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8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89화(8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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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자식을 가지게 되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아이를 좋아해서, 누군가는 좋은 부모가 되어보고 싶어서, 다른 누군가는 한순간의 쾌락을 이기지 못해서, 그리고 또 다른 누군가는 원치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어서.
그 외에도 남들이 알지 못할 수만가지 개인적인 이유들이 존재하겠지만, 아무튼간에 이유가 어떻든 자식을 한번 가져본 사람들은 아마 거의 다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둘째를 가지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아이를 기를 준비가 되어 있든, 되어있지 않든 간에 육아는 어찌되었든 힘든 일이다. 당연히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기를 키워보게 되는 부모는 많은 면에서 미숙하고 실수를 반복할 수 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극도의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고난의 나날을 헤쳐나가다 보면 어느샌가 자신이 대체 이런 겉모습만 귀여울 뿐인 몬스터들을 왜 가질려고 했는지 한번쯤은 의문이 들게 되기 마련이다.
물론,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으니 세상 어딘가에는 그런 고난들을 겪고도 자의로든 타의로든 둘째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애 하나 키우기가 참 어렵고 힘든 요즘 세상에 아마 첫째를 가지고도 둘째를 계획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계획도 없이 첫째를 가졌을 때와 똑같이 한순간의 쾌락을 이기지 못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앞서 말한 예시들 중에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남자가 있다.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애인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하룻밤의 쾌락은 커녕 다른 이성과 하룻밤 자체를 보내본 적도 없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독신주의자임에도 졸지에 자식을 둘이나 가지게 된 남자가.
“뀨우우우! 뀨우우우!”
“…..”
꼭두새벽부터 집안에서 마치 새벽 알람마냥 울려퍼지는 인간의 것이 아닌 특이한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한성은 충혈된 눈과 함께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 인생….”
힘든 시절은 갔다고 생각했는데 대체 뭐가 또 꼬인건지 다시 이 모양 이 꼴이다. 언제 울릴 지 모르는 알람시계와 24시간을 함께하는, 잠자는 것이 거의 허락되지 않은 고난만이 가득한 꼴.
다들 뭐든지 한번 겪으면 두번째는 좀 낫다고들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경험이 있음에도 제대로 수면도 못 취하고 한두 시간 간격으로 강제로 일어나야만 하는 게 얼마나 뭣 같은지 지금 이 순간에도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는 이한성은 조용히 몸을 일으켜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는 거실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익-]이한성이 거실로 나오기 무섭게 경첩의 마찰음이 울려퍼지며 복도 마주편의 문이 덜컥 열렸다.
“아빠…. 나 시끄러워서 잠이 안와….”
방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아닌 수정이. 항상 한번 잠들면 적어도 아침 9시 까지는 푹 자는 수정이었지만, 역시나 수정이에게도 이 시간을 가리지 않고 울려퍼지는 생체알람은 도저히 견딜 수 있는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니가 그 말 하니까 되게 안어울리는거, 알아?”
몇달 전까지만 해도 똑같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면서 사람의 기력을 쪽쪽 빨아먹었던 장본인이 저런 말을 하니까 개구리 올챙잇 적 시절 모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새벽에 잠에서 깨는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연달아 하품을 내뱉으며 도저히 눈을 뜨지 못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조용히 한시라도 빨리 이 시끄러운 알람소리를 끄기 위해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수정이의 얼음을 한조각 꺼냈다.
“뀨우우욱! 뀨우우우!”
“아 시끄러 이것아…. 금방 줄테니까 좀 조용히 하면 어디가 덧나냐….”
거실의 소파 위에 놓여진 작은 바구니 속에서 푹신한 이불을 덮은 채 뀨룩거리는 새끼용을 향해 다가간 이한성은 그렇게 냉동고에서 꺼낸 얼음 한조각을 입에 넣어주며 새끼용을 나지막히 꾸짖었다.
“뀨우우우…. 뀨우….”
꾸짖어서일까, 아니면 얼음 속의 마력으로 배를 채워서일까, 시끄럽게 울던 새끼용이 서서히 조용해지자 이한성은 그제서야 한숨을 덜며 거실의 벽에 걸려있던 시계를 바라보았다.
“….아직 새벽 4시네.”
느낌 상으로는 새벽 5시 쯤은 된 줄 알았는데 그보다 더 이른 시간이다. 울음소리 때문에 잠도 다 깬 지라 이제와서 다시 자러가기에도 영 그랬던 이한성은 이왕 지금 일어난 거, 부엌에서 빙수 카페에 내놓은 레시피나 좀 다듬자고 생각하며 거실에서 가만히 서있는 채로 고개를 꾸벅거리고 있는 수정이에게 말했다.
“넌 다시 들어가서 자. 아직 해 뜨려면 멀었어.”
“후아아암…. 아빠는 안잘꺼야….?”
“아빠는 지금 잠이 다 날아가서 자고 싶어도 못자. 너나 실컷 자.”
“우으으으…. 그러면 나도 안잘래.”
다시 방에 들어가서 자라고 해도 안자겠다는 대답한 수정이었지만, 그렇게 말한 것과는 달리 수정이의 상태는 언제 중심을 잃고 넘어져서 바닥에서 잠들어버릴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고집 부리지 말고 빨리 가서 자. 일찍 안자면 너 키 안큰다?”
“하우음…. 수정이는 이대로가 좋다고 할머니가 그랬써….”
수정이가 입에 뭐가 들어가도 못 알아챌 정도로 크게 하품을 하며 졸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난데 없이 들려온 제3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며 고집 피우는 수정이를 꾸짖었다.
“난 그런 말 한 적 없다만.”
“아오 깜짝이야.”
기척도 없이 바로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이한성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깨셨어요?””
“아까 전에. 집안이 그렇게 시끄러웠는데 계속 자는 게 더 이상하지.”
목소리의 정체는 역시나 새끼용의 울음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버리신 이한성의 어머니였다. 애초에 이 집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수정이와 이한성, 그리고 어머니 뿐이셨기 때문에 귀신에 홀린 것이 아닌 이상에야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올 일은 없다.
“상태는 좀 어떠니?”
“용새끼를 말하시는 거면 방금 막 다시 잠들었어요.”
어머니의 물음에 이한성은 곤히 잠들은 바구니 안의 새끼용을 가리키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그의 어머니는 어딘가 그리우신 표정을 지으셨고, 나지막히 혼잣말을 중얼거리셨다.
“저 바구니, 아직도 가지고 있었어?”
“네 뭐…. 어쩌다 보니까 버리기 귀찮아서.”
수정이를 처음으로 만났던 그날, 시스템은 저 바구니 속에서 곤히 잠들어 있던 수정이를 이한성에게 떠넘겼었고, 수정이가 훌쩍 성장한 이후로 저 바구니는 더 이상 필요가 없어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한성은 여태껏 저 바구니를 버리지 않은 채 먼지가 쌓이지 않도록 간간히 청소도 하면서 지켜왔다.
‘이런 식으로 다시 쓰이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야.’
솔직히 말하자면 쓸데없이 공간만 차지한다고도 생각한 적이 몇번인가 있었다. 여태껏 저 바구니를 버리지 않고 내버려 뒀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추억 때문이었으니.
‘그나저나 앞으로도 계속 이런 피곤한 일이 반복되면 곤란한데….’
잠시 바구니에 대한 추억을 돌이켜 보던 와중, 막연히 떠오른 걱정들이 하나 둘 씩 이한성의 근심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사업 준비를 앞두고 있는 이상, 돈 많은 백수였던 이전과는 달리 앞으로는 당분간 무척이나 바빠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작은 가게를 여는 것 뿐이라고 해도 준비할 것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니 말이다.
임대할 곳을 알아봐야 하고, 인테리어 작업에 영업에 필요한 가구들 까지 최대한 비용을 낮추는 방향으로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들을 드래곤을 키우는 것과 병행해서 수행하기에는 이한성의 몸은 하나 뿐이다.
“수면마법이라도 통하면 좀 어디가 덧나냐고.”
아무리 생각하고 또 생각해봐도 두가지를 동시에 병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에 밖에 다다를 수 없었던 이한성은 그렇게 살짝 원망어린 시선으로 거의 대부분의 마법에 내성을 지닌 새끼용을 쳐다보았다.
내가 살다살다 수정이 어렸을 때가 양반이었다는 생각을 다 하게 될 줄이야.
걸음마 보다 날아다니는 법을 먼저 터득하고, 가끔가다 한눈을 팔면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거기에다 먹는 것도 되게 가렸던 그 애기 수정이 보다도 더 강적인 존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게 속으로 한탄을 내뱉으며 이한성은 수정이 MK.2나 다름 없는 새끼용을 향해 헛웃음을 내뱉었다.
“용새끼는 내가 대신 돌봐줄테니까 한성이 너는 얼른 들어가서 눈 좀 붙여. 가게를 열려면 체력이라도 많이 모아둬야지.”
별로 상태가 좋아보이지 않는 이한성의 모습을 보신 어머니가 아들을 걱정하시며 누가 어머니 아니랄까봐 아들과 똑 닮은 삐딱한 말투로 츤츤거리셨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자신과 똑 닮았다는 사실을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됐다는 듯이 손을 흔들었다.
“전 괜찮으니까 어머니나 빨리 들어가서 주무시죠. 그 나이에 잠 설치면 불면증으로 이어져요.”
“나 아직 팔팔해. 내 걱정은 말고 너나 걱정해라. 괜히 젊은 나이에 몸 망가뜨리지 말고.”
참 똑 닮은 만큼 고집도 쎈 모자지간이었다. 누가봐도 똑같은 둘의 고집을 졸린 눈으로 지켜보던 이 고집 쎈 가족의 손녀딸은 긴 하품을 내뱉더니, 이내 아빠와 할머니 사이에 끼어들며 식탁에 앉았다.
“그냥 다 가치 안자면 안돼? 후아아암….”
“얼씨구? 얌마, 일어나.”
아까부터 하품을 계속하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있는 주제에 안 자겠다는 수정이 또한 아빠나 할머니와 똑같이 고집이 쎈 아이였다. 5살인데 새벽 4시에도 안자겠다고 뻐 튕길 정도로.
“내비 둬. 알아서 금방 잠들겄지.”
수정이가 고집을 피우자 이에 이한성의 어머니 또한 손녀딸을 따라 식탁에 앉으시며 이한성을 말리셨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자신의 말을 조금도 들으려 하지 않는 어머니와 딸아이의 고집에 그저 한숨만을 내쉬며 둘을 따라 똑같이 식탁에 앉았고, 이내 혼자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새벽 4시에 이렇게 다같이 부엌에 모여서 뭐 하고 있는건지 원….”
다들 자야 할 시간에 왜 이렇게 부엌에 나와서 버티고 있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본인도 그런 주제에 이한성은 그렇게 골치아프다는 듯이 속으로 궁시렁 거리며 식탁 위에 올려두었던 노트를 펼쳤다.
“한성아.”
“왜요.”
“저 용새끼 말이다, 나중에 사람으로 둔갑한다고 했었지?”
“네. 화연이가 그러던데요.”
어머니의 물음에 이한성은 대충 건성으로 그리 대답하였다. 그러자 이에 그의 어머니는 무척이나 놀란 표정을 지으시며 의외라고 말하시는 듯한 말투로 아들에게 되물으셨다.
“화연이? 둘이 언제부터 그리 친해졌어?”
“…..”
아, 실수했다.
20대의 나이로 부모님과 대화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바로 다른 이성을 언급하거나 연상케 하는 말을 일절 꺼내지 않는 것이다.
왜냐하면 조금이라도 이성과의 관계에 대한 꼬투리를 잡히면 결혼과 연애와 관련된 문제로 장정 3시간을 넘게 별 도움도 되지 않는 조언과 잔소리들을 늘어놓으시는 게 바로 세상 모든 부모님들의 공통점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까 요즘에 둘이 서로 말도 놓고 그러던데, 서로 좀 어떠니?”
“….그런거 아니에요 엄마. 그냥 서로 친구 비슷한 것 뿐이지, 엄마가 생각하는 그런 건 전혀 아니거든요.”
“원래 친구가 연인이 되고 연인이 부인이 되고 그러는 법이야. 다~ 그렇게 시작해.”
“아니, 엄마도 아시잖아요. 화연이가 엘프인거. 나이 차이만 600살이에요. 띠동갑만 되도 다들 꺼려 하는데 무슨….”
“하이고…. 한성아, 사랑에 나이가 뭔들 중하니. 서로의 마음이 중하지.”
“그거 되게 위험하신 발언입니다만은.”
어머니의 논리를 적용한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대부분의 불륜들이 정당화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막장 드라마 꼴이 절로 상상되는 어머니의 말씀에 이한성은 어처구니 없어 하며 그렇게 반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머니는 그런 아들의 반박을 무시하신 채 곧바로 카운터를 꽂아넣으셨다.
“그럼, 나이 차이만 안나면 괜찮다는 거니?”
“….네?”
“방금 니가 니 입으로 말했잖어. 나이 차이만 600살이라고. 그렇다는 건 만약 동년배였다면 충분히 마음이 있다는 소리 아니야?”
“…..”
어머니의 말에 이한성은 잠시 할 말을 잃어버렸다. 그도 그럴것이, 순간적으로 어머니의 말씀에 잠시 말도 되지 않는 일을 상상해버렸기 때문에.
본인과 화연이 서로 사-
“뀨우우우! 뀨우우우우!!”
타이밍이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를 새끼용의 울음소리가 또 다시 무작위로 집안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 덕에 잠시 자리를 비울 핑계를 얻은 이한성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냉동고에서 꺼낸 얼음을 새끼용에게 먹였고,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나는 응애다. 나는 응애다. 나는 응애다.”
….말도 안되는 망상을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