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화(9/245)
09
[돌발 퀘스트를 클리어하였습니다.] [클리어 랭크: A] [타인의 도움을 받았을 시에는 받는 보상의 수치가 50%로 감소합니다] [+50000 골드] [+20 Exp]퀘스트 클리어를 알리는 메시지 창이 이한성의 눈앞을 가렸다.
클리어 랭크가 A라고? 아니, 거 아기한테 아리랑 좀 들려줬다고 그렇게 점수가 높게 나와?
지금까지 E나 D 같은 낮은 클리어 랭크 밖에 얻은 적이 없는 이한성은 예상외로 높은 수치에 잠시 당황했다.
클리어 랭크도 클리어 랭크였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웠던 것은 다름 아닌 보상으로 들어온 골드의 액수였다. 기껏해야 세자릿수, 겨우 네자릿수에 걸치던 골드의 액수가 50%나 감소된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50000이나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상점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새로운 아이템들이 추가됩니다.] [환전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갑작스럽게 큰 액수의 골드가 들어와서 그런지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메시지들이 하나 둘 씩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뭐가 이것저것 많이 추가 되었다는 시스템의 알림에 이한성은 상점 메뉴를 열어 뭐가 바뀌었는지 확인하려고 했지만, 화연이 바로 옆에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바로 그만 두었다.
“이한성 씨! 상담사 분을 모시고 왔어요!”
복도 끝에서 해영의 목소리가 기운 넘치게 들려왔다.
그녀와 함께 이한성은 찾아온 상담사는 50대가 조금 넘은 듯한 외모를 지닌 중년 남성이었다. 서서히 새치가 들기 시작한 머리카락과 얼굴 군데군데 주름이 잡힌 외모를 지닌 상담사는 그대로 이한성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고, 동시에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사랑보육원의 상담사, 최민석이라고 합니다. 이한성 씨 맞으시죠?”
“아, 네.”
이한성은 얼떨결에 상담사의 악수를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최민석이라는 이름으로 소개한 상담사는 잠시 이한성의 발밑에 놓여져 있는 바구니를 내려다보았고, 무척이나 흐뭇한 미소와 함께 자세를 숙이고는 아기를 살펴보았다.
“이 아이인가요? 저희 보육원에 입소시키고 싶으시다는 아이가.”
“네, 뭐… 그렇죠.”
지금 이 자리에 저 아기 말고 보육원에 들어갈 만한 사람이 또 있긴 하답니까?
딱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을 굳이 물어서 확인해보는 상담사의 태도에 이한성은 속으로 그런 삐딱한 생각을 늘어놓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저랑 같이 제 상담실로 가시죠. 절차는 가서 천천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최민석 상담사가 따라오라는 듯이 길을 안내하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바구니를 들어 올리고는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며 상담실로 향했다.
드디어 오늘이면 다시 평소의 조용하고 지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기대하며.
––––––
“2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뭐라고요?”
적적한 상담실 안에서, 이한성의 삑사리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시만요, 제가 지금 귀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2주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자신의 귀가 잘못 들은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며 다시 한 번 상담사에게 물어본 이한성이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방금 전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았다.
“아니… 이틀도 아니고 2주요? 뭐가 그렇게 오래 걸려요…?”
“원래 그 정도 걸립니다. 셔류 넣고 시설입소 과정심사하고, 공문 접수하려면… 네. 거의 정확히 2주 정도 걸리겠네요.”
2주라고 하면 14일. 14일이라고 하면 24×14=336시간. 336시간은 또…
이한성의 암산능력이 계산할 수 있는 건 딱 거기까지였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2주라는 시간이 이한성에게는 너무 긴 시간이라는 것.
“그래도 이한성 씨의 경제적 조건이나 출생신고 서류가 없다는 것을 감안하면 입소조건이 충분하니까 거부될 일은 아마 없을 겁니다.
“저기요, 그럼 입소는 둘째 치고 이 애는 2주 동안 어떻게 해야 하는데요…?”
“제가 빠른 시일 내에 임시보호소를 알아보고 자리가 있으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까지는 힘드시겠지만 이한성 씨가 보호하셔야 되겠죠.”
“…..”
2주일 동안이나 저걸 돌봐야 한다고? 잠도 못자고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팍팍 받아가면서?
“정 힘드시겠다면 아기를 베이비 박스에 맡기는 것도 방법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되면 법적으로 일이 복잡해져서 아기가 나중에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기가 어렵습니다.”
“베이비 박스요?”
“네.”
베이비 박스. 분명히 인터넷에서 한번 들은 적이 있는 단어였다. 아마 몇개월 전인가 였을 것이다. SNS에 베이비박스 옆에다가 아이를 버려두고 자리를 떠난 부모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이 화제가 되었던 게.
‘오늘이면 깨끗하게 서로 다시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더니만…’
이한성은 그만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러자 그런 그의 모습을 본 최민석 상담사는 안타깝다는 듯한 눈빛으로 그를 딱하게 바라보았고, 이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은 소식으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마음이 좀 진정 되실 때 까지 편하게 앉아계세요.”
“…..”
큰 충격을 먹은 이한성을 배려한 최민석 상담사는 인사와 함께 그대로 자리를 비웠다.
어쩌다가 인생이 이렇게 꼬여버린 걸까.
행운과 불행은 롤러코스터와도 같아서 불행이 씨게 들이닥치면 행복도 한번쯤은 모습을 비춰야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디 사는 극단적 밸런스 주의자가 실수로 핑거 스냅을 통해 행복만 날려버렸는지 요즘 들어 일어나는 일이라곤 죄다 사람 멘탈을 쿠x다스처럼 분쇄해버리는 불행 뿐이다.
“종교를 안믿어서 이러는 건가? 지금 신이 나 무신론자라고 엿멕이는거 맞지?”
“아우으?”
멘탈이 완전히 나가버린 채 주구장창 혼잣말을 이어가는 이한성을 바라보던 아기가 손가락을 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그런 아기의 해맑은 모습을 본 이한성은 이내 아무 잘못도 없는 아기에게 이런저런 항의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야.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알아? 지금 너 때문에 내 인생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응.”
“우응? 지금 우응이라고 할 때냐? 야, 너 지금 상황 파악 안 되지?”
“아우아.”
“하긴, 니가 상황 파악이 될 정도로 똑똑했으면 집도 없고 빈털터리인 나한테 오지는 않았겠지 그래. 그것도 이 헬조선에 말이야.”
대화라고 부르기에도 뭣한 일방적인 항의가 잠시 쉼표를 찍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직 생후 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어른의 생떼를 알아듣는 일은 없었다.
“…됐다. 내가 백날 항의해봐야 입만 아프지.”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에게 아무리 항의를 해봤자 강아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이미 진이 빠질 대로 빠져있던 이한성은 이 이상 시간 낭비해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조용히 아기와 함께 상담실의 나서려 했다.
[쿵!]“끄앗?!”
끄앗?
상담실에서 나오려고 문을 연 그 순간, 무언가가 부딪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괴상한 신음이 들려왔다.
“아이고 아파라…”
괴상한 신음소리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해영이었다. 아무래도 문에 이마를 세게 부딪쳤는지 살짝 붉어진 이마를 손으로 쓸어내리며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재빠르게 그녀에게 다가가 사과했다.
“죄송해요. 괜찮아요?”
“아 네… 괜찮아요. 자주 있는 일이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자주있는 일이라고?
“방금 소리가 꽤나 둔탁했는데, 무슨 파키케팔로사우루스도 아니고 두개골 괜찮은 것 맞습니까?”
“괜찮다니까요. 저 두개골 튼튼해요.”
“….”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고는 눈 초점이 맛이 간 것 같습니다만.
언행불이치인 해영의 태도에 이한성은 대단하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해영은 그저 실실 웃으며 정신을 되찾았고, 이내 조금 머뭇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이한성에게 물었다.
“저… 최 상담사 님과 얘기는 잘 됐나요?”
“아뇨. 저보고 2주나 기다려야 한다고 하시던데요.”
“2주 밖에 안 걸린 데요? 한 달 정도는 걸릴 줄 알았는데 다행이네요.”
해영이 무척이나 의외라는 듯이 놀라움을 내비쳤다.
“한달이요?”
“네. 한달은 보통이고 심하면 2달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어요. 물론 드물기는 하지만요.”
2주도 충분히 긴데 2달이나 걸리는 경우도 있다니. 상상만 해도 끔찍 이상의 카오스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이한성은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었던 끔찍한 평행세계를 들여다 본 것만 같은 표정을 지었다.
“표정이 왜그러세요? 꼭 군대면회 때 폭설을 목도한 우리 오빠 같은 표정을 짓고 계신데…”
“아, 아뇨. 그냥 갑자기 다행이다 싶어서요.”
미필인 이한성은 해영의 비유를 알면서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얼버무렸다.
“…저기, 버스남 씨. 뭐 한가지 물어봐도 될까요?”
“버스남이 아니라 이한성입니다. 물어볼게 뭔데요?”
“그… 진짜 이런 질문을 하는 게 눈치도 없고 선을 넘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긴 하지만 말이에요…”
해영이 이내 무언가 마음을 굳게 먹었는지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이한성에게 물었다.
“화연 언니도 아이를 보육원에 보내는 거에 동의한 건가요?”
“?”
가끔가다 그럴 때가 있다. 분명 뭘 들은 것 같은데 뇌가 해석하는데 실패하는 때가.
사람들은 보통 이런 현상을 뇌정지가 씨게 온다고 말한다.
“?? 내가 화연 씨 동의를 받아야 돼요?”
“어… 받아야겠죠?”
“왜요??”
“그야… 화연 씨가 애 엄마니까요…?”
???
이한성은 마치 수백년 전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 갈릴레이를 상대하는 카톨릭 이단심문관이 지을 법한 눈빛으로 해영을 바라보았다.
“아… 그렇구나… 화연 씨가 내 와이프였구나…?”
“그렇… 죠?”
“왜요?”
“그거야 당연히…”
해영은 굳이 대답하는 것 대신에 해맑게 손가락이나 쪽쪽거리고 있던 아기를 가리켰다. 그러자 이한성은 갑자기 이유모를 웃음소리를 널리 퍼뜨리기 시작했다.
“아하하하.”
“아하하하…?”
이한성이 웃기 시작하자 해영도 같이 이유는 모르겠으면서도 저도 모르게 눈치껏 같이 웃었다.
“아니거든.”
“아하하… 아니구-네?”
갑자기 정색하는 이한성의 말에 해영이 당황하며 물음표를 띄웠다.
“아니라고.”
“아니라니… 뭐가요?”
해영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하… 이 인간들이 진짜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능력이라도 타고났나…”
왜 다들 이렇게 오해란 오해는 사서 하는 걸까.
그렇게 속으로 한탄을 늘어놓으며 또 몇 번째인지 모를 자초지종을 설명해야 했던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