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8)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8화(98/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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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어떠한 대화도 오가지 않는 침묵 속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수정이의 마법 과외를 위해 찾아온 600살 먹은 엘프는 집 안에 안보이던 얼굴이 하나 더 늘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떡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검은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참고로 난 아무것도 안했어.”
말이 없다기 보다는 아예 할 말을 잃어버린 듯한 표정으로 아까부터 계속 세리를 쳐다보고 있는 화연의 눈치를 살피며, 이한성은 그렇게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 대답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런 이한성의 말이 무색하게 화연은 한탄스럽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체 또 무슨 짓을 한거야.”
“아무것도 안했다니까.”
쟤가 그냥 열매를 잘못 주워먹어가지고 커진건데. 내 과실이 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내 탓은 아니라고.
[세계수의 열매] 같은 귀하고도 위험한 물건을 깜빡 잊고 식탁 위에 올려둔 채 외출한 탓에 일이 이렇게 된 것이라고 이한성은 스스로의 실책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그렇게 속으로 변명을 내뱉었다.“….그래, 알겠어. 일단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으니까 따로 잔소리는 안할게.”
아무것도 안했다고 말하는 이한성의 말에 화연은 일단은 알겠다는 듯이 그렇게 말하며 드래곤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는 귀여운 모습을 지닌 흑발머리 소녀가 수정이의 포옹을 귀찮다는 듯이 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아빠~ 세리가 자꾸 도망가.”
“우으.”
“…그거야 네가 아까부터 계속 애를 귀찮게 하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세리가 폴리모프를 익힌 후 부터 수정이는 계속 저 모양이다. 한시도 동생을 가만히 놔 두려고 하지 않는다.
‘동생이 생긴게 그렇게 좋은 일인가…’
외동인 이한성은 딱히 동생을 원한 적이 없다. 가정환경이 워낙에 개판이였던 탓인 것도 있었지만, 늘 외동이였던 그에게 있어서 동생은 있어봤자 귀찮기만 할 존재일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기 때문이기도 했다.
“벌써 이름도 지어줬어?”
흑발머리 소녀를 가리키며 세리라고 부르는 수정이의 말을 들은 화연이 대단한건지 이상한건지 모르겠다는 듯이 물었다. 그러자 이에 이한성은 대충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세리, 이름 괜찮지 않아?”
“예쁜 이름이긴 한데… 드래곤한테 지어줄 만한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해.”
드래곤의 이름이라고 하면 파프니르라던가 헤카톤케일이라던가 혼테일이라던가 하는 북유럽 풍의 이름들이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화연에게 있어서 이세리라는 귀염뽀짝한 이름은 드래곤에게 전혀 어울리는 이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화연은 이미 붙여버린 이름에 토를 달 생각이 없었다. 드래곤을 키우겠다고 마음을 먹은 건 그녀가 아닌 이한성이였고, 거기에 그녀가 드래곤의 이름에 대해 뭐라고 토를 달 여지는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이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그나저나 어머니는 뭐라셔? 애가 갑자기 커 버려서 많이 놀라셨을텐데.”
“뭐… 놀라기는 하셨지만 손녀딸이 하나 더 생긴 것 같다고 그냥 좋아하시던데?”
이한성이 소파에 앉으신 채 수정이와 세리가 놀고 있는 모습을 흐뭇한 미소와 함께 지켜보시던 어머니를 바라보며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놀고 있다기 보다는 그냥 수정이가 일방적으로 세리를 귀찮게 하고 있는거지만 말이야.
새로 생긴 동생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건들이지 않고서는 배길 수가 없는 수정이와 그런 수정이를 3살 짜리 애가 지을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할 귀찮음이 가득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세리. 서로 종족도 다르고 혈연도 다른 두 소녀였지만 이렇게 멀리서 지켜보니 확실히 서로 자매같다는 느낌이 들기는 든다.
“생각해 보니까 웃기네. 아빠는 인간인데 첫째는 하프엘프고, 둘째는 드래곤이라니…”
세상에 가족도 이런 가족이 없을 것이다. 피도 안이어지고 종족조차도 각각 다른 가족이 세상에 어딨을까.
기껏해봐야 반려견을 자식처럼 키우는 가족 뿐이겠지.
이한성은 그렇게 속으로 실없는 생각을 늘어놓으며 귀찮게 하는 수정이로부터 세리를 구해내 품에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부엌으로 향하며 세리에게 물었다.
“슬슬 점심인데, 배 안고파?”
[끄덕-]이한성의 물음에 세리는 배를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한성은 곧바로 냉동실에 넣어두었던 수정이의 얼음을 열 조각 정도 꺼낸 채 빙수기계를 비롯한 이런저런 재료들을 준비하기 위해 세리를 잠시 옆에 있던 화연에게 떠맡겼다.
“나 빙수 만들어야 하니까 잠깐만 맡아줘.”
“뭐? 어어어 자, 잠깐-”
말이 부탁이였지, 대답을 듣기도 전에 아이를 떠넘긴 이한성의 부탁은 거의 명령에 가까웠다. 아니 애초에 부탁한다는 말도 붙이지 않았으니 빼도박도 못한 명령이었다.
“어… 아, 안녕.”
“…?”
다짜고짜 드래곤을 안아들게 된 화연은 600년의 짬을 통해 당황스러움을 감추며 어색하게나마 손을 흔들어 세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세리는 그저 화연을 멀뚱히 쳐다 볼 뿐, 어떠한 반응도 내비치지 않았다.
“저, 저기… 이 애 말 할줄은 아는거지…?”
“아직 말은 잘 못해. 말하는 건 다 알아듣지만.”
시스템의 보정이나 스킬의 도움으로 말을 가르쳐줄 필요도 없이 말을 깨우친 수정이와는 다르게 이한성은 세리에게 직접 한국말을 하나하나 천천히 가르쳐 줘야만 했다. 다행히도 말하는 것만 문제일 뿐, 알아듣는 것에는 지장이 없었기에 가르치는데에는 별 다른 난관이 없었지만 이미 충분히 부족한 이한성의 시간이 더더욱 부족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번주 안 까지 가게 오픈을 준비를 다 끝내고 다음주에 개점을 할 예정이니까 아무래도 애 둘을 돌보면서 가게일 까지 하기에는 시간이 영 빠듯하단 말이지…’
그나마 어머니가 시간이 많으시기 때문에 정 안될 때는 세리와 수정이를 맡길 수 있어서 다행이다. 하지만 애 둘을 돌보는게 쉬운 일도 아니고 항상 어머니께 떠맡길 수는 없는 법이기에 이한성은 왠만하면 시간이 날 때 마다 수정이와 세리를 직접 돌봤다.
그것도, 지난주 내내 말이다.
‘…뭐 어쩌겠어. 그동안 한가하게 놀기만 했으니까 당분간은 바빠져도 그냥 그러려니 해야지.’
일도 안하고 퀘스트 보상으로 지난 몇 달 동안 놀고 먹기만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일이 많아지기는 했지만 워낙 논 게 많았기에 이한성은 그렇게까지 개의치 하지 않았다.
이미 개업준비를 거의 다 끝내놓은 상태인데 이제와서 접을 수도 없는 처지였던 점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지만 말이다.
“…잡생각은 집어치우고 빙수나 빨리 만들자.”
그새 다시 복잡해진 머릿속을 비워낸 이한성은 생각에 빠져있던 사이에 전부 무의식적으로 준비해둔 재료들을 가지고 빙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만드는 빙수의 종류는 재료가 많이 들어가지 않는 간단한 딸기 빙수. 만드는데 들어가는 재료의 원가가 가장 싸고, 그렇게 싼 만큼 이한성이 열게 될 빙수 카페의 메인 셀러가 될 예정인 빙수이기도 하다.
들어가는 거라고는 그냥 약간의 연유와 아이싱슈거, 그리고 적당한 딸기 토핑과 약간의 딸기 우유. 그리고 추가로 세계수의 이슬 한방울 뿐.
[밸런스 좋은 딸기 빙수: 평균적인 요리실력으로 만들어진 모날 곳 없는 빙수. 각 재료들의 밸런스가 아주 잘 맞기 때문에 맛은 평균 이상이다. 원소마법으로 얼려진 얼음과 세계수의 이슬이 첨가되었기 때문에 맛은 3배로, 건강기능은 5배로 증가했다.] [맛: A++] [건강: B+] [마력: B] [칼로리: 320]시간이 오래 걸릴 것도 없이 빠르게 빙수를 완성시킨 이한성은 [의심병자의 눈]을 통해 딸기 빙수를 자세하게 확인했다. 그러자 얼음빨이 90%인 빙수가 아니랄까봐, 아주 높은 랭크의 맛을 지닌 빙수의 스탯이 그의 눈가에 들어왔다.
‘역시 세계수의 이슬이 한방울이라도 들어가니까 건강 랭크가 확 높아지네.’
세계수의 이슬을 첨가하지 않은 빙수의 건강 스탯은 D-다. 동급의 건강 랭크를 지닌 음식 중 하나가 케이크나 초콜릿인 것으로 보았을 때, 결코 좋다고 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수의 이슬을 첨가한다면 건강 랭크는 D-에서 B+로 눈에 띄게 상승하게 된다. 그리고 B+의 건강 랭크를 지닌 음식은 대체적으로 우유, 유기농 잡곡빵, 그릭 요거트 같은 대중적인 건강식품들이니 맛도 좋도 달기도 한게 몸에 나쁘다는 상식을 근본부터 무너뜨릴 수 있을 정도의 랭크인 것이다.
피로감을 낮춰주는 효능은 덤이고 말이다.
“오케이. 세리 좀 자리에 앉혀봐. 녹기 전에 얼른 먹이게.”
“…사람 너무 부려먹는다고 생각하지 않니?”
“사람 아니잖아.”
“….”
이한성의 말에 딱히 반박 할 말이 없어진 화연은 이내 대꾸해봤자 피곤할 뿐이라는 듯이 한숨을 내쉬며 안고 있던 세리를 식탁에 앉혔다. 그러자 이한성은 바로 준비된 딸기 빙수를 작은 수저와 함께 세리의 앞에다가 대접했고, 세리는 빙수를 앞에다가 내려놓기 무섭게 수저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개가 사료를 먹는 모습마냥 입으로 빙수를 털어먹기 시작했다.
“얘가 또 이러네… 야야야, 숟가락 써.”
비록 폴리모프하는 법을 익힌 덕에 겉모습은 인간과 다를 게 없는 세리였지만 알에서 태어난지 한달도 채 되지않아 3살로 훌쩍 성장해버린 세리는 인간들의 상식을 알지 못하는 야생동물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
숟가락을 건네주자 세리는 한참동안이나 숟가락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이내 어정쩡하게 손에 쥐고는 빙수를 크게 떠서 입에 넣었다.
“에휴… 다 흘린다 다 흘려.”
숟가락을 어설프게 쥐어서인지 입에 갖다대기 전에 거의 50% 정도의 빙수가 다 식탁에 떨어지는 모습을 본 이한성이 한숨을 내쉬며 휴지를 몇 장 뽑아 세리가 흘린 빙수를 닦았다.
“숟가락 쓰는 법을 제대로 가르쳐줘야지.”
“이미 가르쳤어.”
엉성하게 숟가락을 쥐고 있던 세리의 손을 고쳐주며 화연이 잔소리를 내뱉자 이한성은 지난 며칠동안 숟가락과 젓가락, 그리고 포크라도 쓰는 법을 가르쳐주려고 세리와 사투를 벌였던 기억을 떠올렸다.
“정말이니?”
[끄덕-]이한성의 말에 화연은 그게 사실이냐며 세리에게 물었다. 그러자 세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한성의 발언이 사실이라는 걸 증언했다.
“그럼 왜 숟가락을 그렇게 쓰는거니…? 혹시 숟가락 쓰는게 싫은거야?”
[끄덕-]“어… 그, 그치만 숟가락 없이 먹으면 주변에 다 흘리고 입 주변에도 뭐가 막 묻으니까 더 불편하지 않을까…?”
[도리도리-]비록 말은 한마디도 내뱉지 않는 세리였지만 의사표현은 오해할 여지가 일절 없을 정도로 확실한 편이었다.
“저렇게나마 숟가락을 쓰는 것도 내가 가르쳐서 그마나 저정도야. 그저께만 했어도 숟가락은 거들떠도 안봤어.”
“…하긴 폴리모프를 익힌지 얼마 안됐으니까… 아직까지는 수저를 사용하는게 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아직까지는 용모습이 더 익숙할 세리이기 때문에 수저를 사용하는게 불편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세리의 사정을 감안하고 있었던 이한성이었기에 지금 이렇게 어설프게나마 숟가락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그는 만족할 뿐이었다.
“아빠!!”
“어우씨 깜짝이야.”
이한성이 화연과 함께 기특하게도 불편함을 참고 숟가락을 사용해 빙수를 먹고 있던 세리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 순간, 예고도 없이 뒤에서 다가온 수정이가 버럭 이한성을 부르며 긴장이 풀어져 있던 그를 자리에서 벌떡 일으켰다.
“왜 세리만 빙수 주고 난 안줘?”
“넌 이따가 따로 밥 해줄테니까 기다려.”
“밥 말구 빙수! 나도 빙수 먹고시퍼!”
“안돼. 밥이 먼저야.”
“아 왜~! 세리도 점심으로 빙수를 먹는데 왜 나는 안돼는데~!”
“세리는 얼음 밖에 못 먹는 체질이니까 어쩔 수 없는거고.”
드래곤인 세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는 마력이 깃들어 있는 음식 뿐. 그리고 이 현대사회에서 마력이 깃들어 있는 먹을 것이라고 해봐야 며칠 전에 세리가 꿀꺽한 세계수의 열매와 수정이가 원소 마법으로 만들어낸 얼음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같이 얼음만 식사라고 던져주자니 일단 보호자이자 아빠로서 양심에 영 걸렸던 이한성은 조금 번거롭기는 해도 이렇게 매 끼니마다 세리에게 빙수를 챙겨주고 있다. 빙수도 음식이라기 보다는 디저트지만, 그래도 쌩얼음만 던져주는 것 보다는 나았기에.
“치, 빙수 안주면 나 밥 안머글래.”
“호오… 그것 참 안타까운 소식이구나. 점심으로 삼겹살을 구워줄 예정이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