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1)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1화(9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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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준영] [나이: 52살] [종족: 인간] [성격: ISTJ-A(청렴결백한 논리주의자)] [Hp: 100/100] [Mp: 0/0]“….?”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한 이한성의 눈에 강준영이라는 인간이 지닌 스탯창이 들어왔다. 이름, 나이, 종족, 그리고 Hp나 Mp까지만 해도 아무런 이상이 없이 평범한 인간의 스탯이었지만, 어째서인지 성격 스탯에는 위화감이 가득했다.….뭐야 저거? ISTJ? 그 항상 인터넷이나 SNS에서 떠돌아다니던 MBTI인가 뭔가 하는 그건가?
SNS를 자주 하지 않아 MBTI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는 이한성은 다소 생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준영의 성격 유형을 다시 한번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살펴보고 또 살펴보아도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저게 MBTI인건 그렇다 쳐도 저게 대체 왜 시스템 창에 뜨는건데?? 이세계에서도 MBTI를 쓰나?’
육아 보조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한 것은 화연의 할아버지이자 대마법사였던 엘레인이다. 당연히 지구가 아닌 이세계의 출신인 그가 현대 문물에 속한 MBTI에 대해 알고 있었을 리도 없고 시스템에 넣어 두었을리도 없다.
게다가 예전에 그 사기꾼 구창식에게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했었을 때는 성격 유형이 MBTI고 뭐시고 할 것도 없이 그냥 간단하게 [이기주의]라고만 표기되었었다. 만약 시스템에 MBTI가 포함되어 있었다면 그때도 지금과 같이 뭔 소린지 알아듣기 힘든 알파벳 4글자로 표기되었어야 하는게 정상이다.
….시스템이 뭔 핸드폰마냥 주기적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도 하는 게 아니라면 말이지.
“괜찮아요? 뭐 아픈데라도 있나?”
“어….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갑자기 말이 없어진 이한성의 모습을 이상하다고 생각한 강준영이 말을 걸어오자, 이한성은 그제서야 잠시 딴생각에 빠져있던 정신을 차리고는 시스템의 MBTI 논란을 뒤로 미뤘다.
‘그래. 시스템이 MBTI를 쓰든 혈액형 성격론을 쓰든 뭔 상관이야. 맞아들기만 하면 그만이지.’
당장 중요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풀 수가 없는 미스테리가 아니라 눈앞의 건물주가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일단은 저저번 처럼 사기를 당할 일은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내심 안도한 이한성은 다시 잡생각들을 머릿속에서 비우며 본론으로 되돌아갔다.
“그나저나 이 주변이 많이 조용한 것 같던데…. 원래 인적이 이렇게 드문가요?”
“아무래도 좀 드물기는 하지. 그래도 좀 있으면 이 주변에도 다른 상가들이 들어올 예정이라 한 2달 정도 뒤면 나아질거야.”
“상가? 주로 어느 가게들이 들어오는지 아십니까?”
“음…. 아마 저기 마주편에는 PC방, 여기 옆에는 노래방, 그리고 저기 길 건너에는 식당이었나…. 아무튼 그렇게 들어올 예정이야.”
강준영이 머리숱이 많이 없는 머리로 기억을 더듬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다행이네. 적어도 겹치는 가게가 들어오지는 않으니까.’
만약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 같은 동종업계가 들어올 예정이었다면 이곳은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아무리 나중에 상가들이 들어서서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다고 해도 소규모 자영업으로는 대형 프렌차이즈와 경쟁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울테니.
아주 최적의 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처음본 이곳이 꽤나 마음에 들었던 이한성은 그렇게 내심 안도하며 걱정을 덜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나중에 연락 드릴테니 이만 가보겠습니다. 제가 다른 약속이 또 있어서….”
“아 그럼요 그럼요. 천천히 생각하고 연락줘요. 시간은 많으니까.”
슬슬 둘러볼 건 다 둘러보았으니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이한성은 그렇게 건물주와 비지니스 적인 인사를 나누며 나가기 위해 문 쪽으로 향했다.
“야, 수정아. 그만 가자.”
“….”
이한성이 저기 텅 빈 가게 구석에서 무언가를 가만히 살펴보고 있던 수정이를 향해 어서 오라는 듯이 손짓을 건넸다. 그러나 무언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수정이는 이한성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는지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움직이지 않았고, 이에 이한성은 무언가 이상하다는 걸 느끼고는 수정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가자니까 뭐해? 거기 뭐라도 있어?”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거야? 벽에 뭐 홍삼캔디라도 걸려 있나?
얼마나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으면 바로 옆에서 말을 거는 것도 모를 정도로 저러고 있는걸까. 이한성은 궁금증에 조용히 수정이가 바라보고 있던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저건….”
수정이가 바라보고 있던 벽에 걸려있던 것은 다름아닌 커다란 사진 한장이었다. 딱 봐도 화질이 선명한 것이 값이 꽤나 나가는 카메라로 찍은 게 분명해 보이던 사진 속의 풍경에는 하늘도 뚫을 기세의 높은 설산이 담겨져 있었고, 그 설산의 모습이 어딘가 많이 익숙해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어렵지 않게 그 정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에베레스트?”
장정 8km의 높이를 지닌 대중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알려져 있는 히말라야의 유명한 설산. 실제로도 지상 위에 존재하는 산 중에서는 가장 높은 정상을 지닌 에베레스트는 그 신비롭고 새하얀 분위기 덕에 경관도 아름답지만 많은 등산가들이 등산을 시도하다가 목숨을 잃기도 하는 위험천만한 곳이기도 하다.
“아~ 그 사진은 아내가 찍은 겁니다. 예전에 여행갔다가 찍었던 사진이죠.”
나가려다 말고 갑자기 사진을 구경하기 시작한 이한성과 수정이의 모습에 강준영은 털털한 미소를 지으며 꽤나 추억이 깃든 웃음과 함께 사진을 바라보았다.
“에베레스트 등산도 하셨어요?”
“아니. 내가 고소공포증이 있어가지고 등산은 못하고 아내 혼자서 헬기 하나 빌려타다가 찍었지요.”
“아….”
하기야. 왠만한 스릴넘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면 저런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사지로 몸을 던지지는 않겠지.
등산하지는 않고 사진만 찍었다는 강준영의 대답에 이한성은 자신도 마찬가지로 절대로 저런 사망률 높은 장소에 제발로 올라가지 않을 거라고 확신에 찬 생각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째 수정이의 생각은 좀 다른 듯 했다.
“아빠 나 저기 가고시퍼!”
“뭐?”
어딜 가고 싶다고?
순간 잘못 들었나 싶었던 이한성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수정이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에 수정이는 직접 손가락으로 사진 속을 가리키면서 까지 다시 한번 대답할 뿐이었다.
“저기에 가면 엄~청 시원할 것 가타!”
“아니, 시원한 걸로는 안 끝날걸….?”
제대로 방한장비를 준비하지 않고 간다면 최소 동상내지 동사다. 직접 올라본 적이 없어 자세한 기온은 모르는 이한성이었지만, 적어도 영하 30도는 가뿐히 넘길 거라는 사실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얘가 얼음 타입이라서 추운 걸 좋아하는건가….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어 하는 건 좀 에바잖아.’
아무리 수정이가 추위에 면역이다 시피 한 하프엘프라고는 하지만 에베레스트는 결코 만만하게 볼 장소가 아니다. 지구상에서 극한을 추구하는 자들만이 굳이 목숨을 걸어가며 올라가는 곳이 바로 에베레스트이니.
“아빠 우리 나중에 꼭 저기에 놀러가면 안돼?”
“안돼. 차라리 놀러갈거면 뜨뜻한 하와이에나 가고 말지, 미쳤다고 저길 가?”
“치이…. 난 뜨뜻한거 시른데. 더운 거 시러.”
“응. 난 차가운거 싫은데. 추운 것도 싫어.”
굳이 덧붙이자면 뜨거운 것도 더운 것도 마찬가지로 싫다. 봄이나 초가을 처럼 딱 적당한 날씨만 있었으면 좋겠다.
수정이의 투정에 이한성은 그렇게 대꾸하며 갑자기 여행 얘기로 전환되어 버린 주제를 그 자리에서 끝냈다.
“자, 사진 다 구경했으면 빨리 가자. 우리 시간 얼마 없어.”
“쳇, 아빠는 치사빤쓰.”
“그러는 넌 황소고집이잖아.”
“황소고집….? 그게 먼데?”
“니 고집이 황소만큼 쎄다는 거야.”
“아~ 헤헷.”
“칭찬 아니야.”
비꼬는 말을 순수한 아이답게 칭찬으로 받아들이는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그렇게 말하며 한숨을 내쉈다.
그래도 그런 순수한 면모가 앞으로도 사라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
선택지 A, B, C 중 B의 확인을 끝낸 후, 이한성은 수정이를 데리고 곧장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던 선택지 A로 향했다.
역세권을 끼고 있어 인적이 잦은 위치에 있는 A. 비록 낡고 공간이 좁긴 하지만 역세권 하나 만으로도 그 두가지 단점을 상쇄하기에는 충분하다. 미리 인터넷으로 알아보았던 3가지 선택지 중 후보 2위인 선택지 A을 찾아온 이한성은 이내 거리에 들어선 많고 많은 상가들을 두리번 거리며 길을 찾기 시작했다.
“뭐가 하도 많아서 찾기가 영 어렵네….”
역세권이라는 위치 때문인지 주변에 들어선 가게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확실히 인파 하나는 많이 몰리지만 그 덕에 정신이 없어진 이한성은 혹여나 비좁은 인파 사이에서 수정이를 놓칠까 걱정하며 수정이의 손을 꼭 붙들었다.
“아빠 손 꽉 잡아. 괜히 미아되면 골치아파 지니까.”
“응!”
이한성의 당부에 수정이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한성의 커다란 손을 꽉 쥐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저도 모르게 아빠가 다 된 미소를 지었고, 어째서인지 느껴지기 시작한 주변의 시선들을 조용히 모른 척 했다.
“우와, 쟤 너~무 귀엽지 않아?”
“아빠 손 꽉 잡는 거 봐…. 심쿵사 할 듯.”
“혼혈인가봐? 머리색이랑 눈색도 되게 예쁘네.”
….어째 항상 외출할 때 마다 이모양이란 말이지.
엘프의 피가 흐르는 수정이에게는 그냥 웃고 있는 것 만으로도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죄다 강탈해버리는 히든능력이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목을 한번에 모두 받고 있는 것 처럼 말이다.
그 덕에 이렇게 수정이와 함께 외출할 때 마다 이한성은 본의 아니게 주변의 시선들에 원치 않은 부담감을 같이 느껴야만 한다. 솔직히 아빠로써 딸아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예쁨을 받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까지 예쁨을 받으니 걱정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기에 좋은 것 만도 아니다.
“수정아. 너 나중에 막 모르는 사람이 사탕 준다고 따라가거나 하면 안된다?”
“? 왜? 사탕 주는 사람은 착한 사람 아니야?”
“아니야. 모르는 사람이 주는 거는 무조건 이유 불문하고 나쁜거야.”
“왜에?”
“그야 세상에 대가 없는 공짜는 없으니까.”
물론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수정이가 진짜로 모르는 사람이 사탕을 준다고 덥썩 따라갈 일은 없겠지만 미리 충고해 두어서 나쁠 건 없다.
“알았지?”
이한성은 그렇게 수정이의 대답을 요구하며 옆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방금 전 까지만 했어도 자신의 손을 꽉 쥐고 있던 수정이의 모습은 귀신 곡할 노릇처럼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있었다.
“수정아? 이수정??”
뭐야 어디간거야 얘?
수정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한성은 급히 발걸음을 멈추고는 주변을 두리번 거리기 시작했다. 혹여나 이대로 수정이가 미아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에 무척이나 초조해 하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런 그의 걱정이 무색하게 그는 수정이를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수정이는 멀리 가지도 않은 채 바로 옆에 있던 교회 신도들이 나눠주는 솜사탕을 받아먹고 있었기에.
“나중에 꼭 아빠 데리고 교회에 와야 한다? 알겠지?”
“감사함니다!”
“얌마!!!”
모르는 사람이 사탕 준다고 해서 따라가면 안된다고 말한게 방금 전인데 대체 뭘 들은건지 태연하게 교회 팜플렛을 받으며 솜사탕을 받아먹고 있는 수정이의 모습에 기가 막힌 이한성은 그만 소리를 버럭 내지르고 말았다.
“? 아빠도 먹고시퍼?”
하지만 뭐가 잘못 된 건지 하나도 깨닫지 못한 수정이는 버럭 소리치는 이한성의 반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엉뚱한 짐작을 할 뿐이었다.
“….아놔,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나오네.”
딸아이의 순수함을 이대로 내버려 두어도 정말로 괜찮은걸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이한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