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Part-Timer Raises a Half-Elf RAW novel - Chapter (99)
알바생이 하프 엘프를 키우는 법-99화(99/245)
99
“호오… 그것 참 안타까운 소식이구나. 점심으로 삼겹살을 구워줄 예정이었는데.”
“!!”
빙수 안주면 밥 안먹겠다던 수정이의 단호한 눈빛이 순식간에 태세를 변환했다. 단 것도 좋지만 고기를 더 좋아하는 수정이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바로 얌전하게 세리의 옆에 앉았고 똘망한 눈으로 이한성을 쳐다보며 그가 삼겹살을 굽기를 기다렸다.
“먹는 거만 관련되면 아주 그냥 우x르라니까…”
수정이를 다루기 가장 쉬운 방법은 먹을 것으로 수정이를 꼬시는거다. 물론 아주 가끔씩 먹을걸로 꼬셔도 안먹히는 경우가 종종 있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수정이의 공복감이 충분하지 못할 때 뿐. 이렇게 배가 출출해질 점심시간에는 잘만 먹힌다.
삼겹살로 수정이의 고집을 꺾은 이한성은 곧바로 냉장고에서 며칠 전에 세일할 때 사두었던 삼겹살 한팩을 프라이팬과 함께 꺼냈다.
“너도 먹을거지?”
“주면 당연히 먹지.”
이한성의 물음에 화연은 당연한 걸 뭐하러 물어보냐는 듯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이한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냉장고에서 삼겹살을 한팩 더 꺼냈고, 프라이팬을 가스레인지의 불 위에 올려두고는 적당히 달궈지기를 기다렸다.
“엄마! 점심 드실거예요?!”
“난 됐다.”
이한성이 거실에 계시던 어머니가 들으실 수 있을 정도의 큰 목소리로 여쭤보았지만 돌아온 어머니의 대답은 yes가 아닌 no였다.
‘그럼 3인분만 하면 되겠네. 나도 마침 배가 고팠으니까.’
세리는 빙수를 먹고 있고 어머니는 드시지 않겠다고 하신다. 그렇다면 이한성이 준비해야 하는 건 3인분의 식사 뿐. 조금 불효스러운 생각이기는 했지만 어머니가 드시지 않겠다고 하신 덕에 수고를 조금 덜게 됐다고 생각한 이한성은 곧바로 분주하게 부엌 곳곳을 오가며 점심을 차리기 시작했다.
“나도 도와줄게.”
“아니, 딱히 안도와줘도 되는데.”
자리에서 일어나 도와주겠다는 화연의 호의에 이한성은 굳이 도움을 받을 것 까진 없다고 생각하며 그렇게 그녀의 호의를 거절했다.
“밥도 얻어먹는데 아무것도 안하면 예의가 아니지. 도와줘야지 내가 마음이 편해.”
“뭐… 그렇게 까지 말한다면야. 그럼 꺼내놓은 고기 좀 구워줘. 난 반찬들 좀 꺼내놓을테니까.”
“알겠습니다 셰프님.”
셰프는 무슨…
실없는 농담도 하는 화연의 모습에 이한성은 피식 웃으며 쌈 싸먹을 상추와 쌈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까 그 얼마 전에 보육원에 들어갔던 걔는 어떻게 됐어?”
“걔? 아… 채훈이 말이야?”
안채훈. 몇 주 전에 이한성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구조되었던 아동학대에 시달리며 살아온 6살의 남자아이. 구조된 직후 사회복지사 담당자와의 이런저런 대화가 오간 끝에 화연이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사랑 보육원의 임시적인 보호를 받게 된 아이다.
“채훈이라면 애들이랑 잘 어울려 놀고 있어. 그래도… 아직은 어른들만 보면 무의식적으로 겁을 먹는 것 같더라.”
삼겹살이 프라이팬 위에서 지글거리는 소리 사이로 화연의 씁쓸함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입양자는?”
“아직 없어. 아직 법적으로 친부모들이랑 이어져 있는 상태라 아마 법원에서 친권상실 판결을 내리기 전 까지는 힘들거야.”
아무리 자식을 감금하고 때리고 폭행한 쓰레기 같은 부모들이라지만 법은 그 인간들이 채훈이의 부모라고 인정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
“…판결 문제는 어떻게 되가는데?”
“강욱이… 가 아니라 송 판사님한테 물어봤는데 한 2달 정도는 걸릴거래. 그래도 증거랑 죄질이 확실해서 실형을 피할 일은 없다고 했으니까…”
화연과 깊은 면식이 있어보이던 송강욱 판사. 수정이가 출생신고를 받는데 가장 큰 도움을 줬던 인물이기도 하며 인품도 아주 훌륭했던 그 나이많은 판사의 모습을 떠올린 이한성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홀로 중얼거렸다.
“…다행이네.”
적어도 그 개새끼들이 같은 짓을 반복하게 될 일은 없다는 소리니까.
채훈이 같은 경우는 운이 좋은 편이다. 학대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이한성 덕분에 구출되어 제대로 된 보호를 받게 되었으니.
하지만 이 세상에는 채훈이 처럼 운이 좋은 아이들만이 있는게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수가 더 많을 것이다.
신고를 받았음에도 제대로 처리하지 않는 경찰들, 아동학대인게 의심되는데도 그저 가정 내의 문제라고 치부하며 깊게 파고들려고 하지 않는 담당자들, 가볍거나 거의 없다시피 한 형량을 내려 그 끔찍한 짓거리를 반복하게 만드는 법조인들.
물론 모두가 그런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그런 경우가 한번 눈에 들어오면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는 것 뿐.
…나도 그런 케이스 였으니까 말이지.
이한성이 어렸던 시절에도 종종 이웃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들이 집에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중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조치를 취했던 경찰은 단 한명도 없었다.
“요즘은 그래도 좀 나아진 모양이네.”
잠시 그런 생각에 빠졌던 이한성이였지만 그가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었을 때는 이미 상추고 밥이고 다 준비가 끝난 상태였다. 무의식적으로 모든 준비를 끝마친 그는 슬슬 고기를 다 구웠을 화연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다 됐어?”
“….”
이한성이 묻자 화연은 말로 대답하는 것 대신에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져 있던 프라이팬을 들어 그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미디엄 레어인 마냥 군데군데 핏기가 훤히 보이는 삼겹살들을.
“….대체 뭐한거야??”
“아니 그게… 불을 세게 하니까 자꾸만 기름이 튀어서…”
“고기를 굽는데 당연히 기름이 튀지! 아니, 불 세기를 몇으로 해놨길래 왜 아직도 인익은건데??”
순간적으로 대단히 황당해진 이한성은 곧바로 가스레인지의 상태를 확인했다. 그러자 아니나 다를까, 최소 5 정도에는 맞춰져 있어야 할 불의 세기가 고작 2에 맞춰져 있었다.
“….고기를 구우려던거야 아님 그냥 뎁히려던거야?”
직불로 구우는 것도 아니고 프라이팬 위에 올려놓고 굽는건데 불을 2로 맞춰놓았다는 것은 가스레인지를 써 본 적이 한번도 없거나 아니면 고기를 익힐 생각이 없다거나 둘 중에 하나다.
그리고 이한성이 그렇게 생각하기 무섭게, 화연은 뻘쭘해진 얼굴로 살짝 민망함이 섞인 변명을 내뱉었다.
“사실은… 나 가스레인지 써본 적 없어.”
“…그럼 지금까지 요리는 어떻게 한건데?”
“대부분은 해영이가 해줬었고 그 전에는 그냥 냉동식품으로…”
“허.”
설마 진짜로 쓸 줄 모를 줄이야.
21세기에서 살고 있으면서 가스레인지를 써 본 적이 없다는 화연의 말에 이한성은 그만 얼탱이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럼 600년이나 살았으면서 요리를 아예 할 줄 모른다는거야 뭐야??”
“요, 요리는 할 줄 알아! 그냥 가스레인지로 요리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가스레인지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것은 1825년. 1300년도 후반에 한반도에 뚝 떨어져 지금까지 줄곧 살아왔던 화연이 익힌 요리방법이라고는 구시대의 문물인 화덕과 가마를 이용한 요리방식 뿐. 가마를 이용해 고기를 굽거나 조리를 하면 그 누구보다도 고기를 잘 익힐 자신이 있는 화연이었지만 가스레인지를 이용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뭐 새까맣게 태운 것 보다는 낫네.”
고기가 덜 익었다면 더 익히면 그만이다. 하지만 태운 고기는 손 쓸 방법이 없다. 이한성은 그렇게 애써 긍정적인 사고회로를 돌리며 화연을 옆으로 살짝 밀어낸 채 대신 집게로 삼겹살을 마저 굽기 시작했다.
“자, 보세요. 고기를 구울 때는 불을 적어도 중간 까지는 돌려야 됩니다.”
“너, 너무 세게 튼거 아니야…? 폭발하면 어쩌려고…”
“이정도 튼 거 가지고 폭발했으면 우린 진작에 다 뒤졌어.”
쓰고 난 다음에 가스밸브만 잠그는 걸 제대로 확인하면 폭발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다. 괜히 가스레인지에 겁을 먹는 화연을 본 이한성은 귀여우면서도 참 무식해보인다고 생각하며 지글거리는 삼겹살들을 뒤집었다.
[티딕-틱-]“기, 기름 튀는데…?”
“당연히 튀지. 가마로 구울 때도 튈 텐데 뭐 그리 호들갑이야?”
“가, 가마로 구울 때는 얼굴까지 튀지는 않는단 말이야.”
거의 가슴까지 올라오는 높이를 지닌 가스레인지와는 다르게 가마는 비교적 허리 위치 정도로 낮은 높이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가마로 고기를 구울 때는 얼굴까지 기름이 튈 일이 비교적 적지만, 가스레인지로 고기를 구울때는 얼굴은 물론이고 팔 같은 곳에도 기름이 다 튀기 마련이다.
그리고 화연은 의외로 따가운 것에 겁이 많은 편이었다.
“보호마법 쳐줄까…?”
“됐네요. 고기 굽는데 보호마법이 왜 필요해.”
기름 튀는 것에 지레 겁을 먹은 화연의 모습을 당장이라도 핸드폰으로 찍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이한성은 금새 다 구워진 삼겹살을 프라이팬에서 그릇으로 옮겨 담았다.
“불도 껐고, 가스도 잠갔고… 됐다. 다 구웠으니까 빨리 먹자.”
“우와앙!! 고기다!”
이한성이 삼겹살이 가득 담긴 그릇을 들고 식탁 위에 대령하자 허기를 참고 있었던 수정이는 곧바로 연습용 젓가락과 숟가락을 들고는 입맛을 다시며 고기를 집어갔다.
“저러다가 쟤 혼자 다 먹겠네. 우리도 빨리 먹자.”
“…그래 그러자.”
다 사라지기 전에 어서 와서 먹으라는 이한성의 손짓에 화연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면서도 민망한 표정을 지으며 어색하게 자리에 앉았다.
“수정아. 아빠랑 화연이 언니도 먹어야 하니까 너 혼자 다 먹지 마.”
“웅!”
어른들은 도저히 따라가지 못할 속도로 삼겹살을 흡입하는 수정이의 모습에 미리 언질을 해둔 이한성이였지만 수정이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멈출 줄을 모르게 계속해서 삼겹살을 빠르게 먹어치웠다.
“자, 야채도 먹어야지. 언니가 쌈 싸줄게.”
아까부터 고기만 쏙쏙 집어먹고 있는 수정이를 본 화연이 상추에다가 쌈장을 바른 채 그 위에 밥과 삼겹살을 올리며 먹기 쉽게 쌈을 만든 채로 수정이에게 들이댔다. 그러자 수정이는 바로 입을 큼지막하게 벌렸고, 화연은 옅은 미소와 함께 쌈을 수정이의 입 안에 넣어주었다.
“맛있니?”
“응응!!”
“하나 더 해줄게. 자-”
…저러고 있으니까 완전 영락없는 모녀사이로 밖에 안보이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보아도 딱 엄마가 딸에게 손수 쌈을 싸주는 모습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둘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한성은 참 복잡미묘한 표정과 함께 삼겹살을 한점 꿀꺽했다.
“여니야, 아빠한테도 주면 안돼?”
“쿨럭!!”
수정이가 아무런 생각 없이 내뱉은 말에 이한성은 그만 삼겹살을 제대로 씹지도 않고 목구멍으로 넘겨버리고 말았다.
“야야 수정아, 언니한테 그런 곤란한 부탁을 하면 어떡하냐… 그런 부탁은 하는거 아니야.”
“? 왜에??”
“그러니까 그게 뭐라고 해야되냐… 아빠랑 언니는 그냥 친구잖아. 그런데 니가 그런 부탁을 하면 서로 뻘쭘해지지.”
저게 아직도 화연 씨가 엄마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못 버렸나…
이전에 크리스마스 때 수정이는 말했었다. 화연이 자신의 엄마가 되면은 참 좋을 것 같다고.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수정이는 그런 얘기를 다시 꺼낸적이 여태껏 없었고, 때문에 이한성은 보나마나 수정이가 그 일에 대해 관심을 잃은 줄만 알았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암산도 잘하고 기억력도 좋은 수정이가 그 날의 일을 잊어버렸을 리는 없다. 그저 5살에게 어울리지 않는 눈치로 지금까지 말로만 꺼내지 않았을 뿐. 수정이의 바램은 크리스마스 때나 지금이나 여전했다.
그런 수정이의 속마음을 눈치 챈 이한성은 곧바로 침착하게 마음을 가라앉히며 화연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이내 눈빛으로 신호를 보내며 화연의 동조를 구하기 위해 언질을 던졌다.
“그렇지? 봐봐, 화연이 언니도 곤란해 하잖-”
그러나 그가 던진 언질은 화연의 돌발 행동에 중간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그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화연이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가득한 붉어진 얼굴로 언제 쌌는지 모를 고기쌈을 이한성에게 들이댔기 때문이였다.
“….저기요?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ㅈ, 자, 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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