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2)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2화(9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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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느라 한참 걸렸네.”
역시 역세권은 역세권이라고, 가게들이 한두개가 들어서 있는 것도 아니고 수십개 이상이나 되는 상가들이 들어서 있던 탓에 이한성이 선택지 A를 찾기 위해서는 꽤나 고생을 해야 했었다.
게다가 길도 잘 모르겠는데 같이 따라온 수정이가 자꾸만 여기 가자 저기 가자 옆에서 정신을 사납게 만들었던 탓에 이한성은 예정했던 것 보다 10분은 늦게 도착해 버렸고, 한숨만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내 잘못이지 뭐. 내가 널 집에 버려두고 왔어야 하는건데….”
“에헤헤.”
“웃지마.”
이런 불평을 들으면 애가 주눅이 들 만도 한데 어째 수정이는 늘 이럴 때 마다 그냥 해맑게 웃어 넘기려고 든다. 씩씩해서 좋은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늘 이런 식으로 말귀를 흘려들으니 골치가 아플 뿐이었다.
하지만 골치가 아프다고 해서 어쩌겠는가. 일일 퀘스트 때문에 괜시리 애한테 화를 낼 수도 없을 뿐더러 화를 내봤자 본인만 더 피곤해질 뿐인데.
‘….후딱 둘러보기나 해야지.’
빨리 여기를 둘러보고 나머지 한군데도 둘러본 다음에 어느곳이 제일 나은지 결정하는게 우선이다. 이한성은 그렇게 스스로를 타이르며 건물주가 오기를 기다렸다.
[위이잉-]그렇게 기다리기 시작한지 몇 분이 지났을까, 갑작스럽게 진동으로 설정되어 있던 이한성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화면에 표시된 기억에 있는 전화번호를 본 이한성은 분명 이곳의 건물주이라 짐작하며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꽤 젊게 느껴지는 남자의 목소리가 핸드폰 너머로 들려왔다.
[이한성 씨 맞죠? 지금 어딥니까?]“건물 바로 앞입니다.”
[아, 그래 저기 보이네.] [뚝-]“…..”
건물주가 끊는다는 말도 없이 갑작스레 전화를 확 끊어버리자 이한성은 살짝 당황한 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가 무슨 일인가 파악할 세도 없이, 방금 전 통화로 들었던 남자의 목소리가 바로 옆에서 말을 걸어왔다.
“박경민이라고 해요. 이한성 맞죠?”
“아 예.”
갑자기 말을 걸어왔던 탓에 내심 놀랐던 이한성이었지만 그는 그걸 겉모습으로 드러내지 않은 채 태연한 척 고개를 끄덕이며 언제 왔는지 모를 건물주를 바라보았다.
몸무게가 족히 110kg은 넘어갈 것만 같은 통통한 체형. 주근깨 많은 얼굴에 안경을 쓴 한 30대 초반 정도 되어보이는 남자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분명 그가 사전에 연락을 나눴었던 선택지 A의 건물주, 박경민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많이 어리네? 몇살이야?”
“21…. 입니다만.”
뭐지. 왜 초면부터 반말이지?
서로 그저께 통화만 한번 나눴을 뿐, 얼굴을 보는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만나자마자 다짜고짜 말을 놓는 박경민의 태도에 이한성은 살짝 굳어진 표정과 함께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리 이한성의 나이가 21살이고 박경민의 나이가 건 30대 초반으로 보이기는 한다지만 서로 면식도 없는데 갑자기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놓는 건 상대방의 눈살을 저절로 찌푸려지게 만드는 비매너다.
물론 상대방과의 나이차이가 무슨 20살 30살 정도라면 말을 놓아도 그렇게까지 신경이 거슬리지도 않겠지만 이한성과 박경민의 나이차이는 띠동갑도 안되는 정도였다.
하지만 박경민은 자신의 태도가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했는지, 그저 태연한 목소리로 제멋대로 친한 동생 대하듯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난 서른 하나인데. 니가 동생이니까 형이라고 불러라?”
“아뇨. 싫은데요.”
나이를 들먹이며 이제 막 만난 사람한테, 그것도 가게를 알아보러 온 고객한테 형이라고 부르는 박경민의 참된 유교사상에 이한성은 속으로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으며 딱 잘라 거절했다.
그러자 이에 박경민은 적잖이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어, 어…. 나 서른 하나인데?”
“그런데요?”
“넌 스물 하나고….”
“그래서요?”
뭐 어쩌라고. 나이 많다고 형이면 지나가는 아저씨도 형이야? 그리고, 보통 초면인 사람한테는 나이를 불문하고 상호 존댓말을 쓰는게 예의라는 걸 모르는건가??
살짝 삐딱거리는 느낌이 없잖아 느껴지는 이한성의 말투였지만 그렇다고 그가 무조건 나이 많은 사람한테 그렇게 대응하는 편인 것도 아니었다. 단지 박경민의 매너없는 행동이 좀 비호감이였던지라 반사적으로 말투가 그렇게 나왔던 것 뿐.
안그래도 오랜 알바생활을 통해 나이를 들먹이는 꼰대같은 인간들에게 질리도록 당한 것이 많았기에 그런 면에서 좀 민감한 면이 없잖아 있었던 이한성은 말투 뿐만이 아니라 저도 모르게 삐딱해져버린 눈빛으로 박경민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에 박경민은 머쓱해 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아니 뭐…. 그냥 그렇다고. 알았어. 근데 옆에 애는 딸이야?”
“그렇습니다만.”
박경민의 물음에 이한성은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러자 박경민의 시선을 느낀 수정이는 고대로 덩치가 큰 박경민을 올려다 보았고 이내 짦막히 인사했다.
“안녕.”
“….?”
분명히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할 줄 알았는데 짧게 안녕이라고만 내뱉은 수정이의 인사에 박경민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정아. 안녕하세요라고 해야지.”
“? 왜에?”
“원래 처음보는 사람한테 인사할 때는 존댓말을 붙여야 하는 법이야.”
“그치만 아까 저 아저씨는 아빠한테 반말했자나.”
수정이가 박경민을 가리키며 이한성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자 순간 박경민은 갑작스럽게 쿨럭이며 시선을 돌렸고, 이에 이한성은 순간 작게 터질 뻔한 웃음을 참으며 수정이를 타일렀다.
“아저씨가 그런다고 너도 그러면 안되지. 자, 다시 한번 인사해 봐.”
“치이…. 안녕하세요.”
“그, 그래 안녕.”
이한성이 시키자 수정이는 마지못해 제대로 존댓말을 써서 박경민에게 인사했고, 박경민은 민망해진 얼굴과 함께 수정이의 인사를 받아주었다.
“이, 일단은 안에 들어가자…. 요.”
“네. 그러죠.”
아까 수정이에게 한 말을 의식했는지 입에 익숙하지 않는 존댓말을 쓰기 시작한 박경민의 모습에 이한성은 아까보다는 조금 삐딱함이 많이 사라진 말투로 그렇게 대답했다.
‘그래도 별 다른 소리 없이 바로 다시 존댓말을 쓰는 걸 보니까 일부러 기분 나쁘라고 그랬던 건 아닌 것 같네.’
세상에 일부러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만드는 부류의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그저 그렇게 어쩌다가 만나게 되는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기억에 보다 선명하게 남게되는 것 뿐.
살짝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이한성은 그런 생각과 함께 박경민의 뒤를 따라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사진으로 봤었던 것 처럼 좁네.’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느꼈던 감상은 그랬다. 사진으로 보았던 것 보다 더 작고 낡게 느껴지는 공간. 바닥의 타일 부분에는 금 간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고 이전에 둘러보았던 B와는 달리 테이블이나 의자 같은 가구들이 이미 전부 다 차려져 있는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 상태는 겉표면이 벗겨지고 얼룩이 져 있고 하는 영 말이 아닌 상태였다.
“그 보는 것 처럼 일단 요식업 하는데 필요한 왠만한 것들은 다 준비되어 있어요.”
“….여기 지어진지 얼마나 됐죠?”
“한 7년 정도….”
거짓말이다. 고작 지어진지 7년 밖에 안됐는데 보기만해도 이렇게까지 노후화가 되어있을리가 없다. 멍청이가 아닌 이한성은 굳이 [의심병자의 눈]을 사용하지 않고도 그 알아차릴 수 있는 사실을 깨달으며 속으로 헛웃음을 내뱉었다.
‘뭐…. 솔직히 낡은 거는 그렇게까지 눈에 띄는 정도는 아니고 테이블이나 의자 같은 것도 어차피 싹 다 갈아치우면 그만이니까 별 문제는 안되는데…. 역시 좁은게 좀 크단 말이지.’
다른 단점을은 제쳐두더라도 일단 공간이 너무 좁다. 어림잡아 느낀 바로는 한 10평 정도. 많아봐야 15평. 테이블 때문인지, 아니면 벽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영 어울리지 않는 액자들 때문인지 실제 크기 보다도 훨씬 좁게 느껴지는 것일테다.
인터넷으로만 확인했을 때는 위치도 역세권을 끼고 있어가지고 낡은 것이나 좁은 것을 감안해도 꽤 괜찮은 선택지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직접 와서 확인해보니 알지 못했던 단점들이 너무 수두룩하다.
역세권의 혜택인 고정 수요를 노리기에는 근처에 위치한 다른 동종업계 대형 프랜차이즈 들이 너무 많고, 리모델링과 인테리어에도 손을 써야 할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렇게 유일하게 장점이라고 생각했던게 장점조차 아니게 되어버리니 이전에 둘러보았던 B와 비교했을 때 이곳은 아무런 메리트가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게다가 분명 여기는 권리금도 받는다고 했었지.’
일단 위치 자체는 역세권 안이라고 권리금까지 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메리트는 커녕 디메리트 밖에 없다.
“여기 권리금을 얼마 쯤으로 생각하고 계신다고 했었죠?”
“어…. 한 3천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뭐요?”
“아, 아니 2천 5백.”
“….”
거 양심은 안녕하십니까? 1500을 받는다고 해도 겨우 납득할 정도인데, 뭐?? 3천??? 참나, 그정도를 낼 바엔 차라리 딴데 더 좋은 곳을 알아봐가지고 보증금이나 더 보태겠다.
권리금을 쓸데없이도 높게 잡은 박경민의 대답에 이한성은 그런 속마음들을 일일히 하나하나 전부 내뱉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침묵을 지켰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생각해 보고 나중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아니, 그러세요.”
이한성의 표정과 말투, 그리고 반응을 본 박경민은 조용히 내쉰 한숨과 함께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틀렸다는 걸 어렴풋이 깨달았던 모양이었다.
‘하긴 뭐, 눈치가 있다면 알아채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겠지. 첫인상 부터 삐걱였었는데.’
초면에 다짜고짜 말을 짧게 했던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이한성은 그렇게 단점 투성이였던 선택지 A에 속으로 실망을 금치 못하며 수정이와 함께 나란히 가게를 걸어나왔다.
“아빠. 우리 저기서 빙수까페 만들꺼야?”
밖으로 나오기 무섭게 수정이가 이한성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물었다.
“왜, 저기가 마음에 들어?”
“아니. 너무 지지라서 시러.”
“그래. 나도 더러워서 저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이유는 많이 있지만 말이야.
권리금이 어쩌니 주변 프랜차이즈들과의 경쟁이 어쩌니 라고 말해봤자 수정이가 이해하긴 어려울 거라는 걸 잘 알았던 이한성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정이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러자 수정이는 다행이라는 듯이 웃으며 이한성의 소매를 놓았고, 이내 갑작스럽게 꼬르륵 거리는 배를 붙잡았다.
[꼬르르륵-]“앗. 밥 머글 시간이다.”
“….지금? 아니, 지금은 좀 그런데.”
지금은 현재 1시 25분. 확실히 점심을 먹을 시간이긴 하지만 2시에 나머지 한 곳의 건물주와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두었기 때문에 당장 밥 먹을 시간은 없다.
“어…. 수정아 일단은 한 1시간 정도만 참으면 안되냐? 아빠가 약속이 있어서 당장 밥 먹으로 가기에는 좀 곤란한데….”
이한성이 미안하다는 목소리로 수정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이에 수정이는 생떼를 부리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급격하게 우울해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미치겠네. 차라리 생떼를 부리거나 할 것이지, 니가 그러면 내가 나쁜놈이 돼 버리잖아.
급격히 별 다른 말도 없이 시들해져 버린 수정이의 모습에 얼마 없는 양심을 압박당한 이한성. 딸아이의 그런 모습을 가만히 내버려 두자니 애한테 밥도 제대로 안먹이는 개 만도 못한 부모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었다.
“….알았어. 가는 길에 햄버거 사줄테니까 그거면 됐지?”
“응!! 나 얼티밋 더블 페티 콤보 머글래!”
어?
햄버거를 사준다는 말이 떨어진지 0.01초도 되지 않아 수정이는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번쩍 들어올리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우울함은 단 1도 보이지 않는 신난 미소를 지었다. 그런 수정이의 롤러코스터 뺨치는 감정기복을 본 이한성은 순간 할 말을 잃은 채 멍하니 수정이를 내려다 보았고, 이윽고 깨닫고야 말았다.
저 순진하고 귀여운 외모를 지닌 하프엘프 아이에게는 무시무시한 연기 재능이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