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04)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04화(104/302)
104화. 싸움은 무의미했다(4)
“뭐…라는 거야?”
래빈은 더듬거리며 목소리를 꺼냈다.
안 되는데.
이러면 안 되는데.
래빈은 눈시울이 점점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네가 무사해서 다행이라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마!”
래빈은 프스테를 밀어버렸다.
도망가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가지 마!”
프스테가 목소리를 냈지만, 래빈은 앞으로 달렸다.
하지만 급히 멈춰야 했다.
앞에 갑자기 어둠이 일어났다. 반대쪽을 봐도 그랬다.
“이제 그만 도망치거라.”
흑견이 목소리를 내자 아크는 눈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아크. 지금, 나쁜 눈이 됐는데?”
은호가 말하자 아크는 부리를 날개로 살짝 비비며 곁눈질로 흑견을 보았다.
흑견이 본인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쟤들은 뭔가?”
“가족이야.”
은호는 흔쾌히 아크의 물음에 대답해주고는 토닥거리며 다가갔다.
“친구야.”
은호가 다가오자 래빈은 구석에 몰린 채 소리를 질렀다.
“오지 마!”
래빈의 말에 은호는 거기서 멈춰 주저앉았다.
“네가 도망치는 걸 막아서 미안해. 그런데 나는 널 말리고 싶었어.”
“나를 현혹하려고? 대체 나한테 뭘 얻으려는 거야? 나는 이제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어!”
물러나지도 못하고, 다가오지도 못하는 래빈은 굉장히 날을 세웠다.
하지만 무섭거나 위협이 되지 않았다. 그저 깊은 두려움이 보일 뿐이었다.
래빈은 인간의 물건을 가져갔고, 그 일로 쫓겨났다고 했다.
그 인간이 의도하지 않았어도 래빈은 그날 이후, 모든 걸 빼앗기고 말았다.
인간이 얼마나 무섭고, 증오스러울까.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그런 힘은 가지고 있지 않아. 그냥 한 번이라도 좋으니까, 저 친구하고 대화를 해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찾아왔어.”
“내가 왜?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는 말도 있으니까.”
은호가 담담히 꺼낸 말에도 래빈은 입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 했다.
“외부인인 내가 끼어드는 게 기분이 나쁠 수 있어. 그런데 너희 둘의 갈등이 커진 게 내 탓인 것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은호는 무릎을 꽉 잡았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었어.”
다시금 흘린 은호의 말에 래빈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제야 은호를 보았다.
“어디까지? 얼마나? 다… 들은 거야?”
“너희는 늦지 않았어. 그저 멀리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친구야. 더는…….”
“네가 뭘 알아? 뭘 아냐고! 갑자기 우리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래빈이 이빨이 다 보일 정도로 크게 입을 벌렸다.
저 인간은 외부인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왜 설쳐대는지 몰랐다.
“맞아. 이게 얼마나 무례한 일인지 알고 있어. 오지랖이 넓다는 말로도 부족할지 몰라. 그런데 너희를 보고도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너는 도망치고, 저 친구는 너를 쫓고 있잖아?”
은호는 자매의 상황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자신의 욕심이라고 해도 좋으니, 딱 한 번이라도 대화를 나누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은호는 일부러 래빈을 말로 찔러 자극했다.
지금까지 쭉 회피해왔다면 프스테를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무척이나 힘들 테니까.
“내가 도망을 친다고? 내가 왜?”
“그러면 왜 지금, 저 친구의 눈도 마주치지 못하는 거야?”
“…그건.”
“아까 들었어. 저 친구가 네 언니가 아니라며. 그럼, 언제까지 계속 끌려다닐 순 없잖아?”
이건 남이 아니면 쉽사리 꺼내기가 어려운 말이었다.
가족한테 연을 끊으라니, 얼마나 잔인한 말일까.
“정말로 인연을 끊고 싶다면 확실히 눈을 보고, 똑바로 말해줘.”
단호한 은호의 말에 래빈은 놀란 눈을 하다 미간을 찌푸리며 땅을 바라보았다.
뾰족한 발톱을 드러낸 앞발이 보였다.
“…고마워, 인간.”
프스테는 긴 꼬리를 흔들며 걸어오다 은호에게 인사했다.
“하지만 이 이상 나쁜 역할을 맡지 않아도 돼.”
프스테는 은호 옆에 서서는 그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이 하지 못한 걸 대신해줬기에 잠깐이지만, 너무도 고마웠다.
더는 용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미룰 수 없는 문제이기도 했다.
은호가 미소를 지으며 프스테의 등을 쓰다듬었다.
“넌 잘할 수 있어.”
은호의 응원을 품에 안으며 프스테는 래빈에게 한발 더 나아갔다.
“그간 쭉 무서워서 너한테 말하지 못했어.”
숨을 가다듬은 프스테는 차분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엄마가 그렇게 된 게 네 탓이라고, …모질게 말했는데.”
밀려오는 후회에 프스테는 가슴이 아프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가슴이 꽉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아니야.”
프스테는 단호하게 말을 꺼냈다. 커다란 귀가 고갯짓을 따라 크게 움직였다.
이어 숨을 한 번 크게 내쉬었다.
“그건 네 탓이 아니야.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그날, 내가 너한테 해서는 안 되는 말을 해버렸어. 정말, 미안해.”
래빈은 갑자기 쏟아지는 사과에 눈을 크게 떴다.
왜.
왜 갑자기.
머릿속이 혼란스러워 발톱으로 땅을 긁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말을 이제 와서 해서 미안해. 네가 얼마나 아팠을지 내가 알지 못해서 미안해.”
프스테는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다잡았다.
어쩌면 이게 마지막 말이 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밝게 끝을 내고 싶었다.
“나는 너한테 끔찍한 존재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네가 정말 내가 싫다면…….”
프스테는 말을 멈췄다.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시선이건만, 래빈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프스테는 그 눈물의 의미를 몰라 당황했다.
“…아까 다친 거야? 그런 거야?”
“나를… 버린다고?”
래빈은 구슬픈 눈을 하며 물었다.
저 물음을 프스테는 이해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날 거부한 건, …너잖아.”
틀린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래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엄마가 그렇게 되어버렸다.
기다려도, 또 기다려도 오지 않게 된 그때부터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자신이었다.
신기하고 반짝거리는 물건만 보면, 가지고 싶다는 감정이 솟구쳤다.
그 결과가 어땠는가.
모든 걸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
엄마가 사라진 후에도 자신의 이 끔찍한 충동은 사라지지 않았다.
불안했다.
하지만 가지고 싶었다.
이 두 개의 마음이 충돌하고, 부딪치는 와중에 언니가 다쳤다.
자신이 가져가 버린 물건 때문이었다.
또.
또 자신 때문이었다.
엄마도 잃은 와중에 언니까지 잃을 수 없기에, 자신이 너무 무서워져 견딜 수가 없었기에 도망쳤다.
“나는…….”
래빈은 말을 토했지만, 뒷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속에 꽉꽉 눌러 담았던 그 말을 꺼내면 그냥 모든 게 다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게 너무도 두려웠다.
작고, 또 작아지는 자신이 싫었다.
“괜찮아.”
부드럽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래빈은 묘한 이끌림을 느끼며 은호를 바라보았다.
“너희는 가족이잖아?”
활짝 핀 은호의 웃음에 래빈은 멍한 눈을 했다.
그때, 푸른 나비가 날아왔다.
아까와 달리 날카롭거나 무섭지 않았다.
“맞아, 괜찮아. 용기를 내.”
폭시가 살며시 웃었다. 마치 등을 밀어주는 느낌에 래빈은 미안함이 밀어닥쳤다.
너무도 못되게 말했는데, 저 존재는 힘을 이용해 자신의 마음을 편안히 해주었다.
래빈의 귀가 접혔다.
내쉬는 숨을 따라 모든 불안함이 꺼져가는 걸 느꼈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었다.
꽉꽉 눌러 담아 절대로 꺼낼 수 없었던 말이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나는… 언니가 나 때문에 다칠까 봐.”
언니.
그 단어 하나에 프스테의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서서히 가슴에 벅찬 감정이 차올랐다.
“나 때문에 엄마가… 사라졌는데, 언니마저 나 때문에 다쳤잖아? 내가 너무 무서워서, 도망쳐야만 했어.”
하지만 언니는 자신을 쫓아왔다.
계속 놓치지 않고 손을 뻗었다.
잡았어야 했는데, 너무나도 잡고 싶었는데, 눈을 감으면 자신이 망쳐버린 모든 것들이 꿈에서 계속 튀어나와 잡을 수가 없었다.
“…나, 이상해. 신기한 것만 보면 가지고 싶어. 반짝이는 게 보이면 갖고 싶어. 이것 때문에 어떻게 됐는지 아는데, …나아지질 않아. 이 증오스러운 감정은 단 한 번도 수그러들지 않아.”
래빈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런 상태로는 언니 곁에… 갈 수가 없어.”
언니가 떠나지 않으니, 모질게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모두를 불행으로 내몬 이 이상한 감정이 사라지기 전까지 가까이할 수 없었다.
“언니를… 잃고 싶지 않아.”
단 하나의 간절한 소망에 응답하듯 은호는 입을 열었다.
“친구야. 넌 이상하지 않아.”
“……정말?”
래빈은 절박함을 담아 은호를 바라보았다.
“그건 네가 가진 본능이니까.”
―수집 욕구가 굉장히 강해 집 근처에 자신만의 창고도 만들어 놓습니다.
가묘가 가진 특성이었다.
이건 일렉트가 전기를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본능에 가까운 행동이라 바뀌기가 어려웠다.
프스테와 같이 자랐기에 이걸 본능이라고 인지하기 힘들지 않았을까.
“…내, 본능이라고?”
래빈은 밀려오는 절망에 눈물을 흘렸다.
어쩐지.
어쩐지 이상했다.
“그래서였어? 그래서 나는…….”
래빈은 입을 오므리며 땅을 보았다.
눈물 때문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이겨내려고 한 노력이 죄다 헛수고였다니.
자신은 그냥 처음부터 엄마와 언니를 망치러 온 괴물이었다.
곁에 없었다면 좋았을 텐데.
“내가… 언니 동생이 아니었다면 좋았을 텐데.”
래빈은 중얼거렸다.
이제 모두 다 끝이었다.
이런 상태로는 언니의 동생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친구야. 혹시, 이 근처에 살고 있어?”
은호의 목소리가 조금 전보다 더 가까이 들렸다.
래빈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한테 그 물건들을 가지고 오면 되잖아? 나는 인간이니까.”
은호는 신이 난 얼굴로 본인을 가리켰다.
그 말에 래빈은 숨을 천천히 내쉬었다.
“내가 보고 인간의 물건 같으면 안 된다고 말해줄게. 혹여 물건 때문에 싸움이 터질 것 같으면 아크한테 부탁할게.”
은호가 손을 뻗어 아크를 가리키자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불만을 담아 보았다.
왜 본인이 해야 하는가.
딱 그런 뉘앙스가 풀풀 풍겼다.
“아크 봤지? 되게 강해.”
하지만 이어진 은호의 말에 아크는 가슴팍에 힘을 주었고, 흑견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인간. 나도 있다.”
“뭐, 못할 것도 없지.”
흑견의 반응에 아크가 고민도 없이 대답하자 은호는 키득거리며 래빈에게 손을 뻗었다.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
“무엇보다 여기에 사는 우리는 다 같이 약속을 정했어.”
“약속…?”
“싸우지 않기로 약속했어. 그러니까 괜찮아. 여기는 괜찮아. 더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
싸우지 않는다니.
래빈의 눈동자에 어렸던 독기가 천천히 빠졌다.
“…나 말이야. 여기서 안 쫓겨나?”
“누가 쫓아낸다는 거야? 같이 살아야지.”
“누구하고…?”
“네가 바라고, 그리웠던 누군가하고.”
은호가 활짝 웃자 래빈의 눈동자는 동그랗게 변했다.
바라고 그리웠던 누군가는 언니였다.
같이 살고 싶었다.
가장 행복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항상 문제는 자신이었다.
사고만 치는 철없는 동생이었으니까.
“정말… 쫓겨나는 일도 없고, 싸우는 일도 없어?”
“없어. 만약 있다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단호한 말을 듣자 래빈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만약에 그 두 개가 가능한 곳이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잠이 들었던 때도 있었다.
바라던 소망은 그때도, 지금도 하나였다.
“…그럼, 이제 언니하고 같이 살아도 돼?”
래빈이 눈꼬리를 내린 채 간절히 물었다.
은호는 대답 대신, 래빈의 등을 토닥이며 조금 전부터 래빈만 바라본 프스테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제야 래빈은 프스테를 바라보았다.
말없이 눈물을 흘리는 프스테의 눈동자를 본 순간, 멈췄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넌 이제 내 동생이야.
프스테를 처음 봤을 때부터 쭉 변치 않은 눈동자였다.
“……언니.”
래빈은 겨우 그 말을 꺼냈다.
“…미안해.”
온몸이, 목소리가 떨렸다.
계속 도망만 친 못난 동생이었다.
―그래도 나는… 너를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넌 내 동생이니까.
그런 자신을 언니는 계속 놓지 않겠다고 말해줬다.
“내가. 언니보고 언니가…, 아니라고 해서, 미안해.”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때, 상처받았던 프스테의 표정이 머릿속에 맴돌았으니까.
“사과하는 게… 무서워졌어. 언니가, 언니가 진짜로 나를 버릴…….”
프스테는 래빈을 안았다. 꼬리마저 래빈을 감쌌다.
다시 놓치면 헤어질 것처럼 더 세게 끌어안았다.
“이 바보야!”
프스테는 소리쳤다. 목소리 속에 울음이 섞여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넌 내 동생이야! 내가 그랬잖아? 그런데 너를 왜 버려?”
“하지만 아까 언니가, 나, 버리려고… 끄읍.”
“내가 싫어져서 다시 안 볼 거라고 말해도 괜찮다고. 나는 영원히 네 언니라고 말하려고 했다고!”
래빈의 눈이 커졌다.
아니었다.
자신이 싫어진 게 아니었다.
래빈은 그제야 속에 있던 모든 걸 쏟아 보냈다.
“…미안해! 다 미안해에에.”
어헝헝.
래빈은 목 놓아 울었다.
언니가 울어야 하는데, 자신이 우는 것도 미안해서 자꾸 울음이 나왔다.
팍!
프스테는 래빈의 등짝을 때렸다.
“너 또 그런 말을 하면 이번에는 진짜 화를 낼 거야!”
“안 그래! 절대, 안 그럴게에!”
다른 그 어떤 손길보다 아팠다.
하지만 래빈은 그 아픔마저 좋았다. 이 냄새와 이 온기는 진짜 언니였으니까.
* * *
“…미안해.”
“더 크게 말해야지.”
프스케가 래빈을 닦달하자 래빈은 눈을 질끈 감으며 폭시에게 사과했다.
“아까 나쁜 말 해서 미안해! 너를 할퀸 것도 다 미안해!”
꽤 격한 사과에 폭시의 웃음소리가 퍼져나갔다.
“사과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도 아까는 미안했어. 많이 놀랐을 거라 생각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니야. 놀라긴 했는데, 내가 너무 흥분했어. 그 아이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줘.”
래빈은 쭈뼛거리며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아까랑 같은 존재가 맞는가?”
흑견이 묻자 프스테가 웃었다.
“이게 진짜 모습이야. 내 귀여운 동생이야.”
프스테는 래빈을 안으며 얼굴을 비볐다.
흑견은 미간을 찌푸리며 앞발을 휘휘 저었다.
“알겠으니, 이만 가라.”
“다음에 또 놀러 와도 돼?”
프스테는 은호를 보며 물었다.
“당연하지. 또 놀러 와.”
미소를 지으며 프스테에게 다가간 은호는 팔을 뻗어 안았다.
그간 마음 졸였을 걸 생각하며 더 깊이 안아주었다.
“잘 버텼어.”
“……응.”
“그리고 친구.”
은호는 래빈에게 고개를 돌렸다.
래빈의 고개는 아래로 내려가고, 눈동자만 위를 향했다.
“언니한테 잘해. 네가 고생시킨 만큼 더. 그러지 않으면 후회할지도 몰라.”
은호는 따끔히 말한 뒤, 래빈도 안아주었다.
코를 킁킁거리던 래빈은 눈을 크게 떴다.
“너한테 왜 좋은 냄새가 나?”
“신기하지? 그러니까 자주 와.”
은호는 뒤로 물러서며 웃었다.
“그럴게.”
래빈이 고개를 끄덕였다.
은호는 그들이 나갈 수 있게 문을 잡아주었고, 그들이 밖으로 나간 뒤에도 손을 흔들며 바라보았다.
그립고,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리며.
고개를 돌리다 흑견과 딱 눈이 마주쳤다.
은호는 싱긋 웃었다.
“이제 밥 먹을 준비할까?”
그 말에 흑묘성이 잠에서 깨어나 은호에게 다다다 달려왔다.
“나! 나! 밥 먹을 것이니라!”
눈도 다 못 떠서 꺼내는 말에 은호는 웃음이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