 너도 그렇고 수정이도 그렇고, 마법은 대체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건데??”
대기중에 마력이 없는데 마법을 쓴다는 건 마치 기름이 없는데 차를 굴린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 그게 사실이라면 화연은 마법을 쓸 수 없어야 하고, 수정이는 애초에 마력폭주를 겪을 일이 없었어야 마땅하다.
“나나 수정이야 먹은 음식을 소화하는 걸로 체내에 마력이 쌓이니까 마법을 쓰는 건 문제가 없어. 물론 상위 마법을 사용하는건 좀 까다롭지만. 아마 생물학에서 배우는 세포의 신진대사 활동이랑 거의 똑같다고 생각하면 될거야.”
“어…. 어어 그래.”
세포의 신진대사가 대체 어떤 식으로 가능한건지는 1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대충 이해가 가니까 그냥 그렇다고 하자.
“하지만 드래곤은…. 우리들이랑은 다르겠지. 애초에 음식을 섭취하지 않는 생물이니까.”
호흡만으로도 마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다른 생물에겐 불가능할 상식을 벗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오히려 그런 능력 때문에 지구에서는 가장 취약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밥을 먹을수도, 그렇다고 대기중에서 마력을 흡수할 수도 없는 채 배고프다고 낑낑거리고 있는 새끼용을 바라보며 화연은 살짝 불쌍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니까…. 대충 말하자면 드래곤은 성능 좋은 가솔린 엔진인데 하필이면 가솔린이 없는 세계에 오는 바람에 굶어 죽게 생겼다…. 이거지?”
이한성이 그나마 자신이 좀 잘 알고 있는 자동차에 관한 지식을 비유로 삼으며 물었다. 그러자 이에 화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긍정했다.
“그렇지. 엘프나 하프엘프는 디젤엔진 처럼 음식만 먹어도 마력을 체내에 생성할 수 있으니까.”
물론 다른 점이 있다면 현실에서의 디젤 엔진은 가솔린 엔진보다 효율이 좋지만, 엘프들이 마력을 생성하는 과정은 드래곤에 비해 효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것 뿐.
이제야 좀 이해가 가기 시작했던 이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직도 배고프다고 울고 있는 새끼용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순간, 아까부터 가만히 입을 다물고 서있던 해영이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며 말을 꺼냈다.
“저기요들….? 아까부터 드래곤이 어쩌니 마력이 저쩌니 하고 있는데…. 설명 좀??”
….아, 그러고 보니 얘도 있었지 참.
잠시 드래곤의 신비에 대해 배우느라고 잊고 있었다.
“설명이라면 방금 전까지 계속 하고 있었잖아.”
“아니, 그러니까…. 저 귀엽게 생긴 도마뱀이 드래곤이라고? 그 막 불 뿜고 날아다니고 하는 그 드래곤??”
이제와서 뭘 그리 당황하냐고 묻는 화연의 말에 해영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며 상당히 이미지와는 괴리감이 큰 새끼용을 바라보았다.
“….언니, 오빠. 나 쟤 키우면 안될까?”
“뭐?”
“쟤 엄청 귀엽게 생겼잖아. 나 꼭 반려견 같은거 하나 키우고 싶었는데.”
“반려견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아까부터 대체 뭘 들은거야?? 저거 드래곤이라니까??”
아무래도 저 귀엽게 생긴 외견에 저게 호랑이와는 비교도 안될 맹수보다 더한 존재라는 사실을 망각한 모양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해영의 말에 이한성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에 화연 또한 이한성에게 합세하며 해영에게 잔소리를 퍼붓기 시작했다.
“절대 안돼. 꿈도 꾸지마. 내가 미쳤다고 내 집에서 드래곤을 키우게 냅둘 것 같니??”
“아 언니~ 저렇게 귀여운 걸 안키우겠다고?? 진심이야??”
해영이 이한성의 발밑에 딱 달라붙어 있던 새끼용을 번쩍 들어 안으며 화연을 설득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집주인인 화연을 설득하려고 들기보다도 앞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수정이가 끼어들며 그녀로 부터 새끼용을 낚아채듯 돌려받았다.
“안돼!! 용용이는 우리집에서 살꺼야!!”
“…..뀨?”
수정이가 잔뜩 삐진 표정과 함께 새끼용을 끌어안은 채 그렇게 항의했다. 그러자 귀여운 생명체가 귀여운 생명체를 끌어안고 있는 극상의 귀여움을 목격한 해영은 자신의 손을 주체하지 못한 채 그대로 핸드폰을 꺼내 0.01초의 속도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찰칵-찰칵- 찰칵-]“하악 하악…. 와, 미춌다 미춌어….”
“…..”
“….신고해야겠다. 사고치기 전에.”
누가 봐도 위험한 대사와 표정을 지은 채 수정이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하는 해영의 기행에 이한성은 진심어린 목소리와 함께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하며 핸드폰을 꺼내들려고 했다.
[까tok-]“?”
하지만 그가 경찰에 신고하기도 직전에, 타이밍 좋게 온 메시지 하나가 핸드폰의 화면을 가리며 그를 멈춰 세웠다.
[뇌물입니당. 눈감아주세요]방금 막 찍은 수정이의 귀여움이 담겨진 첨부파일과 함께.
“….딱 이번만이야.”
자신을 향해 윙크를 보내오는 해영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나지막한 한마디와 함께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결국 드래곤한테 뭘 먹여야 할지는 모른다 이거지?”
중간에 옆길로 새버린 대화를 다시 본론으로 되돌리며, 이한성이 다시 한번 화연에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한성은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 굶기는 것도 좀 그런데.”
줄 수 있는 먹이가 없으니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저리도 익숙한 울음소리로 밥을 달라고 칭얼거리는 새끼용을 보고있자니 어째 양심이 찔린다.
“아빠~ 나 용용이랑 같이 빙수 먹으면 안돼?”
수정이가 아까보다 얌전해진 새끼용을 안은 채로 이한성의 바짓자락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아무래도 새끼용이 너무 허기가 진 나머지 발버둥 칠 힘조차 전부 써버리고 말았던 모양이었다.
“야, 드래곤이 빙수 같은 걸 먹겠냐? 말이 되는 소리를….”
얼토당토 않는 수정이의 말에 이한성은 늘 그랬듯이 삐딱한 말투로 안된다고 대꾸하려고 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말은 끝을 맺지 못한 채 점점 흐려졌다.
….잠깐만. 빙수….?
불현듯 떠오른 한가지 생각이 이한성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드래곤은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다. 그들의 주식은 대기중의 마력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것은 즉, 굳이 호흡을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마력이 깃든 식사를 통해 마력을 섭취할 수만 있다면 대기 중의 낮은 마력 농도는 문제가 안된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이한성은 마력이 깃든 음식을 만드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빙수.”
이한성이 갑작스럽게 손뼉을 치며 페르마의 정리를 깨닫기라도 한 수학자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이에 주변에 있던 모두가 갑자기 왜 그러냐는 듯이 묻고싶은 듯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빙수라니…. 빙수가 뭐?”
“아까 만들었던 빙수에 마력이 깃들어 있었잖아. 그걸 먹인다면?”
화연의 물음에 이한성은 마치 한번 생각해 보라는 듯이 그녀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이에 화연은 잠시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 거렸지만, 그녀가 이한성의 말뜻을 깨닫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 마법으로 만든 얼음!”
원소 마법을 통해 만들어진 얼음. 그냥 물을 얼린 것과는 달리 원소 마법으로 만들어진 얼음은 다양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왜냐하면 적지 않은 농도의 마력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수정아. 잠깐 작은 얼음 하나만 만들어봐라.”
“? 갑자기 왜?”
“그 용새끼가 먹나 한번 확인해 보게.”
“용새끼 아냐! 용용이야!!”
“그래그래, 암튼 그 용용이한테 얼음 하나 만들어서 줘 봐.”
건성으로 알겠다는 듯이 대답하는 이한성의 말에 수정이는 잠시 뚱한 표정을 지었지만, 별 다른 말 없이 아빠가 부탁한 대로 작은 얼음을 만들어내 품에 안겨있던 새끼용의 입가에 갖다댔다.
“뀨우…. 뀨….”
“아! 먹는다!”
아니나 다를까, 수정이가 얼음을 건내주기 무섭게 새끼용은 바로 혀를 날름거리며 아직 이빨도 제대로 아니 않은 입으로 얼음을 할짝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재빠르게 다시 한번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해 새끼용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름: ???] [종족: 드래곤] [나이: 생후 15분 32초] [Hp: 250/250] [Mp: 32000/32000] [상태: 출출함]“오, 확실히 아까보다는 나아진 것 같네.”
상태가 [배고픔]에서 [출출함]으로 바뀌었다. 분명 아까보다는 허기가 해소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자신의 예상이 맞아들었다는 걸 확인한 이한성은 다행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시스템 창을 닫았다.
이제는 적어도 이 새끼용이 굶어 죽을 일은 없을 거다. 아직 이 새끼용을 키우기에는 모르는 것도 많고 부족한 것도 많았지만 적어도 먹이 문제는 해결했다는 건 큰 수확이었다.
“그래서? 앞으로 이걸 어떻게 키울건지는 뭐 구체적으로 생각해놓은 거라도 있어?”
“…..”
화연의 물음에 이한성의 얼굴에는 다시 근심이 한가득 드리워졌다. 훈련사 출신도 아니고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조차 없는 그가 드래곤을 길들이겠다고 해봤자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리가 없었다.
“어…. 일단은 앉아 부터 가르치면 될 것 같은데….”
날아다니기만 하던 수정이에게도 걸음마를 가르쳤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이한성에게는 딱히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도 어느정도의 자신은 있었다. 개를 키우는 것과 애를 키우는 것, 둘 중에서 어느게 더 힘든 것이냐고 묻는 다면 당연히 정답은 후자였기에.
“…..혹시 저게 동네 강아지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비슷하지 않나….? 아직은 작잖아.”
“….혹시나 했더니만 역시나구나.”
성체가 된 다음이 문제지, 갓 태어난 헤츨링인 시절에는 키우는데 그렇게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속마음이 훤히 드러나는 이한성의 대답에 화연이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모르지? 드래곤은 폴리모프라는 걸 한다는 거.”
“….폴리모프?”
영어에는 쥐약인 이한성이 딱 들어보아도 영어로 들리는 단어에 어리둥절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러자 이에 같은 수준으로 영어에 취약한 화연은 아까보다도 더욱 깊은 한숨과 함께 나지막히 설명했다.
“쟤, 나중에 좀 크면 인간의 모습으로 둔갑하고 다닌다고.”
“??????”
순간 이한성의 얼굴에 물음표 다발이 비춰져 보였던 건 기분 탓일까.
“어…. 그러니까…. 인간으로 둔갑한다는 건…. 막 말도 하고 그런다는 거….?”
“응.”
“…..”
인간으로 둔갑도 하고 말도 하게 된다. 이 두가지가 의미하는 것은 오직 하나.
다사다난한 개고생 육아 일기 시즌 2가 시작된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