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02)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02화(102/302)
102화. 싸움은 무의미했다(2)
동생이라는 저 말에 은호는 눈을 크게 떴다.
‘아무리 봐도 다른 친구인데?’
골든레트리버를 얼추 닮은 저 환수와 흑묘성을 물어간, 스라소니를 닮은 환수는 어딜 봐도 달랐다.
“아!”
은호는 눈을 크게 떴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흑묘성을 구해야 했다.
지금쯤 울고 있을지도 몰랐다.
“미안해, 친구야. 우리 나중에 이야기하자.”
“나중에? 분명히 내가 내 동생을 괴롭히지 말라고 했을 텐데?”
“친구야. 네 동생이 내 친구를 데려갔는데? 그 말도 우리가 해야 하는 게 아닐까?”
“뭐…라고?”
“맞아. 네 동생이 흑묘성을 데려갔어.”
폭시마저 대답하자 환수는 주춤거렸다.
이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또.”
“또?”
폭시가 고개를 기울였다.
“또, 제멋대로 행동한 거야. 또 이렇게 일을 꼬아버렸다고.”
환수는 화를 냈다.
뭔가 한두 번 일어난 일이 아닌 것처럼 같았기에 은호는 환수를 더 자세히 보았다.
지쳤고, 상당히 버거운 짐을 짊어진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말투가 저렇게 공격적일까.
“미안해. 방금 일도 미안하고. 내가 언니로서 책임질게.”
“아니야. 분명히 실수일 거야. 나는 그냥 내 친구를 데려오면 되는 일이라서 그렇게 심각하게 굴지 않아도 돼.”
은호는 상당히 날이 선 환수의 제안을 부드럽게 거절했다.
“실수? ……하.”
하지만 환수는 코웃음을 쳤다.
“걔는 맨날 저래. 네가 몰라서 그럴 뿐이지.”
“친구야. 진정하자. 네 동생은 내 친구를 공격한 적이 없어. 날 보고 놀랐을 뿐이야. 내가 인간이니까.”
인간이라는 말에 환수의 두 귀가 아주 살짝 내려갔다.
그제야 환수는 은호를 빤히 바라보았다.
특이하네.
그렇게 중얼거렸다.
“봤나, 인간? 내가 집 주변에 영역을 표시하는 이유다.”
흑견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자꾸 다른 존재들이 찾아왔다.
인간에게는 반가울 수 있으나, 적어도 자신은 아니었다. 이렇게 사건을 일으키지 않은가.
“그래서 저번에 소방차랑 경찰차랑 오는 거 봤잖아. 멀리서 보면 불이 난 줄 안다니까?”
은호는 흑견을 두드렸다.
“아. 어쨌든, 친구야. 네 동생 절대 안 건드려. 걱정하지 마.”
“…그럼, 같이 갈게. 멀리서만 볼게.”
환수는 흑견을 힐끗힐끗 살폈다.
이런 오해가 익숙한지, 흑견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은호는 참지 않았다.
“친구야. 멍멍이 형님이 무섭게 보일 수 있다고 생각해. 시선의 차이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 이상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해.”
다들 무섭다고 그러니 이 부분은 은호 역시 수긍했지만, 그렇다고 흑견이 이런 취급을 받을 환수란 소리는 아니었다.
“친구야. 심호흡 한 번 어때?”
은호는 다시금 입을 열어 환수에게 제안했다.
그제야 환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그런데 인간.”
“응?”
“…정체가 뭐지?”
환수는 천천히 몰려오는 의문에 꼬리 끝을 빙글빙글 돌렸다.
조금 전 봤던 빛으로 된 원반이 꼬리 끝에 나타나며 점점 범위를 넓혀나갔다.
은호는 눈동자를 굴리다 이내 활짝 웃었다.
“멍멍이 형님이 자발적으로 날 태워준 거야. 폭시는 자발적으로 내 옆에 있는 거고. 내가 뭐 어떤 힘으로 조종하고 그런 거 아니야.”
예상하지 못한 반응인지 환수는 큰 귀를 꿈틀거렸다.
은호는 저 모습에 키득거렸다.
“응응. 은호는 그럴 힘이 없어. 오히려 내가 가지고 있어.”
폭시는 살짝 가늘어진 눈으로 앞발 열 개를 모두 뻗었다가 오므렸다.
“…아, 맞다. 그럴 수 있었지?”
은호가 놀라자 폭시는 금세 동글한 눈이 되어 그를 바라보았다.
“응. 그럴 수 있는데, 하기 싫어서 안 해.”
폭시는 어서 쓰다듬어 달라는 듯 머리부터 은호에게 들이밀었다.
손을 뻗어 폭시를 쓰다듬자 만족한 표정으로 은호의 팔을 붙잡았다.
“어쨌든, 친구야. 따라와도 돼.”
은호는 흑견의 털 같은 어둠을 문질렀다.
뭔가 흑견의 기분이 좋아 보이기에 은호 역시 즐거웠다.
“이제 가자, 멍멍이 형님.”
* * *
은호는 가면서 방금 본 환수의 정보를 확인했다.
태블릿이 제발 좀 봐달라고 자신의 앞에 뚱하게 떠 있던 것도 한몫했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 ??₃??》
“화났어요?”
저 표정에 은호는 웃었다.
《불만이 조금…….》
《아닙니다. 정보를 이어 나가겠습니다.》
《프스테.》
《.》
《싸늘하게 생긴 인상과 달리 정이 많습니다. 감성적인 부분 역시 커 다른 종족하고도 잘 어울려 다닙니다. 꼬리가 몹시 긴 게 특징입니다. 꼬리를 빨리 움직여 빛으로 된 원반이 만드는데, 이 원반을 통해 순간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보통 원반을 빠르고 멀리 던져 이동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정이 많은 만큼 혼자서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많습니다. 원반의 힘을 통해 상대를 멀리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아 미움도 많이 삽니다. 좋아하는 상대에게 마음을 보답받지 못해도 흑화하지 않고, 계속 행복을 빌어줍니다. 갑자기 집 근처에 먹을 게 놓여 있다면 프스테가 당신을 좋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는 게 어떨까요?》
‘……어?’
은호는 설명을 읽더니 잠깐 고민했다.
프스테를 힐끔 바라보았다.
설명을 보니 조금 전 봤던 스라소니를 닮은 그 환수와 다른 종이인 게 너무도 확실해졌다.
‘그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멋대로 동생이라고 부르는 건가?’
은호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에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둘이 사이가 최악이고, 이런 거 아니지?’
지금 마음에 걸리는 문구는 하나였다.
―원반의 힘을 통해 상대를 멀리서 지켜보는 경우가 많아 미움도 많이 삽니다.
정말로 스라소니를 닮은 그 환수를 멀리서 지켜보긴 했으니까.
“나한테 할 말이 있나?”
프스테가 물었다.
조금 전, 날을 세웠던 그 모습이 가짜인 것처럼 어느새 무덤덤한 감정만 있었다.
“아니야. 내가 너무 빤히 봤네.”
은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 어떻게 그 관계를 묻겠는가.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혹시, 왜 내 동생하고 다른 종족이냐고 묻고 싶나?”
달리는 다리를 따라 새의 꽁지깃을 닮은 프스테의 긴 꼬리털이 크게 흔들렸다.
“사실은 궁금하긴 해.”
은호가 솔직히 말하자 흑견은 귀를 쫑긋 세웠고, 폭시는 프스테가 있는 곳으로 슬쩍 얼굴을 기댔다.
프스테는 망설이며 입을 열려다 말고 급히 걸음을 멈췄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은호가 앞을 보자 저 멀리 스라소니를 닮은 환수가 보였다.
‘저 친구를 피하는 걸까.’
속도 차이로 프스테가 벌써 작아져 보였다.
프스테는 익숙한 듯 원반을 소환해 뒤로 던진 뒤, 땅을 향해 머리부터 집어넣었다.
그대로 땅에 빨려 들어간 것처럼 사라졌다.
은호는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돌렸다.
“…은호, 봤어?”
폭시 역시 입을 벌리며 물었다.
“……봤어.”
“그런데 왜 도망가는 걸까? 분명히 동생이라고 했잖아.”
폭시는 은호를 붙잡고는 고개를 빼꼼히 내밀었다.
어디로 갔는지, 벌써 나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말이야. 혹시, 싸운 걸까?”
“이유는 나중에 물어보거라. 일단 저 존재를 멈추겠다.”
흑견은 스라소니를 닮은 환수의 위치를 파악한 뒤, 바로 그 존재 앞에서 어둠을 일으켰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어둠에 스라소니를 닮은 환수는 급히 걸음을 멈췄다.
잠깐 미끄러졌지만, 입에 문 흑묘성은 놓치지 않았다.
“꼬맹아!”
“…은호!”
흑묘성은 은호를 보자마자 반가워하다 이내 울먹거렸다.
무서움이 금방이라도 들이닥칠 것만 같았다.
“……은호오.”
빨리 데려가 줘.
그 간절한 눈을 보자 은호는 마음이 급해졌다.
“친구야. 네가 뭘 걱정했는지 알겠는데, 내가 여기 있을 테니까, 흑묘성을 내려놔 줘.”
은호는 바로 흑견의 등에서 내려와 두 손을 올렸다.
혹여나 경계할까, 뒤로 더 물러났다.
맹금류의 눈을 발동 중이기에 환수를 인식해 옆에 태블릿도 떠올랐다.
힐끔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환수를 인식하셨습니다.》
《가묘.》
《.》
《독립성이 강해 성체가 되기 전, 부모에게서 독립합니다. 주관이 역시 굉장히 또렷합니다. 목에 있는 가시는 새끼 때에는 물렁하다 성체가 되면서 굉장히 뾰족해집니다. 의지로 움직일 수 있으며 그 끝에 마비 독이 묻어 나옵니다.》
《반짝거리는 것과 집을 꾸미는 걸 좋아합니다. 수집 욕구가 굉장히 강해 집 근처에 자신만의 창고도 만들어 놓습니다. 온종일 돌아다닐 정도로 체력이 좋습니다. 수집품을 지키기 위해 순간 속력이 굉장히 빨라졌다는 진화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흑묘성을 데려간 건 그냥 우연이었네.’
은호는 설명을 들은 뒤 그제야 온전히 안심했다.
그를 빤히 보던 가묘는 입을 열었다.
“네가 이 아이를 유혹한 거야? 이 아이의 집이 어디인지 알고 싶어서?”
가묘의 목에 있던 가시가 천천히 떠올랐다.
자신이 입에 문 존재는 새끼였다.
뭐든 순진하게 넘어갈 시기였다. 왜 인간이 자신들의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저 부분으로 훨씬 더 쉽게 꼬드겼겠다고 생각했다.
“아니야. 꼬맹이는 지금 나랑 같이 살아.”
은호가 입을 열자 가묘는 기가 찬 웃음을 내뱉었다.
“그 말을 지금 나보고 믿으라는 거야?”
“맞느니라! 아빠가 허락했다.”
흑묘성이 훌쩍거리며 가묘의 말에 대꾸했다.
“……뭐?”
“은호가 아빠에게 물었고, 아빠가 허락했다. 은호는 지금 나한테 밥도 주고, 재워도 줬느니라.”
흑묘성은 아등바등하려고 했지만, 몸이 좀처럼 움직이질 않았다.
그저 눈물이 찬 눈망울로 은호를 바라보았다.
“은호오, 나 화도 나고 무서웠는데, 힘도 안 쓰고 있었다.”
―친구야. 다른 건 몰라도 단지 화가 난다는 이유로 힘을 함부로 쓰면 안 돼. 정말 위험할 때 말고는 안 돼.
은호가 단호하게 말했기에 지키려고 열심히 애를 썼다.
“잘했어.”
은호가 웃자 흑묘성은 덩달아 웃었다.
“미안해. 내가, 내가 그냥 더 빨리 말렸어야 했어.”
폭시가 흑묘성 앞에 나타나자 가묘는 눈을 크게 떴다.
대체 언제 온 건지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시야 안에 푸른 나비만 보였다.
“넌 말렸다. 내가 듣지 않은 것이니라.”
흑묘성이 울먹거렸지만, 오만한 말투는 잃지 않았다.
폭시는 흑묘성에게 나비를 보내며 놀란 감정을 다독였고, 이어 환수를 바라보았다.
흑묘성을 볼 때와 전혀 다른 얼굴이 되었다.
날카로움 밖에 묻어 있지 않던 폭시의 두 눈이 붉게 타오르다시피 변했다.
“당장.”
폭시의 말과 함께 가묘 주변에 있던 나비가 불에 타버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붉게 변해버렸다.
“내려놔.”
명령조로 변한 그 목소리를 따라 가묘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졌다.
가묘는 흑묘성을 조심히 내려놓았다.
폭시가 흑묘성을 안자마자 가묘는 잠깐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흐려졌던 눈빛이 변했다.
“……너.”
누가 봐도 저 여우를 닮은 존재의 힘이었다.
가묘는 이빨을 ‘까드득’거리며 날을 세웠다.
가묘의 목 주변에 떠오르던 가시가 목과 더 거리를 띄우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네가 얘를 내놓지 않았잖아. 우린 계속 돌려달라고 말했어! 잃어버렸으면, 놓쳤으면 어쩔 뻔했냐고.”
폭시 역시 발톱을 드러냈다.
털을 곤두세운 채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 있던 흑묘성이 앞발로 눈을 닦고는 꼬리를 내린 채 다가갔다.
초조한 감정을 따라 몸에 박혀 있는 별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이봐.”
흑묘성이 귀를 내린 채 폭시를 불렀다.
“그럼 네가, 인간을 조종한 거야?”
가묘는 다른 가정을 꺼내며 폭시를 압박했다.
이미 자신도 당했는데, 인간은 더 쉽게 당하겠지.
“그 힘으로 대체 뭘 하려고…….”
갑작스럽게 그림자자 지자 가묘는 말을 하다 말고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흑견과 은호가 서 있었다.
“둘 다 그만하자.”
은호는 가묘와 폭시에게 두 손을 뻗었다.
폭시는 입을 오므리다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눈에 힘도 풀었다.
다시 나비가 푸르게 변했다.
“무슨 오해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꼬맹이만 돌려받으면 그뿐이야.”
은호는 흑묘성을 향해 두 손을 뻗자 흑묘성은 환히 웃으며 두 앞발을 뻗었다.
“잠깐만, 꼬마야!”
가묘가 다급히 흑묘성을 불렀다.
“왜 그러느냐?”
“너, 지금 속고 있는 거야. 쟤는 인간이야. 인간이 뭔지 몰라?”
가묘의 일그러진 표정에 흑묘성은 은호를 빤히 보았다.
맑고 따스한 눈동자를 보며 앞발을 더 쭉 내밀었다.
“은호는 다르다. 은호는 나를 도와줬고, 아빠도 구해줬느니라.”
“…그게 가짜라면? 그게 쟤가 한 힘 때문이라면?”
가묘는 폭시를 앞발로 가리켰다.
그 앞 발가락이 너무도 기분 나빴다.
“나는 은호한테 그런 적 없어!”
이러니까 힘을 쓰는 게 싫었다.
자꾸 이상한 오해가 붙었다. 뭘 조종할 수 있니, 뭐니.
“그걸 어떻게 증명할 건데? 애초에 이게 말이 돼? 우리와 인간이 같이 있다고?”
가묘의 말이 폭시를 날카롭게 찌르자 폭시는 억울함을 드러냈다.
“나는, 나는 정말로 은호한테 쓴 적이 없어! 계속 힘을 쓰지 않았어! 그런데 네가 흑묘성을 놔주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한 거야!”
폭시는 말을 하면서 새어 나올 것만 같은 눈물을 꽉 참았다.
이 힘 때문에 자신을 무서워하는 이들이 많았다.
친구만.
오직 친구만 자신을 받아줬는데.
따뜻한 손이 올려지자 폭시는 고개를 올렸다. 손가락 사이로 은호가 보였다.
“친구야. 폭시는 나를 조종한 적이 없어. 정말이야.”
“……은호.”
폭시의 목소리가 떨렸다.
은호는 믿어줬다.
“애초에 네가 우리 말을 하는 것부터…….”
갑자기 가묘의 머리 위에서 원반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앞발부터 튀어나와 그대로 가묘의 머리를 세게 짓눌렀다.
콱!
짓눌린 가묘의 머리 위로 프스테는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은호와 폭시를 바라본 뒤 바로 고개를 숙였다.
“나도 너희를 의심했지만, 그래도 동생 말이 너무 심했어. 내가 대신 사과할게.”
그 목소리에 가묘의 눈이 커졌다. 아주 잠깐 눈동자가 흔들렸다.
“…누가 네 동생이야?”
하지만 가묘는 프스테를 향해 적의를 드러내며 날카롭게 앞발을 휘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