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Druids Live with the Beast RAW novel - Chapter (107)
드루이드가 환수와 살아가는 법-107화(107/302)
107화. 유령과 귀여움은 한 끗 차이(2)
“맞습니다. 경찰에서 혹시 몰라 환수 관리국으로 지원을 요청했고, 여러 조사 끝에 그 근처에서 환수가 힘을 사용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형한테 혹시 자문해 봤나요?”
“당연히 물어봤습니다. 해당 환수는 ‘고스덕’이라고 하더군요.”
‘고스덕?’
뭔가 이름만 들어도 설??다.
더 환해진 은호의 표정에 지혜는 덩달아 미소를 짓고 싶은 기분을 억눌렀다.
평소와 달리 하하 호호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문제는 해당 환수가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저희 쪽에서는 사실 사람들의 피해가 커지는 이상 물리적으로 힘을 가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해당 환수의 격렬한 저항이 예상됩니다.”
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일단 말을 끊는 것보다 어떻게 된 일인지를 들어보는 게 먼저였으니까.
“소장님의 말씀을 들어보면 고스덕은 물체를 통과할 수 있으며 몸이 투명하다고 했습니다. 이런 힘을 가진 환수가 화가 나 사람들에게 보복한다면 피해는 굉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우선 알고 싶은 게 있어요.”
은호는 손을 살짝 올렸다.
“말씀하십시오.”
“어느 쪽이 피해자죠? 정확한 피해 사례나 규모가 나온 상황인가요?”
“현재 상황만 본다면 피해자는 사람들 쪽입니다. 대부분의 증언을 따지자면 ‘갑자기 나타난 유령으로 정신적 피해와 재산적 손실이 크다’라는 말이 뒤따르니까요. 하지만 이건 정확하지 않습니다. 한쪽의 말만 들었으니까요.”
“그럼, 그것부터 알아봐야겠네요?”
은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습니다. 우선, 원인도 따져야겠지만, 환수에게 사람들을 더는 위협하지 말라고 설득해주십시오. 저희의 규칙에는 환수의 격리 및 사살밖에 없습니다. 이번 환수가 가지고 있는 힘을 본다면 격리할 수 없기에 후자를 선택하는 길밖에 없죠.”
지혜는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법이 아직 바뀌지 않았다.
동시에 이 부분은 바뀔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환수와 말이 통하지 않았다.
이게 너무도 컸으니까.
“환수 관리 구역을 넓히거나, 각 개체가 다양하게 살아가는 방법과 환수 관리 구역을 벗어난 환수들을 어떻게 데려올지 같은 일 등은 저희 힘으로 할 수 있지만, 이건 다릅니다.”
지혜는 기존 환수 관리국이 다르게 꾸며갈 미래를 떠올리며 더욱 눈에 힘을 주었다.
그 미래에 반드시 은호가 있어야 했다.
“저는 이 사건을 앞으로 그려갈 환수 관리국의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시작점에 제가 있어서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요?”
은호는 턱을 매만지며 웃었다.
조금 날카로운 미소가 번졌다.
“저희는 서은호 씨처럼 환수의 말을 들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방법을 알아내고 싶습니다.”
“아, 환수 친구들을 향한 접근 방식을 바꾸고 싶다는 말이죠?”
언제 미소가 날카로워졌냐는 듯 은호는 환수에게 득이 될 이야기에 금세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맞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렇게 절묘한 순간에 어떻게 이런 사람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알았죠?”
은호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자신은 진짜로 하늘에서 뚝 떨어졌으니까.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긴 했다.
마치 자신은 환수처럼 갑자기 이세계에 나타났으니까.
‘뭔가… 관계가 있으려나?’
은호는 잠깐 생각하다 말았다.
일단 이 대화에 집중해야 했으니까.
“딱 보면 알지 알겠습니까?”
“그런데 국장님. 안타깝게도 저는 참고가 되지 않을 거예요. 지침으로 만들기가 어려울 거거든요.”
회사 지침처럼 딱 정해진 게 없었다.
그냥 마음이 가는 데로, 상황에 따라 적응할 뿐이니까.
“괜찮습니다. 격리되지 않는 상대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러 각도로 바라본 뒤에 우리 쪽에 맞는 것들을 적용해 나갈 생각입니다. 지금까지 사살 아니면 격리 중 가장 쉬운 사살을 택했습니다. 이건 반드시 바꿔야 합니다.”
지혜의 강한 의지에 은호는 눈웃음을 지었다.
어느 쪽으로 봐도 이건 환수들에게 좋은 기회였으니까.
“일단 가서 볼게요. 그럼, 이제부터 심서율 씨가 같이 가나요?”
“그렇습니다. 저한테 있어 가장 믿음직스러운 사람입니다.”
“부국장으로 승진…….”
“안 됩니다.”
지혜가 웃으며 딱 잘라 말하자 은호는 넌지시 물어보았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우습긴 한데, 부국장 자리를 비워둬도 되는 거예요?”
“아뇨. 비워두진 않을 건데, 심서율은 될 수 없습니다.”
“…지금 듣고 있는 거 아니죠?”
“그건 아니지만, 만약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뺀질거려서요?”
그 대답에 지혜는 눈을 크게 떴다.
“…어떻게 아십니까?”
“그럴 줄 알았어요. 부사장 자리에 좋은 사람이 들어왔으면 좋겠네요.”
“서율이가 조금 덜 뺀질거렸어도.”
지혜는 아쉬운 소리를 내뱉다가 물을 마셨다.
“그럼, 우선 서율이를 부르겠습니다.”
* * *
“…아니, 지금 해야 하는 일이 몇 개인데 자꾸 이렇게 사람을 이리저리 부르면 곤란하지 않습니까? 저도 이제 짬이 있다고요. 듣고 있습니까, 서은호 씨?”
서율은 운전대를 잡은 채 은호를 재촉했다.
“그럼, 직접 국장님한테 말하면 어떨까요? 제가 대신 말해줄까요?”
악의 없는 저 말에 놀라 서율은 고개를 휙 돌렸다.
금방이라도 식은땀이 흐를 것만 같았다.
“농… 담이죠?”
“운전할 땐 앞을 봐야죠.”
은호가 창문 밖을 보고자 고개를 빼꼼히 내민 흑견의 머리에 기대어 말을 꺼냈다.
“자동 운전 모드 작동 중인데요?”
“…자동 운전 모드요?”
은호가 눈을 휘둥그레 뜨자 서율은 뭔가 이상했다. 진짜로 처음 들어보는 사람 같지 않은가.
‘놀리는 건가?’
서율은 피어싱이 주렁주렁 달린 귀를 손가락 끝으로 살짝 문질렀다.
“…네. 제가 운전을 잘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게 맞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자동 운전 모드도 있어 괜찮죠!”
“오오. 이건 진짜 신기한데요?”
“5년인가, 6년 전인가, 어쨌든, ‘HWM’기업에서 이런 기술이 나와서……. 혹시 어디 시골에 살다 왔습니까?”
“그런 셈이죠. 아, 심서율 씨.”
“네, 말씀하시죠.”
“이번에 유예림 쪽 환수 밀렵꾼들이랑 연결된 놈들을 잡았잖아요?”
지혜한테 물으려고 하다가 은호는 서율을 만난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마음을 바꿨다.
심서율한테 다 들으면 되겠구나.
지혜가 서율을 쓰는 걸 보면 입이 막 가벼운 건 아닌 듯했다.
하지만 뭔가 본인 편이라는 생각을 하면 한없이 가벼워지는 타입 같았다.
“저한테 뭐 슬쩍 캐내려고 하지 마십시오. 저 국장님한테 혼난단 말입니다.”
서율이 몸을 뒤로 빼며 말했지만, 은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서율은 눈동자를 굴렸다.
“…혹시, 국장님께서 말씀하셨나요?”
“이야기하다 보니까 까먹고 물어보질 못했어요. 그런데 심서율 씨는 국장님 오른팔이고, 국장님은 저한테 뭘 속이실 분은 아니잖아요.”
“……그렇죠?”
“그럼, 자잘한 것들 말고 큰 거. 그중에 가장 큰 게 걸렸는지만 말해줘요.”
은호가 넌지시 묻는 저 말에 서율은 잠깐 생각했다.
이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걸렸습니다.”
저 말에 은호는 미소를 지었다.
‘가을 씨한테 알려달라고 그래야겠네.’
* * *
차에 내리지 않고 창문을 통해 아파트를 보자 주변을 날아다니는 사람부터 눈에 들어왔다.
산책하다가 아주 가끔 날아다니는 사람을 봤을 뿐이지만, 이렇게 대놓고 아파트 근처에 날아다니는 모습은 너무도 어색했다.
‘초능력 사용 금지라며.’
초능력자가 대다수이기에 이곳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는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저기 날아다니는 사람은 뭘까.
“저기 있는 대부분은 다 환수 관리국 소속입니다. 원래 주민 중 일부는 자발적으로 떠났고, 일부는 피신시킨 상태입니다.”
“…옷이 다른데요?”
“이번 일에 제복은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서 사복을 허용했습니다. 저도 지금 사복이잖습니까.”
서율은 본인을 가리키며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환수를 쫓아내려고 저러는 거 맞죠? 잠입이 아닌 거죠?”
은호는 밀려오는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굳은 표정이 느껴져 괜히 주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파트 중간중간에 주민인 척 움직이는 것도 다 환수 관리자라는 소리일까.
이제야 이유 모를 부자연스러움이 하나씩 눈으로 다가왔다.
“맞습니다. 일부러 이렇게 하는 거라고 보고 받았죠. 요란하게 움직이면 환수가 사람들을 경계해서 오지 않을 테니까요.”
서율의 말을 들으며 은호는 의문을 가졌다.
그냥 마을로 내려온 멧돼지를 잡기 위해 주변을 포위하는 상황과 뭐가 다를까.
마음은 이해가 갔다.
상대는 고스덕으로 물체를 통과할 수 있다고 했으니까.
이렇게 주변에 사람들을 배치해서 최대한 피해 없이 환수만 쫓아내고 싶다는 걸 왜 모를까.
‘그런데 이런다고 떠나려나?’
애초에 환수는 사람들이 있는 걸 알고 온 존재였다.
어떤 목적이 있는 게 분명했다.
요란하게 움직인다고 해서 뭐가 될까.
“인간.”
흑견이 그림자에서 고개를 다시 내밀었다.
“왜 그래?”
“방금 주변을 보고 왔다. 해당 존재는 천장에 있다.”
흑견이 꺼내는 말에 은호는 자신감을 얻었다.
역시, 환수는 아파트를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보란 듯이 더 아파트에 머물고 있었다.
은호는 자신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는 서율을 향해 말을 꺼냈다.
“일단 철수시켜주세요.”
“네? 철수라뇨?”
“환수 친구는 이미 아파트에 있대요.”
“…아파트에 있다고요?”
“네. 그러니까, 꼭 철수시켜주세요.”
은호는 서율에게 당부한 뒤, 흑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가자, 멍멍이 형님.”
은호가 그림자로 빨려 들어가자 서율은 입을 벌린 채 그대로 굳어졌다.
‘영화 속 한 장면 같네…….’
* * *
은호가 흑견의 그림자를 타고 이동한 곳은 복도였다.
흑견의 팔이 뻗어 나와 바로 앞 바닥을 가리켰다.
“저기 사이에서 냄새가 난다.”
“그러니까, 천장과 천장 사이에 껴있다는 말이지?”
“그렇겠지.”
“친구야.”
은호는 바닥을 두드렸다.
상상만으로도 설??지만, 다르게 보자면 지금 얼마나 겁에 질렸을까.
은호는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왜 여기에 머무르는 건지.
왜 사람들을 자꾸 놀라게 하는 건지.
“친구야. 내 목소리 들리지? 나는 널 찾아왔어.”
자신이 꺼낸 말 중 어디가 마음에 들었는지 몰라도 숨죽이고 있던 환수가 고개를 내밀었다.
마치 바닥에서 무언가 튀어나와 진짜 유령 같았다.
몸은 새하얀 천을 뒤집어쓴 것처럼 팔랑팔랑했으며 툭 튀어나온 주황색 부리와 안쪽으로 살짝 모인 새카만 눈동자는 뭔가 오리를 닮아 있었다.
단순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이래서… 고스덕이구나.’
“…….”
안으로 모여 있던 눈동자가 옆으로 옮겨가더니 이내 비명이 튀어나왔다.
“…이, 인간이다! 인간이야!”
고스덕은 몸이 바닥에 묻힌 채로 사방으로 돌아다녔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진짜로 기겁할 수 있는 상황이긴 했다.
이러니 정신병을 호소하는 사람도 생기는 게 아닐까.
“저기, 친구야?”
“…….”
은호의 목소리가 또 들리자 고스덕은 고개를 돌렸다.
뭔가 몸이 돌아가기보다는 천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갑자기 눈이 두 배 이상 커졌고, 꼭 형광등을 켜놓은 것처럼 반짝거렸다.
“지금 날 부른 거 맞지? 네가 날 불렀지?”
다소 느린 목소리와 함께 가슴팍에 모인 앞발은 꼭 벙어리장갑 같았다.
은호는 예상과 다른 상황에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덩달아 웃었다.
“그럼, 널 찾아왔어.”
첫인상만 본다면 어딜 봐도 아파트 주민을 괴롭히려는 환수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은호는 무엇도 가정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물었다.
“여기서 뭘 하고 있었어?”
“으응. 숨어 있었어.”
“무서워서 숨어 있었어?”
“아니. 맞서 싸우려고. 숨죽이고 있었어.”
은호는 뭔가 대화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잠깐 눈동자를 굴렸다.
맞서 싸우다니.
대체 누구와.
은호가 말이 없자 고스덕은 주먹을 쥐며 의지를 불태웠다.
“저기 있는 인간들은 여기서 사는 인간이 아니야.”
‘그건 맞지.’
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저기 인간들을 쫓아내고, 다시 이곳에 살던 인간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줄 거야!”
힘차게 꺼내는 고스덕의 말에 은호의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어?”
뭔가 이상했다.