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3)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3화(93/245)
93
[쩝쩝-쩝-].“….맛있냐?”
거리를 걸으면서 숨도 쉬지 않고 얼티밋 더블 패티 콤보를 흡입하는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참 야무지게도 먹는다는 듯이 그렇게 물었다.
“응응! 아빠도 한입 머글래?”
“아니, 난 됐어.”
나는 한입충이 아니거든.
딱히 배가 고픈 것도 아니고 딸아이의 음식을 뺏어먹고 싶을 정도로 햄버거가 땡겼던 것도 아니었기에 이한성은 즉답과 함께 수정이의 호의를 거절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바로 4분의 1정도 남아있던 햄버거를 그대로 입안에다 털어넣었고, 볼을 부풀린 복어처럼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야야, 아무도 안 뺏어먹으니까 그렇게 막 입에 가득 넣고 먹지 좀 마.”
그러다가 체할라.
무식하게 그 큰걸 한입에 죄다 삼켜버린 수정이의 먹성에 이한성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그렇게 수정이를 살짝 꾸짖었다. 하지만 아빠가 꾸짖던 말던, 수정이는 그저 잔뜩 부풀어 오른 뺨에 버무려진 행복한 미소와 함께 얼티밋 더블 패티 콤보의 맛을 음미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왠지는 모르겠는데 저 탱탱한 볼따구, 한번 찔러보고 싶다.
복어 같은 수정이의 뺨을 보고 있자니 어째서인지 손가락으로 한번 콕 찔러보고 싶은 충동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한성은 그런 충동을 참으려고 하지 않았다.
[콕-]“?”
말랑말랑한 촉감. 찔러 보니까 꼬집어 보고도 싶어지는 아기피부의 감촉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수정이의 반응을 관찰했다.
“아니 그냥. 한번 찔러보고 싶어져서.”
이한성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수정이의 볼따구에서 손을 떼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수정이는 입 안에 가득 머금고 있던 햄버거를 마저 삼키더니 이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볼따구를 찔러보았다.
“으으음…. 아빠는 이상해. 하나도 재미 없는데.”
“재밌어서 찔러본거라고는 말 안했다.”
“그럼 왜?”
“그러게 말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째서 갑자기 수정이의 볼따구를 찔러보고 싶어졌는지는 모르겠다. 뭐랄까, 뾱뾱이를 보면 무조건 손가락으로 찌르고 보는 인간의 심리 때문이랄까…. 암튼 그런 거랑 비슷한 거다.
“흥…. 대답도 이상해.”
“아 예예. 그래 나 이상한 사람이다. 왜, 그래서 싫냐?”
“으음…. 이상하지만 싫지는 아나. 아빠는 아빠니까.”
“어 그래? 다행이네. 나도 네가 싫지는 않거든. 일단은 내 딸이니까.”
꽤나 가슴이 뭉클해질 만한 말을 한 수정이였지만 그에 반해 되돌아온 이한성의 대답은 영 시원찮았다. 그러자 수정이는 입술을 삐죽이며 이한성을 삐진 눈빛으로 쳐다보았고, 이에 이한성은 그런 모습도 귀엽기 그지 없는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
수정이가 영 못 믿겠다는 시선을 보내왔다. 이에 이한성은 그런 수정이의 시선을 그저 웃어 넘기며 대화의 주제를 돌렸다.
“야 수정아, 저기 비행기 날아간다.”
“!! 정말?! 어디???”
이한성의 페이크에 아주 쉽게 속아 넘어가버린 수정이는 그 즉시 하늘을 두리번 거리며 보이지도 않는 비행기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렇게 금새 딴곳에 정신을 팔아버린 수정이의 모습을 바라보고는 핸드폰을 꺼내 지도를 확인했고, 마지막 목적지까지 거의 다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디보자…. 한 30m 쯤 남았다고 하니까 슬슬 보여야 할텐데….”
아, 저기 보인다.
어렵지 않게 목적지를 찾아낸 이한성은 그대로 아직도 하늘을 올려다 보며 비행기를 찾으려고 드는 수정이의 손을 잡은 채 발걸음을 옮겼고, 미리 건물 밖으로 나와 있던 건물주로 보이는 30대 중반 쯤의 여성을 보았다.
“안녕하세요~ 이한성 씨 맞으시죠?”
“아 네.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뇨아뇨, 괜찮아요 괜찮아. 전 유미영이라고 해요. 엊그제에 제 남편이랑 통화하셨었죠?”
“아 예. 맞습니다.”
엊그제 전화했던 사람의 아내라는 유미영의 자기소개에 이한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아무래도 직접 통화했던 남편 쪽은 다른 일이 생겨서 아내 분이 대신 나오게 된 모양이었다.
“일단은 어서 안으로 들어오세요. 날씨가 쌀쌀해서 많이 추우실텐데.”
유미영이 문을 열며 어서 들어오라는 듯이 이한성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방온 인챈트가 걸린 외투를 입고 있었기에 별로 춥거나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며 수정이와 함께 안으로 발을 들였다.
“직접 둘러보시겠어요? 아니면 제가 소개시켜드릴까요?”
“어…. 일단은 한번 둘러보고 난 다음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뭐지?
빠릿빠릿하게 건물 안을 소개시켜주려는 유미영의 행동에 이한성은 순간 잠시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보통 초면인 사람들과 처음 만날 때의 기본적인 반응은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상대방에게 같이 온 일행이 있으면 누구냐고 조심스럽게나마 물어보는 것이 대부분이다. 방금 전에 만나고 왔던 살짝 비호감이였던 박경민 씨나 너무 정직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던 강준영 씨도 그랬듯이.
하지만 어째서인지 방금 막 만난, 그것도 통화조차도 나눠보지 못한 유미영 씨는 내가 수정이와 같이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수정이에게 눈길하나 주지 않았다. 마치 아무 관심도 없다는 듯이.
‘…그냥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살짝 미묘하게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쓰이는 수준도 아니였던지라 이한성은 그대로 근거 없는 의심을 거두며 스스로의 의심병을 나무랬다.
‘진정 좀 해라 이한성. 니가 [의심병자의 눈]이 있다고 해서 진짜 의심병자인 것도 아니잖아. 별 쓸데없는 걸 다 가지고 의심부터 하려 들고 있어. 니가 범죄 스릴러물 주인공이냐??’
신경 끄고 안이나 좀 제대로 둘러보자.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이한성은 이전에 갔었던 두 곳을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느낌을 지닌 건물 안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디보자… 일단 겉보기에는 깨끗하고, 공간도 적당하고… 왠만한 필요한 것들도 다 있네?”
주방 시설도 깔끔하게 갖춰져 있고 테이블이나 의자들도 깔끔한 상태를 지니고 있다. 거기에다가 카페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글라인더, 블랜더, 제빙기를 비롯한 알바생이였을 때 질리도록 다뤄봤던 장비들까지 전부 세팅되어 있다. 장점도 있었지만 단점도 있었던 A와 B와는 달리 거의 완벽하다고 해도 좋을 수준이었다.
“수정아, 여기 어때? 괜찮지 않아?”
“….”
“수정아?”
뭐야, 왜 불렀는데 대답이 없어?
건물 안에 들어오고 나서부터 영 말이 없어진 수정이의 모습에 이한성은 이상하다는 듯이 수정이의 상태를 살폈다. 그러자 수정이는 이내 다물고 있던 입을 열며 찡그려진 눈과 함께 나지막히 말했다.
“아빠, 여기 시끄러워.”
“? 시끄럽다고?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말하는거야?”
날이 원체 추운지라 건물 안에 히터가 돌아가고 있기는 하지만 막 귀에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집중을 해야만 좀 들리는 수준이기에.
하지만 수정이의 귀에 거슬렸던 건 보일러 소리가 아니였는지, 수정이는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나지막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울고있써.”
“….?”
울고 있다니? 누가?
천장을 바라보며 영문을 모르겠는 소리를 하는 수정이의 행동에 이한성은 어리둥절해 하며 한번 귀를 기울여 보았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의 청각을 지닌 그는 보일러 소리를 제외한 그 어느 소리도 듣지 못했다.
“저기, 혹시 위층은 거주공간입니까?”
이한성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천장을 올려다보며 건물주인 유미영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2층은 저희 집이에요. 혹시 신경쓰이시나요?”
“아뇨… 그냥 저희 애가 위층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다길래…”
“아, 그건 아마 저희 개일거에요. 잠깐 위에 올라가서 좀 살펴보고 올게요.”
소리가 들린다는 말에 유미영은 죄송하다는 듯이 고개를 숙이며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가버렸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익숙한 효과음이 울려퍼지며 퀘스트 창이 이한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돌발 퀘스트가 발생하였습니다.] [들리지 않는 층간소음: 소음의 원인을 밝히십시오.] [클리어 보상: 위기방지]“….이렇게 갑자기?”
돌발 퀘스트가 예고도 없이 뜬금없게 발생하는 일이야 이미 수두룩하게 겪어서 그닥 놀랍지도 않지만 내용도 그렇고, 보상도 이렇게 성의가 없게 느껴지는 돌발 퀘스트는 이번이 처음이다.
‘아니, 갑자기 왜 나보고 층간소음을 해결하라고 그러는건데??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는구만…’
층간소음은 둘째 치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다짜고짜 소음을 해결하라니, 이토록이나 영문을 모르겠는 퀘스트가 갑자기 왜 나타났는지 조금도 이해를 못하겠다.
아무리 돌발 퀘스트라지만 돌발을 넘어 황당하기 그지 없는 퀘스트의 내용에 이한성은 그렇게 어이가 없다는 듯이 속으로 투덜거리며 퀘스트를 무시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기 무섭게 수정이는 갑자기 이한성의 옷소매를 잡아당겼고, 이내 아까랑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아빠. 저기 위에서 누가 울고 있써.”
“아까 여자분이 말했잖아. 윗층에서 개 키운다고.”
“아니야아, 이거 강아지 울음소리 아니야.”
“…뭐?”
강아지 울음소리가 아니라고? 그게 대체 무슨—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할 수가 없는 수정이의 말에 어리둥절하던 그 순간, 불현듯 아까 느꼈던 미묘한 위화감이 이한성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며 왠지 모를 불안감을 불러 일으켰다.
“….수정아, 너 잠깐만 여기 있어라.”
“? 왜에?”
“아빠가 잠깐 뭐 좀 확인할게 있어서.”
이한성은 그렇게 잠시 수정이를 1층에 뒤로한 채 건물 뒤쪽에 위치한 계단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고 2층으로 향했다. 그러나 이럴때만 꼭 말을 듣지 않는 수정이는 쪼르르르 이한성의 뒤를 따라왔고, 이에 이한성은 소곤이는 목소리로 수정이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밑에서 기다리라니까?”
“시러. 아빠랑 가치갈래.”
“안돼. 따라오지 마.”
“아 왜~!”
따라오지 말라는 이한성의 단호한 말에 수정이는 온몸으로 투덜거리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이한성은 당황하며 수정이의 입을 막았고, 이내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며 조용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알았어 알았어, 대신 조용히 해야한다?”
[끄덕-]수정이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에 이한성은 근심이 담긴 얼굴과 함께 다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고, 아까 유미영이 말했던 2층의 주거공간으로 이어지는 듯한 현관문을 향해 다가갔다.
당연하게도 현관문은 닫혀있었다. 수정이가 들었다던 그 울음소리도 문앞까지 오면 충분히 들릴 줄 알았는데 방음설비라도 되어 있는지 여전히 이한성의 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이에 이한성은 하는 수 없이 혹시나 문이 열려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문고리에 손을 가져다댔다.
[끼익-]아니나 다를까, 문고리를 조심스럽게 잡아당기자 잠겨있지 않았던 현관문은 미세한 소리와 함께 부드럽게 열렸다. 그렇게 문이 열려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한성은 이윽고 소리가 나지 않도록 아주 조심스럽게 안쪽이 살짝 보일 정도로만 열어 틈새 너머를 바라보았다.
[쨍그랑!]“…?”
순간 유리병 비스무리 한 것이 깨지는 소리가 열린 문 틈 사이로 이한성의 귓가에 들려왔다.
듣는 것 만으로도 반사적으로 흠칫하게 되는 소리. 수도 없이 들었고, 수도 없이 보았던 광경.
사방에 널브려진 유리조각, 난장판이 된 거실, 아까의 부드러운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잔뜩 성을 내고 있는 여자와 면식이 없는 성인 남자 하나, 그리고 그런 둘에게 아무 말도 못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는 아이 하나.
“내가!! 손님 온다고!! 방 안에서 닥치고 있으라고! 했지?!!”
“….”
발길질이 만들어내는 둔탁한 소리와, 분에 가득 찬 여자의 목소리가 합을 맞추었다. 고작 7살 정도 밖에 되지 않아보이는 남자아이가 성인 여성의 발길질에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안간힘을 다해 비명을 참고 있는데, 그걸 그저 술을 마시며 묵묵히 지켜보는 남성의 모습을 본 이한성은 기척을 숨기는 것 조차 잊은 채 현관문을 활짝 열었다.
감출 수 없는 분노가 적나라하게 담겨진 혼잣말과 함께.
“이 개새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