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5)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5화(95/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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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쟤도 확 빨리 커버리면 좋을텐데…”
어차피 성장해도 덩치 큰 드래곤이 아니라 폴리모픈가 뭐시기로 인간으로 둔갑한다니까 지금처럼 매일같이 손 쓸 수도 없게 밤마다 울어대게 놔두는 것 보다는 그냥 빨리 키워서 수면교육이나 시키는 것이 제일이다.
그렇게 이한성은 예전에도 언젠가 한번쯤 했었던 것 같은 생각을 되뇌이며 어머니가 깎아놓으신 감을 한입 베어물었다.
[쿵!]“?”
잠깐 감 좀 먹으며 시간을 때워야 겠다고 하기 무섭게 수정이가 있는 쪽으로 부터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진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얘가 또 뭘 부숴먹으려고…”
지난번에는 놀다가 사고쳐서 천장에 구멍을 내놨더니만은, 이번엔 또 뭘 부숴먹은 것일까.
이한성은 보기도 전에 벌써부터 수정이가 또 무언가를 박살냈다고 단정지으며 즉각 [리커버리]를 쓸 준비와 함께 방으로 향했다.
“수정아, 방금 그거 무슨 소리-”
“으아아아!! 아, 아빠! 잠깐만!!”
[덜컥덜컥-]수정이의 다급한 외침을 무시하며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이한성이었지만 안쪽에서 못들어오게 잠가놓기라도 했는지 문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대단한 사고를 쳤길래 안에도 못 들어오게 하고 그러는거야?
평소의 수정이라면 왠만한 대형사고를 친 게 아닌 이상은 뻔뻔하게 웃으며 바로 이실직고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사고현장을 보지도 못하게 막으려 든다는 것은, 이한성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의 규모가 크다는 뜻이었다.
“어이, 이수정이. 5초 준다. 문 열어.”
“5, 5초 말고 5분!”
“5, 4, 3, 2, 1-”
5초 준다니까 5분을 달라는 수정이의 응답에 이한성은 못들은 척 아주 빠른 속도로 5초를 세기 시작했다.
“-0. 아빠 화내기 전에 문 열어라?”
“으으으… 열면 화 안낼꺼야…?”
“어. 화 안낼게.”
“….”
화내지 않겠다는 이한성의 약속을 받아낸 수정이는 결국 농성을 포기한 채 안쪽에서 천천히 방 문을 열었다.
열린 방 문 쪽으로 부터 나온 것은 다름아닌 냉기. 체감온도 -30도에 달하는 극저온의 냉기였다. 그리고 그런 냉기를 무의식적으로 들이킨 이한성은 반사적으로 기침을 토해내며 폐가 얼어붙어 버릴 것만 같은 위협을 느꼈다.
“컼… 콜록!”
극한의 추위 속에서는 숨을 쉬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직접 얼어붙은 공기를 들이키고는 그 사실을 몸소 체험한 이한성은 기침을 연달아 내뱉고는 겨우 숨을 가다듬었고, 이내 완벽하게 남극 그 자체가 되어버린 방 안을 바라다 보았다.
“…..”
“에, 에헤헤… 그게 그러니까아…”
수정이가 곤란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말끝을 늘어뜨렸다. 5살 수준의 두뇌로 어떻게든 그럴싸한 변명을 즉석에서 만들어 내려고 했던 수정이였지만, 그 어떠한 변명도 남극이 되어버린 방 안의 참상을 무마시킬 수는 없었다.
“….이수정. 아빠가 분명히 방 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어 놓으면 안된다고 불과 엊그저께 말했던 것 같은데.”
“어, 어지르지는 않았써!”
딱히 부숴먹거나 어지른 것은 없다. 그저 방 전체를 있는 그대로 얼려버렸을 뿐. 수정이는 그렇게 아빠의 경고를 어기지는 않았다는 듯이 반박했다.
물론, 어림도 없는 소리였지만.
“야!! 차라리 난장판으로 만들어놓으면 또 몰라, 죄다 얼려버리면 어떡하냐?!”
“어, 얼리면 안되는고야…?”
“당연히 안되지! 벽지고 뭐고 죄다 눅눅해지잖아! 게다가 니가 만든 얼음은 잘 녹지도 않는다고!”
[분노 조절에 실패했습니다.] [남은 기회: 2/3]수정이에게로 향한 이한성의 분노를 감지한 시스템이 경고 메시지를 출력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순간적으로 흥분한 감정을 겨우 억누르며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니, 그래 소리질러서 미안하기는 한데… 이번엔 또 이유가 뭐야?? 대체 왜 방을 꽁꽁 얼려버린건데??”
지난번에는 용새끼가 추울 것 같다고 이불이고 옷가지고 뭐고 죄다 끌어모아 방 안에다가 둥지 하나를 틀어놓았더니, 왜 이번에는 정 반대로 방 안을 냉동시켜버린 것일까. 이유라도 좀 들어야 화가 가라앉을 것만 같았던 이한성은 수정이의 대답을 기다리며 묵묵히 팔짱을 꼈다.
“그게… 용용이가 조아해서…”
수정이가 손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주눅이 든 시선으로 이한성을 올려다 보았다. 이에 수정이의 대답을 대변하듯, 새끼용이 얼어붙은 바닥을 미끄러지며 이한성의 발밑에 다가와 애교를 떨기 시작했다.
“뀨! 뀨우~!”
“…아오 진짜, 골 때리네.”
악의가 있었던 것도 아닌지라 마냥 혼만 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원래 이런 일이 반복되면 따끔하게 혼을 내야 하는 법인데, 이한성은 그렇게 딸아이에게 매운맛을 보여줄 위인이 못됐다.
“쯧… 그래 뭐… 동생을 위한거였다니까 정상참작은 해 줄게.”
“정상참작? 그게 뭐야?”
“이번 까지만은 봐준다고. 다음에는 안 봐준다는 소리야.”
지난번에도 비슷하게 그냥 넘어갔던 것 같은데… 분명 기분 탓이겠지. 내가 그렇게 무른 성격일리가 없잖아.
틀렸다. 이한성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뿐, 그는 확실하게 딸에게 무른 딸바보 카테고리에 속한 인간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자신이 딸바보 초기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이한성은 그렇게 오늘 까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하며 한숨과 함께 수정이에게 냉동고가 되어버린 방의 수습을 요구했다.
“아무튼간에, 이거 다 치울 수는 있는거지?”
“어… 어어… 어어어응…”
“…그래. 애초에 기대도 안했다.”
딱 봐도 치우는 방법 까지는 생각하지 못한 수정이의 반응에 이한성은 고개를 푹 숙이며 허탈한 목소리와 함께 그렇게 중얼거렸다.
…결국 하루종일 집 안에 히터를 틀어 한나절 동안이나 방 안이 녹기를 기다려야만 했던 이한성이였다.
––––––––—
아동학대 현장을 목격한 일, 그리고 방이 냉동고가 되어버렸던 일.
크면서도 작은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지만 이한성의 자영업 계획은 별 다른 차질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선택지가 달리 없던 이한성은 결국 세가지 선택지 중에서 강준영 씨와 임대 계약을 맺고, 계약서에 싸인을 치뤘다. 건물 계약에 들어간 금액은 보증금을 포함해 총액 3천만 원 가량 정도. 월세 계약이기 때문에 월말에 내야할 금액까지 포함한다면 약 3천 2백만원 정도로 상가의 크기와 완성되어 있는 인테리어를 감안한다면 금전적적으로 큰 이득이었다.
빙수 카페를 열 가게는 구했고, 이제 남은 것은 커피 머신이나 생활용품, 그리고 테이블 및 의자들을 준비해가지고 세팅하는 것과, 아직 다듬어야 할 점이 많은 빙수 레시피를 보다 더 향상시키는 것 뿐이다.
…아직 준비해야 할 게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가게를 구한 것 만으로도 절반은 왔다고 봐야지.
임대 계약을 맺기 전까지만 했어도 그닥 자영업을 시작한다는 실감이 들지 않았었는데 이렇게 계약을 맺으니까 이제서야 몸소 카페 사장이 된다는 사실이 실감난다.
이한성은 어느샌가 알바생에서 사장이 되어버린 자신의 출세에 그저 소소한 감탄을 내뱉으며 요즘들어 늘 그랬듯이 부엌에 아예 뿌리를 내린 채 곱게 간 얼음에다가 이런저런 다양한 토핑들을 시도하며 레시피 연구를 계속했다.
“솔직히 얼음빨 때문에 뭘 올려도 기본적인 맛은 있긴 한데 말이지…”
베이스인 얼음 덕분에 뭘 올려놓아도 맛은 있다. 다만, 그저 맛이 있는 정도로 만족했다가는 죽만 쓰고 망하게 될 것이다. 자영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경쟁이 치열한 일인지 잘 이해하고 있는 이한성은 지금의 맛에 만족하지 않은 채 빙수 위에다가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을 한번 올려 보았다.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아무리 얼음빨 덕에 뭘 올려도 괜찮아도 그렇지, 그렇다고 민초를 올리는 건 선 넘은 짓이다. 대다수가 그렇듯이 반민초파의 일원에 속해있는 그는 그렇게 밀려오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완성되어버린 민트 초코 빙수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맛은 있지 않을까? 민초이기는 하지만… 얼음빨이 있으니까… 아니다, 그래도 결국 민초는 민초잖아.
맛이 없지는 않을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직접 만들어본 장본임에도 심리적으로 맛을 보기가 극히 꺼려진다. 몸에 흐르는 반민초의 피를 억누를 수가 없었던 이한성은 결국 공을 들여 만들어본 민트 초코 빙수를 그냥 폐기처분하기로 결정하며 들어올렸다.
“아빠, 그게 뭐야?”
“뀨?”
태어난지 1분도 채 되지 않은 민트 초코 빙수가 쓰레기통에 던져지며 생을 마감하기 일보 직전이였던 그 순간에, 언제 부엌에 왔는지 모를 수정이가 용용이를 품에 안은 채 이한성을 멈춰세웠다.
“이거?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빙수… 같은거야.”
“? 왜에? 맛있써 보이는데.”
“?? 이게??”
민초 빙수가 맛있어 보인다고?? 민초인데?? 아이스크림의 탈을 쓴 치약인데??
비주얼 적으로 보아도 초록색 그 자체인 빙수를 보고는 맛있다고 말하는 수정이의 반응에 이한성은 경악과 혼돈으로 가득한 표정을 내지었다.
“응. 먹어바도 대?”
“어… 아니 안될건 없는데… 정말 먹고싶어?”
거 참 취향 한번 독특하네… 얘가 어떻게 된게 홍삼 캔디도 그렇고 왜 입맛이 저런데냐…?
홍삼캔디를 좋아할 때 부터 좀 이상하다고는 생각 했는데 민트초코까지 굳이 맛을 보려고 한다니,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상적인 취향은 아니다.
“응!”
“그래 뭐… 먹고 싶다면 말리지는 않겠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봤는데도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는 수정이의 대답에 이한성은 이게 맞는건가, 싶은 표정을 지으며 민트 초코 빙수를 수정이에게 한입 떠먹여 주었다.
“아움-”
“…어때?”
치약맛과 다를게 없는 민트향의 빙수를 우물거리며 음미하는 수정이. 별다른 반응도 없이 한참이나 그렇게 맛을 음미하던 수정이는 이윽고 눈을 번쩍 뜨며 이한성이 들고있던 숟가락을 낚아챘고, 거의 무슨 포크레인이 흙더미 치우듯이 민트초코 빙수를 흡입하기 시작했다.
“야야야! 그만해 그만! 이런 거 막 먹는 거 아니야!”
“아빠! 이거 마싰썽!”
폭주하는 수정이를 말리려던 이한성이였지만 수정이는 이에 전혀 아랑곳 하지 않은 채 민트초코 빙수를 전부 먹어치우며 입가에 초록색 민트크림을 잔뜩 묻힌 채로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이게 맛있다고??”
“응! 달고 상큼해서 조아!”
“…아니, 치약맛 나지 않아??”
“치약…? 아니이. 안나는데.”
항상 딸기맛 치약을 쓰고있는 수정이로써는 민트의 향이나 맛이 치약이라고 생각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어… 그, 그래… 맛있다면야 내가 할 말이 없다만은…”
맛있다는데 뭐 어쩌겠어. 자식의 취향이 아무리 이상하다고 해도 부모로써 충분히 존중해 줘야겠지. 납득하지는 못할지라도 말이야.
딸아이가 민초단이였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충격적이고 상심이 큰 소식이였지만 이한성은 그런 딸아이의 취향을 존중해 주기로 하며 빈 그릇을 물에 뿔린 채로 싱크대에 내려두었다.
“…일단은 계속해서 다른 토핑이나 연구해야지.”
비록 반응은 좋았던 민트초코 빙수였지만 테스터가 홍삼캔디 매니아에다가 민초단으로 판명난 수정이였던 만큼 메인 메뉴로 추진하기에는 여러모로 애로사항이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한성 본인부터가 극진적인 반민초단인 이유가 가장 컸다.
‘…상점에서 산 아이템으로 한번 만들어볼까…?’
다음 빙수는 뭘로 만들어 볼까 고민하던 그 순간, 문득 여태껏 단 한번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아이디어가 번뜩이며 범인을 알아낸 꼬마 명탐정의 추리마냥 이한성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세계수의 이슬이라던지, 여태껏 보상으로 받아놓고 단 한번도 꺼내본 적이 없는 전설템인 세계수의 열매라던지, 비록 가격이 가격인지라 단가가 높아져서 상품으로 내놓기에는 적절치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시도해 보아서 나쁠 건 없을 것이다.
“일단은 저번에 사놓은 세계수의 이슬 남은게 조금 있으니까… 한번 넣어 봐?”
작은 병 하나를 통째로 마셔야지 제대로 된 효능을 발휘하는 세계수의 이슬이지만 한두방울 정도라도 섭취하는 사람의 기력을 조금이나마 회복시키는데는 충분할지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보이는 아이디어에 이한성은 즉시 인벤토리 창을 열어 한동안 쓸 일이 없었던 세계수의 이슬이 담겨진 유리병과 평범한 열매와는 사뭇 다른 기운을 지닌 세계수의 열매를 꺼내다가 식탁 위에 올려두었다.
“어디보자, 내가 연유 남은거를 어딨다 뒀더라…”
…안이 텅텅 비었네.
하루종일 빙수 레시피 연구하느라고 재료들로 잔뜩 어질러진 부엌에서 온데간데 사라진 연유를 찾아헤맨 이한성이 찾아낸 것은 내용물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은 연유통 하나였다.
“하는 수 없지.”
그새 연유를 다 써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한성은 그대로 현관으로 향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간단하게 외투 하나를 걸친 채 신발을 신었다. 그러자 수정이도 용용이를 품에 안은 채 쪼르르 이한성을 따라오려고 하였다.
“나갔다가 연유만 사고 금방 돌아올거니까 넌 할머니랑 집에 있어.”
“음… 아라써!”
예전같았다면 온갖 떼를 쓰며 따라가겠다고 난리를 쳤을 수정이였지만 귀여운 동생 내지 드래곤도 있겠다, 오히려 집에서 노는 것이 더 재밌겠다고 판단한 수정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며 외출하는 이한성을 마중했다.
“그럼 아빠 갔다온다.”
“응! 살아서 돌아와!”
“나 전쟁터 나가는 거 아니야 이것아.”
꼭 마중 인사를 해도 저렇게 한다니까…
누가 엉뚱한 천재 미소녀 하프엘프 아니라고, 마중하는 인사도 범상치가 않다. 이한성은 그렇게 잠깐 요 앞의 편의점에 갔다올 뿐인 자신에게 생환하기를 기도하는 수정이의 기행에 그저 피식 웃으며 현관문을 나섰다.
그 잠깐 사이의 외출이 어떤 참사를 불러올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