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0)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0화(90/245)
90
“후아아암….”
추운 1월 중순의 회색 하늘 아래의 거리에서 은발머리 소녀의 긴 하품소리가 인파들 사이로 울려퍼졌다.
누가 보아도 잠이 부족한 듯한 모습. 집에서 키우기 시작한 동생뻘 되는 새끼용의 울음소리 때문에 요즘들어 통 잠을 자지 못하는 수정이의 피곤한 모습을 본 이한성은 수정이와 함께 손을 잡은 채 거리를 거닐며 못 말린다고 말하는 듯한 목소리로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러게 얌전히 할머니랑 같이 집에 있으라니까.”
“시러. 용용이가 너무 많이 울어서 시러.”
처음에 용용이를 키우면 안되냐고 그렇게나 고집을 피우면서 사람 속을 썩혔던 애가 드디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든 일인 것인지 요 며칠간의 일로 깨달았던 모양이다.
“아빠, 원래 애기들은 다 그러케 시끄러워?”
수정이가 도통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이 이한성에게 물었다.
“사돈 남 말 하시네. 너도 얘기였을 때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거든?”
아무리 이한성에게는 수면마법이라는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수정이가 어렸던 그 당시에는 수면마법이 꼭 만능인 것도 아니었다. 하루에 한번 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는 제약이 걸려있고, 설령 수면마법으로 재운다고 해도 이따금씩 깨는 경우가 있었기에.
‘뭐, 그래도 아예 수면마법이 안 통하는 것 보다야 나았지만 말이야.’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혼잣말을 내뱉으며 지는 꼭 안 그랬다는 듯이 말하는 수정이의 은빛 머리카락을 흐뜨렸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이한성의 말에 반박했다.
“아니야~! 난 그런 적 없써!”
“그런 적 있어. 너만 기억 못하는거야.”
“이이익…. 아냐!”
“아이고, 그래. 니 맘대로 생각해라.”
아니라고 끝까지 박박 우기려고 드는 수정이의 고집에 이한성은 계속 말해봤자 입만 아프다고 생각하며 어른답게 한발 물러났다.
“….그런데 아빠, 용용이는 왜 항상 그렇게 울기만 하는거야?”
이한성이 물러나자 조금 진정한 수정이가 이해를 못하겠다는 듯한 말투로 물었다.
“아직 아기라서 모르는 게 많아가지고 무서워서 그런거야.”
수정이의 물음에 이한성은 불과 몇달 전의 갓난아기였던 수정이의 모습을 떠올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때는 예고도 없이 너무 갑작스럽게 수정이를 떠맡게 되었던 이한성이였던지라 그에게는 미숙한 점이 많았었지만, 미숙한 만큼 거의 아는 게 없었던 아기라는 존재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도 있었다.
인간이든, 엘프든, 드래곤이든 간에 막 세상에 태어나 빛을 보게 된 아기는 순수한 백지 그 자체다. 기본적인 생존 욕구밖에 알지 못하고, 다른 모든 것들에 대해 미지의 공포를 느낄 수 밖에 없는 아주 연약한 존재인 것이다.
이한성은 그런 사실을 수정이를 돌보며 직접 몸으로 부딪쳐서 깨달았다.
물론 처음에는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던 그도 지금의 수정이의 투덜거림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온갖 x랄들을 떨어가며 세상을 거의 저주하다 시피 했었지만 말이다.
“그런거니까 너무 불평하고 그러지 마. 이제 니가 누나인데 동생한테 너무 짜증내고 그러면 안되지.”
“….누나?”
“그래. 누나.”
뭐 그 새끼용이 수컷인지 암컷인지는 아직 모르겠다만.
드래곤에 대해 가장 지식이 빠삭한 화연 조차도 드래곤의 암수를 구분하는 법을 모르기에 새끼용의 성별이 무엇인지는 폴리모프를 하기 전 까지는 그 누구도 알 길이 없다. 그랬기에 이한성은 일단 수컷처럼 생겼으니까 수정이의 남동생으로 생각하자고 정하며 누나가 된 수정이를 토닥였다.
“누나…. 내가 누나….”
“? 왜 그래?”
수정이가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고는 무언가에 홀린 듯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애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어하며 상태를 살펴보았고, 그러기 무섭게 수정이는 왁 소리를 지르며 함성을 내질렀다.
“앗싸아!!! 내가 누나다!!”
“아씨 깜짝이야.”
귀청 떨어질 뻔 했네. 얘가 갑자기 왜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설마 누나가 되는 게 마음에 안들기라도 하는 것일까, 싶었던 이한성이었지만 잔뜩 신난 채로 동네방네 뛰어다니려 드는 수정이의 모습을 보아하니 그런 건 아닌 모양이었다. 오히려 어느쪽이냐 하면 누나가 되서 기쁜 모습이었으니.
“….누나가 된 게 그렇게 좋냐?”
“응! 완전 조아! 나두 이제 동생 있써!”
“어…. 그래.”
하긴, 예전에도 동생이 갖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지. 그때는 솔직히 얘한테 동생이 생길 일이 절대 없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세상일 한번 참 재밌게 돌아간다니까.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자각하고는 무척이나 들떠있는 수정이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좋아하니까 아무렴 됐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여기 근처였었는데….”
수정이 때문에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오늘 이한성이 밖에 나온 것은 결코 한가하게 딸아이랑 실없는 수다나 떨며 산책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외출의 목적은 바로 임대할 가게를 알아보기 위해서이기 때문이다.
창업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가게의 위치와 규모, 그리고 임대료다. 암만 사업에 자신이 있고 사업자금이 있다고 해도 얻을 수 있는 가게가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니.
현재 이한성이 보유하고 있는 금액은 총 5억 정도. 그중에서 최소 2억, 많으면 3억 까지는 사업자금으로 쓸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러니 그에게 주어진 선택의 폭은 꽤 넓은 편이었다.
‘일단 총 알아본 곳은 3곳이고, 웹사이트에서 이미지를 보긴 했지만 역시 직접 가서 살펴보는게 확실하니까.’
간단하게 설명을 하자면 총 A, B, 그리고 C의 선택지가 있다. A는 상권이 형성되어 있는 역세권을 끼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반면 낡은데다가 공간이 15평 정도로 셋 중에 가장 작은 편이고, B는 주위가 좀 한산한 편이지만 공간도 넓고 깨끗한 편이며, C는 A와 B를 대충 반반으로 섞어놓은 듯한 짬뽕적인 느낌이다.
“아, 저기다.”
그리고 그런 세가지 선택지 중에서 이한성이 가장 먼저 확인하기 위해 찾아온 곳은 바로 B. 싼 임대료에다 넓은 공간과 깨끗한 인테리어를 지닌 곳으로 이미지로만 확인한 현재까지는 이한성의 마음에 가장 든 후보 1위다.
인적이 드문 뒷골목 쪽에 위치한 건물 B의 위치를 확인한 이한성은 곧바로 수정이와 함께 발걸음을 재촉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갑자기 발걸음을 서두르는 이한성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빠 우리 지금 어디가?”
“가게 보러.”
“가게? 무슨 가게?”
“빙수 카페.”
빙수하는 단어만 듣고도 수정이의 어리둥절 하던 표정에 순식간에 환호가 채워졌다.
“그럼 우리 빙수 매일 머글 수 있는거야??”
“매일은 안되지. 너 이 다 버린다.”
“아 왜~! 치카치카만 제대로 하면 되자나!”
“왜긴 왜야. 그 치카치카를 니가 제대로 안 하니까 그러지.”
불합리하다는 듯이 투덜거리는 수정이의 항의에 이한성은 그렇게 단호히 대응하며 임대 포스터가 문 앞에 떡하니 붙어있는 건물 앞에 잠시 멈춰섰다. 그러자 수정이는 잠시 투덜거리는 것을 멈추었고, 이내 유리창 너머로 어둑어둑하게 보이는 건물 안의 썰렁한 모습을 바라보고는 나지막히 입을 열어 말했다.
“아빠. 여기 망했나바.”
“망한게 아니라 아직 아무도 가게를 안차린거야.”
“? 여기가 우리 가게 아니야?”
“아니야. 아직 계약 안했으니까.”
다른 곳도 둘러봐야 되고 말이지.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은 이한성이었지만 아직 창업에 관해서는 알고있는 지식이 거의 없었던 수정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뚱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한성은 어린 수정이에게 굳이 자신도 머리가 복잡해지는 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기가 귀찮았고, 때문에 이한성은 그 이상 설명을 이어가지 않은 채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며 홀로 중얼거렸다.
“슬슬 나오실텐데….”
[끼익-]이한성이 혼잣말을 내뱉기 무섭게 굳게 닫혀있던 상가의 문이 열리며 안에서 누군가가 밖으로 나왔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 50대 정도 되어보이시는 중년 남성분이었다. 아직 서로 직접 대면한 적이 없었던 이한성이었지만 미리 오기 전에 연락을 나눴기에 그 중년 남성이 건물주라는 사실을 단번에 깨달은 이한성은 바로 주저할 것 없이 빠릿하게 악수를 청하며 인사를 건냈다.
“어제 미리 연락드렸던 이한성입니다. 강준영 씨 맞으시죠?”
“네, 제가 건물주인 강준영입니다. 목소리를 들어서 대충 예상은 했는데 생각보다 많이 젊으시네?”
건물주인 강준영은 주름많은 손으로 이한성과 악수를 나누며 서로 어색함을 좀 줄이고자 많이 놀랐다는 듯이 멘트를 날렸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 또한 능숙하게 강준영의 멘트를 받아치며 얕보이지 않게 바로 대응했다.
“제가 좀 동안이라서요. 애아빠 처럼은 안보이죠?”
일부러 슬쩍 수정이를 바라보며 자신이 애아빠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이한성의 대응에 강준영은 웃음 속에 담겨진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한성의 눈을 마주보았다.
“아유, 그렇네 그려. 그나저나 딸이랑 같이 보러 온겁니까?”
“네. 얘가 하도 따라오겠다고 떼를 써서요. 혹시 곤란하신가요?”
“아니아니, 아닙니다. 보기 좋구만 뭘.”
강준영이 널널한 미소와 함께 제 아빠와는 별로 닮지 않은 수정이를 내려다 보았다. 그러자 어린아이 답게 낯을 가리는 수정이는 반사적으로 이한성의 뒤에 숨으려고 했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으로 고개를 대충 숙이며 수줍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이구 안녕~ 아가씨는 이름이 뭘까?”
“수정이에여.”
“수정? 오, 아빠가 지어줬니?”
“응.”
분명 손녀딸이 있을 것이다. 능숙하게 어린아이를 대하는 강준영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으며 수줍게 중년 아저씨랑 대화를 나누고 있던 수정이를 조용히 안아들었고, 곧바로 정중하지만 사무적인 말투로 건물주인 강준영에게 물었다.
“제가 오늘 다른 곳도 가봐야 돼서 그러는데, 일단 안을 좀 볼 수 있을까요?”
“아 예~ 물론이지요. 바람도 쌀쌀한데 얼른 들어와요.”
강준영이 문을 잡아주며 얼른 들어오라는 듯이 이한성에게 말했다. 이에 이한성은 사양할 것 없이 바로 수정이와 함께 불이 꺼져있던 어두컴컴한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고, 그렇게 둘이 들어오기 무섭게 강준영 또한 바로 뒤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와 스위치를 눌렀다.
[탁-]스위치를 켜기 무섭게 가구 하나 놓여있지 않은 썰렁한 모습의 상가 내부의 모습이 이한성의 반사적으로 찌푸려진 눈살 사이로 들어왔다.
‘오, 사진으로 봤던 것 보다 훨씬 깔끔한데?’
보통 포토샵이니 뭐니 하는 꼼수로 실제 모습과는 다른 거의 CG 저리 가라 할 동떨어진 이공간을 찍어다가 사이트에 올려두는 게 보통인데, 이곳은 그런 곳들과는 달리 원본이 사진보다 빼어나게 느껴지는 특이한 곳이다. 아마 건물주인 강준영이 보기보다 정직한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랴.
“최근에 리모델링 한지 얼마 안되서 깔끔~ 해. 어때요? 꽤 괜찮지 않습니까?”
“예, 깔끔해서 좋네요. 그런데 최근에 리모델링을 하셨다는 건…. 임대료를 더 올리실 생각인가요?”
세상에 공짜로 주어지는 이득은 없다. 곧 남에게 임대할 공간을 굳이 사비를 들여가며 리모델링을 했다는 건 분명 임대료를 올릴 예정이라는 뜻.
“아무래도 그렇죠. 그래도 월세는 올릴 생각 없고, 대신 보증금만 좀 올릴 거라서 큰 문제는 없을거야.”
나쁘지 않다. 월세를 올리는거였다면 좀 부담감이 많이 들었을텐데 보증금만 올리는 수준에서 끝낸다니, 깔끔하게 완료된 리모델링과 비교한다면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수준의 이득이다.
“분명 웹사이트에는 여기 크기가 30평이라고 되어있던데…. 적혀있던 것 보다 좀 넓네요?”
“아마 텅 비어서 그렇게 보이는겁니다. 테이블 놓고 의자 놓고 하면 그렇게 넓은 것도 딱히 아니야.”
건물주로써 충분히 넓은 공간을 장점으로 어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준영은 딱히 그정도는 아니라는 듯이 이한성의 말을 부정했다.
‘일부러 저렇게 연기하시는 것 같지는 않고…. 그냥 성격이 정직하신 분인가 보네.’
이곳을 타인에게 임대해야 하는 강준영의 입장에서는 굳이 단점을 언급할 이유가 없다. 그렇게 해서 얻는 메리트라고 해봐야 상대방의 신뢰만 조금 얻고 마는 수준이니.
겉모습보다 정직한 강준영의 모습에 이한성은 다른 의심을 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확인해서 나쁠 건 없었다. 괜히 믿었다가 배신당하는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던 이한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의심병자의 눈]을 통해 강준영의 스탯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