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4)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4화(94/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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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자의로 태어나기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단 한명도 없다.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의 탄생은 부모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며, 태어나기 전의 아이가 결정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기에 이 세상 모든 아이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이란 것을 내릴 수 있게 될 때 까지는 모두 부모라는 존재들의 보살핌을 받아야 마땅하다. 아이들의 탄생은 온전히 부모의 선택이고, 그렇기에 책임 또한 그들이 져야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이를 가진 것이 선택이었던, 사고였던 어찌되었든 간에 아이가 생긴 이상 부모들은 그 아이들이 클 때 까지 책임을 져야만 한다. 그것은 생물에게 있어서 필연적인 본능이기도 하고, 인간에게 있어서 반드시 있어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하지만 보아라. 이 세상에 그 최소한의 본능도, 도리도 지키지 않는 짐승만도 못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참으로 웃긴 일이지.
지구상의 그 어떠한 짐승들도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지 않는 한 제 새끼를 해하거나 죽이려고 하지 않는데, 그 짐승들 보다도 스스로가 월등하다고 자부하는 인간이라는 것들이 대체 왜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를 자행하는 것일까.
증오 때문에? 무슨 사정이 있어서 제 자식이 그리나 미웠기 때문에?
말도 안되는 개소리다. 지들이 낳아놓고서는 지들이 화풀이를 하는게 대체 어느 행성에서 온 개소리인가.
아니면 뭐, 막상 생각없이 낳아놓고 보니까 마음에 안들어서 무슨 인형마냥 반품이라도 하고 싶기라도 한건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아니, 생물이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족속들이다. 그런 분노에 휩싸인 생각들과 함께 이한성은 눈앞에 펼쳐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을 바라보며 나지막히 욕을 내뱉었다.
“이 개새끼들이…”
그 어느때 보다도 분노한 이한성의 목소리가 주변으로 울려퍼지자 아이에게 발길질을 하느라고 정신이 팔려있던 개새끼들은 이윽고 조용히 하던 것을 멈춘 채 이한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봐요, 남의 집 일에 신경쓰지 말고 나가.”
아까부터 무신경하게 술만 퍼마시던 남편 쪽이 자리에서 일어나 술병을 든 채 이한성을 향해 다가오며 말했다. 그러나 이한성은 그 말을 완전히 무시하며 조소가 담긴 혼잣말을 내뱉을 뿐이었다.
“…아니지. 개들도 저러지는 않지.”
“뭐?”
“개들도 제 새끼를 패지는 않는다고 이 개만도 못한 새끼야.”
이한성이 금방이라도 주먹이 나갈 것만 같은 눈빛과 함께 남자와 여자를 직시하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러자 이에 술에 취해있던 남자는 이미 붉어져 있던 얼굴을 붉히며 술냄새가 나는 목소리와 함께 들고 있던 술병을 휘두르려는 듯이 들어올렸고, 이에 이한성은 옆에 있던 수정이에게 물러나라는 듯이 손짓하며 앞으로 나섰다.
“이 애새끼가 듣자듣자 하니까 뒈지고 싶나…”
[휘익-]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퍼진 것과 동시에 남자가 들고 있던 술병이 이한성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딱딱한 술병은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빗나가버렸고, 남자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이한성을 찾기 시작했다.
“뭐야? 이 새끼 어디갔-”
당황한 목소리로 주변에 울려퍼진 남자의 말은 끝을 맺지 못했다.
[스킬: 수면마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대상이 깊은 잠에 빠져듭니다.] [털썩-쿵!]이한성의 눈앞에 시스템 창이 나타난 것과 동시에 남자는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바닥에 잠들은 듯이 쓰러져버렸다. 수면마법에 의해 순식간에 잠들어버린 남자의 손에 들려있던 술병은 그대로 그의 손을 벗어나 바닥을 굴러 이한성의 발가에 닿았고, 이한성은 이를 무신경하게 발로 치워버리며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당황한 눈빛으로 쓰러져버린 남편을 바라보고 있던 유미영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다, 당신 뭐야!! 대체 뭘 한거야?!!”
“…..”
아까까지만 해도 그리도 소리를 지르며 제 아이에게 발길질을 날리던 유미영의 모습은 더 이상 그곳에 없었다. 그곳에는 그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겁을 먹은 약자에게만 강한 여자가 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이었다.
“아까는 분명 개를 키운다고 했었던 거 같은데.”
유미영을 무시한 채 바닥에 쓰러져 있던 아이에게 다가간 이한성이 소름끼치도록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온몸에 피멍이고 타박상이며 성한 곳이 없어보이는 아이의 상태를 살피더니, 이내 말을 덧붙였다.
“그 개가 얘는 아닐거고, 대체 개가 어딨다는거지?”
이한성의 20대의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경멸로 가득 찬 눈빛이 유미영에게로 향했다. 그러자 그녀는 뒷걸음치더니 이내 현관을 향해 뛰처나가려고 했지만, 이한성은 손짓 하나만으로 그녀의 동작을 멈춰세웠다.
[스킬: 행동제한을 사용합니다.] [대상의 행동이 제한됩니다.]“뭐, 뭐야, 왜 몸이…”
“설마 자기 자식을 개라고 소개하지는 않았을거 아니야. 안그래?”
분노, 분노, 그리고 또 분노, 이한성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만 같은 분노 밖에 없었다. 지금의 그는 간신히 이 건물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엎어버리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있는 중이였다.
[덜그럭-]그리고 그렇게 그가 분노를 억누르기 바쁘던 그 순간,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무언가가 그의 발끝에 닿았다.
핏자국이 묻어있는 성인 남성용 벨트였다.
“…..”
이한성은 밑을 내려다 본 그 순간에 벨트의 용도를 곧바로 깨닫고야 말았다. 남자아이의 몸에 멍이나 타박상 외에도 채찍 같은 것에 맞은 듯한 상처가 있었다는 걸, 그는 방금 전에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기에 벨트의 용도를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었다.
“….니들이 사람새끼야?”
이한성이 바닥에 떨어져 있던 가죽벨트를 주으며 분노에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에 의해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던 유미영은 그저 이해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떨 뿐이었다.
“니들이 사람새끼냐고!!!”
[짝!!]두터운 가죽벨트의 끝자락이 위협적인 소리와 함께 공기를 가르며 방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이에 유미염은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눈을 감았고, 이내 두려움이 가득한 눈과 함께 이한성을 바라보며 겁에 떨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모습은 이미 머리 끝까지 뻗쳐있던 이한성의 분노를 더욱 키울 뿐이었다.
“당신들이 낳은 애잖아!! 애를 이런걸로 개 취급하면서 팰거면 대체 뭐하러 처 낳은건데?!!”
[짝!!]가죽벨트가 아까보다 한층 더 강하게 바닥을 향해 휘둘러지며 굉음을 냈다.
이한성은 모른다. 저 아이가 입양된건지, 아니면 친자식인지.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 그에게 있어서 그런 사실은 아무래도 좋았다.
“개새끼들도 이렇게 까진 안해!!!! 짐승 새끼들도 이딴 끔찍한 짓거리는 안한다고!!!!!”
[쿵!!]이한성이 붙잡고 있던 가죽벨트를 온 힘을 다해 바닥으로 내동댕이 치며 성대가 터져라 소리쳤다.
살면서 이렇게 까지 분노해본 적이 없었다. 이한성은 본인 스스로도 지금 자기자신이 이렇게까지 소리를 치며 분노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식은 커녕 인간으로서의 취급조차 받지 못했을 아이. 도와주는 이 하나 없이, 혼자서 모든 부조리한 폭력과 폭언에 시달려야 했던 아이. 부모라는 이름의 짐승만도 못한 것들 밑에서 그 어떠한 행복도 누리지 못했을 아이.
이한성은 그 아이의 이름조차 알지 못한다. 그 아이를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는 이렇게까지 분노를 토해낼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상처 투성이로 바닥에 엎드려 있는 저 아이가, 이제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렸을 적의 누군가와 겹쳐보였기에.
진짜… 개x같은 세상이다. 이런 것들이 한두명도 아니고 여러명 있다는게 아주 x랄났네 x랄났어. 신은 뭐하냐? 죽었어? 이딴 것들이 왜 사람 가죽을 뒤집어 쓰고 활보하게 내버려두는건데?
겉으로 분노를 닥치는대로 토해내니 내면 속의 목소리는 이상하리 만큼 가볍고 차분했다. 겉과 속이 반대가 되어버린 이한성은 그렇게 조소로 가득한 속마음을 되뇌이며 거칠어진 숨을 가다듬었다.
“아빠…”
순간 따스한 감촉이 이한성의 손을 붙잡으며 아직 전부 진정되지 못했던 그의 마음을 가라앉혔다.
수정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이한성은 그제서야 격양되어 있던 감정의 뚜껑을 완전히 닫을 수 있었다. 뒤늦게 자신이 수정이가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채 딸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평소의 그라면 전혀 하지 않을 사과를 딸아이에게 건냈다.
“….미안. 소리질러서 놀랐지.”
“괜차나. 하나도 안 무서웠써.”
수정이가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분명히 처음보는 아빠의 모습에 겁을 먹었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는 수정이의 대답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이한성에게 말로 이루지 못할 안도와 죄책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다음부터는 안그럴게.”
“응.”
수정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이한성은 그대로 말없이 수정이를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주머니속의 핸드폰을 꺼내 쉴대로 쉰 목소리로 조용히 전화를 걸었다.
“….경찰서죠?”
그렇게 그날, 차마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던 부모의 만행은 막을 내렸다.
…아직 7살도 채 되지 않은 한 아이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못할 상처를 남겨준 채.
––––––––-
“그래서 그 뒤로 어떻게 됐어?”
다시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온 부엌의 식탁에서, 이한성의 어머니가 그 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듯이 아들내미에게 물으셨다.
“어떻게 되긴요. 경찰이 와서 뭐 이것저것 조사하고 싹 다 체포해서 갔죠.”
어머니의 물음에 이한성은 방금 막 뎁혀온 야채호빵을 후후 불며 별 일 없었다는 듯이 그렇게 대답했다.
“그럼 애는?”
“아마 아직도 병원에 입원 중일 거예요. 갈비뼈 골절에 무릎 염증까지, 뭐 하여튼 성한 곳이 있었어야죠.”
“아이고… 생명에 지장은 없다니?”
“네. 제대로 치료만 받으면 후유증이나 그런 거 없이 다 나을거래요. 나중에 다 나으면 화연이네 쪽 보육원에서 지내기로 이미 얘기가 다 끝났으니까 그렇게 걱정 안하셔도 돼요.”
정신적 후유증은 어떻게 할 수가 없겠지만 말이지.
그 사단이 일어난지 아직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다. 겉으로 보이는 상처들은 약이나 붕대로 치료해서 어느정도 나아졌다고는 해도, 그 속에 남아있을 상처들이 아물기에는 턱도 없이 짧은 시간이다.
‘…아마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
이한성은 착잡한 표정과 함께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조용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수정이는 괜찮아? 다 봤다면서? 어려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텐데…”
“글쎄요… 말로는 괜찮다고 하긴 했는데…”
수정이야 원래 보기보다 눈치가 빠른 아이니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말로만 괜찮다고 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다.
“아하하하핫!! 용용아 간지러~!”
“….”
…확실한거 맞겠지?
분명 속으로는 충격을 많이 먹었을거라고 걱정하기 무섭게, 수정이의 아무런 걱정도 고민도 느껴지지 않는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방 문을 넘어 울려퍼지며 이한성의 고막을 강타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의 어머니는 옅은 미소와 함께 걱정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시며 다시 대화를 이어나가기 시작하셨다.
“그나저나 그럼 가게 둘러본다던 건 어떻게 된거야? 결정했어?”
“네… 뭐, 그렇죠.”
결정하고 자시고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린지라 이한성에게는 달리 선택지가 없다. 원래는 C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한성이었지만, 그곳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지라 그곳에 가게를 차리고 싶은 마음은 완전히 사라져버렸고, 남은 A와 B 중에 나은 곳은 단연코 B였기에 결국 최종 선택지는 강준영 씨의 건물 1층 상가로 결정난 상태다.
‘뭐… 솔직히 이제와서 생각하면 처음 거기가 제일 나은 것 같단 말이지.’
건물주 성격도 좋아, 가게 상태도 좋아, 가구들이랑 필요한 물품들 준비해야 할 게 다른 곳에 비해서 꽤 많기는 하지만 뭐 어때. 자금은 충분히 있는데.
돈을 아꼈다가는 똥된다. 그 증거로 지금껏 알바를 해왔던 가게 중에서 늘 무조건적으로 돈을 악착같이 아끼려고 들었던 가게만 유독 다른 곳에 비해 금방 망했었는지 않았는가.
‘인생살이 새옹지마라고, 일이 이렇게 된게 전화위복일지도 모르지.’
이한성은 그렇게 늘 부정적으로만 흘러가는 생각을 억지로 긍정적으로 유도하며 스스로를 타일렀다.
“아무튼 그건 그렇고, 저 없는 동안 용새끼는 좀 어땠어요?”
이한성이 대화의 주제를 바꾸며 어머니께 물었다.
“별 일 없었어. 뭐 기저귀 갈아줘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배고프다고 울면 냉장고에서 얼음 좀 꺼내다가 주변 그만인데 힘들게 뭐 있어.”
어머니는 오히려 아기를 돌보는 것 보다 훨씬 쉬우셨다는 투의 말투로 그렇게 대답하셨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수정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긴 뭐… 수정이 어렸을 때 보다야 훨 쉽긴 하겠네요.”
수면마법이 씨알도 안먹힌다는 것만 빼면 말이지.
생각해 보니 아마 오늘밤도 어김없이 새벽쯤에 깨서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또 모두의 수면시간을 방해할 예정이리라. 이한성은 의도치 않게 자각해버린 불편한 사실에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히 실없는 혼잣말을 내뱉었다.
“그냥 쟤도 확 빨리 커버리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